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한-중앙아 수교 30주년 기념 기획칼럼6] 한-중앙아 교통·물류 협력 30년: 평가 및 향후 과제

  • 작성자 성원용
  • 등록일 2022.09.13

-중앙아 교통·물류 협력 30: 평가 및 향후 과제


 성원용(인천대)


-중앙아 교통·물류 협력의 성과와 한계

교통·물류 부문의 협력은 여타 부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실질적인 성과가 미흡했다. 물론 항공 물류 부문에서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유라시아 항공 물류 허브 구축 사업인 나보이(Navoi)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주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지는 못했다. -중앙아시아 각국간 인적·물적 교류가 증가함에 따라 한-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간 항공로 확대 회담을 통해 운항 편수 증편에 합의하기도 했다. -타지키스탄 직항 노선 개설(2019. 10) 등의 성과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교통·물류 부문의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좀 억지스럽다. 또한 중앙아시아에서 교통 전문가나 관료들을 초청하여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협력 사업 활성화에 얼마나 긍정적인 역할을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교통·물류 부문의 협력이 미약한 데는 다음과 같은 주·객관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앙아시아의 대다수 국가들이 내륙국가(landlocked country)이기 때문에 한국과 직접 연결되는 견고하면서도 안정적인 물리적 토대가 없었다. 한국과의 교역은 주로 대륙의 철도 강국(러시아, 중국 등)을 경유하는 육상(철도) 교통로(TSR, TCR )에 의존한 교역 행태가 장기간 지속되었고, 따라서 교역의 당사국들이 무역원활화 측면에서 교·물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북방 대륙을 향한 대외정책의 동력은 늘 외부환경에 취약한 불안정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중앙아시아는 러시아 혹은 중국과는 달리 한반도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 접경성의 부재때문에 관심권 밖에 위치하게 되었다.

둘째, -중앙아시아 간 교역과 교통·물류체계의 부정적 상호의존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제외하면 여타 국가들과의 교역 규모는 미미하고, 대체로 한-중앙아시아 간 교역은 일방적으로 한국제품을 중앙아시아에 수출하는 무역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었다. 따라서 항공 부문을 제외한다면 낙후된 물리적, 비물리적 물류장벽은 교역의 확대를 제한하고, 반대로 제한적인 교역 규모와 심각한 무역 불균형 상태는 교통·물류체계를 개선하려는 사고조차 하지 않는 무기력증을 낳고 말았다. 빈곤의 악순환인 것이다.

 

중앙아시아의 물류서비스 현황

국제교역의 80% 이상이 해상운송에 의해 이루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직접 대양으로 나갈 수 있는 출해(出海) 통로가 없는 중앙아시아에서 교통·물류체계는 그 어떤 국가들보다도 중대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단지 일국의 교통인프라의 발전만이 아니라 인접국가들의 교통·물류체계와 얼마나 유기적인 협력공조체제를 유지하는가에 따라, 즉 교통·물류 측면의 연계성(connectivity) 여부가 경제발전을 결정짓는 관건이 된다.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물류의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다. 각국은 저마다 실크로드의 부활을 통해 과거 유라시아 제국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자국을 통과하는 국제운송로를 구축함으로써 물류 중심국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중앙아시아의 물류서비스 환경은 형태, 가격, 질 등 모든 측면에서 낙후되어 있다. 일단 물리적 측면의 낙후된 운송인프라가 일차적인 문제이지만, 비물리적 측면의 요인들도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물류서비스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법적 규제체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 불투명한 규제체계와 관행 등으로 과다한 운송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정시성의 미확보 등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며, 또 부패 문제가 심각하여 추가적인 운송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World Bank는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통관, 물류인프라, 물류경쟁력, 트랙킹 & 트레이싱(tracking & tracing), 운송적시성 등의 분야별 지표를 종합하여 물류성과지수(Logistics Performance Index: LPI)를 발표해왔다. 그런데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격년으로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최근 조사 결과의 LPI 누적지표(2012~2018)를 보면 조금씩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

물류성과지수(LPI)

분야별지표

순위

점수

최상위대비

(%)

통관

물류

인프라

국제운송

물류기업

경쟁력

트랙킹&

트레이싱

운송

적시성

독일

1

4.19

100

4.09

4.38

3.83

4.26

4.22

4.40

대한민국

23

3.65

87.3

3.43

3.75

3.43

3.63

3.75

3.96

카자흐스탄

77

2.77

66.2

2.57

2.59

2.73

2.60

2.81

3.31

러시아

85

2.69

64.2

2.25

2.64

2.59

2.74

2.67

3.23

우즈베키스탄

117

2.50

59.7

2.13

2.44

2.38

2.49

2.54

3.01

키르기스스탄

132

2.38

57.0

2.38

2.23

2.20

2.21

2.49

2.79

투르크메니스탄

142

2.34

55.8

2.25

2.23

2.36

2.20

2.32

2.63

타지키스탄

147

2.29

54.6

2.02

2.17

2.32

2.29

2.26

2.65

출처: World Bank(2018). Connecting Compete 2018: Trade logistics in the Global Economy. World Bank.

