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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앙아 국가들의 군사력 현황과 전망 : ‘아제르-아르메니아 전쟁’에 대한 시각을 중심으로

  • 작성자 김정기
  • 등록일 2020.11.30

중앙아 국가들의 군사력 현황과 전망 : ‘아제르-아르메니아 전쟁에 대한 시각을 중심으로

김정기(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중앙아 국가들은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을 둘러싼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 전쟁이 사실상 아제르바이잔의 완승으로 끝난 것과 관련 두 가지 측면에서 주시하고 있다. 하나는 전쟁의 승패 요인, 또 다른 하나는 중앙아시아지역에서 터키의 역할 증대와 무슬림의 영향력 증가 가능성에 관한 것이다.

중앙아 국가들은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양국의 분쟁에 정치, 외교적인 해결방법과 국제법의 원칙을 강조하며 사실상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자제를 요청하는 매우 절제된 입장을 보여 왔다. 사실 아르메니아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과 함께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기구인 CSTO의 회원국이며, 또한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과는 EAEU의 회원국이기도 했지만 아무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는 형국이었다.

이와 관련 아제르바이잔의 승리는 우선 석유자원을 매개로 국력을 키워왔고, 주변국과 동맹국인 러시아의 중립표방으로 아르메니아가 사실상 고립화되는 냉정한 국제적 현실이 작용하는 등 여러 요소가 복합화 된 결과이다. 또한 아제르바이잔의 승리는 러시아가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한 것과는 달리 터키가 암묵적으로 아제르바이잔을 적극 지원한 데 따른 것이다. 중앙아 국가들은 이점을 들어 터키가 정치적 존재감을 나타낼 것이고, 터키 대통령이 후원하는 다양한 범 터키주의 조직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보다 결정적인 승리의 요건은 아제르바이잔이 현대화된 무기를 도입하는 등 군사력을 증강해온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 수출 자금으로 이스라엘, 터키, 러시아로 부터 무기를 수입해 왔으며, 실제로 아제르바이잔이 이스라엘에서 구매한 무인기가 이번 교전에서 아르메니아의 주력기갑 부대에 심각한 타격을 주었다. 그리고 SNS가 심리전의 격전장으로 떠오르는 등 전쟁의 새로운 양상이 부각됐다.

따라서 중앙아 국가들의 경우 아제르바이잔의 무인기의 사용과 막강한 효력, 이러한 무기를 사용한 경험과 결과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중앙아 국가들은 자국의 군사력 강화에 관심이 증폭될 것이다.

현재 중앙아 국가들의 군사력은 소련으로부터 승계한 부대, 무기, 장비 등이 모체가 되었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거나 현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대체적으로 러시아에서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거나 군사원조를 받는 형태로 군사력을 갖추어 온 것이다. 그러나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무기나 장비 등은 상당수가 구식 모델이거나 노후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중국이나 터키 등으로 부터 군사 지원 모색에 나서고 있으며, 이에 대해 러시아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근 터키 국방장관이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것과 관련 군사 분야에서 터키와의 협력 강화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군대 규모, 탱크, 선박, 항공기 등 50개 지표를 결합(핵무기 보유는 제외)하여 세계적으로 군사력의 국가별 순위를 정하는 GFP(Global Firepower Index)-2020를 보면 140개국 중 우즈베키스탄은 52, 카자흐스탄 63, 투르크메니스탄 77, 타지키스탄 94, 키르기스스탄 98위를 마크하고 있다. 국가별로 군사력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에서는 가장 막강한 화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으나 420대의 탱크 중 대부분이 T-62 구식 모델이며, 장갑차(1,215), 자주포(137), 견인포(300) 등도 마찬가지다. 공군의 장비도 주로 러시아 군용 하드웨어로 구성되어 있는 데 총 86대의 전투기 및 공격기 중 그래도 최신 기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Su-27 2, MiG-29 2대 등에 불과하다. 방공 미사일은 S-75, S-125, S-200 등 구식모델이고 중국제 HQ-9방공미사일도 구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 지역에서 항공 장비 등을 포함한 현대화된 무기를 구매하는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며, 군 현대화를 위해 러시아와의 합동 프로젝트 및 라이센스 생산 참여 등을 통해 군수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있고, 이스라엘과 남아공 등과도 협력하고 있어 여타 국가들에 비해 나은 편이다. 탱크 650(T-72 300), 장갑차 800(BMP-2 500여대), 견인포 300, 로켓프로젝터 100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련시대 생산된 업그레이드 모델들이라고 할 수 있다. 지상군의 신형 무기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를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해군은 순시선 14척 등 16척을 보유하고 있다. 공군은 전투기 등 군용기 115, 수송기 18, 헬기 79(이중 공격용은 18), 훈련기 18대 등을 보유하고 있고, MiG-31Su-30SM도 운용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지상군의 주력이 1개 기갑여단, 2개 기동사단, 4개 보병여단으로 T-72 등 탱크 712, 장갑차 1,000, 자주포 68, 견인포 269, 로켓 프로젝터 116기 등을 구비하고 있고 엘브르스 전술 미사일(Elbrus tactical missiles)도 보유하고 있다. 공군은 MiG-29 전투기 2개 편대와 Su-25 공격기 전대 등을 포함 전투기 24, 공격기 20, 수송기 3, 헬기 25(이중 공격용 헬기 10), 구형 방공미사일 S-75, S-125, S-2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해군은 순시선 20척으로 카스피해의 경제이익 보호 등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은 러시아와 중국으로부터의 무기·장비 구매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상군은 탱크 150, 장갑차 385, 자주포 30, 견인포 141, 로켓 프로젝터 21문 등을 가지고 있으며, 공군은 공격용 헬기 2척 등 총 5척의 헬기를 보유하고 있다. 방공 미사일 S-75, S-125도 보유하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아프간 무장반군의 위협이 상존하고 있어 러시아군의 지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형국이며, 최근에는 중국과 합동 군사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러시아군 201기지와 러시아항공우주군의 우주감시기지가 설치되어 있다. 3개 기동보병여단이 주축인 육군은 탱크 253, 장갑차 347, 견인포 90, 공군은 수송기 1, 헬기 20(이중 공격용 헬기 6), 훈련기 4대를 보유하고 있으나 일부는 러시아군의 해체된 군사 장비를 지원받은 것들이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중앙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전투력 등 군사적 역량이 매우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 극단주의와 테러, 마약 밀매에 맞서야 하는 중앙아 국가들은 아제르바이잔 - 아르메니아 간 전쟁에서 보듯이 무인기와 같은 현대화된 무기 및 장비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국의 실정에 맞는 방산 장비 도입이나 지원을 모색하는 등 군사력 강화에 적극 나설 것이며, 러시아, 터키, 중국, 이스라엘 등과 군사 분야 협력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경우 중앙아 국가들과의 방산분야 협력은 이들 국가들이 아제르바이잔과는 달리 역내 및 주변국과의 분쟁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중앙아 지역 국가들과의 방산분야 협력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과는 방산 공동위를 개최한 바 있고, 투르크메니스탄에 대해서는 방산수출 시장으로 검토하기도 하였다. 다만 방산장비 도입을 위한 재원이 충분치 못하다는 한계를 안고 있으나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과는 향후 협력 여지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