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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환율이라는 변수

  • 작성자 윤영호
  • 등록일 2017.11.14

환율 변수로 보는 중앙아시아의 기회

세븐 리버스 파트너스 대표 윤영호

 

해외 사업에서 성공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운이다. 운이 좋으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다. 그러나 운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그게 바로 환율이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환율의 여신이 자기 편이 아니면 버텨낼 수 있는 재간이 없다. 없던 운도 환율의 날개를 단다면, 독수리가 되어 하늘을 유유히 날 수 있다.

2008년에 한국 원화는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으로 1달러에 1500원까지 급등했다. 카자흐스탄 텡게화는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 속에 2008년 내내 1달러에 120텡게를 유지했다. 2008년 텡게화와 원화의 비율은 1대 12.5까지 치솟았다. 2017년 현재 달러당 텡게화는 332텡게이며, 원화는 1120원이다. 현재 비율은 1대 3.4 정도다. 카자흐스탄에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2008년 대비 2017년에 크게 악화 되었다는 것을 숫자가 실감나게 보여준다. 만원짜리 한국 제품이 2008년에 카자흐스탄에서 800텡게였다면, 현재는 2900텡게 하는 셈이다.

2008년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지난 5년간만을 놓고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아래 차트에 나타나 있듯이, 지난 5년간 텡게화는 원화 대비 121.15%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 제품은 카자흐스탄에서 5년전보다 121.15% 비싼 가격에 거래 되어야 하는 셈이다. 이로서 대부분의 한국 제품이 카자흐스탄에서 팔리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전자제품, 철강, 중장비, 타이어, 보일러, 식료품 등 모든 것이 악화된 교역 환경에 노출 되었다.


[ⓒ 블룸버그]

카자흐스탄 텡게화의 평가 절하가 2015년 8월에 발생했는데, 카자흐스탄의 한국 제품 수입액의 규모가 2015년 6억1천만불에서 2016년에는 4억5천만불로 25% 이상 감소했다. 무역의 규모는 25% 감소했지만, 수입상의 마진은 그 이상 축소 되었을 것은 뻔한 일이다. 대부분 적자 전환되었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상황은 아직 그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중앙아시아에 거주하는 교민들의 주된 사업 분야가 한국으로부터 물건을 수입하여 판매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교민들의 경제적 여건이 크게 악화 되었을 것이라는 점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무역을 포함한 모든 해외사업은 90% 이상이 환율에 의해 결정 난다. 삼성전자처럼 압도적 국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 이상, 철강에서부터 라면까지, 중장비에서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사업 성패의 90% 이상은 환율에 의해서 결정 난다. 취급되는 품목은 증가하지만, 품목의 증가가 사업의 수익성 증가를 의미하지 않으므로 어려운 환경은 계속 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텡게화 가치가 상승하거나,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소비심리가 살아 나지 않는 이상,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사실 본 기고문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카자흐스탄 환율에 관한 것이 아니다. 환율의 중요성에 관한 실례를 들어 보려고 한 서설이 너무 길어지고 말았다. 본 글의 주제는 환율 제도에 관한 것이다. 앞으로도 우즈베키스탄 환율 제도에 관해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환율이 중요하다면, 더 중요한 것은 환율 제도다. 우즈베키스탄은 공식 환율, 시장 환율, 거래소 환율이라는 삼중 환율제도를 가지고 있었다.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서고, 삼중 환율 제도를 폐지 되었다. 단일 시장 환율제도가 선포 되었다. 삼중 환율제도란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사악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해하기도 어렵지만, 이해하면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말해 고도의 착취 기술이다. 이러한 환율제도 하에서 무역을 하고, 해외 사업을 했다는 것이 경이롭게 여겨질 정도다. 무역과 해외사업의 최대 족쇄인 삼중 환율제도가 폐지 되면서, 중앙아시아 비즈니스맨들의 관심이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이고, 기회가 밀물처럼 몰려 올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은 새로운 정권의 안정성, 즉 새로운 제도가 지속될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보는 듯하다.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가 존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삼중 환율 제도 폐지 선언은 과거에도 몇 번 있었고, 번번히 실패로 돌아 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은 다를 것이다. 소련 붕괴 후, 독립 후 처음으로 대통령이 바뀌었다. 변화에 대한 요구로 강둑은 이미 터진 상태다. 우즈베키스탄에 살고 있는 교민들도 일부는 반신반의의 시선으로 정권 교체와 제도 변경을 바라보고 있고, 일부는 다소 냉소적으로 바라 보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 확신 있는 변화는 없는 법이고, 확신이 섰다면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며, 냉소적인 시선이 돈을 벌어 주는 경우가 없다.

이제 우즈벡에 가서 집도 사고, 개발도 하고, 공장도 짓고, 이것 저것 새로운 제품도 팔아야 할 때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할 것이 없는지 가서 봐야 할 때다. 이제 수화기를 들어 비행기 표를 알아보고, 비자를 알아 봐야 할 때다. 우즈벡은 한국 사람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 실리 외교를 선언해야 한다. 실리 외교란 거창한 것 같아도, 다른 것이 없다. 자존심을 접고, 일방적으로 무비자를 선언하는 것만큼 좋은 실리 외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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