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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관점

  • 작성자 박상남
  • 등록일 2021.04.30

중앙아시아의 현재와 미래를 보는 관점

박상남(한신대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강대국의 역학관계를 먼저 파악해야

중앙아의 현재와 미래모습은 어떠할까? 구조적 현실주의는 강대국간 힘의 배분양상에 따라 국제질서가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규정한다. 개별국가들의 정책보다도 강대국들의 역학관계가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냉전시기 미·소가 대립하자 자본주의, 사회주의 진영에 속했던 나머지 국가들도 서로 적대관계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미·소관계가 우호적으로 변하자 단절되었던 동서교류가 시작되고 독일은 통일을 맞이하게 된다. 이렇듯 국제정치의 상위질서를 결정하는 강대국들의 관계에 따라 국제질서 의 양상 또한 달라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현재 중앙아에 형성된 강대국의 역학관계가 현재, 미래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세계적 차원에서는 미국이 최강국이지만 중앙아 지역적 차원에서 보면 러·중이 양대 강국을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두 강대국은 밀월관계이다. 미국의 , 중 압박이 강해질수록 러·중은 워싱턴을 견제하기 위해 더욱 밀착하면서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러·중의 우호적 관계 영향으로 중앙아 국가들 역시 협력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현재 중앙아 국가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대내외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만약 미·소가 대립했던 냉전시대나 미·중관계의 긴장이 높아지는 현재의 동아시아처럼 중앙아에서 러·중이 갈등관계였다면 어떠했을까? 중앙아 국가들의 정책적 자율성은 제한되고 러·중 양쪽으로부터 양자택일을 강요받았을 것이다.

중앙아 국가들의 자율성과 협력네트워크

우호적 러·중 관계는 중앙아 역내 평화와 협력에 기여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갈등하는 미중 양국사이에서 곤경에 처한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부러운 일이다. 전통적으로 러시아 영향력이 강했던 중앙아에서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러시아는 표면적으로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보다는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과 중국의 일대일로를 결합하여 거대한 유라시아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앙아 국가들 역시 러·중 양국은 물론 다양한 국가들을 상대로 한 협력에 나서고 있다.

카자흐와 우즈벡의 대외정책을 살펴보면 러·중 협력관계의 긍정적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으로 카자흐, 우즈벡 모두 중앙아의 맹주인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면서도 동시에 중국과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우즈벡의 경우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 경제연합에 옵서버로 가입하는 동시에 중국과 경제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카자흐 역시 중국의 일대일로에 호응하면서도 러시아와 백신, 안보, 경제협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중을 오가며 활발하게 국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류활성화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데, 카자흐에서 고조되는 반중정서이다. 중국의 신장위구르 탄압과정에서 발생한 카자흐인 강제 수용, 중국인의 카자흐 토지매입, 코로나-19의 중국 발생이 주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이러 영향 때문인지 코로나19 이전에는 카자흐가 중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이었으나 현재는 우즈벡이 중국에 밀착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우즈벡의 제 1위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정리하면 우호적인 러·중 관계 속에서 중앙아 국가들은 향상된 정책적 자율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국제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중앙아 국가들은 러, 중을 상대로 한 등거리외교는 물론, 미국, EU, 한국, 터키, 인도 등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중앙아에는 갈등보다는 협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래 전망은 어떠한가?

그렇다면 중앙아의 미래 전망은 어떠할 것인가? 먼저 러·중관계의 향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국의 압박정책이 지속되면 러·중 양국의 밀착 역시 지속될 전망이다. 협력이익이 클 경우 밀월은 지속될 것이고 중앙아 대외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이후 중국의 경제적 우세가 확산된다면 잠재되어있던 러시아의 대중국 경계심을 자극할 것이다. 러시아가 중국의 하위파트너로 격하된 국제적 지위를 쉽게 받아드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러·중은 협력에서 경쟁으로 전환될 것이다. 전통적인 러시아우위가 흔들린다면 러·중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앙아 역내 국가들 역시 갈등요소가 부각될 것이다. 또한 중앙아 역내 통합보다는 러·중에 의한 세력분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물론 정치, 경제적으로 상호 의존성이 증대되고 있는 러·중 양국이 갈등을 관리하면서 협력관계를 지속하려 노력 할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러·중은 가치나 지향점에서 일치하지 않는 점도 많다. 중앙아에서 지속될 중국의 위상강화를 러시아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중국 포위 전략을 본격화 하고 있는 미국의 대외정책 변화도 중요하다. 아울러 러시아 국내 리더십의 교체에 따른 대외전략수정도 지켜볼 대목이다. 중앙아 국가들의 성장과 국내정치 안정, 아세안이나 EU처럼 역내 통합성공 여부도 미래를 결정하는 요소이다.

한국과 유라시아 지역 연구자의 책무

중앙아의 주요 협력파트너인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중견국들의 모범적인 협력모델을 주도적으로 창조할 필요가 있다. 지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한국과 중앙아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주요 강대국 역학관계에 따라 국가운명이 결정되었던 과거 역사를 성찰하고 중견국들의 주권과 자율성을 강화해 나가면서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 한국의 국제적 책무이다. 이미 한국은 그럴 자격과 능력을 충분히 갖춘 국제사회의 주요 행위자다. 유라시아지역 연구자들 역시 보다 넓은 시야와 담대한 희망을 가지고 미래 협력모델과 방향성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중앙아 협력 포럼 창설을 처음 제시했고 외교부와 협력하여 운영방안을 설계했던 사람으로서 미래 발전방향을 제안한다. -중앙아 협력 포럼이 정상들의 회의체로 격상되어 유라시아 중견국 협력모델을 창조하는데 중요한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한-중앙아 협력 포럼은 전쟁과 차별 없이 평화 공존하는 유라시아 건설을 꿈꾸는 사람들의 국제적인 발진 기지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