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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한국-카자흐스탄 협력과 상생: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의 실천 사례를 중심으로

  • 작성자 이병조
  • 등록일 2018.01.23

한국-카자흐스탄 협력과 상생: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의 실천 사례를 중심으로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교수 이병조


밝아 온 2018년 무술년은 한국-카자흐스탄 외교관계 수립 26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또한 카자흐스탄 자체적으로는 독립 27주년으로 맞이하는 새로운 도약의 해이기도 하다. 양국 간의 관계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에게도 사람에 비유하면 이제는 의젓한 성인의 반열에 자리할 수 있는 세월이라 할 것이다. 1991년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체제에서 줄기차게 국가발전을 추구해 왔으며, 그 결실들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현재는 원유가 하락과 텡게 가치의 폭락으로 2015년 하반기부터는 IFM체제에 돌입하면서 경기가 크게 위축되어 있는 상황이나 시간이 지나면 풀릴 것으로 전망). 오늘날 카자흐스탄은 가장 안정적인 정치와 급성장 해나가는 경제력을 앞세워 중앙아시아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CIS국가들 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측면이기도 하다. 2011 아스타나·알마티 동계 아시안 게임, 2017년 알마티 유니버시아드 동계올림픽과 아스타나 세계박람회(EXPO) 개최 등 카자흐스탄은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오고 있다. 2015년 봄에 다시 한번 재집권에 성공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30, 2050국가발전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며 120여개의 다민족 국가(2017년 현재 인구 1,800만) 카자흐스탄의 발전을 위해 국가 모든 부분에서 독력해 나가고 있다. 장관, 시장, 은행장 등 주요 자리에는 30, 40대의 ‘새파랗게’ 젊은 인사들로 채워져 경쟁력있는 국가건설을 목표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부분에 걸쳐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리고 있는데, 그 열기는 거리에서 조차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뜨겁다.

한국은 바로 이러한 신생독립국 카자흐스탄이 걸어 온 20여년의 여정에 가장 가까이있었던 동반자 국가들 중의 하나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경제 부분에서 가장 선호하는 벤치마킹 대상이자 경제발전 롤모델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25년 동안 국가 정부 차원에서는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가 공공히 다져져 왔고, 민간 부분에서는 경제, 교육과 문화 분야에서 그 어떤 나라들보다도 활발한 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져 왔다.

무엇보다 민간 경제 부분에서의 활동은 가장 두드러진다. 현재 알마티를 중심으로 카자흐스탄에는 30여 개의 중소기업들(2016년 현재 카자흐스탄 한국중소기업연합회 등록회원 수 기준)과 코트라, 삼성, LG, 현대, 한화 등 40개의 지상사들(2016년 현재 카자흐스탄 지·상사협의회 등록회원 수 기준)이 활동하고 있다(미등록 회원사들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적어도 약 100개정도의 한국 업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기계, 철강, 자동차, 건설, 운송, 여행, 식품 및 외식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한국-카자흐스탄 간 경제 교류와 협력을 주도해 나가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에 입각하여 각급 학교와 고아원, 어린이집, 양로원 등을 대상으로 ‘나눔’을 통해 우호와 상생의 기치를 실천해나가고 있다.

필자가 직접 참석하고 또 관여하기도 했던 카자흐스탄 사회에서 펼쳐지고 있는 한국-카자흐스탄 협력과 상생의 사례들을 몇 가지 언급해 보기로 하자.

