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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오늘 날 이어야 할 지난 천년의 교류: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문화교류의 과제

  • 작성자 유의정
  • 등록일 2018.06.04

오늘 날 이어야 할 지난 천년의 교류: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문화교류의 과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역사학박사 유의정


우리에게 우즈베키스탄이란 과거에는 어떤 관계였을까? 지난 역사 속에서 우리 문화와 우즈베키스탄 문화와의 교류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오늘날에는 양국 간 어떤 문화적 교류가 있으며 앞으로는 어떤 교류를 이어가야할까?

지난 1992년 우즈베키스탄 독립 후 양 국간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으나 최근 들어 장기간 집권해왔던 카리모프 대통령의 사망과 새로운 대통령의 선출 등으로 우즈베키스탄 내부의 정치적인 변화가 대외관계 또한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한국 또한 북한과의 관계를 둘러싼 대외관계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알기 힘든 시기에 직면해있다. 그러나 어느 시기이든 정치, 경제적 측면의 교류 외에도 양국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는 문화적 교류는 있어왔고 그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양 국 모두 극적인 변화의 시기인 오늘 날, 당장의 현안만이 아닌 과거 양 국간 교류의 역사적인 원류를 찾아보고 현재와 미래의 교류는 어떤 측면에서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1. 과거의 교류: 벽화 속의 기록과 석상들

그림1. 아프락시압 벽화 서벽 우측 세부. 우측2인이 고구려 사절





그림2. 그림1 부분, 우측 2인 고구려사절 복원 후 추정 모습

 

현재 우즈베키스탄 제2의 도시 사마르칸트 북동쪽 언덕에는 아프락시압 유적지가 있다. 아프락시압은 지역은 5~8세기 경 소그드 왕국의 수도였던 고대 사마르칸트의 중심지였다. 고대 사마르칸트에서 처음 문화가 시작된 것은 기원전 6세기 경으로 추정되며 기원전 328년 알렉산더 대왕의 침입이 있었고, 712년 아랍의 침략이 있은 후 이슬람문화가 소개되었다. 1220년 몽고침략으로 인해 사마르칸트는 황폐화되었으나 14세기 말 티무르 왕조에 의해 재건되어 오늘 날에 이르고 있다. 폐허가 된 채로 남아있었던 압프락시압 지역의 유적이 발굴된 것은 1965사절들의 그림으로 불리우는 아주 귀중한 벽화들이 발견되면서이다. 당시 공사장 불도저에 걸린 벽돌층에서 이 지역이 건물의 일부였음이 밝혀졌고 이후 발굴을 맡은 구소련 고고학자들은 이 벽화들을 보존처리한 후 1970년 발굴 인근에 박물관을 세우고 1980년 대에는 지금의 형태로 복원하여 전시하였다. 우리에게 이 벽화가 의미를 갖는 것은 유실된 상부를 제외하고도 남아있는 42명의 사절단 인물 중 벽화 우측 하단에 있는 사절단 중 2명이 고구려인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2006년 한국은 이 곳 현지 학자들과 공동탐사를 한 바 있다. 이 현지탐사는 고구려의 대외 관계사를 고구려 외부로부터 조명하는 기획탐사의 일환이었으며 현지 학자인 압둘하미드 아나르바예프(당시 사마르칸트 고고학 연구소 부소장), 루스탐 술래이마노프(우즈베키스탄 대학 역사학 교수), 유리 부랴코프 등의 학자들과 함께 하였으며, 내용은 2008중앙아시아 속의 고구려인 발자취(권영필, 정수일 외)란 제목의 연구보고서로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출간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학자들 사이에 이 벽화 속 인물들에 대한 여러 가지 견해가 존재하며 이에 대한 연구는 추후의 과제로 여전히 남겨져있다.


국내에 남아있는 고대 소그드인들과의 교류를 짐착하게 하는 유적으로는 경주지역에 서역인으로 추정되는 석상들이 있다.


그림 3. 경주 괘릉의 호인석상

자료출처: 동서문명의 십자로 우즈베키스탄의 고대문화, 국립중앙박물관, p. 239



경주에서 울산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괘릉과 안강읍 육통리의 흥덕왕릉, 경주시내 북천에 자리잡은 헌덕왕릉의 무인석상은 모두 코가 높고 눈이 깊으며 험한 인상으로 상대를 위압하려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 무인상은 왕의 권력이 지방 호족 세력의 무력에 좌지우지되었던 신라 시대, 험상궂은 외래인의 위용을 빌려 왕권을 수용하고자하는 시대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경주 황성동 석실분에서 출토된 호인(胡人)상은 눈이 깊고 코가 높은 얼굴과 더불어 소그드인의 상징인 호모(胡帽)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경주 서악동 고분에서 출토된 신장상 돌문의 호인상 부조, 경주 구정동 방형 고분 모서리돌의 호인상 부조 등은 당시 이러한 호인상이 진묘의 수호신으로 활용되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통일신라 시대의 능묘에 조영된 이들 외국인들은 당시의 국제 정황으로 미루어보아 실크로드의 국제교역에서 활약하였던 소그드인들이 신라의 조정까지 도래하여 정치적인 자문역이나 무인으로 활약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1].


