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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새로운 국제정세와 "한-중앙아협력포럼"의 발전 방향에 대한 조언

  • 작성자 성동기
  • 등록일 2017.10.25

새로운 국제정세와 "한-중앙아협력포럼"의 발전 방향에 대한 조언

인하대학교교수 성동기
2017년 10월 25일

2017년 올해로 한-중앙아협력포럼이 11회를 맞이하게 된다. 2007년 11월 15일 서울에서 제1차 한-중앙아협력포럼이 개최된 이후로 지금까지 금융, 건설, 농업, 교육, 문화, 의료 등과 같은 다양한 부문에서 양측은 심도 깊은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특히 2016년 11월 15일 제10차 포럼에서 사무국의 정식 출범이 선포되고 한국국제교류재단 내에 사무국이 설치된 것은 명실 공히 한-중앙아협력포럼이 양측 교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 한-중앙아협력포럼이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한국과 중앙아시아 회원국이 가지는 공통의 이해가 분명했다. 기본적으로 중앙아시아 회원국은 한국이 각 부문에서 달성한 높은 수준의 노하우를 배우고자 했으며, 한국은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자원과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시장을 개발하고자 하였다. 따라서 상호간 원하는 바가 뚜렷했기 때문에 별다른 불협화음 없이 현실적인 논의와 실천이 지속될 수 있었다.

둘째, 한국과 중앙아시아 회원국들은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격변을 겪지 않았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었지만 중앙아시아에 대한 기본적인 외교 방향은 크게 변화시키지 않았다. 중앙아시아 회원국 중에서는 키르기스스탄만이 정권을 교체하였는데, 한국에 미치는 외교적 영향은 크지 않았다.

셋째,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둘러싸고 있는 국제질서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양측에 영향력을 강하게 미치는 강대국들 중에서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이 작년까지 8년 동안 존재했으며, 러시아는 지속적으로 푸틴대통령의 영향력 하에 있었으며, 중국에서는 후진타오주석에 이어서 2012년부터 시진핑 주석이 통치해 오고 있었다. 같은 해에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3대 세습을 통해서 국제무대에 등장했지만 집권 초기에는 국제사회에 큰 문제를 제공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지난 10년 동안 한-중앙아협력포럼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국내외적인 변수는 많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2016년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과 중앙아시아 회원국에서 국내외적으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첫째, 한국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출범하였다. 보수파인 박근혜 정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서 무너지고 2017년 올해 5월에 진보를 표방하는 문재인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둘째,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작년 9월에 25년을 통치하였던 이슬람 카리모프(Islam Karimov)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같은 해 12월에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셋째, 미국에서는 2017년 올해 1월에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후보가 예상을 깨고 행정부 수반이 되었다. 그의 주요 정책 노선은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 그리고 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힘을 통해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넷째,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집권 이후 2016년 4차(1월)와 5차(9월) 그리고 2017년에 6차(9월) 핵실험을 계속해서 실시하였고, 2016년과 2017년에 23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실험하였다.

결과적으로 2016년부터 급속히 증가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연이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은 동북아 상황을 과거 보다 훨씬 더 긴장시켰으며, 때마침 출범한 미국 우선주의와 힘을 통해 평화를 추구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대응은 동북아를 넘어서 유라시아 전체의 국제질서에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올해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북한의 완전파괴”를 발언한 것은 지금까지도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유라시아 질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강성 전략은 자연스럽게 중국과 러시아의 공조체제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었으며, 일본의 아베수상은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자위대를 전쟁할 수 있는 군대로 합헌화시키는 작업에 들어갔다.

아직까지 문재인 정부의 대중앙아시아 정책기조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기존의 한-중앙아협력포럼이 추진하였던 협력기조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급박한 국제정세와 국제질서의 변화로 인해서 중앙아시아 회원국이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이미 중앙아시아에서 나타나고 있다.

첫째, 우즈베키스탄의 샤프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은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미국과 러시아의 등거리외교 스타일에서 벗어나 러시아 중심의 대외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집권 기간과 비교해보면, 우즈베키스탄의 정치와 경제 부문에서 러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둘째,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이 점치 중앙아시아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중국은 상당 부분 중앙아시아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최대 투자국으로 대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리고 일대일로를 통해서 그 영향력을 더욱 더 확대시켜 나가고 있다.

셋째, 러시아와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서 미국의 영향력이 중앙아시아에서 약화될 수 있게 중앙아시아 회원국들을 움직여 왔었다. 미국은 2014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점차적으로 미군을 철수시키다가 2015년에 잠정적으로 이를 중단시켰다. 그리고 최근에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추가 파병을 발표하였다.

현재 한-중앙아협력포럼의 중앙아시아 회원국들은 정치와 경제 부문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절대적인 영향력 하에 있으며, 이 지역에서 다시 세력을 확장하려는 미국과 직면해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내부적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사실상 멈추어버린 국가를 정상으로 되돌리는데 집중하면서 외부적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실험으로 인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평화와 실익을 찾고자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여전히 우리는 미국편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바라보고 있다. 이러한 형국은 결국 한-중앙아협력포럼의 중앙아시아 회원국과 우리가 각각 러시아⦁중국과 미국을 뒤에 두고서 서로 마주보고 있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중앙아협력포럼의 중앙아시아 회원국들은 우리가 미국 중심의 외교정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 우리 역시 이들이 지금까지 각각 러시아 혹은 중국에 편승 혹은 의존, 미국에 의존 그리고 미국과 러시아⦁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대외정책을 전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과거에는 다행스럽게 이러한 형국이 한-중앙아협력포럼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급속한 국제정세의 새로운 변화 때문에 명확하게 미국과 러시아⦁중국의 편에서 우리와 중앙아시아 회원국이 각각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한-중앙아협력포럼이 변화 없이 지속된다면 포럼 자체가 외부적으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올해로 11년차를 맞이하는 한-중앙아협력포럼은 사무국의 개설에 걸맞게 기존의 차관급 포럼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중앙아협력포럼은 이러한 발전 단계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국제정세와 질서 속에서 우리와 중앙아시아 회원국이 처한 대외적 상황을 철저히 고려하면서 현실성 있고 상호간의 국익에 도움이 되는 아젠다를 개발하고 이를 실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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