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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독립 30주년, 2세대로 전환중인 중앙아시아 정치

  • 작성자 엄구호
  • 등록일 2021.01.15

독립 30주년, 2세대로 전환중인 중앙아시아 정치


엄구호(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금년은 중앙아시아 5개국이 독립 30주년을 맞이하는 의미 있는 해이다. 5개국 모두 30주년을 축하하는 많은 행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각 국이 처한 여러 어려움에 더하여, 더욱 첨예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상황과 코로나 위기의 여파로 인해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중앙아 각 국은 110일 실시된 카자흐스탄 총선과 키르기스스탄 대선을 시작으로 앞으로 선거가 이어질 것이며, 이 선거를 통해 지도자들과 여당은 과거보다는 엄격한 능력 평가를 받아야 한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이미 세 차례의 민중 봉기가 일어났고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타지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에서도 정국 불안정 요인이 점차 커지고 있다. 독립 후 1세대 정치가 끝나고 새로운 2세대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중앙아 각 국의 정치 상황을 간략히 개관하고자 한다.


성공적 총선 치른 카자흐스탄


2019319일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시작된 카자흐스탄 정치 변화 과정은 아직 진행 중이며 그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권력을 이어 받은 토카예프 대통령은 정치 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어지는 국민들의 항의 데모와 가시적이지는 않지만 권력 내부 역학의 지속적 변화로 인해 일말의 불확실성이 생겨나고 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작년 6월 평화로운 집회 참여를 보장하는 법안을 제안하여 소위 청문국가(Hearing State)’라는 새로운 개념을 구현하고자 하였다. 정부는 ‘Tyndau(Hear의 카자흐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통해 시민들이 공공 서비스에 대한 평가에 자유롭게 참여하고, 정부 서비스에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전자정부가 미래 정부의 청사진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국가 공공신뢰 위원회(National Council of Public Confidence)가 제안한 집회 자유, 소수 정당 권리 확대, 여성 및 청소년 정당 명부 30% 보장 등 정치개혁에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

이번 110일에 실시된 총선은 이러한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를 받는 정권의 중간고사였다. 양원제인 카자흐스탄에서 하원인 마질리스(Majilis)의 의석수는 107석인데 그중 98명은 선거 기간 동안 정당 명부에서 직접 선출되고 나머지 9명은 국가의 주요 민족 집단을 대표하는 자문 기관인 카자흐스탄 인민 총회(Assembly of People of Kazakhstan)’에서 선출된다. 작년에 선거법을 개정해서 마질리스의 경우 정당명부에 여성과 청년이 30%이상이 되어야 한다.

이번 선거에는 등록된 5개 정당이 참가했으며 사실상 유일한 야당인 전국사회민주당(National Social Democratic Party)’은 선거를 보이코트 함으로써 야당 없는 선거가 되고 말았다. 선관위의 예비 결과 발표를 보면 누르 오탄(Nur Otan)은 거의 72%를 받았으며 친 정부 정당인 악 졸(Ak Zhol)카자흐스탄 국민당(People’s Party of Kazakhstan)‘이 각각 11%9%를 얻어 의석을 확보하게 되었다(7%가 의석 확보 최소 기준).


[1] 2021 카자흐스탄 마질리스 선거 결과

정당명

누르 오탄(Nur Otan)

악 졸(Ak Zhol)

카자흐스탄 국민당(People’s Party of Kazakhstan)

정당 지도자

Nursultan Nazarbayev

Azat Peruashev

Aiqyn Qongyrov

2016 총선

84, 82.2%

7, 7.18%

7, 7.14%

2021 총선

71.09%

10.95%

9.10%

지지율 변화

11.11%

▲3.77%

▲1.96%

선관위의 예비 발표이며 최종 공식 결과는 아님.