2. 현재의 교류: 한류와 고려인


현재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간의 교류에 가장 큰 이슈는 한류와 양 국 교류의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고려인이라고 할 수 있다. KOTRA는 한류 진출 정도를 미도입-도입-인지-성장-성숙 5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한류는 성장단계에 진입 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즈베키스탄의 한류는 다른 대부분의 지역과 마찬가지로 드라마에서 시작되었다. 드라마 한류의 중심에는 침략의 역사와 아픈 과거를 스토리로 풀어낸 사극이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서 대장금, 서동요, 명성황후, 겨울연가 등은 1년에 한 차례 이상 재방송될 정도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인기가 높다. 우즈베키스탄의 국영방송국인 우즈베키스탄(Uzbekistan), 요쉬라(Yoshlra), 타쉬켄트(Tashkent)가 가족단위의 시청자를 위해 저녁시간대에 한국의 사극드라마를 방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사극드라마는 우즈베키스탄의 성별을 아우르며 현대물보다 더욱 인기를 얻고 있다. 게임의 경우, 한국의 대표 인기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 미르의 전설등의 한국게임이 있기가 있는 반면, 영화는 아직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들어 K-pop 장르가 새로운 한류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한국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한국어능력시험 우즈베키스탄 관리본부인 타쉬켄트 한국교육원에 의하면 2012년 제22회 한국어능력시험에 1,000명 이상이 응시하였으며 한국유학이나 한국기업에 취직하기 위해 한국어 능력시험을 보는 인원은 해마다 증가추세에 있다[2]. 해외 각국의 한류를 지원하기 위한 현지 한국 관련 기관인 한국교육원과 문화원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수도인 타쉬켄트와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키르기즈스탄의 수도인 비쉬켁에 한국교육원이 있고 한국문화원은 카자흐스탄의 새 수도인 아스타나에 있다. 한국교육원과 문화원의 기능이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사유로 각 교육원이 문화원의 기능을 겸하고 있고 문화원은 아스타나에만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화원은 문화원 고유의 기능이 있으므로 교육원과 문화원이 고유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할 필요가 있으며 특히, 인적교류가 가장 활발할 수 있는 타쉬켄트에 문화원 개설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한류와 함께 현재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과 한국의 연결 고리는 고려인을 통해 찾을 수 있다. 구 소련권 내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 수는 약 48만명이며, 이 중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은 약18만명으로 러시아 다음으로 많은 수가 거주하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즈 순이다.


〈표 1〉국가별고려인동포현황

연번

국가명

관할공관

외국국적동포

1

러시아

주러시아대사관

76,918

주블라디보스톡총영사관

40,559

주유주노사할린스크출장소

26,373

주상트페테르부르크총영사관

6,903

주이르쿠츠크총영사관

12,614

 

163,367

2

우즈베키스탄

주우즈베키스탄대사관

178,607

3

카자흐스탄

주카자흐스탄대사관

59,889

주알마티총영사관

47,280

 

107,169

4

키르기즈

주키르기즈대사관

16,957

5

우크라이나

주우크라이나대사관

12,711

6

벨라루스

주벨라루스대사관

1,265

7

투르크메니스탄

주투르크메니스탄대사관

1,085

8

타지키스탄

주타지키스탄대사관

638

9

아르메니아

주러시아대사관

350

10

몰도바

주우크라이나대사관

70

11

아제르바이잔

주아제르바이잔대사관

15

12

조지아

주트빌리시분관

0

 

482,234

(2016.12.31. 기준, 단위:)


현재 이들 고려인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법으로는 「고려인동포 합법적 체류자격 취득 및 정착 지원을 위한 특별법」(2010.05.20.제정, 2010.11.21.시행) [법률 제11690, 2013.3.23., 타법개정]이 있다. 동 법을 기반으로 하여 고려인들이 민족적 유대감을 가지고 거주국의 모범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재외공관 및 재외동포재단, 거주국 정부와의 교섭 등을 통해 해당 동포들의 체류자격 취득, 자립기반 마련, 교육·문화 활동 등을 지원 중에 있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는 연로한 고려인들이 고국을 방문 할 수 있도록 단기방문지원에 대한 요구들이 있다. 또한 그동안 소외되었던 이 지역 독립유공자 및 인사들에 대한 관심 및 처우 개선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현지 청년 고려인 예술가 협회와 한국의 젊은 예술인들간의 교류도 제도화, 정례화 될 필요가 있다. 이는 양 국간 교류의 의미만이 아니라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양국의 문화를 더욱 풍부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3. 미래의 교류: 문화·교육·복지제도의 교류


