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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EAEU 가입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이 기대하는 점과 위험요인

  • 작성자 박지원
  • 등록일 2020.06.19

EAEU 가입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이 기대하는 점과 위험요인

 

 

박지원(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2016년 국가 리더십 변화이후, 우즈베키스탄은 경제적으로 개방적인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체제전환이후 지속되어 온 이중환율제를 폐지하고 외환자유화 정책을 도입한 데 이어, 중앙아시아 이웃 국가들에 대한 협력적이고 유화적인 제스처를 이어가고 있다. 관심이 되었던 또 다른 이슈는 EAEU 가입여부에 관한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EAEU 가입은 유라시아 지역 국가들 간의 경제관계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리고 지난 2020428일 우즈베키스탄 의회가 옵저버로서 EAEU 가입을 승인함으로 우즈베키스탄은 유라시아 지역 내에서의 새로운 협력관계 설정에 한 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렇다면 향후 EAEU 정식 회원국 가입을 하게 된다면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기대하는 경제적인 이익과 위험요인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EAEU 가입을 통해 현실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우즈베키스탄의 수출시장을 확장하는 데 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지난 2019621일 있었던 의회연설에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러시아, 카자흐스탄과 같은 전통적인 해외시장에 수출되는 과정에서 증가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EAEU 국가들이 대외적으로 공동의 상품 통관에 대한 규정을 확정한 이후에는 더 거세질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이 이에 대응하려면 EAEU 가입을 고려해야한다.”라고 언급하였다. 우즈베키스탄은 이전 카리모프 대통령 집권 시기까지 점진적 시장개방기조를 유지하면서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을 통해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전략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출촉진(export promoting)’을 통한 경제성장에 있다. ,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수출시장 확보를 통해 경제성장의 기조를 이어가야하는 중요한 기로에 있으며 자국에서 생산된 제품을 판매할 시장이 필요하다. 우즈베키스탄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인데, 2018년 총 수출액은 216,560만 달러에 달했으며 그 뒤를 이어 러시아(173,506만 달러)와 카자흐스탄(135,491만 달러)으로의 수출이 가장 많았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이 EAEU 가입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EAEU에 가입하지 않으므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EAEU 내에서 통합의 작업은 점차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회원국 간 교역은 무관세이며 역외공동관세(common external tariff)는 이미 시행중에 있다.

하지만, EAEU 내에서 교역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비관세장벽(NTB, Non-Tariff Barriers)이다. 지난 2015EAEU 설립 초기 단계에서 528개 기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서베이를 바탕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의 3개국 기업들은 각각의 경우 EAEU 내에서 비관세장벽이 수출가격에 미치는 수준이 10~3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비관세장벽이 EAEU 내에서 수출자에게 상당한 비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물론, 위의 연구 결과는 EAEU 설립 초기에 시행되었던 것이고, 현재 단계에서 EAEU는 회원국 간의 수출입 절차를 좀 더 간소화하여 교역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작업들을 계속 수행하고 있다. EAEU의 고위급 의사결정기구인 유라시아 경제위원회(Eurasian Economic Commission)’2016EAEU 국가들 간의 비관세장벽을 망라한 데이터베이스(Electronic Obstacles Register)를 구축하는 등 회원국 간 비관세장벽 제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원국 간의 비관세 장벽 문제는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EAEU 국가 중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의 3국이 비관세장벽을 50% 가량 축소할 경우, 3국간 교역이 평균 11.1%, 100% 제거 된다면 24.3% 증가할 것으로 보는 연구결과가 존재할 정도로 EAEU 내에서 비관세장벽은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비관세 장벽은 러시아가 EAEU 창설 이전에도 자국 시장을 보호하려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종종 사용하던 방식으로, 수입산 제품에 대한 위생검역(SPS), 기술장벽(TBT), 수입금지, 쿼터제 도입, 가격통제, 보조금 지급, 공공조달제한, 마케팅 규제 등의 다양한 방식을 포함한다.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필요한 경우, 또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비관세장벽을 활용해 왔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한 역()제재로 EU 등의 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EAEU 회원국인 벨라루스와 겪었던 통상분쟁의 사례이다. 러시아 정부는 2018226일 벨라루스산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결정을 내렸는데, 표면상의 이유는 품질과 위생상의 문제였다.그러나, 실제로는 EU산 제품이 벨라루스산으로 포장이 둔갑하여 밀수되는 사례를 차단하여 자국의 수입대체화(import-substitution)’정책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내기업을 돕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물론, 이와 같은 비관세 장벽은 단지 러시아만이 사용하는 방식은 아니다. 카자흐스탄도 지난 20192월 러시아산 철도용 가솔린에 대해 자국 내 생산과잉을 이유로 일시적인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처럼 EAEU 국가들이 비관세장벽을 사용하는 이유는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서이다. 러시아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 내 산업 육성을 우선적인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국산 제품에 의한 시장잠식은 자국 제조업 기업의 성장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우려가 국내에서 증폭될 경우 비관세장벽을 통해 자국시장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향후 우즈베키스탄이 EAEU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할지,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어떻게 될 것인지 아직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EAEU 가입에 따르는 기회와 위협요인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AEU의 정식 가입은 우즈베키스탄에게 수출시장을 확대하는 기회를 제공하겠지만 이후에는 현재 역내 모든 국가들이 겪고 있는 것처럼 비관세장벽의 문제에 부딪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EAEU 국가들은 아직까지 경제연합체 내의 개방적이고 상호보완적인 관점에서의 상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보다는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국내시장보호를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