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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90주기 추모를 맞이하며

  • 작성자 박소라
  • 등록일 2019.03.29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90주기 추모를 맞이하며






박소라

(키르기스-터키 마나스 대학교 박사과정)

키르기즈공화국 국민에게 칭기즈 아이트마토프(Chyngyz Aitmatov)는 영웅적인 존재이다. 키르기즈공화국의 수려한 자연과 영웅 마나스 장군 만큼이나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는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존재이다.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묘지 기념관인 아타-베잇(Ata-Beyit)”에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와 추억을 떠올리는 이들은 분명 고인에 대한 그리움에 사무친 이들일 것이다. 2018년은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90주년을 맞이해 키르기즈공화국을 비롯해 외국에서도 다채로운 추모행사가 열렸다.

칭기즈 토로쿨로비치 아이트마토프(Chyngyz Torokulovich Aitmatov)는 소련 지배 체제와 독립 국가로서의 키르기즈공화국을 모두 경험한 작가로 19281212일에 탈라스(Talas)주 카라-부라(Kara-Buura)지역의 쉐케르(Sheker)마을에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적부터 읽고 쓰기에 능했던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는 대다수가 아랍어나 라틴어를 익힐 때 키릴어 익혔기 때문에 지방 행정 사무원으로 근무할 수 있었다. 1953년에 학업을 마친 후 1959년부터 신문사에서 편집장 업무를 시작했다. 1986년 키르기스스탄 작가협회의 첫 번째 비서로 일했으며, 이후에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했다.

첫 번째 작품으로는 1952게짓치 드쥬이도(Gezitchi Dzyido)’라는 제목의 동화가 키르기스스탄문학작품집에 러시아어로 실렸다. 유명한 대표 작품으로는 자밀라’, ‘바다로 달려나가는 빼기뽀스’, ‘카산드라의 낙인’, ‘첫 번째 선생님’, ‘사슴엄마’,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말발굽’, ‘백년보다 긴 하루’, ‘하얀 배가 있다. 이 중에서 자밀라’, ‘바다로 달려나가는 빼기뽀스’, ‘카산드라의 낙인’, ‘백년보다 긴 하루’, ‘하얀 배는 한국어로도 번역되었다.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는 키르기스어와 러시아어로 꾸준한 작품 활동과 함께 번역 활동도 병행했다. 많은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교훈과 감동을 남긴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작가는 2008610일 독일에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90주기 추모를 위해 키르기즈공화국의 수도 비슈케크를 비롯해 키르기즈공화국 전역에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렸다. 20181212일 키르기즈공화국 대통령 소론바이 제엔베코프(Sooronbay Jeenbekov)는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90주년 추모 기념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위대한 작가, 인문학자이자 철학가인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는 키르기즈공화국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키르기즈공화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하나로 모아주는 역할을 했다. 또한 키르기스칭기즈라는 단어는 온 국민의 가슴속에 새겨져 있으며, 키르기스, 칭기즈 그리고 마나스라는 단어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같은 날 소론바이 제엔베코프 대통령은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묘지 기념관 아타-베잇에 방문하여 헌화하고 이슬람 종교 전통에 맞춰 고인을 향해 코란을 읽었다. 또한 2019131마나스와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국립 아카데미설립안건을 승인했다. ‘마나스와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국립 아카데미는 마나스 서사시, 키르기즈공화국 국민의 서정 문학,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작품들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고자 세운다고 아카데미 설립 이유를 밝혔다.

키르기즈공화국 정부에서도 추모 기념행사를 위해 국제적 규모의 포럼과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키르기즈공화국 총리 무함멧칼리 아블가지예브(Mukhammedkaly Abylgaziyev)는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90주기 추모와 관련된 행사를 한 치의 실수 없이 세계적 수준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상기시켰다.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90주기를 맞아 톡토굴 사틀가노프(Toktogul Satylganov) 필하모니야 예술의전당에서 아이트마토프의 세계적 발걸음이라는 주제로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유년 시절, 아버지 토로쿨 아이트마토프(Torokul Aitmatov)와의 마지막 만남을 담은 연극을 상영했으며, 대통령은 작가의 추모 예술 행보에 발 맞춰 올해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러시아 드라마 극장을 개보수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출생지인 탈라스(Talas)주의 쉐케르(Sheker) 마을에 칭기즈-오르도(Chyngyz-Ordo)” 문화단지 조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데 필요한 경제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은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에 관한 90가지 질문에 대답하는 영상으로 플래시몹을 촬영하는 등 지역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각자의 방법으로 국민 작가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를 추모했다. 201811월 오쉬(Osh)에 위치한 오쉬국립대학교에서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추모 90주기를 맞이해 ‘90주기 90개의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주제로 사진, 조각상, 그림 등을 전시했다. 또한 콕보루(Kokboru), 앗 차브슈(At chabysh), 크즈 쿠마이(Kyz kuumai)같은 말을 이용하는 전통 경기도 열렸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도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를 기념하기 위해 다채로운 행사를 열었다. 일본 도쿄에서는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추모 90주기를 맞이해 국제기구 대표들을 초대하여 세미나를 진행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키르기즈공화국의 세계 관광지로서의 잠재성을 엿보는 시간도 가졌다. 더불어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사진들과 함께 일본어로 번역된 책을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20183월 터키에서는 문화 회담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유물이라는 주제로 회의가 열렸다. ‘러시아 이슬람 세계그룹, 이슬람역사예술문화연구소(IRCICA)와 터키 작가협회 주최로 이뤄진 회의는 많은 역사학자와 작가들이 참석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았다.

문화정보관광부 산하의 영화촬영부는 러시아 사하 공화국과 바다로 달려나가는 빼기뽀스작품의 영화촬영 합작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의 국립 영화제작사와 키르기즈공화국 영화제작사의 합작으로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9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영화촬영을 진행했다. “델비림(Delbirim)” 이라는 중편소설을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즈공화국에서 번갈아 촬영했다. 영화는 작년 12월에 개봉했으며 키르기스어와 우즈벡어로 상영되었다. 영화 포스터에는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탄생 90주년을 기념하며라는 문구와 함께 키르기즈공화국과 우즈베키스탄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적혀있다. 그 외에도 터키의 앙카라,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등의 도로에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이름을 표기했고, 모스크바와 민스크에는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이름의 공원이 열리고 동상 또한 설치되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작품은 168개국에 165개의 언어로 출판되었다. 한국에도 칭기즈 아이트마토프의 몇몇 작품들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책으로 팔리고 있다. 키르기즈공화국 국민에게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는 유명한 작가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키르기즈공화국과 키르기스인들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는 키르기즈공화국의 국가적 영웅이자 국민의 큰 버팀목 역할이 되고 있다. 이번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90주기와 관련해 키르기즈공화국 정부와 국민은 여느 때보다도 더욱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작가의 위대함과 작품의 뛰어남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이전 추모행사와는 다른 더 다채로운 진행으로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를 알리고 있지만 정작 한국과의 문학적 교류는 많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키르기즈공화국과 한국 사이에서 경제적인 교류만이 아닌 문학을 통한 문화적 교류를 발판으로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때로는 풀리지 않을 것만 같은 외교 관계가 의외의 곳에서 풀리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모두가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문학 교류를 통해 국민 면면으로 서로에 대한 문화적 이해가 스며들어갈 때 어쩌면 무거운 국가 간 외교 관계도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칭기즈 아이트마토프 90주기 추모행사를 맞이해 전 세계에서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작가를 기렸다. 앞으로도 칭기즈 아이트마토프는 키르기즈공화국 국민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영웅적인 작가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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