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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과 중앙아시아 개발협력 방향 제언

  • 작성자 이상준
  • 등록일 2021.01.29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국과 중앙아시아 개발협력 방향 제언

이상준(국민대)

2021126일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감염된 확진자 수가 1억명을 넘어섰다. 올해 1월초부터 영국을 시작으로 선진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접종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변종도 출현하면서 COVID19로 인한 고통의 시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가 완전히 퇴치되든지 아니면 토착화 될 것이고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미 많은 연구들은 코로나로 인해 인류 사회는 많은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닫힌 성벽의 시대 혹은 사막의 시대라 불리는 새로운 기류에 글로벌 공급사슬과 가치사슬은 새로운 판을 짜게 될 것이다. 개혁과 개방을 적극 추진하였던 중앙아시아 2세대 지도자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자원가격 하락과 재정수지 악화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발전과 재정수입의 상당 부분을 채워주었던 자원가격의 중장기적 하향세와 국경 폐쇄로 인해 이주 노동자의 유출이 줄고 이들이 보내오는 해외송금(remmitance)이 줄면서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록다운이 선포돼 조업 중단, 이동 제한 조치가 시행됐으며 이로 인해 산업 생산량, 수요, 소비, 대외무역 모두 큰 폭의 감소를 경험하였다. 2020년 중앙아시아 각국별 재정수지는 대부분 적자인데 카자흐스탄은 20209월 기준 GDP 대비 5.2%, 우즈베키스탄 GDP 대비 5%, 키르기스 공화국 6.1%, 타지키스탄 5.8%, 투르크메니스탄 1.4%이었다. 경제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자원이외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자본 유치, 기술 도입, 인력 양성이 필요한데 그 어느 것 하나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충격 이후 글로벌 경제는 자본이 풍부하고 사회 인프라가 발달된 부유한 국가는 코로나의 충격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반면 자본과 사회적 인프라가 궁핍한 가난한 국가들은 코로나로 유발된 제반 문제를 쉽게 해결하지 못하고 저발전의 덫에 갇히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국가간에도 부국은 빠르게 회복하고 빈국은 더욱 어려워지는 K커브 형태의 회복 패턴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데 중앙아시아 국가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그래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 이전 중앙아시아 가졌던 관심이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새로운 경제질서에 적극 대응하기를 원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와 같이 비개방적이고 권위주의적 통치 방식에만 의존하였다면 이러한 시도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자르바예프 사임, 카리모프 대통령 서거 등으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은 보다 적극적인 개방과 개혁을 추진하고 있었기에 국제질서 변화에 그나마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은 적지 않다. 코로나 영향으로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레짐이 붕괴되고 그로 인해 글로벌 가치 사슬은 자국 중심주의와 각자 도생의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생산기지를 자국이나 가까운 국가로 옮겨가는 리쇼어링(reshoring), 니어쇼어링(near shoring)이 증가하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글로벌 가치사슬의 부분으로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약받을 것이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이 유라시아 경제연합의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교역이 크게 증가하였고 EU와 미국과도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유러시아 경제연합의 옵서버 국가이지만 역내 뿐 아니라 WTO 가입을 추진하면서 역외의 다양한 국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키르기스 공화국 역시 유라시아 경제연합 회원국이지만 CIS 국가 가운데 WTO에 가입을 가장 먼저 한 국가이며 정권 불안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민주주의를 가장 잘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앙아시아 국가간 개발협력은 그동안 추진해온 내용을 그대로 진행해도 되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세계 질서가 바뀌고 있으니 기존의 협력방향을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첫째, 국가발전에 필요한 사회경제 인프라 개발의 목표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이러한 방향성에 입각하여 협력이 추진되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상당기간 모든 국가들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그렇기에 보다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코로나시대 전세계인들이 비대면 온라인 접촉(ontact)을 강제적으로 경험하였다. 디지털 경제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IT를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고자 노력하였던 카자흐스탄, IT에 대해 가장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였던 키르기스 공화국, 우리나라와 협력하여 전자정부 프로그램을 만든 우즈베키스탄, 공식적으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투르크메니스탄,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자국내 코로나 확진자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는 타지키스탄 이렇게 중앙아시아 모든 국가들은 디지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경험을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이다. 더 나은 성장과 더 많은 양질의 일자리, 의료보건 혜택, 가치 있는 생태계의 보호, 기후변화의 위험 감소를 가져오는 보다 지속가능한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사회경제 인프라 관련 개발협력을 이러한 목적에 맞추어 진행하는 것은 미래 사회경제발전에 도전과제 필요한 전반전인 지식 축적과 전문성 제고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책임감 있는 국가로서 위상을 높이는데도 기여하게 할 것이다. 또한 인간안보의 관점에서도 의미있는 협력이 될 것이며, 특히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은 국제적인 협력, 선진국 뿐 아니라 개도국과의 협력에 의하여 완성될 수 있다.

둘째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변화하는 역내 가치사슬 혹은 글로벌 가치사슬에 편입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다. 단순히 산업다각화를 추진하는 개념이 아닌 무역을 위한 원조(Aid for Trade)의 관점에서 개발협력의 역량이 집적화될 필요가 있다. 마침 중앙아 국가들이 국제협력에 보다 개방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 시스템의 구축이 막연하게 산업다각화라는 목적으로만 진행되지 않고 국제분업구조에서 중앙아 국가들이 당당히 참여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생산 시스템과 인재양성이 병행되어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반드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는 없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협력 사업을 보다 이러한 목적에 입각하여 재설정하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표적인 예로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섭유 테크노파크 사업이다. 우즈벡 섬유 테크노파크가 우즈벡 섬유생산 시스템의 플랫폼이 되도록 인재, 금융, 기술적인 협력이 총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한중앙아 포럼을 통한 협력 의제 발굴과 한국 정부 및 파트너 정부간 소통이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필요하다. 영세중립국이라서 대부분의 국제협력기구에 참여하지 않는 투르크메니스탄이 참여하는 그래서 중앙아시아 5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몇 안되는 국제협력체이다. 개별 국가와의 협력의제를 발굴하면서도 중앙아시아 5개국이 모두 참여할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의제를 계속 발굴하는 노력이 한중앙아 포럼을 통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탈글로벌라이제이션과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로의 재편이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나라 안팎으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국제질서가 어떤 방식으로 출현하든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현명한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그래서 더욱 포스트 코로나 시대 개발협력의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할 필요가 커질 것이다. 한중앙아 개발협력의 방향은 새롭게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