이번 선거에서 누르 오탄당은 지난 총선보다 지지율이 11% 줄었지만 여전히 압도적 지지를 확인했고 의석을 얻은 나머지 두 정당도 친정부 성향이어서 향후 정치상황이 기존 궤도를 크게 벗어날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반정부 활동가들이 다수 체포되었고 전국사회민주당등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야당들의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는 등 정국 불안 요인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고,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정국 안정이 보장된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제로 귀환하는 키르기스스탄


중앙아시아에서 민주주의 섬으로 불리는 키르기스스탄은 정치적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의 3차 혁명으로 불리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가 202010월 초에 발생한 것이다. 작년 104일의 총선은 새로 형성된 여당인 통합당(Unity)’과 부패의 상징이 된 나의 조국 키르기스스탄당(My Homeland Kyrgyzstan)’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으나 부정선거 시비로 얼룩져 광범위한 정치 및 시민 세력의 즉각적인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자발적인 시위의 확대는 젠베코프 대통령의 하야를 가져왔고 재야의 사디르 자파로프(Sadyr Japarov)와 그의 지원 그룹을 권력으로 소환하게 되었다.

바키예프 전대통령의 지지자로 정치를 시작한 민족주의 성향의 자파로프는 2013년 캐나다 기업이 운영하는 쿰토르 금광의 환경 오염과 부정부패 관련 항의 시위를 주도했다가 11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이었다. 총선 부정 논란 정국에서 풀려나 곧 총리직을 맡았고 젠베코프 대통령이 정치 혼란을 책임지고 물러나자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다. 110일 실시된 대선에서 애국(Patriotic, Mekenchil)후보로 출마한 자파로프는 79% 이상의 득표를 얻어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우리가 또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이번 선거에서는 정치체제 변경에 관한 국민투표가 함께 실시되었다는 것이다. 국민투표 결과 대통령제 지지율이 81.3%로 나타남으로써 키르기스스탄은 순수 대통령제를 채택하게 될 것이다. 2010년 키르기스스탄 남부에서 발생한 민족간 충돌로 바키예프 대통령이 물러난 두 달 후인 2010627일 실시된 국민 투표는 키르기스스탄의 헌정체제를 사실상 의원내각제인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였었다. 이는 키르기스스탄의 고질병인 친족주의를 종식시키고 권력의 집중을 막기 위해 고안 되었었다.

키르기스스탄 국민들이 대통령제를 다시 채택하게 된 것은 후견 네트워크가 지배하는 정치문화에서 의원내각제가 뿌리 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였고, 그간 경험에서 대통령제가 국민행동을 통한 해임 요구로 국가 지도자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민주적 메커니즘을 제공하였다고 믿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파로프 대통령 취임이 키르기스스탄의 정국 안정을 담보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비제도화된 정권 교체는 법치와 공공 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존중을 훼손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국가를 통치하고 필요한 경제 및 사회 개혁을 추진하는 모든 어려움이 증폭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 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었고, 만성적으로 높은 실업률을 문제를 완화시켰던 해외 노동자 송금 감소가 키르기스스탄 경제의 본색을 국민들에게 드러내었다. 이런 상황에서 파퓰리즘의 물결이 드세 지면서 또 다른 시위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정권 세습도 가능한 타지키스탄


타지키스탄도 작년에 코로나 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승리했다고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 거주 노동자들의 송금에 크게 의존하는 타지키스탄으로서 러시아가 타지키스탄 노동자 입국을 다시 허용해주기를 바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라흐몬 정권은 작년 3월의 총선과 10월의 대선을 압승하면서 정치 궤도를 이탈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작년 31일 실시된 총선에는 7개 정당이 참여했는데 여당인 인민민주당(People’s Democratic Party)’63석 중 압도적인 47석을 차지하였고 의석을 확보한 나머지 정당들도 사실상 친정부 정당이었다. 유일한 야당은 사회민주당(Social Demcratic Party)’0.3% 밖에 얻지 못에 의석을 갖지 못했다.

작년 1016일 실시된 대선은 라흐몬 대통령의 아들인 루스탐 라흐몬으로의 권력 승계 가능성 때문에 관심이 몰렸었다. 루스탐은 2017년 아버지에 의해 두샨베 시장으로 임명되었으며 작년에는 타지키스탄 상원인 마질리시 밀리(Majilisi milli)의 의장으로 선출되었었다. 명실공히 2인자가 된 것이다. 2016년 국민투표에서 대통령 후보의 나이 제한을 35세에서 30세로 낮춘 것도 작년에 루스탐이 32세가 되는 점을 감안한 결정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작년 대선에 루스탐으로의 권력 승계가 점쳐졌었다. 1952년생으로 68세인 라흐몬 대통령이 과연 임기 7년의 대통령직을 끝까지 수행할 수 있을지 그 이전에 권력 교체가 시도될 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독립 30주년을 맞아 라흐몬 대통령은 수도인 두샨베에 독립기념비가 들어설 새로운 국립공원을 조성하고 있으며 금년에 새로운 국립극장과 중앙아시아 최대의 모스크를 세움으로써 국가지도자의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경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양원제 도입하는 투르크메니스탄