앞으로 양국간의 교류에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는 부분은 앞서 살펴 본 문화 분야 외에도 교육, 보건복지 분야가 될 수 있다. 현재에도 이러한 분야들의 교류가 양국의 필요에 의해 시작 단계에 있으며 단기 혹은 장기간에 걸쳐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여러 협약들이 진행 중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교육 현안으로는 한국 대학의 해외 진출 문제가 있다. 현재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하여 있거나 계획 중인 국내 대학은 인하대, 부천대, 여주대가 있다. 이 외에도 국내 대학의 프렌차이즈 방식 해외진출에 대한 교육부의 사전설문조사 결과 50여개 대학이 참여의사를 밝혔으며 10여개 대학이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인하대(IUT, Inha University in Tashkent)는 대학단위 교육 시스템을 해외로 수출한 첫 사례로 인하대와 우즈베키스탄 정부 간 대학 설립 협정을 체결하고 지난 2014 10월 개교하였다. 인하대와 IUT의 경우, 3+1공동학위제 프로그램에 따라 2017년 학생 99명의 수료식을 처음으로 가졌다. 두 대학 간 3+1공동학위제 프로그램은 컴퓨터공학과 정보통신공학 전공학생을 대상으로 3년 과정은 타쉬켄트에서, 마지막 1년은 인하대 본교에서 교육 받는 방식이다. 2018년 상반기에 부천대학교가 타쉬켄트에 분교를 설립 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에는 유아교육학과와 유아심리학과가 개설되고 학생들의 등록 절차도 같은 시기 추진 될 예정이다. 또한 여주대학교가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시에 산업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추진하는 PPP(Publicamp;Private Partnership)전략을 통해 설립되며 한국형 직업기술교육 및 산학협력을 중심으로 하는 사립대학이다. 설립예정인 Yeoju Technical Institute in Tashkent(가칭)는 우즈베키스탄 고등교육부의 승인 및 지원 하에 칠란자르주가 대학부지를 제공하고, 대학설립에 필요한 자금은 여주대학교와 결연을 맺은 우즈베키스탄 민간기업이 출자하는 형태이다. 여주대학교는 교육과정개발 및 제공, 교수 교환 및 파견, 학사 운영 등 대학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 1 23일 교육부는 외국대학에 국내대학의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국내대학 학위를 수여 할 경우 해당 교육과정의 1/4이상을 국내대학 전임교원이 직접 수업해야 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이는 외국대학에 국내대학의 교육과정 제공 및 학위수여가 가능한 프랜차이즈방식이 도입되는 것으로 교육과정의 질 관리와 학위 간 등가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국내 전임교원이 해외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개정령이 시행되면 해외에 진출한 한국대학의 현지 학생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않고도 교육과정 이수와 학위취득이 가능해진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40일간의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규제와 법제심사 과정을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법제 심사를 완료하였고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심의 후 5월 말 확정, 시행 될 예정에 있다. 그러나 시행령을 개정하더라도 실제 전임교원을 해당 지역에 파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현실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한국에서의 전임교원의 급여에 현지 체류비까지 고려한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국에서의 원활한 교원 파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궁극적으로는 분교의 형태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문화·교육 이외에도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서 한국의 제도를 도입하고 싶어하는 분야가 국민건강보험 제도이다. 이미 카자흐스탄에서는 한국형 국민건강보험제도를 받아들여서 현재 관련 부처에서 제도 이전을 위한 담당자들이 파견되어 있는 상황이며 상당 부분 제도 이전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도 같은 내용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대사관을 통해 이미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대한 내용을 양국 관련 부처가 협의 중에 있으며 키르기즈스탄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문화적 교류는 이미 고대에서부터의 기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살펴본 벽화에서의 기록과 석상 이외에도 우리 궁정음악의 기본 음계인 궁상각치우에 해당하는 유사한 형태가 우즈베키스탄 전통음악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이는 1997년 이 후 사마르칸트 레기스탄 광장에서 격년으로 진행되는 음악축제인 동방의 선율, 세계음악페스티벌(샤르크 타로날라리: 동방의 멜로디)대회에서도 그 유사성을 엿볼 수 있는데, 중앙아시아 국가를 비롯한 50여개 국이 참가하는 이 축제에서 동양 각 국의 전통음악들은 제각각의 특색이 있으면서도 어딘지 유사한 정서를 발견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회부터 한번도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는데, 1999년에는 판소리로 1위를 했고 2013년에는 가야금병창으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해질녁인 7시부터 자정까지 8월 여름 밤을 수놓는 이 축제에서는 레기스탄 광장과 석양의 아름다움, 동양의 전통음악 선율에 취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지난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오갔던 양 국간의 문화교류는 정치·경제적 교류가 단절되었던 시기에도 각각의 발전을 거듭해오며 오늘 날에 이르고 있다. 정치적 교류와 경제적 협력은 현실적인 이유로 단절되더라도 한번 심어진 문화적 취향은 사라지지않고 제각각의 발전을 지속하게 된다. 우리가 다른 국가와의 교류에서 무엇보다도 문화교류에 신경을 써야하는 이유이다.



[1]동서문명의 십자로 우즈베키스탄의 고대문화, 국립중앙박물관, 2010. pp.238~250.

[2]유라시아 지역 내 문화예술교류 콘텐츠 개발 연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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