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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COVID-19 팬데믹 시대 중앙아시아의 지정·전략적 함의와 미래

  • 작성자 서동주
  • 등록일 2020.08.14

COVID-19 팬데믹 시대 중앙아시아의 지정·전략적 함의와 미래


서동주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유라시아 중앙에 자리 잡은 중앙아시아를 생각하면, 먼저 세속화된 이슬람 문화 사회와 함께 실크로드를 떠올리게 된다. 최근에는 중국이 펼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핵심적인 중간 네트워크 기착지가 먼저 연상된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중앙아시아는 늘 지정학 판의 변화속에 생존해 왔다. 거대게임이란 불리 우는 강대국 간 경쟁과 다툼의 와중에 놓여 있었으며, 냉전체제하에서는 소연방의 구성 공화국으로 존재하기도 하였다. 9/11 이후 전개된 테러전 시대에는 전장(戰場)의 핵심 무대이기도 하였으며, 최근에는 에너지 보고(寶庫)와 물류 네트워크의 연결점으로 그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다.

세계는 지금 또 다른 변화의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810일 기준으로 COVID-19 확진자가 2,000만 명 넘어섰으며, 사망자도 70만 명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영역에 단순히 명기되었던 전염병, 국제보건이 최고의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다. COVID-19 팬데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화의 물결 속에 진행되어 왔던 국제관계, 국가정책, 사회문화, 개인 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모습을 바꾸어 나가고 있다. 어느덧 길거리 나설 때 마스크를 쓰고 나가는 것이 자연스런 일상이 되었으며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았다. COVID-19으로 인한 전례 없던 파급영향으로 인해 국제사회의 질서와 성격 또한 크게 바뀌어 나가고 있다.

국제질서는 2차 대전 이후 형성된 얄타체제, 냉전체제 이후 여러 차례 변모해왔다. 1989년을 전후해 동유럽의 체제전환과 구소련의 와해와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 패권체제의 등장, 20019/11 테러로 인한 테러전 시대의 개막,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중국의 상대적 부상 등이 그것이다. 2014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는 서방측의 대러 제재와 맞물려 중·러의 전략적 동반자관계 공고화 등 새로운 진영 형성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2017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초불확실성의 국제질서 모습이 뉴노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기존의 불확실성 속에 COVID-19 팬데믹 출현으로 세계질서는 더욱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게 되었다. 저명한 석학들과 유관 학회에서는 이를 분석 평가하느라 여념이 없다. 한국국제정치학회의 2020년 하계학술대회 주제도 코로나 19와 국제질서의 변화”(COVID-19 and the New World Order)이었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온라인(online)이 강조되는 비대면, 언택트(untact)의 시대, 국가 별 각자도생 추구, 글로벌 거버넌스의 역할 약화 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방역 체계의 미흡, 정보 격차(digital divide), 관광의 실종 등으로 타격을 크게 받고 있으며, 그 어느 때 보다도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잘 아는 바처럼 중앙아시아 지역은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유라시아의 핵심 구성체이자, 거대게임의 주()무대이고 안보적 차원에서의 전략적 요충지에 해당된다. 즉 미국의 신실크로드인도-태평양 전략’, 중국의 일대일로’, 러시아의 ()유라시아(Greater Eurasia)’ 등의 제()정책이 접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정학의 귀환(return of geopolitics)과 신냉전(new cold war)의 움직임이 커져가는 가운에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도 천연자원의 보고로서 에너지 안보의 각축장이기도 하며, TRACECA( Transport Corridor Europe Caucasus Asia) 건설 등 각종 교통, 에너지 인프라 사업 등 세계적인 물류 거점의 잠재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또한 우리에게 있어 중앙아시아는 외교정책의 블루오션,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보장지, 이슬람권의 진출과 중동 및 유럽권 진출의 교두보, 역내 다자협력체 진출 시험대, 북핵 폐기 모델로의 참조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라시아 국제질서 재편과 COVID-19 펜데믹이 중앙아시아에 미칠 파급영향과 변모될 모습에 주목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앞으로 유라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은 미·중 간 격돌이 심화되면서 양 진용의 대결의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기존의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CSTO, SCO, CICA에서의 내부 결속이 강화될 것이고, BRICS에서도 합종연횡 모색이 치열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북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기존의 중앙아 진출 전략을 잘 살려 나가되, 다음과 같은 점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기여와 위신 외교(prestige diplomacy)에 해당되는 부문으로 ODA, EDCF, KSP 사업 등 중앙아 국가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부문을 더욱 늘려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은 국제적 신망을 얻고 있는 K-방역 부문에서의 협력과 의료 지원 등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다양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신흥안보 부문에서의 능력과 경험을 전수해 주는 것이다.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는 부문으로 국가브랜드 제고뿐만 아니라 그 지역 국민들의 진정어린 마음을 얻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밖에 한류를 기반으로 하는 체계적이고 공세적인 공공외교를 펼칠 필요가 있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종교, 역사, 문화, 언어 등 4개의 큰 기둥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특징이 있다. 현재 외교부가 국민과 함께하는 공공외교, 세계가 신뢰하는 매력한국 건설을 내세우며 공공외교를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음에 비추어 중앙아 지역에 대한 공공외교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한다. 특히 청년공공외교단을 비롯한 국민 참여형 공공외교 사업은 중앙아시아에도 적실성 있게 잘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중앙아시아는 외교부문에서 변방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최근 유라시아 질서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보다 이 지역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모쪼록 COVID-19 팬데믹 시대에 여러 난관을 잘 극복하고 한·중앙아 국가 모두 더욱 더 교류 협력을 증진해 나가고 공동 번영하는 모습으로 진전되어 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