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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브렉시트에 대한 오해와 중앙아시아

  • 작성자 윤영호
  • 등록일 2018.12.21

브렉시트에대한오해와중앙아시아

 

 

윤영호(Seven Rivers Partners 대표)



영국 총리나 장관들은 서류를 직접 들고 다닌다. 겸손해서? 바쁜 척하기 위해? 아무도 못 믿어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지만, 그게 쇼라고 하더라도 보기에 참 좋다. 테레사 메이가 차를 타고 내릴 때마다 손에는 서류철이 들려져 있다. 권위주의 리더십이 장악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시각에서 보면, 희한하게 느껴진다. 브렉시트에 대한 오해 몇가지와 브렉시트가 중앙아시아에 가지는 함의를 생각해 본다.


1) 법적 근거도 없는, 할 필요도 없는 국민투표를 했다.


영국은 성문법 체계가 아니기 때문에 브렉시트와 같은 사안이 국민투표의 대상이라고 하는 규정은 없다. 의회의 판단에 따라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UK 역사에서 13차례 국민투표가 있었다. 독립, 탈퇴 등의 판단은 국민투표를 통해 해 왔다.

영국은 EU의 창립 멤버가 아니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반대로 초기에는 가입도 못했다. 드골이 죽고 1973년에 가입했지만, 당시에도 반대 세력은 제법 있었다. 탈퇴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자 1975년에 Brexit을 놓고 첫번째 국민투표를 했다. 67 32로 잔류가 결정되었다. EU의 통합 정도가 깊어지고, EU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길 때마다, 브렉시트 찬성은 꾸준히 증가했다. 2016년 국민투표에서 52 48로 탈퇴가 결정되었다. 국민투표는 시기가 문제지 언젠가는 해야 할 상황이었다.



2) 정부가 국민투표 결과를 반드시 이행할 필요가 없다2 국민투표를 해서 의사를 번복할 수 있다.


영국 정부가 국민투표 결과를 특정 방식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강제 규정이 없다. 소위 뭉개는 방식으로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건 논리상그럴 수 있다는 것이지, 영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상 그럴 수 없다.


미국에서 엘 고어가 조시 부시보다 득표수에서 앞섰지만 대위원수에서 져서 낙선했다. 그때 대선 불복, 제도 변경 이야기가 나왔다. 2 국민투표는 그 정도 수준의 이야기다. 국민투표의 결과를 이행하는 것 없이, 재투표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무책임한 주장이다. 그건 제3의 길을 넘어 제4의 길이다. 만일 제2 국민투표가 실시되어 의사가 번복되면, 영국의 민주주의는 혼란에 빠진다.


3) 영국인들이 장난처럼 국민투표해서 지금은 몹시 후회하고 있다.


장난처럼 투표에 붙인 것도 아니고, 찬성한 사람들이 재미삼아 한 것도 아니다. 세상에 어떤 권력도 국민투표를 장난처럼 붙이지 않는다. 혼란을 예상 못하고 투표한 사람도 있겠지만,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세력은 강력하다. 브렉시트 찬성자의 찬성 강도는 브렉시트 반대자의 반대 강도를 훨씬 뛰어 넘는다. 재투표에 의한 번복시에 ‘400년만에 시민전쟁 난다는 소리가 날 정도다.


4) 브렉시트는 경제적으로 영국에 더 나쁘다.


상품이동에 대한 문제가 있고, 자본 이동에 대한 문제가 있고, 인력 이동에 대한 문제가 있다. 영국이 유럽시장을 잃는 것이 문제라면, EUEU내 두번째로 큰 시장을 잃는 것이니 서로 좋을 것이 없다. 그렇다면 양자가 자유무역협정 통해 해결할 것이다. 시간은 걸릴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상품 시장에서는 영국이 유럽을 더 필요로 하겠지만, 자본 시장에서는 유럽이 영국을 더 필요로 할 것이다. 유럽은 영국 금융 시장을 필요로 한다. 인력 이동의 문제는 더더욱 복잡하다. 영국 인력이 유럽에서 일하는 수보다, 유럽 인력이 영국에서 일하는 수가 두배가 많다. 다만 평균 급여로 따지면 유럽에서 일하는 영국 인력이 급여가 영국에서 일하는 유럽 인력의 급여보다 높다. 해서 급여 총액으로 따지면 비슷할 것이다. 브렉시트가 된다면 EU 주변 국가들의 인력이 영국에서 일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기게 될 것이다.


5) 테레사 메이는 리더십이 없다.


메이는 신임 투표를 통해 향후 일년간은 총리 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려운 국면이다. 국민과 국회의원 절반이 브렉시트 반대 진영에 있다. 브렉시트 찬성파의 지지를 얻아야 하는데, 찬성파 중에 절반은 보다 확실한 브렉시트를 원한다. 그래서 메이는 75%의 지지를 받을 수 없는 상태로 일하고 있다.