 

 

현재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물류서비스 수준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전통적인 저소득국가들의 지표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있다. 누적 기준으로 LPI는 최상위국(독일) LPI54.6~66.2% 범위에 있다. 그러나 최근 중앙아시아 하위권 국가들과 물류선진국과의 서비스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다. 느리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예전에는 투르크메니스탄과 타지키스탄의 LPI가 최상위국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낮은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누적지표로 50%를 넘어섰다.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카자흐스탄이다. 종합 순위에서 러시아를 앞서기 시작했다. 물류인프라와 물류기업경쟁력 부문에서는 뒤쳐졌지만, 여타 부문에서는 모두 러시아를 앞서고 있다. 다음으로는 우즈베키스탄이다. 누적지표가 최상위대비 59.7%에 머물러있지만, 최근 조사에서 LPI 순위는 꾸준하게 상승했다. 최상위대비 57.0%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도 최근 통관서비스와 물류인프라의 개선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향후 전반적인 물류서비스의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왜 한-중앙아 교통·물류 협력인가?

유라시아 강대국들이 자국 중심의 국제운송로를 구축하기 위해 중앙아시아를 견인하는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서 약화된 영향력을 복원하고 대외전략을 투사하는 물리적 토대로서 이들과의 교통 연결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EU와 중국도 두 지역을 동서로 연결할 직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의 교통·물류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은 중앙아시아와 아태지역을 연결하는 통과국으로서의 입지를 활용하기 위해 중앙아시아를 향한 서진(西進)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해가고 있다. 지금 유라시아 물류의 중심축은 중앙아시아를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도 유라시아에서 합당한 전략적 위상을 찾기 위해서는 중앙아시아와의 교통·물류 연계성을 조기에 확보해야 한다.

다음 중앙아시아와 연계된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유라시아 국제운송회랑 개발과 관련된 지정학적 구도를 매우 복잡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와의 협력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지리적 고립상태에서 벗어나 통과운송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원자재 수출에 과도하게 의존한 구경제에서 탈피하여 산업 다각화를 실현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불평등 교역구조를 고착화하고 중국 의존도를 심화시키는 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러한 중앙아시아의 딜레마 상황과 고충을 깊이 헤아려 이들과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교통·물류 협력을재구축해야 한다. 러시아에는 압도적인 중국을 견제할 균형추가 필요하다. 중앙아시아에도 과도한 대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중-러간 지정학적 경쟁에서 균형외교를 펼쳐나갈 수 있는 연대의 축이 필요하다. 사실 한국도 똑같은 상황에 직면해있다. -중 전략 경쟁이 격화되고,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신냉전의 기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간국간 폭넓은 연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중앙아시아 간 교통·물류 협력은 그러한 연대의 핵심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발표한 2020년 네트워크준비지수(Networked Readiness Index: NRI)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CIS권 국가들은 러시아(48)를 제외하면 50~60위권에 머물러있고,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계속 90~110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 교통·물류서비스가 ICT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ICT 인프라 개발은 통과운송회랑 구축에서 절대적인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중앙아시아에게 ICT 강국인 한국과의 교통·물류 협력은 인프라와 네트워크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복합프로젝트를 의미한다.

 

-중앙아 교통·물류 협력의 과제와 방향

국제운송로 활성화 차원에서 한-중앙아시아간 교통·물류 연계성 제고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중앙아시아의 교통·물류산업 현대화와 한국기업의 중앙아시아 물류시장 진출 차원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강화되어야 한다.

중앙아시아에서 신공항 건설이나 공항 현대화 사업이 확대될 전망이다. 따라서 선진적인 항공인프라 건설과 항공물류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한 한국이 다양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중앙아시아에서도 도로운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CAREC 운송로와 연계된 간선도로건설 사업이나 대도시 순환도로 신설 사업, 고속도로 휴게소 건설과 운영 노하우 전수 등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중앙아시아에 조기에 국제적인 규모의 대규모 물류단지가 건설되어야 한다. -중앙아시아 무역활성화 차원만이 아니라 중앙아시아가 명실상부한 복합운송의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복합물류단지가 건설되어야 한다. 양자가 전략적 협력을 집중해야 할 분야이다.

국제물류전문가를 양성하는 데도 협력해야 한다. ODA 방식의 교육지원 프로그램, 혹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개도국 연수생 초청사업 등을 활성화하거나 대학간 물류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조직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간 중앙아 교통물류정보센터를 설립하여 중앙아시아 교통·물류 정보의 수집과 분석, 정보의 교류 및 확산, 관련 분야 전문가들간 인적 네트워크 강화 등을 추진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