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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중앙아시아에서의 중러간 영향력 변화 가능성과 함의

  • 작성자 김정기
  • 등록일 2020.08.21

중앙아시아에서의 중·러간 영향력 변화 가능성과 함의 :
러시아의 인식과 고민

김정기(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현실적으로 중앙아 지역 국가들과 이 지역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중국, 러시아는 각각 다음과 같이 우려하고 있다. 우선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조지아에서 했던 것처럼 패권적 무력 행위를 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 중국의 경제통상 협력을 내세운 득세와 이에 따른 과도한 경제적 압박 가능성, 중국과 러시아가 전략적 공조를 바탕으로 자신들에게 보다 공세적인 외교군사 정책을 추구할 가능성 등이 내재해 있다. 두 번째 중국의 경우는 중앙아시아 진출 및 협력 강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마찰과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과 중앙아 지역이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이용될 가능성에 경계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 러시아로서는 중앙아 지역에서 자국이 용인하기 어려운 한계선을 중국이 넘어설 경우와 미국·유럽의 공세적 중앙아 접근으로 인한 안보 기반의 취약 등으로 인해 자국의 영향력이 퇴보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를 고민케 하는 요소의 하나는 중앙아 지역에서 한계선을 넘어서는 중국의 역할을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될 경우이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중국이 경제통상 측면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이해를 표명하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리고 자국의 뒷마당인 중앙아시아에 대해 정치경제적 차원은 물론이고 외교안보 군사적 차원에서도 나름의 독자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올라운드 플레이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다고 인식해 왔고, 이런 관점에서 중국과 이 지역에 대한 협력을 견지해 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안보문제와 관련해서는 상하이 안보협력 기구를 통해 서로 조율하고 협의하는 선에서 그치는 등 매우 제한적이었으며, 상당히 경계하는 태도를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앙아시아에서 이미 경제통상 측면에서 중국 보다 경쟁력이 상당히 저하되어 있는 수준에 처해 있다. 러시아의 전통적 영향력 행사 영역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중국이 이 지역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관계, 이주민의 지위와 외화 송금, 부채 협정, 전통적인 문화·정치·경제적 관계 등을 매개로 지배력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으나 중국의 일대일로를 앞세운 대규모 경제적 투자와 이를 통한 입지 확대, 그리고 중앙아 국가들의 점진적인 탈러시아 추구 및 중국 프로젝트 수용 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러시아의 세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개별적으로 합의를 추구하는 등 다자 차원이 아닌 양자 차원을 기반으로 관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보다 손쉽게 공략하고 있으며, 또한 운송 인프라 등 막대한 투자 프로젝트를 통해 이미 협력관계를 공고하게 확립함으로써 정부 차원은 물론이고 지역 주민들의 중국에 대한 인식을 우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와 함께 중국은 이 지역에서 군사적 측면에서 상당한 역량을 축적했고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여 주목을 받고 있고 전략적 관계인 러시아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중앙아 지역에서 테러, 분리주의, 종교적 극단주의라는 안보문제에서 서로 이해를 공유해 왔고 대처해 왔다. 그리고 중국으로서는 국경을 통해 마약이 공급되고 이슬람 무장 세력이 신장위구르 지역으로 침투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안보 우려가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에 군사기지 설치를 모색하는 등 군사적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려 하고 있다. 2016년에 이어 20198 월 중국은 자국 신장위구르와 아프가니스탄에 접해있는 타지키스탄 동부에서 8일간의 SinoTajik 훈련을 실시한 것도 이의 일환이며 2022년에도 실시될 예정이다.

이는 중국이 중앙아시아에 정치군사적 관심을 증대시킬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중국에게 있어 중앙아시아는 정치군사적 차원에서 서부 소수민족 분리 독립운동을 억제하고 국가통합을 유지하기 위한 초국경적 연대의 구축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경제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 대두되고 있는 중서부와 인접하고 있어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발전 동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이며, 서방으로 나아가는 인적, 물적 교류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정치군사적 영향력 강화 추구는 필연적으로 러시아와 보이지 않는 상호 견제 및 마찰을 심화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러 관계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고 미중 관계가 패권 경쟁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중러 양국이 미국을 의식하여 상호 전략적 파트너로서 협력적 모습을 보이려 의식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중러 양국의 대립과 마찰이 전개된다면 러시아와 중국과의 관계는 장담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러시아 외무장관 등 고위관리들은 중앙아 지역에서 중국을 러시아의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강조하지만 실제로 러시아 내에서는 중국이 이미 금융과 경제 부문에서 러시아를 제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국으로 부상했음을 인정하면서 중국이 러시아를 희생시키면서까지 경제력을 강화하고 정치군사적 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중국이 매우 신중하게 러시아와 협력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려 애쓰고 있으며,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우월성과 안보 보장자로서의 지위에 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자위하고 있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로서는 중앙아 국가들의 지정학적 우려와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고심 등을 염두에 두는 가운데 중앙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정치군사적 영향력이 여전하지만 중국이 경제는 물론 군사안보 분야에 까지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데 따른 양국의 경쟁 심화와 이로 인한 전략적 질서 변화 가능성에 유념하면서 신북방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