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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발전의 경로에서 한국을 보다

  • 작성자 백경민
  • 등록일 2019.03.15



발전의 경로에서 한국을 보다

숭실대학교 정보사회학과

백경민

필자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 위치한 나자르바예프 대학 (Nazarbayev University)에서 2년간 교수 생활을 한 바 있다. 한국과 미국을 거쳐서 동구권과 중앙 아시아를 겪은4년의 기간은 필자의 생각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특히 나자르바예프 대학에서의 2년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고, 한국이 이 지역의 국가를 통해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그것을 함께 나누어 보려 한다.

먼저, 경제발전은 단순히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이제 만으로 40이기 때문에 한국의 고도경제성장 시기를 직접적으로 겪은 세대는 아니다. 따라서 그 시대가 어떠했는지를 부모님을 통해서 혹은 언론을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었다. 카자흐스탄은 2014년부터 경제 침체기를 맞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고유가에 힘입어 연평균 7%를 상회하는 고도 성장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 덕분에 나자르바예프 대학 설립이라는 국가 차원의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시할 수 있었다. 경제 성장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여러 논문을 통해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그 변화를 머리만이 아니라 몸으로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아주 가난했던 사람들이,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수준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많은 것을 의미했다. 카자흐스탄에서 만나본 많은 사람들은 (물론 모두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나 빛과 어둠은 존재한다.), 자기 삶에서 미래를 보고 있었다. 학생들은 꿈을 말하고 있었고, 어른들은 더 나은 삶 (비록 물질적이긴 하지만)을 추구하고 있었다. 이것을 보면서, 한국의 발전도 이러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갔다. 6.25이후 세계 최빈국이 현재 세계 10대 경제 국가에 올라섰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리 부모 세대의 업적이다. 평범한 부모를 둔 필자가 생계가 아니라 꿈을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적인 발전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 세대가 꾼 꿈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 세대가 가능했구나라는 것을 아스타나에서 배우게 되었다. 현재 많은 젊은 학생들이 헬조선을 외치며, 부모 세대를 원망하고 있다. 필자는 이것은 옳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모 세대가 모두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 삶이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필자는 카자흐스탄의 발전상을 보면서 배웠다. 그 이후는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다.

두 번째로, 다양성을 잘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자흐스탄은 다민족 국가이다. 러시아인, 고려인, 카작인 등 아주 다양한 민족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간다. 그런데 그들 사이의 큰 갈등은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 정부는 범투르크 주의를 강조하면서, 이 다양성을 하나의정체성으로 통합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정부 정책이 현재까지는 국가의 인종적 다양성을 잘 봉합하고 있는 듯 보인다. 한국도 이러한 카자흐스탄의 사례를 보면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다문화 가정을 어떻게 한국 사회에 통합시킬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이 가져야할 정체성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문화 가정은 이제 한국 인구 구성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이라는 사회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재정립하고, 그 정체성은 한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가 아니라, 구성원 모두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그 무엇이 되어야 한다. 이제는 그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자유가 중요하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자유화 과정을 겪어 왔다. 이 과정에서 공산주의 문화권에서 벗어나, 자유시장경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완전한 자유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사회 여러 군데에서 잘 드러난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에서 서류를 작성하고 발급을 요청할 때, 관료주의적 행태로 인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이러한 복잡한 관료제는 그 사회가 발전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 (Social capital)을 축적하는데 장애물로 작동한다. 필자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더 높은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국가의 간섭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최근 국가의 공적 영역 (public sector)가 확대되고 있는 한국에도 함의를 가진다. 과연 공적 영역을 확대하는 것이 사회적 자본의 축적에 유리한 것인지, 더 나아가 한국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는 좀 더 면밀한 검토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카자흐스탄은 한국과 인종적으로 유사한 점이 많은 나라이다. 이 나라가 지금 겪고 있는 발전의 도상은 과거 우리가 겪었던 것이며, 이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과거 모습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며,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재정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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