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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앙아 관계 속의 고려인 동포에 관한 재인식

  • 작성자 황영삼
  • 등록일 2021.09.30

-중앙아 관계 속의 고려인 동포에 관한 재인식


황영삼 (한국외대 중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30년 전만 하더라도 즉, 소련이 아직도 국가를 유지하고 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그곳에 고려인 동포가 수십만 명이나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사람은 소수의 전문연구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었다. 현재는 약 50만 명에 달하는 고려인들 중 약 85천명이 국내에 거주하고 있고, 안산이나 광주, 인천, 서울을 포함하여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으면서 우리 국민들과 직, 간접적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간에 막연히 측은한 동포로서 인식되던 고려인 동포에 대한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 글이 준비되었다.



고려인은 우리 민족의 해외이주사 원년(1864)을 가지고 있는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소련 시기에는 한국에서 그들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물론 88 서울 올림픽을 즈음하여 국내 언론에 일부 소개된 경우는 있긴 있었지만 대중적 관심과 이해는 스포츠 경기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련 고려인들은 올림픽 중계를 보고 한국에 대한 정확한 실상을 알게 되었고, 그 이전에 가지고 있던 정보는 매우 잘못된 것임을 느꼈다. 한국의 경제적 발전, 국민들의 밝은 이미지 등은 가히 놀라운 정도를 벗어나 같은 코리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정도였다.

소련 붕괴는 고려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한국 및 한국인과의 직접적이고도 자유로운 접촉이 가능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취할 수도 있는 기회도 생겨났다. 한국 기업이 러시아 및 중앙아시아 국가 즉, 이전에 정치적인 이유로 접근할 수 없었던 지역으로 진출함에 따라 고려인들 중에 특히 한국어에 소질이 있던 사람들은 그들 기업에 취업하여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학생들은 한국 관련 전공을 살리고 한국에 유학까지 갈 수 있게 됨으로써 고려인 사회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일어났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는데 바로 체제의 변화로 인하여 하나의 고려인 공동체가 국가별로 국적을 달리하는 형태로 분리되어 국적 문제로 곤경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하여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 측면은 고려인에 대해 거의 정보가 없었던 한국 사람들에게 나쁜 편견을 심어 놓았다. 즉 고려인들은 불쌍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우며 강제이주의 피해를 받았던 동포들이라는 고정관념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사실 경제적 어려움은 비단 고려인뿐만 아니라 러시아인, 카자흐인, 우즈벡인 등 현지 주류 민족들도 안고 있던 문제였다. 이것은 민족의 문제가 아니라 체제변화로 나타난 경제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려인에 대한 사정을 정확히 알지 못했던 한국 미디어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나던 힘든 고려인의 실정에만 초점을 맞추어 일반인들에게 소개했던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고려인 동포들은 러시아와 소련 그리고 현재의 각각 주권을 가진 다양한 국가의 국민들이다. 대한민국의 한국인과 궤를 달리한다. 특히 언어정체성의 변화는 두 집단의 차이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고려인들은 해당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매우 큰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자신들끼리의 공동체 의식 또한 다민족 사회에서 잘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과정에서 홍범도 장군 및 계봉우 선생과 같은 인물은 고려인 사회에서도 존경받는 인물에 속한다. 심지어 카자흐스탄 등 해당국가에서도 백과사전에 등재될 만큼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한 점에서 유해의 본국 송환은 보다 더 면밀한 검토를 거쳤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지방 고려인 사회의 약화되는 현상이 더욱 더 심화될 것인데 한국 방문객들조차 그 지역을 찾지 않을 것이다.


우리한 이러한 점에서 전면적인 사고전환이 필요하다. 민간단체에서 진행한 우쉬토베 인근의 추모공원 사업은 참고할 만하다. 고려인 강제이주 열차의 최초 하차 정거장 및 최초 이주 고려인들의 생활했던 곳에 과거를 기억하고 후세에 역사적 교육장소로 남기겠다는 사업취지는 현지 고려인 사회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당국에도 좋은 이미지를 주고 있다. 현지 방문 한국인들도 그곳을 방문할 경우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고려인 사회와 관련한 미래지향적 시각 및 비전이 필요하다. 우선 유라시아 지역에 산재해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사회와 우리의 북방정책과 실질적인 연결하는 사업이 절실하다. 러시아 및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장관 그리고 부호 등 유력인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이들과의 정치, 경제, 사회 네트워크를 과감하게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한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동포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책도 강구되어야 한다. 후자의 경우 고려인 인구 전체 중 15%를 넘어갈 만큼 점증하고 있음은 이에 대한 정책이 강구되어야 하는 필요성을 제기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전자의 측면을 강화시키는 구체적인 방안이 더 중요하다. 후자의 측면을 볼 때는 한국에서 고려인들의 역량을 강화시켜서 그들이 본국으로 귀국했을 때 현지 국가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 기존의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