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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한국 고구마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다

  • 작성자 송금영
  • 등록일 2019.11.26

한국 고구마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다

 

 

지난 2012-2015년간 주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공사로 근무 당시 카자흐스탄 정부는 한국의 첨단 영농기술 도입을 요청하였다. 구소련의 해체로 1991년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9위의 영토 대국이며 농업 잠재력이 다대한 국가였다. 그러나 구소련 시대 카자흐스탄에 대한 농업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아 농업 생산성은 크게 떨어지고 농업시설은 낙후화 되어 농업의 현대화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그간 한국 기업들은 농업 진출 방안으로 카자흐스탄에 대규모 농지를 구입하여 밀이나 콩을 재배하여 해외로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의 내륙 국가로서 항구가 없어 생산된 곡물을 해외에 수출하는 물류비용이 만만치 않아 농장구입 계획은 진전이 없었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중국 사막지역에 고구마를 심어 식량도 확보하고 사막화도 방지하는 방안을 연구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를 접촉하여 협조를 요청하였다. 구소련시대부터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에서는 주식으로 밀과 감자는 많이 재배하고 있지만, 고구마는 거의 재배되지 않았다.

우선 곽 박사는 고구마 재배가 가능한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201310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하여 현지 연구기관과 농업 현장을 답사하였다. 곽 박사는 카자흐스탄의 광대한 토지와 기후 조건으로 고구마 재배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카자흐스탄측도 미래의 식량자원으로 고구마의 잠재력과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의 첨단 생명공학기술을 도입코자 하였다. 그 결과 20144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카자흐스탄 생명공학연구소(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아스타나) 및 식물생명과학연구소(Institute of Plant Biology and Biotechnology, 알마티)와 고구마 재배를 포함한 생명공학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였다.

그리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지원 하에 2014년부터 3년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인근 등 4개 지역에 고구마 10개 품종을 시범 재배하였다. 그 결과 알마티 등 남부지역에서 ha당 약 38톤의 고구마가 생산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우리나라 수확량이 약 15톤인 것에 비하면 높은 생산량이다.

고구마 시범재배가 성공을 거두자 201611월 알마티에서 개최된 제1차 한-카자흐스탄 과학기술포럼에서 양국간 고구마 협력 결과가 소개되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생명공학연구소는 2017World Bank로부터 고구마 재배와 가공기술 개발에 대해 연구비를 지원 받고 있다.

지난 5년간 짧은 기간이지만 한-카자흐스탄간의 고구마 재배 사업은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우선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초청 연수사업으로 카자흐스탄 농업 전문가들이 양성되고 있으며, 알마티와 카자흐스탄 남부 지역이 고구마 재배의 유리한 지역으로 평가되었다.

처음에는 열대지역에서 기원한 고구마는 추운 카자흐스탄에서 재배되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지난 5년간 한-카자흐스탄 고구마 재배연구 결과 카자흐스탄 남부지역에서 고구마의 수확량이 오히려 많은 것이 입증되었다.

고구마는 서리가 내리지 않는 날(무상일수, frost-free day)4개월 이상이면 고위도일수록 수확량이 높다. 그리고 이들 지역은 병충해가 거의 없으며 가을철 밤낮의 온도 차이가 많아 고구마 뿌리가 커지게 된다. 카자흐스탄 식물생명과학연구소는 조만간 우리국민들과 고려인 가장 많이 거주하는 알마티 지역에서 대규모의 고구마 재배를 시행할 계획이다.


앞으로 고구마의 카자흐스탄 재배 확산 및 가공기술 개발 전망은 밝다. 첫째 고구마는 주요한 식량자원이다. UN 식량농업기구(FAO)2050년 세계 인구는 201712월말 현재 약 76억에서 91억 명으로 증가할 것이며 2050년에는 식량은 1.7배 이상 필요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정부들도 농촌 개발과 식량자립 문제를 심각히 고민하고 있으며, 고구마가 좋은 대안이 될 수가 있다. 고구마는 어느 작물보다는 척박한 토양에서 잘 자라며 단위 면적당 탄수화물을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전분 작물이다.