메이는 영국에서 가장 책임감 있는 자리에서 가장 외롭게 일하고 있다. 브렉시트는 국민의 뜻이지만 국민의 뜻만으로는 안된다. 유럽이라는 파트너가 있기 때문이다. 이혼은 남자의 의사만으로 안된다. 여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강경 브렉시터들은 현실 정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현대 서구 정치사에서 최초의 여성 지도자는 마가렛 대처다. 그녀는 복지 정책을 대대적으로 후퇴시켰는데, 이는 서구 정치사에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이다. ‘철의 여인의 이미지로 인해 대처의 리더십이 안정적이었던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당내에서 취임 순간부터 지속적인 도전을 받았다. 대처의 경우는 최초의 여성 지도자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의원내각제 하의 지도자라는 것이 끝임없이 도전 받는 자리다. 총리로 당선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총리 대결하려는 국회의원이 649명이나 되는 셈이다. 메이가 영국 장치사에 특별히 약한 리더십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메이는 12 11일에 패배가 예상되던 국회 투표를 연기하고, 하루 뒤에 당내 신임 투표에 들어 갔다. 포커스를 국회 비준에서 자신의 신임으로 돌림으로서 정치력을 보여주었다. 메이가 대처 같은 뚝심이 있는지, 메르켈 같은 안정감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현재로서 영국의 어떤 다른 정치인보다 신뢰할 만하다.


6) 메이의 브렉시트 방안이 영국에 손해다브렉시트는 안 될 수도 있다.


강력 브렉시터들이 메이의 안에 반대하고, EU가 재협상 불가를 선언한 것을 보면, 메이의 브렉시트안이 영국에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영국이 이혼을 선언했다. 이혼이 성사되려면 이혼을 선언한 측에서 조금 손해를 보는게 맞다. 남자가 조금 손해보고 이혼을 했다고 해서, 결국 남자가 더 손해를 보느냐는 다른 이야기다.


메이는 이렇게 말한다. ‘이번에 국회에서 부결되면, 노딜 브렉시트로 가거나 브렉시트 유예로 갈 수밖에 없고, 이후에는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결국 브렉시트는 안 될 수도 있다.’ 그런 말은 강경 브렉시트들을 회유 또는 협박하기 위한 카드다. 그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 브렉시트는 된다. 문제는 방법이다.


7) 브렉시트로 유럽 금융의 중심이 바뀐다.


브렉시트로 떠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LG전자 유럽 본부는 이미 떠났다. 떠나는 것을 검토하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삼성전자 유럽 본부는 남아 있다. 글로벌 투자 은행이 유럽 본부를 프랑크프루트로 옮기는 것을 검토했다고 한다. 수천명이 근무할 현대적 건물이 없다. 인프라가 없다. 파리로 옮기는 것을 검토했다고 한다. 노동 유연성이 떨어져서 엄두를 못 낸다고 한다. 마카롱 사태로 프랑스의 유연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브렉시트가 발표되었을 때, 떠나는 금융 인력을 200 000명이라고 했다가, 100 000명이라고 했다가, 50 000명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10 000명 밑으로 본다. 그나마도 떠난 후에 다시 돌아올 것이다. 런던만큼 재미난 도시가 유럽에 없다.


8) 영국은 후회할 것이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후회하고 다시 가입하려 할 수도 있다. 역사는 그렇게 반복될지도 모른다. 브렉시트가 실패한 선택으로 판정 받기 위해서는 영국 경기는 침체되고, EU 경기는 살아나야 한다. EU라는 배는 문제가 많은 배다. 영국은 EU에 무임 승차자였을 수도 있고, 2등 항해사였을 수도 있다. 무엇이든 간에 무임 승차자가 없다고, 2등 항해사가 없다고 흔들리는 배가 갑자기 안정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마가렛 대처는 친 EU였지만, 브렉시트의 운명은 대처리즘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한다영국인에게 브렉시트는 어떻게 보면 반동이고어떻게 보면정상으로의 복귀.




마지막) 브렉시트는 중앙아시아에 나쁘다.


브렉시트로 영국은 영국대로, EU EU대로 경기가 침체한다면, 원자재 가격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 되면 중앙 아시아에도 좋을 것이 없다. 혼란은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것이다. 원자재 가격의 하락, 환율의 변동 등이 중앙아시아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 그렇다.


장기적으로는 이제 유럽은 영국과 EU의 경쟁으로 바뀌게 된다. 브렉시트 후에 영국은 경기가 살아나고, EU는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경기 침체에 빠진다면, EU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 및 북유럽에도 EU 탈퇴 주장하는 세력이 많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제 EU는 영국을 이겨야 하는 숙제를 가지게 되었고, 그것은 영국도 마찬가지다.


카자흐스탄 해외 직접 투자 규모로 영국은 세번째로 큰 나라다. 페이퍼 컴퍼니로 카자흐스탄 직접 투자의 창구 역할을 하는 네델란드를 제외하면 두번째로 큰 규모다. 영국 자본이 유럽으로의 이동이 제한된다면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 투자되는 규모는 증가하게 될 것이다. 중앙아시아 자원에 대한 투자와 마찬가지로 금융시장에 중앙아시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서도 영국과 유럽은 치열하게 다투게 될 것이다.


영국은 유럽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이 제약을 받을 것에 대비하고 있다. 아세안,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등과의 자유무역 협정 체결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다. 유럽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단일 유럽이라는 기치에서 이제는 영국과 유럽의 경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중앙아시아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


영국에서 유럽이 떠난 공백을, 유럽에서 영국이 떠난 공백을 누군가는 메꿔야한다. 공백을 중앙 아시아가 메꿀 수도 있다. 영국에 진출하려는 중앙아시아 인력의 입장에서 보면, 일자리가 더욱 많이 생길 수 있다. 영국 내 일자리를 유럽 사람들은 제한없이 구할 수 있었다. 유럽 사람도 노동허가가 필요하다면, 중앙아시아 사람은 유럽 사람들과 경쟁하여 지금보다 기회를 더 잡을 수도 있다.


브렉시트는 중앙아시아 입장에서는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의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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