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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삼사와 사모사, 역사문화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교류협력관계의 형성

  • 작성자 최희수
  • 등록일 2019.03.22

삼사와 사모사, 역사문화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한
교류협력관계의 형성

 

 

상명대학교 최희수 교수


운좋게도 금년 1월에 중앙아시아의 심장인 우즈베키스탄과 인도아대륙을 모두 방문할 기회를 얻었다. 우즈베키스탄은 2013년도에 이어 두번째 방문으로 왠지 익숙한 느낌이었지만, 처음 방문하는 인도는 혼잡한 교통만큼이나 낯설었다. 그런데, 인도에 2주간 체류를 하면서 느낀 점은 많은 점이 우즈베키스탄과 닮았다는 점이었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좋아하는 만두와 같은 음식이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삼사(또는 솜사)라고 부르는 삼각형의 튀김만두가 전채요리로 나온다. 특히 화덕에서 구운 탄드라 삼사는 전통 음식으로 널리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대체로 양고기를 다져서 채소를 넣고 튀겨서 우리의 튀김 고기만두와 유사하다. 반면 인도에서는 사모사라고 부르는 삼각형의 튀감만두가 사랑을 받는다. 종교 특성상 고기를 다져서 넣기 보다는 다양한 채소와 커리, 그리고 마살라라는 향신료를 넣어 튀겨낸다. 삼사나 사모사 모두 2~3개 정도면 간단한 한끼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이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교역로 상의 요충지인 사마르칸드나 부하라와 같은 오아시스 도시를 중심으로 성장한 역사를 지녔고, 인도는 동북쪽의 히말라야 산맥을 경계로 독자적인 문화권을 형성하면서 다양한 국가들의 역사가 전개되었다. 얼핏 생각하면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에 위치한 이들 국가들은 서로 관계가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삼사와 사모사 처럼 이름도 유사하면서 요리방법이나 형태가 거의 같은 음식들이 존재하듯이 공통점을 많이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적 공통성은 오랜 기간 상호 교류의 역사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다.


산스크리트와 팔리 문학에 종종 등장하는 캄보쟈 부족에 관한 기록에는 현재의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하는 영역의 역사에 대한 참고가 될만한 기록들이 있을 정도로 그 연원은 오래 되었다. 특히 북부인도의 고대 무역루트인 우타 라파트에는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페르가나, 사마르칸드, 부하라는 인도와 유럽, 중국을 연결하는 주요한 무역 도시들로 부상했다. 그 후 스키타이, 마케도니안, 그레코-박트리안, 쿠샨왕조 등 인도에 존재했던 역대 왕국들은 인도와 현재 우즈베키스탄 일부가 포함되어 동일한 정치세력 하에 존재했었다. 이러한 결과로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우즈베키스탄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으로 전달되었다.


1~4세기 쿠샨왕조가 인도에 기반한 왕국으로 중앙아시아까지 영향을 끼쳤다면, 오랜 기간 후에 수립된 무굴제국은 반대로 중앙아시아에서 출발해 인도를 지배한 제국이었다. 16~19세기까지 인도 지역을 통치한 무굴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영웅인 아미르 티무르의 후손이 세운 대제국이다. 티무르의 5대손인 바부르가 페르가나 지역에서 흥기하여 당시 델리에 위치하던 로디왕조를 멸망시키고 무굴제국을 세운 것이다. 이후 후마윤, 악바르 등을 거쳐 유럽 열강의 침략이 본격화되는 19세기까지 인도를 지배했다.


역사적으로 상호의 왕국과 제국들이 교차 지배를 하면서 이들의 문화는 서로 융합되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실크로드 교역로상에서 활동을 하던 인도 상인들의 활약은 대단한 것으로 전한다. 아울러 건축, 무용, 음악, 요리 등과 같은 분야에서 긴밀한 문화적 연관성을 갖게 된 것이다. 양국의 곳곳에 남아있는 문화유산들에서 건축양식이나, 문양, 미술에서의 유사성 등을 많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음식문화에서는 그 유사성이 두드러진다. 위에서 예로 든 삼사와 사모사 이외에도, 인도에서 일상적으로 즐기는 짜이와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즐기는 차이문화도 매우 유사하다. 짜이는 차를 끓여서 그 맛을 우려내고, 여기에 우유와 마살라를 첨가하여 매우 독특한 향을 만들어낸다. 거리 곳곳에 짜이를 파는 곳이 많다. 우즈베키스탄은 음식 자체가 기름기가 많기 때문에 차이를 즐겨마신다. 인도의 음식문화에서 빠지지 않는 난은 인도인들의 주식인 빵 종류이다. 우즈베키스탄의 논(러시아어로는 리뾰쉬까)라고 하는 것도 우즈베키스탄인들의 주식인 빵이다. 만드는 방법이나 먹는 방법, 그리고 모양 등에서 차이는 있지만, 명칭과 주된 재료의 유사성에서 양국 문화의 연관관계를 잘 느낄 수 있다.


그뿐이 아니라 전통산업에 있어서도 유사성을 지닌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목화 재배지로 유명하며,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구 소비에트 연방 시절 목화산업국으로 지정되어 목화산업국가로 성장했다. 유명한 고려인 농장들도 이 당시에 탄생했다. 최근 들어 더욱 긴밀해진 양국간의 경제 협력은 이와 같은 역사문화적 공통점에서 기인한다. 1993년 체결된 양국간의 무역 및 경제 협력에 관한 협정을 시발점으로 국가간 정부위원회의 개최는 물론, 지방정부도 적극적인 경제 협력에 관해 노력을 하고 있다. 금년 1월에 인도 구자라트주에서 개최된 구자라트 서밋 2019에는 한국은 물론,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한 15개국이 참여해 지역 투자유치 행사에 참여하는 등이 대표적인 것이다.


두 나라 모두 배타적인 문화보다는 포용적인 문화를 가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인도는 IT분야와 의약분야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우즈베키스탄은 섬유와 제철, 에너지석유분야에서 강세를 보인다. 양국은 각국의 장점을 통해 상대국가에 대한 시장 진출과 동반자적인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협력의 이면에는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공통분모에 대한 공유가 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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