가장 최근의 사례를 보면, 지난 2017년 12월 14일, 알마티에서는 한국의 코트라(KOTRA) 알마티무역관(관장 강상엽), 카자흐스탄 한국지상사협의회(회장 김중관)와 중소기업연합회(회장 임병률; 2018년부터 김성태)가 연합하여 마련된, 총 11개 기관(한국학과 개설 2개 대학교, 8개 보육원, 고려인협회)에 대한 기증품 전달식이 있었다. 기증품으로는 테블릿 PC(갤럭시텝 40대)와 의류, 식품(라면 81박스, 컵라면), 레고, 정수기, 전자레인지, 게임기, 전화기 등 다양했다. 기증식에는 언급한 기증자-단체들 외에 알마티 총영사관 김준 영사와 기증대상자측 참석자 등 약 30명이 참석을 했다. 기증식에서 김준 영사는, “201년은 한-카 양국 수교 25주년과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입니다(중략) 지난 80년 동안 카자흐스탄 정부가 고려인 사회에 많은 도움을 베푼 사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인데, 카자흐스탄 국민에게 감사한 마음을 간직하고 있으며, 기회가 있는 대로 돕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강상엽 관장은, “카자흐스탄 보육원과 대학교에 테블릿을 기증할 수 있게 되어 뜻깊게 생각하며….(중략) 오늘의 기증이 특별하기 보다는 같은 지역사회에 더불어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것으로 생각합니다”고 했고, 임병률 회장 또한 “카자흐스탄 사회의 어려운 곳에서 선행을 베풀고 있는 모든 분들께 응원과 격려를 보냅니다. 오늘의 나눔이 추운 겨울에 작은 위로가 되길 희망합니다”라며 겸손하고 훈훈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카자흐스탄 간 협력과 나눔의 사례는 특히 교육 현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을 전후로 있었던 몇 가지 사례들을 보자. 2016년(22,000불 제공), 2017년(22,000불 제공)에 이어 2018년 1월 새해에도 카자흐스탄에 한국학이 개설되어 있는 대학(카자흐국립대학교, 국제관계및세계언어대학)을 중심으로 국제교류재단(KF)의 장학금이 제공되었다(각 대학의 대학원 석박사 과정생 5명씩에게 총 26,000불씩 제공). 이는 카자흐스탄 내의 경제상황과 수준을 고려할 때 매우 많은 금액으로, 카자흐스탄 한국학 진흥과 발전, 미래의 한국학도 양성과 사기 진작에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여기에 2017년 3월에는 대학가에서 펼쳐지는 한국학올림피아드에 한국교육원(500불)과 카자흐스탄 한국 지상사협의회(10만텡게)의 지원이 있었고, 2017년 4월에는 성균관대학교가 주최하는 중앙아시아백일장 대회를 통해 입상자들에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무료 진학의 혜택이 제공되기도 했으며, 5월에는 한국 고려인꿈 재단이 주최한 백일장과 장학금(15명, 각각 500불씩)을 통해서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이 전달되었다. 또 9월에는 카자흐국립대 재학생들(15명)에게 POSCO 장학금이 제공되었고(각 800불씩), 11월에는 총영사관 주최로 개최된 한국학퀴즈대회(한국총영사관 공공외교의 일환)를 통해 알마티 전지역에서 참가한 모든 입상자들에게 큰 혜택이 제공되었으며, 2017년 12월에는 2016년(12월 12일)에 이어 카자흐스탄 한국중소기업연합회에 의해 한국학이 개설된 대학들을 대상으로 장학금이 전달되었다(총 10명, 각 10만 텡게씩).

이러한 카자흐스탄의 미래의 일꾼-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측의 지원을 통한 협력과 나눔 사례는 오랫동안 이어져 오고 있다. 나눔과 협력 사례는 교육계 외 사회 일반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큰 사례 중의 하나로, 2010년에는 한국 정부(재외동포재단)의 지원으로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최초 정착지인 우쉬토베에 세워진 최첨단 한국식 비닐하우스 ‘카자흐스탄 고려인영농지원센터’를 들 수 있다. 약 21만 달러가 지원된 이 센터는 1,666㎡(약 500평)규모의 온실하우스로 시설자재(비닐과 파이프, 난방기)와 농자재(종자, 퇴비, 농약 등)를 공급받으며 운영되어 오고 있다. 운영과 실질적인 혜택(결과)면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으나 양국 간 협력사례 중의 하나로 곱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카자흐스탄 원전사업 철수나 발하쉬발전소 건설 무산 등 규모가 큰 개발 및 국책사업 등에서 아쉬운 협력사례들도 발생하고 있으나 규모가 적은 민간차원의 협력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한민족 고려인 사회와의 협력 사례들도 포함된다. 한 예로, 2017년 9월에 알마티 공화국궁전에서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다. 이 자리에서는 고려인협회 김로만 회장 환영사,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축사(대독), 문재인 대통령 축하영상, 정세균 국회의장 축하영상, 카자흐스탄 김대식 대사 축사영상 등이 비쳐졌고,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의 무대가 어우러지면서 고려인 사회와 한국이 서로 협력하고 지지해주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30일에는 알마티 ‘코리안하우스’에서 코트라 알마티무역관에 의해 고려인협회에 한국전통악기 전달식이 진행되었다. 이 전달식은 2017 아스타나 박람회 기간 동안 K-Crew 상설 공연 시 사용되었던 것으로, 이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에 기초하여 진행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다 넓은 시각에서 한국-카자흐스탄 간 협력과 우호증진의 토대는 카자흐스탄 불특정 다수의 사회구성원들을 상대로 한 한국어 무료교육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1991년 9월에 개원된 한국교육원은 매학기 신청인원이 1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한국어를 배우려는 카자흐스탄 사람들로 발길이 넘쳐나고 있다. 약간의 교재비 외에 교육과정이 전액무료인 것도 한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한국을 알고 배우고자 하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높은 열정과 관심이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쾌적한 환경과 우수한 강사진, 우수생 표창 및 상금 지원 등 수업에 대한 높은 동기부여로 알마티 한국교육원은 언제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을 알리고 한국에 우호적인 인력이 자연스레 배출될 수 있는 점들을 고려해 볼 때, 한국교육원은 한국-카자흐스탄 협력과 우호증진의 생생한 현장이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습 이외에 교육원 대강당에서는 한국 유학박람회, 각종 한국어경시대회, 고려인사회의 각종 행사 등이 드물지 않게 진행되고 있어 알마티 한국교육원이야말로 한국-카자흐스탄 교류와 협력의 근본적인 산실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할 것이다.

