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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키르기즈공화국 조기 대통령선거와 국민투표

  • 작성자 박소라
  • 등록일 2021.02.12

2021년 키르기즈공화국 조기 대통령선거와 국민투표

박소라 (키르기즈-터키 마나스 대학교 박사과정)

지난 128일 키르기즈공화국 국립 필하모니 극장에서 사드르 자파로프(Sadyr Japarov)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확산을 우려해 취임식 참석자들에 대한 PCR 검사를 진행하였고, 개인위생과 행사장 방역에 만전을 기했다. 취임식에는 전 대통령 소론바이 젠베코프(Sooronbay Jeenbekov), 로자 오툰바예바(Roza Otunbayeva), 국제기구 관계자, 총리 등 약 1000명의 정·재계 주요 인사가 참석하였다. 누르잔 샤일다베코바(Nurzhan Shaildabekova) 키르기즈공화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의 대통령 당선 발표와 임명장 수여, 대통령 흉장 등을 수여로 새로운 대통령의 당선을 알렸다. 대통령 당선인 사드르 자파로프는 키르기즈공화국 헌법을 수호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직무를 다 하겠다는 취임 선서를 시작으로 공식적인 국정업무에 돌입하였다.

지난해 104일 치러진 총선은 집권여당의 대승으로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면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다. 실제로 선거 이후 유권자 매수와 중복투표를 한 사실이 밝혀졌고, 야당지지자들과 부정선거에 불만을 품은 키르기즈 국민들은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거리로 뛰쳐나와 선거 무효를 외쳤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씻지 못 할 또 하나의 역사를 남겼다. 일부 언론 및 국민은 이를 두고 제3의 혁명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시위대는 국회의사당에 무단 침입하여 방화를 저지르는 등 한동안 수도 비슈케크(Bishkek)에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지속되었다. 2005, 2010년 발생한 1, 2차 민주화혁명 당시 일부 과격시위대의 일탈로 개인상점 및 환전소 등이 약탈당하는 아픔을 겪은 키르기즈 국민들은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며 자발적으로 시민자위대를 구성하였다. 공권력이 마비된 비슈케크 거리에는 시민자위대로 가득 메워졌으며, 마나스 국제공항, 주요 국가 기관시설 등 주요 시설에서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24시간 교대근무를 이어갔고, 이를 본 많은 시민들이 이들에게 음식과 차를 지원하는 등 성숙된 의식을 보여준 단편이었다. 이후 소론바이 젠베코프 전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들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지켜볼 수 없다며 계엄령을 선포해 군부대를 도심으로 불러들였다. 하지만 새로운 정권에 대한 국민의 바람을 꺾지 못하고 끝내 자진사퇴하였다.

2021110일 키르기즈공화국의 대통령선거와 정부형태를 결정짓는 국민투표가 동시에 진행되었다. 아침 8시부터 키르기즈공화국 국내외 2,472개의 투표소에서 시작된 투표는 오후 8시에 마감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럽고 안전하게 치러진 이번 투표는 대통령 투표와 국민투표가 동시에 진행됐기 때문에 투표용지의 색상으로 구분을 지었다. 대통령선거 투표용지는 하얀 용지로, 국민투표 투표용지는 하늘색으로 총 2장에 투표를 하고 바로 전자투개표기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표를 인식한 전자투개표기는 투표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전송한다. 혹시 모를 사건·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선거전부터 전자투개표기를 점검하고 고장에 대비하여 여분의 전자투개표기를 구비해두는 등 무탈히 선거를 치루기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조기 대통령선거는 약 356만명의 유권자 중 141만명이 투표에 참여해 39.7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작년 10월에 치러진 총선의 투표율은 56%였고 2017년에 치러진 대통령선거 투표율이 55.93%였던 것에 비하면 낮은 투표율이다. 17명의 대통령선거 후보 중 사드르 자파로프가 79.2%의 득표율을 얻었고, 2위는 아다한 마두마로프(Adakhan Madumarov)6.78%, 바브르잔 톨바예프(Baburzhan Tolbaev)2.36%의 득표율로 3위에 머물렀다. 사드르 자파로프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소론바이 젠베코프 전 대통령의 자진사퇴로 인한 대통령의 부재를 메꾸고 빠른 국정안정화를 위해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일을 기준으로 20일 이내 당선인 확정 발표를 해야 하는 규정이 아닌 예외규정을 적용, 14일 이내에 사드르 자파로프의 당선을 확정지었다.