작년은 투르크메니스탄에게 최악의 해였다. 코로나 위기의 상황 속에서 4월 말 두 지역이 엄청난 허리케인으로 고통 받았다. 국가의 지원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인내심과 조용함으로 알려진 투르크메니스탄 국민들이 시위를 벌이는 일까지 발생하였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심각한 경제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로 인한 국경 폐쇄는 터키와 키프로스에서 일하는 투르크메니스탄 이주 노동자들의 송금에도 어려움을 주어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관심은 정치보다는 당연히 경제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할 투르크메니스탄의 가장 중요한 정치 변화는 작년 헌법 개정으로 금년부터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양원제 의회가 운영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3월에 새로운 상원인 할크 마슬라하티 (Khalk Maslahaty)’의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상원의 창설에 대해 국민의 관심은 별로 크지 않으며 대통령의 친인척에게 정치 진출의 기회만 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도 있다. 일부에서는 미래의 권력 승계 메커니즘과 관련된 조치로 해석하기도 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전염병으로 인해 국경을 최초로 폐쇄 한 국가 중 하나이지만 마지막으로 국경을 개방 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지역주의 주도하는 우즈베키스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취임후 전임 카리모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소홀히 했던 중앙아시아의 지역적 유대를 되살리는 데 주력해왔다. 201736일 미르지요예프의 첫 공식 대통령 방문은 중앙아시아 5개국 중 가장 고립된 투르크메니스탄이었다.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국경을 잇는 아무다리야 강 철도와 도로 개통에 합의했으며,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중국 간의 가스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또한 투르크메니스탄이 우즈베키스탄을 경유 해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전력을 수출하는 방안도 합의함으로써 양국 경제관계의 진전을 이루었다.

이은 2017323일 카자흐스탄을 공식 방문해 아스타나 엑스포에 나자르바예프 당시 대통령과 함께 참여했으며 옴스크-파볼로다르-침켄트로 이어지는 석유 공급 파이프라인에 동의하는 협정서를 체결했다. 201796일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Bishkek)를 찾은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1,170km가량의 전체 국경선 중 950km 구간의 장벽을 거둬내는 데 성공했다.

한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차원에서 타지키스탄과의 관계 개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2017411일 중단됐던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케트와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 간 항공 노선이 25년 만에 재개되었으며, 양국은 직항 노선 개설을 기념해 2017417일부터 20일까지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우즈베키스탄 제품 박람회를 개최했다. 타지키스탄으로서는 독립 이후 처음 개최되는 우즈베키스탄 산업 박람회였다. 201839일 타지키스탄 방문을 통해 Rogun 수력 발전소를 구축할 수 있는 타지키스탄의 권리를 인정하였으며, 더욱이 우즈베키스탄 측은 공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이러한 노력은 중앙아 지역주의 제도화의 기틀이 되었다. ‘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를 제안하여 20183월 누르술탄에서 첫 회의가 열렸고 20191129일에는 2차 회의가 타슈켄트에서 열렸다. 3차 회의는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위기로 연기되었고 연기된 3차 회의는 금년에 투르크메니스탄 아슈하바드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정기적 정상회담은 중앙아 지역주의를 복원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중앙아 국가투자 포럼창설이 제안되었고,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은 실크 비자라 불리는 중앙아시아 솅겐비자을 만들 것을 협의하는 등 중앙아 지역주의가 형성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로 우즈베키스탄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0년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5.5% 감소한 1.5%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경제회복을 위해 비료회사인 Fergana AzotDehkanabad 칼륨 공장 등의 민영화를 발표하고, 러시아 이주 노동자를 위한 러시아 내무성 대표 사무소를 타슈켄트에 개설하는 등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년 12월에 대선이 예정되어 있지만 당연히 현직 대통령을 대신 할 대안은 없어 보인다. 우즈베키스탄의 정치 체제의 점진적 개혁은 지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