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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 정국혼란 속 키르기스스탄과 공동의 발전 방안 찾아나서

  • 작성자 김상철
  • 등록일 2020.11.16

우즈베키스탄, 정국혼란 속 키르기스스탄과 공동의 발전 방안 찾아나서

김상철 (한국외대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중앙아시아 지역 현안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지난 104일 키르기스스탄 총선 이후, 또 한 번 민중들에 의한 정권 교체 시위가 일어났다. 국제 사회 동향을 다루는 여러 언론들에서는 이른 바 키르기스스탄의 세 번째 혁명이라고 하지만, 이번 부정선거에 대한 민중 시위는 키르기스스탄 남부와 북부 지역 세력 충돌과 정권의 전환이라고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이러한 양상의 특징은 우리 한국과 달리, 진보와 보수 진영의 충돌과 같은 단순한 정치 이념적 기제로 인한 균열이 아닌 키르기스스탄 고유의 씨족 문화와 경제적 문제 등으로 인한 지역감정으로부터 야기된 복잡다단한 문제로 판단해야 한다.

현재 이러한 정권 교체 과정에서 불안정한 키르기스스탄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중앙아시아 역내 국가들은 대체로 신속한 극복을 바라고 있는 입장이다. 이는 이번 사건 직후인 지난 109, 나머지 중앙아시아 4개국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이 키르기스스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함으로부터 시작한다. 공동성명의 주된 내용은 키르기스스탄 내 모든 정당과 대중들이 국가 헌법 규정에 따라 평화를 회복하고, 해당 사건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낙관론을 표명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수세기 동안 걸쳐 이어진 투르크 민족이라는 공통의 고리와 문화적, 영적 가치를 공유하는 이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키르기스스탄의 신속한 조치와 사회 안정이 중앙아시아 지역 전체의 안보와 번영을 이룰 수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상호 간 전략적 파트너로서 경제 발전에 서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과, 현 시점에서 가장 문제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른 회복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한편, 중앙아시아 역내 국가들 중에서도 키르기스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 한 때 충돌이 있었으나 근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입장과 그 대응은 어떨지 살펴보는 것도 해당 지역사회 이해에 있어 도움이 되리라 본다. 특히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개혁과 개방 노선과 맞물리는 지점에서, 인접국인 키르기스스탄에 대한 태도는 과거와 달리 상당히 우호적임을 살펴볼 수 있다. 사실 1,370km에 달하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양국은 카리모프 정권 시기 국경 인근 크고 작은 분쟁이 많았으나 미르지요예프 정권 이후 2017년부터는 이러한 문제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는 미르지요예프의 선출 당시 공약에도 나타나있는 부분이다. 유럽안보협력기구에서도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이러한 노력을 인정한 바 있으며, 과거 카리모프 정권 시기보다 두 국가의 상호 신뢰 수준이 격상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올해 1월과 5월에도 목초지와 물 사용을 둘러싼 국경 지역 분쟁이 있었으나,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크게 불거지지는 않았다. 이와 같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상호 신뢰 구축 초치에 대한 합의 조항에 따라 우호적인 이웃이자, 전략적 파트너의 이념으로 국경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빠른 해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이번 키르기스스탄에서의 사건을 지켜본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시위 직후 우선 외무부를 통해 우려를 표명했다. 당국은 키르기스스탄 사건과 긴장된 상황에 대해 심각히 우려하고 있으며, 형제 국가인 키르기스스탄이 가능한 한 빨리 안정화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이다. 아울러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키르기스스탄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있고, 인도주의적 협력을 할 것이라고 전달했다. 이러한 대응은 과거 20104월 키르기스스탄 혁명 당시 냉정한 반응을 보여주었던 카리모프 정권 시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은 1015, 현재 키르기스스탄 자파로프 총리에게 축하 서신을 보내며, 키르기스스탄의 책임자와 함께 번영을 이루겠다고 전달했다. 이 또한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의 이웃국가에 대한 정책 노선 방향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이러한 대응은 러시아 정부와도 상이한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과거 소비에트 연방 공간 내에서의 민족 간 분쟁이 이미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지라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태도일 수도 있고, 천연 자원이 빈약한 키르기스스탄에 대해 그렇게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양국은 카리모프 정권 이후 지속가능한 호혜적 교류를 이어가는 양상이다. 2016년 이후 양국 간 무역 규모는 5천만 달러에서 2019년에는 88천만 달러로 급성장했으며, 크고 작은 국경 분쟁이 발발하고 있으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모색하고 새로운 교통망 개발과 수력 발전 등의 부문에서도 협력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 역시 국가 발전을 위해 20세기의 민족 간 상호 적대감 보다는 21세기의 협력이 중요함을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하나의 과거를 가지면서 공동의 발전을 이룩하자라는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이번 입장은, 앞으로도 과거 문화적 유대관계의 단절을 보완하고 상호 국익을 위한 협력이라는 지점으로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