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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한의학의 세계화: 카자흐스탄의 사례

  • 작성자 김경완
  • 등록일 2018.07.11

한의학의 세계화: 카자흐스탄의 사례




경희한의원 원장 김경완

(전 재카자흐스탄 경희소나무한의원 원장)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 심신이 지치게 되면 한여름에도 청량했던 알마티의 공기와 가로수 아래 노천카페에서 즐기던 저녁시간이 그리워진다. 한국으로 들어온 지 벌써 이년 가까이 되어가면서 알마티에서의 기억이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한의사로서 카자흐스탄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보고 느낀 점을 적어보고자 한다.


카자흐스탄의 의료


카자흐스탄은 국민들에게 공공의료를 통한 무상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대도시 편중이 심한편이며 대도시 거점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의료 서비스의 수준마저 선진국에 비하여 현저히 떨어지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는 최근 여러 계획을 통해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시설 투자 및 장비 현대화에 집중되고 있고 실제 장비를 운용하고 진료를 행하는 의료인의 수준은 아직도 많이 낮은 편이다. 최근 민간 사립병원들이 많이 생기면서 보다 나은 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 혜택은 대도시에 편중되어 있어 지역적인 격차가 큰 편이다.


카자흐스탄의 동방의학


카자흐스탄 국민들에게 한국의 한의학은 생소한 치료법이 아니다. 이미 카자흐스탄 의료제도 내에 동방의학 이라는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대학교육기관에서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임상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상황이고 공공의료기관보다는 민간 병원 및 소규모 클리닉 등에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국경을 접하고 교류가 활발한 중국의 영향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중의사의 활동이나 중약의 진출이 활발한 상황이어서 도시 곳곳에서 중의사들이 진료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약국에서 중국의 중약을 구매할 수 있다. 한국은 예전 KOICA에서 파견된 한의사들이 카자흐스탄 국민들에게 한의학을 알렸으나 KOICA가 철수함에 따라 공백이 있다가 2012년 알마티에 소나무한방센터를 필자가 오픈하면서 그 명맥이 다시 이어졌고 최근에는 알마티 한솔클리닉에서 경희대 출신의 원장이 진료중이며 노바 클리닉 내에도 한국 한의사가 파견되어 진료 중이다.



<사진> 카자흐스탄 현지인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고려인과 한의학


카자흐스탄 내에는 많은 고려인들이 거주하며 사회 각 층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우슈토베나 크즐오르다 같은 경우 고려인 이주 역사에 뜻깊은 곳이며 아직도 고려인들이 전통을 지키며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알마티총영사관이 주관한 행사의 일환으로 의료봉사를 할 수 있게 되어 두 해에 걸쳐 우슈토베와 크즐오르다를 방문하여 고려인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실시하였고 많은 환대와 관심 속에 진료를 마칠 수 있었다. 봉사를 통해 고려인들이 선대로부터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지침이나 부항 등 한의학적 치료법을 여전히 이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 그들에게 현재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한의학적 치료기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사진> 지난 2013년 주알마티대한민국총영사관과 함께 알마티 경제문화 카라반 행사의 일환으로 고려인이 다수 거주하는 크즐오르다에서 의료봉사활동을 진행했다.



기회의 한의학


카자흐스탄은 최근 급속한 경제발전과 외국 문화의 유입으로 경제 문화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국민들의 수준은 높아지고 있지만 삶을 영위함에 기본이 되는 보건의료, 특히 의료인력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면에서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여 점차 의료기술이 발달한 외국으로의 의료관광이 많아지고 있고 특히 한국으로의 의료관광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 대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한국과의 다양한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 내에서 무분별한 수술에 따른 후유증이나 의약품의 오남용이 심하여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많이 발생해왔고 이에 따라 비수술적인 치료 방법과 화학적 구성의 양약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물에 대한 관심과 요구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현지 대형 쇼핑몰이나 약국 등지에서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되는 각종 천연물을 이용한 건강기능식품이나 약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필자가 현지 제약회사를 방문했을 때 단일 추출물 형태가 아닌 추출물의 복합적인 처방에 대한 연구진의 관심이 높았고 한국의 한의사임을 밝히자 한국의 한약 처방에 대한 정보 교류를 적극적으로 원하였다. 또한 중국 한약 산업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몸집을 키워감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약용 식물 자원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카자흐스탄은 넓은 국토와 다양한 기후를 가지고 있고 실제 약용 식물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나 이와 관련된 정보나 전문가가 부족하여 관련 산업이 발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카자흐스탄은 수 천년동안 쌓아온 한의학적 정보와 선진화된 임상적 기술을 발휘하기에 매력적인 곳이 아닐 수 없다.


에피소드


대략 4년 넘게 카자흐스탄 각지에서 진료를 하면서 다양한 환자를 만났다. 소위 잘나가는 고위층 사람들의 진료도 기억나지만 잘못된 치료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환자를 치료했던 경험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평생 보행이 어렵다고 판정 받은 무릎관절염 환자를 몇 달에 걸쳐 성심껏 치료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와 인사했던 기억도 있고 마찬가지로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휠체어에 오랫동안 의존하던 젊은 환자도 평생 걸을 수 없을 거란 현지 의사의 말에 낙심하던 중 내원하여 몇 번의 간단한 치료로 좋아져 감사의 인사를 전하러 왔을 때 많은 보람을 느꼈다. 또한 맛이 쓰고 생소한 한약을 처음에는 거부하던 부유한 중년의 여성은 두바이에 거주하면서 알마티를 방문 할 때마다 본인과 본인 가족들의 한약을 처방받아 비행기로 실어가는 정성을 보여주시며 항상 감사하다는 말로 한의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해준 분도 계셨다. 카자흐스탄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며 경험했던 기억은 현재 한국에서 바쁘게 진료중인 필자에게 여전히 큰 동기부여와 자극이 되고 있다.


칼럼을 마치며


의료기술 전달의 핵심은 인력의 진출과 교육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카자흐스탄 내 한의학의 전파와 부흥을 위해서는 한국의 유능한 한의사들이 현지로 진출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선진화된 의료 기술을 전파하고 동시에 낙후된 카자흐스탄 교육에 적극 참여하여 한국의 한의학을 현지 의료 인력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을 비추어볼 때 한국 한의사 개개인이 직접 진출하여 진료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언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의료라는 특수성 때문에 생기는 각종 규제나 제도, 현실적 운영상의 문제 등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하여 한의학의 카자흐스탄 진출을 도모하여야 하며 그러한 움직임이 최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과의 화해 모드로 최근 유라시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협력이 기대되는 요즘 한국을 넘어 중앙아시아 곳곳에서 한의학을 알리며 환자 진료에 매진하는 유능한 한의사들의 활약을 바라며 언젠가 그 활약에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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