조기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진행된 국민투표는 정부형태를 결정하기 위해 진행되었다. 이원집정부제는 중앙아시아 5개국 중 키르기즈공화국에서만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대통령과 국회의 권력견제와 균형을 잘 시행하고 있는 나라로 서방국가의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만연한 부패와 국정실패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에 키르기스 국민들은 실망했고, 이에 대통령에게 많은 권한을 주되, 권한만큼의 막중한 책임을 지고 책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는 강력한 대통령제를 원했다. 사드르 자파로프는 이와 같은 키르기스 국민의 바람을 귀담아 듣고 선거 전부터 대통령제를 강력하게 주장해왔으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키르기즈공화국 헌법에 따라 지난해 1211,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발표하였다. 국민투표용지에는 1. 대통령제, 2. 의원내각제, 3. 둘 다 반대로 3개의 선택지에 기표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으며, 356만 명의 유권자 중 142만 명이 투표해 39.88%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키르기즈공화국 선거법에 따라 유권자의 30% 이상이 투표하여 개헌을 위한 조건이 만족되었고, 대통령제가 80% 이상의 표를 얻어 지난 2010년부터 유지해오던 이원집정부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키르기즈공화국은 독립 당시 정부형태인 대통령제로 돌아가게 되었으며, 최대 10년까지 집권이 가능한 대통령 연임제로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것이다.

이번 2021년 키르기즈공화국 조기 대통령선거와 국민투표는 신속하고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참관단의 평가를 받았다. 상하이 협력기구에서 파견한 참관단도 엄격한 감독 아래 선거법을 위반한 행위는 없었으며, 이번 선거를 통해서 키르기즈공화국이 더욱 발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한 발자국 도약했다고 발표했다. 독립국가연합에서 파견된 138명의 참관단도 키르기즈공화국 곳곳으로 보내졌고, 모든 투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유권자의 권리보호와 투명성이 보장되었다고 전했다.

대선 이후 129일 사드르 자파로프 대통령은 5개의 항목을 담은 결의안에 서명했다. 취임 후 첫 번째로 서명한 결의안은 국민 도덕성 고취 및 건강증진, 사유재산보호 및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지원, 이주노동자의 처우개선, 새로운 프레임의 정치, 광물자원 분야 개혁을 주요 골자로 내놓았다. 처음으로 서명한 결의안인 만큼 키르기즈공화국 국내외 거주하고 있는 키르기즈 국민들을 제일 먼저 생각했으며, 최우선 과제인 부정부패 척결과 경제발전에 힘쓰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조기 대통령선거와 국민투표가 끝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지금 키르기즈공화국 정부는 대통령제로의 변화를 맞이하는 준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키르기즈공화국은 앞서 두 번의 혁명이 있었고, 작년 총선 이후 또 한 번의 정권 교체 혁명이 있었다. 정치적 혼란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위협 속에서 선거는 비교적 신중하고 정확하게 치러졌다. 사드르 자파로프의 80%에 가까운 득표율은 지지자들이 많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정국의 혼란과 혁명을 겪은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기대와 피로감이 크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앞으로 키르기즈공화국은 고질적 문제인 국가부채 해결, 부정부패 척결, 경제난과 실업난, 새롭게 직면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의 위협, 비슈케크 시내의 대기오염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키르기즈공화국 국민은 하루빨리 적재적소의 인재 배치와 신속한 정부 구성을 통해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정치적 피로도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진정으로 민생을 보살피는 지도자의 안내를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