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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중앙아시아 수자원 분쟁

  • 작성자 김영한
  • 등록일 2020.06.12
중앙아시아 수자원 분쟁


기후변화시대 지속가능한 중앙아시아 수자원 협력시스템 구축 방안

 

최근 전세계 곳곳에서 물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물 분쟁의 지구적 일상화와 함께 2030년이 되면 전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물부족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지난 1991년 독립후 오랫동안 역내 대표적인 수자원인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의 물이용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어 왔다. 한 때는 군대를 동원하는 일촉즉발의 상황과 물 사용 대립으로 자국내 철도통행을 거부하는 사태도 있었다. 그동안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통합 물관리를 위한 조약의 체결과 다자간 협력사례들도 시도되었지만 주요 강 상하류 국가들간의 이해관계 상충으로 원만한 관계 복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중앙아시아 국가 관계의 해빙 무드 조성으로 역내 수자원 협력 시스템의 구축에 매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다만 최근 전지구적 기후위기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아시아 고원지역의 빙하 감소 문제는 역내 수자원 이용에 또 하나의 도전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아시아 고원지역 빙하감소, 수자원 분쟁의 새로운 씨앗이 되는가

지난 50년간 톈산산맥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20158nature geoscience에 발표된 바가 있다. 1961-2012년 사이의 50년간 텐산산맥의 빙하가 1/4이상 감소했는데, 이 감소 규모는 지구 전체의 빙하감소 평균보다 3배이상 많은 규모이고, 2050년 경에는 나머지 남은 빙하의 절반이 소멸할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놓은 바 있다. 이렇게 되면 톈산산맥의 빙하로부터 녹은 물로 식수와 농업용수를 공급받아 왔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등의 국가가 물부족 사태를 겪게 되고 더 나아가 빙하감소가 주변국들간의 해묵은 수자원 분쟁의 씨앗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빙하해빙 현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고 있는 타지키스탄의 라흐몬 대통령은 지난해 타쉬켄트 중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빙하감소로 인한 역내 주요 강들의 수위저하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공동대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속가능하고 상호호혜적인 수자원 협력 시스템 구축할 때

 

2018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중앙아시아 국가 정상들이 9년만에 회동하고, 매년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는 등 역내 국가들간 우호와 협력의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활용하여 지속가능하고 실효성있는 수자원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때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타쉬켄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도 천명했듯이 역내 수자원의 효율적, 합리적 관리를 위한 상호호혜적이고 지속가능한 협력메커니즘을 구축해 나가야 하겠다. 먼저, 수자원 이용과 관리에 있어 공평한 사용과 부담의 기본적 원칙하에 하류국가의 에너지자원과 상류국가의 수자원의 상호 교환을 통한 물과 전기 공유시스템의 복원이 선결과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당사국들간의 상호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투명한 정보의 공개와 공유 시스템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키르지스탄과 타지키스탄과 같이 주요 강의 상류에 위치한 국가에서는 저수지 유지관리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과 같은 하류국가들의 수자원 사용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측정시스템을 구축하여 상호 정보를 공개, 공유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상호 신뢰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현장에서 수자원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지역 수자원관리자들의 수시 회합과 자유로운 국경이동 및 관개시설 접근성의 보장을 통해 상시적인 지역단위의 수자원관리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는 한편 수자원 이용과 관련하여 첨예했던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제 하천분쟁을 국제기구의 참여를 통해 해결한 인더스강 사례를 참고하여 전문화된 국제기구의 공동참여를 통한 국제 수자원 거버넌스의 구축도 함께 시도해 볼 만한 대안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수자원관리의 새로운 도전인 빙하감소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 환경기구와의 지원과 참여 속에 역내 국가들의 공동대응 태세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한국의 중앙아시아 통합수자원 관리 참여

현재 한국 수자원공사에서 중앙아시아 지역 수자원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지역의 일부 노후관개선 시범사업과 카자흐스탄 사빈디지역의 원격감시모니터링시스템 구축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바탕으로 물관리 전반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는 수자원공사의 지능형물관리 체계(SWMI)를 적극 활용하여 중앙아시아 지역의 통합적인 수자원관리 시스템의 확립에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고 보여진다. 아울러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의 수원보호와 함양을 위한 투가이(Tugari) 산림과 같은 조림협력사업을 물관리사업과 연계하는 통합패키지형의 협력사업의 추진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면한 중앙아시아 고산지역의 빙하감소와 지역내 온실가스 증가 및 기후취약성 심화에 대응하여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기후변화 대응역량의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환경협력사업의 적극적인 추진도 제안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