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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냉전기 이후 몽골의 지경학적(geo-economics) 정체성의 이동

  • 작성자 장재혁
  • 등록일 2018.04.16

냉전기 이후 몽골의 지경학적(geo-economics) 정체성의 이동:

중앙아시아에서 동북아시아로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반대학원

터키·중앙아시아·몽골학과 박사과정 장재혁



중앙아시아(中央-) 또는 중부아시아(中部-)는 아시아의 핵심 지역 중 하나로, 서쪽으로 카스피 해부터 동쪽으로는 중국까지, 북쪽으로는 러시아부터 남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지역이다. 넓게는 내 ·외몽골(몽골과 중국의 네이멍구자치구), 중국 칭하이성[靑海省], 티베트고원(高原)을 포함한다. 현대적 의미에서 중앙아시아는 옛 소련의 5개 공화국을 지칭하며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말한다. 이처럼 중앙아시아에 대한 정확한 범위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어떠한 정의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다. 반면 동북아시아(東北亞-, Northeast Asia)는 아시아의 동북부 지역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한, 중, 일 3개국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며, 넓은 의미로는 몽골, 러시아의 극동 지역 및 시베리아도 포함한다.1) 이처럼 몽골은 지리적인 광의의 개념으로 중앙아시아와 동북아시아에 모두 포함된다.

그렇다면 몽골의 지경학적(geo-economics)2) 정체성은 어디에 있을까? 몽골은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중국 사이에 위치한 내륙국으로, 서부지역과 동부지역 간 거리는 2,392km에 이르며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카자흐스탄과는 국경을 접하지는 않으나 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근접하다. 또한 몽골의 민족분포를 살펴보면 할하(Khalkha) 몽골인이 82.4%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나, 카자흐(Kazakhs) 몽골인은 몽골 인구의 3.9%를 차지하며 두 번째로 많은 민족분포를 이루고 있다.3) 게다가 역사적으로는 냉전시기 몽골 역시 기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정치·경제적으로 소련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으며, 코메콘4) 가입국이기도 했다. 이처럼 몽골은 동북아시아보다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지리적, 민족적 및 경제적으로 많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1990년 소련해체 이후, 몽골경제에서 소련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여전히 몽골은 중앙아시아 역내 경제협력 프로그램(Central Asia Regional Economic Cooperation Program)에 소속되어 있다.5) CAREC 프로그램은 아프가니스탄, 아제르바이잔, 중국,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키즈스탄, 몽골,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이 포함된 총 11개 국가들의 경제발전 협력체이다.6) 이처럼 몽골은 대규모 경제협력 프로그램에서도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협력체에 소속되어 있다. 즉 현재까지도 지경학적 관점에서 몽골에는 중앙아시아 정체성이 매우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몽골의 경제활동을 살펴보면 몽골의 지경학적 정체성이 중앙아시아 지역과 분리되는 징후가 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로 최근 몽골의 교역국을 살펴보면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아닌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2016년도 기준 몽골의 수입부문을 살펴보면 중국은 몽골 총 수입의 31%로 1위의 수입국이며, 러시아는 소련시기에 비해 몽골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많이 감소했으나 26.2%로 여전히 몽골의 두 번째 수입국이다. 그리고 더욱 주목할 점은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몽골의 주요 수입국은 주로 또 다른 동북아시아 국가들인 일본(9.8%)과 한국(5.9%)이며, 아시아 회귀 정책인 ‘피봇 투 아시아(pivot to Asia)’ 정책을 펼치는 미국(4.1%)이라는 점이다.7)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으로 권력의 중심축을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 역시 동북아시아 관련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상기 사실은 몽골경제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에 비해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둘째로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 중에 있는데, 일대일로 경제회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대 경제회랑의 건설과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그러나 이들 경제회랑 중 중앙아시아 지역을 통과하는 유라시아 대륙교량과 몽골을 통과하는 중-몽-러 경제회랑을 살펴본다면 두 회랑은 지리적으로 분리되어 나뉘어져 있으며, 전자는 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를 연결하고 후자는 중국-몽골-러시아를 연결한다. 이는 아시아를 거쳐서 유럽으로 향하는 물류 루트가 중앙아시아 지역과 몽골이라는 서로 다른 두 지역을 통과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뿐만 아니라 두 경제회랑 중 중앙아시아 지역을 통과하는 유라시아 대륙교량에 대한 투자가 더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유럽으로의 물동량이 많은 중국발 물류가 육로를 통해 유럽으로 운송되는 데 있어서 향후 몽골을 통과하는 운송노선에 비해 중앙아시아를 통과하는 운송노선이 더 활발히 이용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두 회랑이 통과하는 각 지역에서의 발전 격차도 차이를 보일 것이며 이는 몽골이 지경학적으로 중앙아시아와 분리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몽골은 모두 원재료 위주의 수출국이자 천연자원 매장량이 높다는 점에서 공통적으로 원재료 부문과 광산업에 비교우위가 있는데, 이는 이들 국가들의 수출품목이 크게 다르지 않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결국 무역 분야에서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몽골은 상대국보다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을 특화해 교역하면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자유무역의 원리에 근거한 비교우위의 따른 교역의 이익을 크게 누릴 수 없다. 이는 중앙아시아와 몽골 간 교역을 통한 경제협력에 있어서 상호 호혜성을 기반으로 한 교역의 이점을 극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말해준다. 이에, 몽골정부 역시 자국의 지경학적 정체성을 중앙아시아가 아닌 동북아시아에서 찾으려는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에 있는데, 최근 동북아시아 5개국인 몽골,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아시아슈퍼그리드(Asia Supergrid) 프로젝트 참여, 일본과의 EPA(경제동반자협정) 체결, 한반도 문제에서의 중재자 역할 모색 등을 추진하며 자본과 기술력이 우세한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치·경제적 교류를 더욱 증대시키고 있다.

상기 세 가지 사실을 통해 냉전기 이후 몽골의 지리경제학적 정체성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몽골이 과거 냉전시기 소련과 코메콘의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인해 세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자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탈피하여,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지역과 세계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몽골의 국가적인 노력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자국에 가장 잘 부합하는 새로운 몽골의 국가적 정체성을 찾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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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ko.wikipedia.org/wiki/%EC%A4%91%EC%95%99%EC%95%84%EC%8B%9C%EC%95%84

2) 일반적으로 지경학(지리경제학)은 시·공간적 그리고 정치적 관점에서의 경제와 자원에 대한 연구이다.

3) Britannica Academic, https://academic.eb.com/levels/collegiate/article/Mongolia/108737.

4) 1949년에 설립된 공산권 경제 상호원조회의. 몽골은 1962년에 회원국이 되었다.

5) CAREC 프로그램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의해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 간 경제협력을 지원하기 위해 1997년에 설립되었다.

6) https://www.adb.org/countries/subregional-programs/carec.

7) National Statistics Office of Mongolia,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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