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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중앙아시아에서 창업을!

  • 작성자 전대완
  • 등록일 2020.09.04

중앙아시아에서 창업을!

전대완(계명대학교 특임교수)

코로나
19 사태로 경제가 많이 우울합니다. 기업은 나날이 움츠릴 대로 움츠리고, 젊은이들은 갈 데가 마땅찮아 방황하게 됩니다. 그러나 여기 한 줄기 빛이 되는 프로그램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한국국제교류재단 한-중앙아협력포럼사무국에서는 유라시아청년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라시아 경제협력을 주도할 청년들의 역량을 강화하며 지역전문가로 양성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현지어 교육, 비즈니스교육, 케이스 스타디, 국내연수, 해외연수, 현지 인턴십까지 포괄하는 실전형 프로그램인 만큼,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하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우리 청년들이 현지 진출기업에 취직하거나 현지에서 창업하거나 하는 것을 지원하고자 합니다.

창업과 관련하여, 한 우즈베크 청년의 사업 성공스토리를 얘기해볼까 합니다. 따져보면,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의욕은 넘쳐났고, 실패는 아랑곳하지 않았던 우리 자신들의 얘기가 되겠으나, 이번에는 주인공이 바뀌었습니다. 사실 요즘 일류 대기업들조차도 당장 돈 되지 않고 리스크 있는 부문은 말끔히 정리해버리고, 동시에 고용과 투자를 최소화하는 절대 안전경영에만 치중하는 걸 봅니다. 이런 풍토에서 더욱이 개인이, 중소기업이 투지를 불사르리라고 기대하기란 난망일 터입니다. 우리도 모르게, 그리 제어하기 어려웠던 우리의 창의적인 용맹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뒤따라오는 중앙아시아 신흥국의 도전정신에서 되레 교훈을 얻어야겠습니다.

한 우즈베크 청년이 우리의 고용허가제 프로그램으로 일회용 물티슈 생산 공장에 취직하게 되었습니다. 작업과정도 간단했고 근무여건도 생각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좀 미안한 얘기이지만, 우즈베크의 현지 공장들보다 훨씬 자동화가 잘되어 있을 뿐 아니라, 공장에서 의식주까지 해결해주니 안 좋게 받아들일 리가 없겠습니다. 다양한 물티슈를 열심히 생산하면서도, 자기 나라에서의 시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곤 했습니다. 생각으로는 100, 200장짜리 저렴한 물티슈를 놔두고 왜 비싼 한 장짜리 물티슈를, 어느 누가 사 쓸까, 팔린다고 해도 또 얼마나 팔릴까, 궁금증이 늘어났습니다. 연일 생산된 제품은 박스로 포장되어 수요처로 실려가는 걸 보며, 고국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이 사업은 되지 않을까, 당장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먹히지 않을까, 조금씩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어느덧 5년은 흘렀고, 월급통장에는 적지 않은 저축이 쌓였습니다. 고국에서는 무진장 귀하기만 한, 달러로 현금화하여 가져갈 것인가, 아니면 대다수의 외국 근로자들이 하듯 값나가는 한국산 전자제품을 왕창 구입해 갈 것인가. 양단간 결정해야 할 순간이 왔습니다. 이 청년은 사장에게 월급을 현금으로 주는 대신해 창고에 쌓여있는 물티슈 생산 중고기계를 달라고 했습니다. 5년간의 노하우는 몸에 뱄고, 기계만 가져가면 바로 생산할 수 있으리라 자신했습니다. 다만 고국에서 물티슈에 대한 수요가 얼마나 클까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일단 귀국해서 용맹하게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산하자마자 입소문이 돌며, 국영기업 우즈베크항공부터, 또 여기저기 고급 레스토랑까지 일시에 주문을 쏟아내는 게 아닙니까! 얼마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대박을 친 겁니다.

여담이지만, 그렇게 대박 친 사업에 대해 상세히 듣게 된 것도 우리 공무원들의 철저한 관료주의 탓이었습니다. 이 청년 사업가가 돈을 벌어서 한국 공장에 연락을 했다는 겁니다. 곧 달러를 더 마련해서 날아갈 테니 중고기계를 더 불하해 달라고 말입니다. 비자를 신청했는데, 어허 생뚱맞게 거부를 당했습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따졌지만, 그런저런 핑계로 한국에 입국해서 종적을 감추는 사례가 많아서 안 된다는 설명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필자까지 알게 되었고, 바로 입국비자를 발급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우리 사람 중에도, IMF 외환위기 당시에 고철가로 내팽개쳐진 양파망 생산기계, 사탕 생산기계, 봉재용 재봉틀, 우리식 피자구이 등을 중앙아시아에 이전, 생산하며 부를 쌓은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산업화 단계 및 기술적인 측면에서 다양하게 발달한 우리에게는 중앙아시아가 큰 투자 없이 우리 제품을 현지 생산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경우는 한국을 체험하며 자유경제를 맛본 우즈베크 청년이 되레 자기 나라에서 투지를 발휘함으로써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발전한 경우가 되겠습니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을 뒤따라갈 땐, 거기서 뭐든지 가져와서 그저 하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했던 걸 그대로 따라하며, 임금수준, 고용조건 등, 더 유리한 환경에서 더 열심히 하려는 국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같이, 우리를 선호하고, 우리를 기다리는 시장은 여기저기 활짝 열려 있습니다. 우리의 청년들이 예전의 투지와 용맹으로 재무장하고, 오늘의 우리 것만 이전해가도 새로운 가능성, 충분한 경쟁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뭐라 해도 우리에겐 그것 이상의 고귀한 자산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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