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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최근 중앙아 국가들의 ‘아프가니스탄 발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대응

  • 작성자 김정기
  • 등록일 2021.02.05

최근 중앙아 국가들의 아프가니스탄 발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과 대응

김정기(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금년이 소련으로부터 독립한지 30주년이 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그간 나름의 정치·경제 체제 구축과 경제발전 도모 등 국가 건설에 매진해 왔다. 그러나 중앙아 국가들의 경제발전은 매우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튤립 혁명을 거치며 그나마 민주화라는 색깔의 옷을 입기 시작한 키르기스스탄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기 집권의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자리했다.

이 과정에서 중앙아 국가들은 첫째, 영토·주권에 대한 주변국들과 강대국들의 침해 가능성, 둘째, 아프가니스탄 등 국경지역 불안정과 외부 불순세력의 준동 및 유입 가능성, 셋째, 역내 종교적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분리주의 세력의 발흥 우려 등의 현실적인 안보 문제에 직면해 왔다. 특히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지켜본 상황에서 영토·주권 안보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안보적 도전 과제들은 민족적·종교적 성격의 내적 갈등과 권력교체·세대변화 과정의 대립 등 내재화된 불안정성과 겹치게 될 경우 가공할 폭발력을 지니는 위험요소가 될 수도 있으며, 외세의 과도한 개입을 야기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중앙아 국가들은 상호 안보·경제 협력 강화, 역외 국가들과의 양자·다자 차원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대처해 왔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이러한 노력에 의해 상황이 비교적 통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 차단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여전히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현실적인 안보위협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중의 하나가 탈레반이 준동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에 의해 중앙아시아의 안보가 위협받는 현상이다. 탈레반의 영향으로 중앙아 지역에서 종교적 극단주의와 테러리즘, 그리고 분리주의자들이 발흥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하는 마약 밀매와 테러 위협 활동이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고스라니 침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탈레반의 조직적·물질적인 지원으로 극단주의와 테러 집단이 중앙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 무장 세력은 중앙아 국가들과 터키, 아제르바이잔, 체첸, 심지어 중국에서 까지 리쿠르트 되어 온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탈레반의 직접 지원과 마약 밀매를 통해 획득한 자금이 조직 양성과 테러 활동에 쓰여 졌으며, 최근에는 식품·생필품 판매 편의점을 통한 합법적인 수익금이 극단주의와 테러분자들에게 이전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최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안정을 위해 탈레반과 평화협정 타결 협상을 벌이고 있고, 동시에 탈레반의 무력공격 중지에 합의했지만 폭탄 테러가 연잇는 등 여전히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한 상황이 통제되지 않고 불투명하며, 이에 따른 아프가니스탄 발 중앙아 안보 위협도 여전하다. 러시아도 탈레반의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완전 철수하면 탈레반 포함 다양한 그룹들 간 충돌 등 내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중앙아 국가들의 안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다.

모스크바 국제관계 대학의 레오니드 구세프(Леонид Гусев) 박사는 중앙아 국가들이 처한 아프간 발 안보위협상황에 대해 최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탈레반이 지원하는 극단주의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IMU)의 지하세력이 수천 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고 현재 알카에다 및 파키스탄 테러단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에는 테러 이념을 주도하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비공식적으로 통제하는 영역(녹색지대 : green zone)이 있을 정도이다. 그리고 타지키스탄은 인터넷 사용자의 80%이상이 온라인에서 극단주의 콘텐츠에 노출되어 있을 정도로 종교적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의 위협에 의해 상당히 긴장된 상황이 조성되어 있고,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접경국인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으로 남부지역이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며,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는 아프간의 마약 밀매와 테러 활동의 대상이 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 중앙아 국가들은 2018년부터 연례 정상회의를 통해 당면 안보현안에 대한 대응 방향을 조율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발 안보위협상황에 대해서는 안정적으로 관리 통제하면서 근본적으로 차단·해소하기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 정세가 우선적으로 안정화되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와 중국이 개입을 강화하려는 빌미로 삼으려 할 가능성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는 데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역내 무역 및 경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등 아프가니스탄과의 경제적 유대 강화에 나서고 있으며, 중앙아 국가들 간 안보·경제 협력을 심화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약 밀매와 극단주의, 테러리즘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 중국, 유럽 등지로 침투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중앙아 출신 노동자가 월급의 일부를 이슬람 테러 연루단체에 자발적으로 송금하여 체포되고 유죄 선고를 받는 등 그러한 영향권 안에 이미 들어와 있을 가능성을 유념해야 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