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전문가칼럼] 한·중앙아 경제협력 25년: 평가와 과제

  • 작성자 제성훈
  • 등록일 2017.12.12

한·중앙아 경제협력 25년: 평가와 과제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교수 제성훈

2017년은 한국과 중앙아 5국이 수교한지 25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은 소련 해체 직후인 1992년, 카자흐스탄(1월 28일), 우즈베키스탄(1월 29일), 키르기즈(1월 31일), 투르크메니스탄(2월 7일), 타지키스탄(4월 27일)과 차례로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지난 25년간 비약적으로 경제협력을 확대해왔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한국과 중앙아 5국 간 경제협력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향후 발전에 영향을 미칠 긍정적, 부정적 요인을 검토하면서 몇 가지 핵심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한·중앙아 경제협력의 성과와 한계

25년간 한·중앙아 경제협력을 교역과 투자 부문으로 나누어 평가해보고자 한다. 먼저 교역 부문에서는 그동안 우즈베키스탄 및 카자흐스탄과의 교역이 큰 비중을 차지해왔으나, 최근 이들 국가의 경기침체로 인해 교역 확대를 위한 새로운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과 중앙아 5국 간 교역액은 1992년 1,541만 달러에서 2014년 약 40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교역액의 추세를 보면, 1997년까지 증가하다가 1998년 급격하게 감소했으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침체기를 거쳐 2003~08년 다시 지속적으로 증가한 결과 2008년 23억 1,715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2009년 19억 206만 달러로 감소했으나, 2010~14년 다시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4년에 사상 최고치인 39억 3,635만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5년 23억 4761만 달러, 2016년 20억 4702만 달러로 최근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저유가와 러시아의 경기침체로 인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경제상황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4년 기준 한·중앙아 교역액에서 한·우즈베키스탄 교역액은 52.33%, 한·카자흐스탄 교역액은 37.29%이며, 2016년 기준으로도 한·우즈베키스탄 교역액은 46.33%, 한·카자흐스탄 교역액은 31.73%의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아 국가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경제발전을 촉진하면서 교역 확대를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 투자 부문에서는 2000년대 카자흐스탄에 집중되었던 대중앙아 투자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대형 플랜트 건설을 중심으로 다른 국가로 확대되어왔으나, 최근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1991~2016년 대중앙아 직접투자액에서 대카자흐스탄 직접투자액은 75.69%라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카자흐스탄 경제의 고도성장세가 이어지던 2006~14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2001년까지는 매년 대우즈베키스탄 투자가 대카자흐스탄 투자의 2배 이상에 달했으나, 2002년부터 역전되었고, 2016년에야 2002년 이후 최초로 다시 대우즈베키스탄 직접투자액이 대카자흐스탄 투자액을 넘어섰다. 반면, 2016년까지 대중앙아 직접투자액에서 대키르기즈, 대타지키스탄, 대투르크메니스탄 직접투자액의 비중은 각각 2.72%, 1.76%, 0.03%에 불과하다. 이는 2000년대 국제원자재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카자흐스탄 경제가 에너지·광물자원 개발 및 수출 확대를 기반으로 고도성장을 거듭하여,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다른 중앙아 국가들 간 경제적 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한국의 대중앙아 투자는 2012년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2008년 한국의 대중앙아 직접투자액은 9억 2,268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같은 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액(242억 624만 달러)의 3.81%에 달했다(2008년 한국의 대러시아 직접투자액은 3억 5,925만 달러). 물론 이는 당시 카자흐스탄에 대한 투자가 갑자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009년부터 한국의 대중앙아 직접투자액은 한 번도 2억 5,000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2012년 2억 4,96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급격하게 감소하여, 2016년에는 3,524만 달러로 같은 해 한국의 해외직접투자액의 0.10% 수준으로 축소되었다(2016년 대러시아 직접투자액은 1억 1,081만 달러). 다만, 2010년대부터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대형 플랜트 수주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향후 해당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중앙아 경제협력의 발전 전망: 긍정적 요인