둘째 고구마는 주요한 바이오 에너지 자원이다. 최근 미국 농업부(USDA)는 대표적인 전분작물인 감자, 고구마, 카사바, 옥수수를 미국에 재배한 결과, 고구마가 단위 면적당 탄수화물과 바이오에탄올을 가장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작물로 평가하였다. 카자흐스탄의 넓은 땅은 식량자원 확보뿐만 아니라 고구마에서 추출한 바이오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이 다대한 지역으로 부상할 수가 있다.

셋째 고구마는 21세기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카자흐스탄의 식생활 개선과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가 있다. 지난 2007년 미국공익과학센터(CSPI, Center for Science in the Public Interest)는 고구마, 방울 토마토, 저지방 우유, 브로콜리 등을 건강에 좋은 10대 슈퍼 푸드로 선정하였으며. 이들 중 고구마를 항산화물질 등이 풍부하여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하였다. 고구마는 대장암 예방뿐만 아니라 당뇨환자와 비만환자에 적합한 탄수화물로 권장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세계에서 양고기, 말고기 등 육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다보니 비만과 당뇨, 고혈압, 심장병 등 성인병이 증가하고 있다. 고구마는 성인병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저렴한 건강보조 식품이 될 수 있다.

또한 고구마는 언제든지 먹기 쉽고 버릴 것이 없는 전천후 식품이다. 고구마 뿌리는 날 것으로 먹을 수가 있으며, 잎과 줄기도 요리해서 먹을 수가 있다. 가축들에게도 좋은 사료이다. 반면 중앙아시아에 많이 재배되고 있는 감자는 날 것으로 먹을 수가 없으며, 반드시 삶거나 요리해 먹어야 한다.

넷째 고구마는 사막화 방지와 오염된 토지를 복원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고구마는 다른 작물과 비교할 때 강수량이 적은 사막이나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카자흐스탄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광대한 스템 지역과 사막, 구소련시대 카자흐스탄의 핵실험 오염지역, 21세기 대재앙인 아랄해 인근의 황폐화된 지역, 그리고 버려진 폐광 주변 지역에서 자랄 수 있는 고구마 품종을 개발한다면 생태계 복원은 물론 사막화 방지에도 기여할 것이다.

다섯째 장기적으로 카자흐스탄을 거점으로 고구마를 인접한 중앙아시아에 보급될 수가 있다. 지난 5년간의 카자흐스탄의 고구마 재배 경험을 중앙아시아 여타 국가들에게 전수한다면 고구마는 중앙아시아의 식량 자립과 농업 발전, 그리고 건강 증진에 기여할 것이다.

현재 중앙아시아에는 약 30만명의 고려인들이 살고 있

으며, 대부분 농업에 종사한다. 우리 정부의 지원으로 고려인들이 현지 실정에 맞는 맞춤형 고구마 영농 기법과 판매 시장을 개척한다면 고구마는 빠르게 보급될 것이다.

앞으로 주요한 과제는 한-카자흐스탄이 계속 협력하여 전문가를 양성하고 카자흐스탄과 중앙아시아의 척박한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는 고구마 품종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구마를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을 개발하여 수익 창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우리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북방정책의 주요한 대상지역이다. -카자흐스탄간의 고구마 협력 사업이 앞으로도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신북방정책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 송금영 대사는 전 주카자흐스탄 공사, 탄자니아 대사를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러시아의 동북아 진출과 한반도 정책’(2004,국학자료원), ‘유라시아를 정복한 유목민 이야기’(2018,국학자료원) 등이 있다.

* 상기 기사는 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의 자문과 ‘21세기 구원투수 고구마’(곽상수, 박성철, 이준설 공저, 도서출판 식안연, 2017)책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 해당 기고문은 기고자의 동의를 받아 게재됐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