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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러시아에게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

  • 작성자 이상준
  • 등록일 2018.04.02

러시아에게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


이상준 교수
한국슬라브유라시아 학회장


강대국 러시아에게 지정학은 국가안위와 발전의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러시아에게 중앙아시아가 가지는 지정학적 가치는 단순히 자원보고로서의 의미를 휠씬 뛰어넘는다. 과거 제정러시아 시기 폭력이 난무하고 무법상태라는 상투적인 이미지를 중앙아시아에 투여하면서 타자화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각국이 독립한 이후 이러한 인식은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러시아가 추진하는 유라시아 경제연합은 경제 통합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제통합이 최종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마지막 단계인 정치통합을 소련시기 이미 한번 이룩한 경험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통합의 구심력은 유지되고 있다. 소련시기 근대화와 더불어 마련된 제도와 인프라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쉽게 연결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물론 중앙아시아 각국들이 독립한 이후 통합의 원심력이 작용한 부분도 많다. 일부 중앙아 국가의 제1무역 상대국이 중국으로 바뀐 경우도 있다.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새로운 길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소련식 모델로서 국가발전의 위기에 봉착한 경험을 가졌기에 체제전환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국가발전 모델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과 번영의 길을 찾아 나섰지만 이웃나라의 영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큰 내륙 국가라는 특성으로 인해 자신들의 역량만으로 현실세계의 경쟁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중국의 일대일로 연선국가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고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지만 중국식 모델로 국가의 안보와 번영이 담보되는 것인지에 대해 우려도 크다.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즘을 막기 위해서는 주변 강대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상하이 협력기구(SCO) 형성의 주된 이유가 되었다.

러시아 입장에서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것은 이 지역으로 특정 국가 혹은 세력이 침투하여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냉전직후 NATO가 동진하였던 쓰라린 경험이 반복되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수동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인도양으로 협력의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SCO에 인도와 파키스탄을 참여시키고 이란도 참여할 수 있도록 중국을 설득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와 중동에서 관여를 줄이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한층 성과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의 성과가 축적되면 이 지역을 둘러싼 협력과 발전의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협력 공간 확대 전략은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들에게 대양으로 나가는 부수적인 효과를 제공한다. 중국이 파키스탄과 손잡고 과다르항을 개발하고 인도와 이란이 차바르 항을 개발하는 것과 맞물려 러시아와 이란 및 인도의 협력적 관계는 중국에서 또 중앙아시아로 이어지는 관문을 길로 이어지게 할 것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내륙국가라는 답답함을 털어버리고 글로벌 공급망으로 자국의 경제와 산업을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협력을 한층 심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교통물류 회랑의 실질적인 활용성을 높이는 것이고 파편화된 전력시장과 에너지시장을 통합하면서 경제통합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교통물류 회랑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유라시아 경제 통합의 관세통관에 관한 통합 표준을 제정하여 물류 운송 흐름을 최대화하기 위해 조치를 올해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교통물류의 흐름을 최대화하는 가운데 전력 및 에너지 시장의 통합도 가속화하려 한다. 전력망 연결을 통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전력 거래 플랫폼을 궁극적으로 하나의 거래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과정을 2020년까지 추진할 것이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전력시장의 통합은 전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각지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전력가격차를 해소하여 새로운 발전소 건설이 경제성을 가지도록 하는 조치가 될 것이다. 또한 전력시장 통합에 이어 에너지 시장도 통합하여 장기적으로 화폐통합으로 이어지게 하는 구상을 하고 있다.

중국도 러시아의 이러한 지전략을 충분히 이해하였기에 인도와 파키스탄을 SCO에 참여시키는 것에 동의하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 중국은 자국의 유라시아 정책을 러시아와 일정부분 공조하면서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국경분쟁을 하는 동안에도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가장 많은 투자가 진행된 국가가 인도라는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흔히 중앙아시아를 시장가치로만 평가하여 전체 인구가 7천만명이 되지 않는 소비시장이라고 폄하하거나 유가하락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것이 어렵다는 부정적인 기류가 많은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가 지극히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만 국한하고 있다는 점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세계 30위 경제규모를 가진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균형적인 외교정책을 전개하는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경제 통합 회원국이면서도 2017년 자국의 언어를 러시아 키릴문자가 아닌 라틴문자로 표기하도록 하였다. 영세중립국의 지위를 확보한 이후 러시아에 이어 중국으로 가스관을 연결하는 투르크메니스탄은 인도로 이어지는 가스관 TAPI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미르지요예프 집권 이후 개혁과 개방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안정에 적극 기여하고자 한다. 키르기스 공화국과 타지키스탄 역시 이러한 변화에 적극 참여하고자 한다.

한국의 신북방정책의 대상으로서 중앙아시아가 포함되었다. 이들 국가와 협력을 추진하는데 있어 러시아가 바라보는 중앙아시아의 지전략에 대한 이해는 한-중앙아간 협력의 내실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내 중앙아시아 전문가와 관련 기관의 아이디어와 역량이 모아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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