먼저 한·중앙아 경제협력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유라시아 경제연합(EAEU)의 출범으로 대러 교역 및 투자와 대중앙아 진출의 연계가 용이해졌다. EAEU는 기존의 관세동맹, 단일경제공간보다 한 차원 높은 경제통합체로서 회원국 영토에서 상품, 서비스, 자본,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 보장과 에너지, 산업, 농업, 교통 등 핵심 분야에서 회원국들 간 조율된 단일한 정책 실현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진입장벽이 높은 러시아에 이미 진출해있는 한국 기업이 이전보다 쉽게 카자흐스탄 및 키르기즈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한국과 러시아 및 카자흐스탄 간에는 일반여권사증면제협정이 체결되어있고, 머지않아 한·EAEU FTA가 체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향후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호의적인 대외환경으로 인해 중앙아 국가들의 경제가 회복세를 보여주고 있다. 2014년 이후 한국과 중앙아 국가들 간 교역 및 투자가 갑자기 침체된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 하락과 이로 인한 러시아 경제상황 악화에 있는데, 2017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 내외로 안정되었으며 러시아 경제도 경기회복기에 진입했다(2017년 경제성장률 1.5% 예상). 국제원자재가격 소폭 상승, 러시아 경제의 회복세, 러시아로부터 송금액 증가 등이 계속 이어진다면, 중앙아 국가들의 경제상황은 더욱 호전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따라 중앙아 국가들의 교통·물류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2016년 물류성과지수(LPI) 기준, 160개국 중 우즈베키스탄은 118위, 카자흐스탄은 118위, 투르크메니스탄은 140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현재 중앙아 국가들의 물류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다. 그런데 2015년 5월 발표된 일대일로 6대 경제회랑 중 두 개의 회랑, 즉 ‘중국~중앙아~서아시아’와 ‘신유라시아 대륙교’가 중앙아 국가들을 경유하게 되었다. 이미 중국과 카자흐스탄이 2012년 호르고스 국제국경협력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고, 카자흐스탄이 호르고스-이스턴게이트 경제특구를 제조업 기반 물류 중심지로 육성하고자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앙아 국가들의 교통·물류 인프라 발전이 추진력을 갖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2017년 7월 한·중앙아 협력포럼 사무국이 국제교류재단 내에 개소되어 한국과 중앙아 국가들 간 양자·다자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강화되었다.

한·중앙아 경제협력의 발전 전망: 부정적 요인

다음으로 한·중앙아 경제협력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앙아 국가들이 대외환경 변화에 덜 민감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 모델을 구축하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중앙아 국가들의 경제는 에너지·광물 자원 개발 및 수출 또는 대러시아 수출 및 러시아로부터 송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국제원자재가격과 러시아 경제상황의 변화에 민감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이들 국가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다각화, 수입대체산업육성을 통한 내수 기반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
둘째, 중국의 대중앙아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한국 기업의 입지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중앙아 국가들의 교역 및 투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최근 일대일로 전략을 앞세워 물류 인프라를 개선하면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의 대중앙아 주요 교역품목과 주요 투자 부문이 한국과 다소 유사하며, 특히 한국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대형 플랜트 건설 부문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크게 제고되었기 때문에 향후 양국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중앙아 경제협력 발전을 위한 핵심과제

한국과 중앙아 5국간 경제협력 발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과제가 수행되어야 한다. 첫째, 교역 확대를 위해 한·EAEU FTA의 조속한 체결과 물류 노선 다각화가 필수적이다. 중국의 대중앙아 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EAEU FTA는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통관 및 인증제도 개선 등을 통해 현지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륙국인 중앙아 국가들과의 교역 확대를 위해서는 EAEU가 추진하고 있는 역내 교통·물류 서비스 시장 통합 및 단계적 자유화와 통합 교통 시스템 발전, 중국이 일대일로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교통·물류 인프라 개선 등을 적극 활용하여 물류 노선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한국 기업의 투자진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양자협력체계의 체계적 정비 및 확대가 긴요하다. 최근 설립된 북방경제협력위원회와 한·중앙아 5국 협력체계 간 긴밀한 연계가 필요한데,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다양한 협력체계 간 기능 조정, 과제 발굴, 합의사항 이행 점검 등을 주도하고, 정부간 양자협력체계는 과제를 구체화하고 합의를 도출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 주요국들과 1.5트랙 차원의 비공개 양자전략대화를 조직하는 것도 유용하다. 중앙아 국가들에서는 공히 시장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1.5트랙 차원의 대화채널 가동이 한국 기업의 투자진출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한·중앙아 협력포럼을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한·중앙아 정상회의 정례화와 유라시아 중견국회의 조직화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중앙아 국가들의 특성을 고려할 때, 대화 파트너의 급이 높아질수록 합의의 수준도 높아진다. 따라서 한·중앙아 협력포럼 차원에서 5년에 한 번 정도 정상회의를 개최하는데 합의하여, 한·중앙아 정상회의를 정례화하자는 제안이다. 만일 이것이 어렵다면 총리(내각수반)회의를 먼저 정례화하는 방안도 있다. 또한, 더 나아가 한·중앙아 협력포럼을 기반으로 하여 몽골도 참여하는 유라시아 중견국회의를 조직해볼 수도 있다. 향후 유라시아 경제통합의 주도권을 놓고 러시아와 중국의 경쟁이 불가피한 배경에서 유라시아 중견국 회의는 지경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앙아 5국(2006년 조약, 14년 의정서 서명), 몽골(1992년 선언, 98년 UN 결의), 한국(1992년 남북 공동선언)이 모두 비핵화 선언을 했다는 점에서 유라시아 비핵벨트 선언 채택을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nbsp;전문가nbsp;기고는nbsp;첨부파일로도nbsp;확인하실nbsp;수nbsp;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