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가을의 문턱에서,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전한 것은?
오상호 (한국외대 중앙아시아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지난 9월 1일, 카자흐스탄 카슴-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가을의 시작과 함께 대국민 연설을 진행했다. 연설은 카자흐어와 러시아어를 순차적으로 사용하며 이루어졌으며, 총 90분 간 원고지 약 240매 분량의 텍스트를 단독으로 연설했다. 이번 토카예프 대통령의 연설은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해 사회적 난황을 경험하고 있는 시점에서, 카자흐스탄 자국민들을 독려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연설 서두에서 이른 바 ‘전염병’과의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의료진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구절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토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 국민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주요 골자 총 11가지로 정리하여 전달했는데, 그 내용은 매우 방대하지만 핵심적인 본질은 바로 카자흐스탄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의 국가 시스템 개혁과 국민 삶의 질 개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토카예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정부 계획을 전달하기에 앞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한 국민들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450만 명에 달하는 실직자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점과 100만 명의 취약계층 국민들이 물품 지원을 받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팬데믹이 최소 2년 이상 갈 것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말을 빌리면서, 카자흐스탄 정부는 오는 2023년까지 전염병 통제 프로그램을 체계화하고 여기에 약 1조 텡게 이상을 할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향후 카자흐스탄 정부의 대처 방향을 토대로 하여, 토카예프 대통령은 함께 병행해 나가야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언급했다. 그 중 우선적으로 강조한 부분은 바로 새로운 국가 행정모델에 관한 내용이었다. 급변하는 현 시점에서 행정 시스템은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원격 근무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공무원 직업 감축을 통해 효율성 확보와 디지털화를 보강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즉 전문성의 갖춘 공무원의 채용으로 질적 서비스를 높이고 필요 없는 예산 및 절차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생략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여기에서 토카예프 대통령은 디지털화가 모든 개혁의 핵심 요소라고 재차 강조하며, 기존 문서화 된 행정절차를 중지하고 데이터베이스화 시켜 정보화 시대에 발맞추어 나갈 수 있는 국가가 되어야 더욱 빠른 실질적 차원의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경제 부문에 있어서는 전략적 역량 강화를 위해 새로운 영역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른 바 ‘누를르 졸’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새로운 교통망 구축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데 2025년까지 약 24,000㎞의 도로를 보수하거나 설치할 예정이다. 또한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해 임대료 면제나 부정부패 척결, 복잡한 세금 체계도 정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차원에서는 중소기업의 활동을 확대하고, 국가 차원에서는 유라시아경제연합에서의 활동과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카자흐스탄 내 주요 도시만 성장해나가는 양상에서, 보다 균형 잡힌 국토 개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카자흐스탄 노동력이 집중되어 있는 남부 지역의 산업 잠재력 이용, 서부 지역의 화학 단지 건설 유치, 기타 국경 지역 도시들은 러시아 당국과 긴밀한 관계 구축을 당부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행정적 개편과 경제 발전 방향을 단호한 어조로 전달한 후, 더 많은 시간을 국민 복지 및 삶의 질 개선에 배분하여 연설을 진행해 나갔다. 여기에는 저소득층 가구를 위한 지원, 청년층의 노동 환경 개선을 포함하여 교육 서비스의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의 임금을 내년부터 25% 인상할 전망임을 밝히고, 2025년까지 6세 미만 아동들이 전원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다양한 아동 및 청소년 커뮤니티 개설과 도농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하여 후속세대들이 차별 없는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전망이다. 한편 일반 국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법치주의의 실현과 범죄 예방, 사법 체계 개혁을 추진하고, 국민들이 국가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패러다임을 도입할 시기임을 알렸다.
이번 토카예프 대통령의 연설은 현재 영상 플랫폼들을 통해 누구나 접근가능하며, 공식 매체를 통한 영상에는 약 400여개 이상의 댓글들이 달린 상태이다. 여기에는 보다 개혁을 원하는 청년 세대들의 기대와 비판들이 섞여 있고, 과연 연설문의 내용처럼 바람직한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지방 자치의 실현, 그리고 오늘날 경제적 난관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년이면 벌써 독립 30주년을 맞이하는 카자흐스탄, 그간 밀도 높은 경제 성장 과정에 맞추어, 향후 행정시스템의 개혁과 정치적 자유 등 해결해야 할 부분은 너무 많다. 이는 급격히 변화되는 시점 한 가운데 서 있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대응과 수용, 그리고 이 시대의 주축인 청년들의 사회적 관심이 서로 맞추어 나감에 그 해결책이 있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