위에서 열거된 협력의 사례들 외에도 의료한류 바람을 타고 한국-카자흐스탄 간 협력과 우호증진이 실천되고 있는 현장들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서울치과나 소나무한의원, 한솔메디컬센터 외에, 대구에 있는 청연의료재단은 지난 몇 해 동안 카자흐스탄 여러 지역에서 의학특강과 검진활동을 진행해 왔고(2016, 2017년 카자흐국립대, 알마티 의대 등에서 특강), 2017년 한 해 동안에는 알마티 시내에 있는 노바병원에서 단기간씩 진료활동을 하는 한편 병원개원을 위한 행정적 요건들을 구비해 왔으며, 2017년 하반기에는 카자흐스탄 노바메디컬센터와 MOU를 체결하고 본격적인 카자흐스탄 활동의 첫발을 떼고 있어 앞으로의 협력 행보가 기대가 된다. 또한 매해 연대대 강남세브란스와 신촌세브란스, 대구카톨릭대 병원 등에서도 카자흐국립대 건강검진센터에서 알마티 시민들을 상대로 정기적인 무료의료자원봉사를 수행하고 있는데(2015, 2016, 2017년 6-7월, 10-11월 시기에 수행), 이때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의 우수한 학생들이 통역봉사활동을 돕고 있어 의료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과 우호관계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지속되어 나가리라 점쳐진다. 카자흐국립대학의 경우 2016년 의학부 신설을 시작으로 대학병원 설립을 최종 염두에 두고 강남세브란스, 서울대학병원 등과 지속적인 의료협력 활동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상에서 언급된 일련의 사례들은 한국-카자흐스탄 간 지속되어 온 협력과 우호, 나아가 상생을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한국 정부와 민간 기업 등을 통한 양국 간 협력과 우호,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회활동 모습은 카자흐스탄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의 여러 민족들 중 고려인과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성향을 견지해 오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한민족 특유의 근면성과 성실성 이라는 인자를 지닌 때문이고, 그러한 특성은 바로 카자흐스탄이 이루어나가고자 하는 경쟁력있는 미래국가 건설에 가장 요구되는 필수 덕목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현재 카자흐스탄에서는 ‘한류’의 영향이 강하게 불고 있다. 2009년 카자흐스탄 국영 방송사 카작스탄TV를 통해 방영된 MBC 사극 ‘주몽’ 이후 카자흐스탄의 한류는 최근의 의료한류와 더불어 절정으로 치닫고 있고, 앞으로도 쉽게 사그러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망한다. 게다가 카자흐스탄이 선망하는 경제강국 한국이 한반도에 건재하고, 또 카자흐스탄에 진출해 있는 많은 한국 기업들의 경제활동 및 ‘노블레스 오블리제’ 정신에 입각한 지속적인 사회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 말이다. 2018년 황금개띠의 해, 한국-카자흐스탄 양국 간의 협력관계가 더 돈독해지고, 나아가 양국 간 모두 윈윈 하고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1. 카자흐스탄 각 사회단체들에 대한 코트라 알마티 무역관의 지원품 기증식
사진2. 국제교류재단(KF) 장학금 수여식
사진3. 포스코 장학금 수여식
사진4. 카자흐스탄 한국중소기업연합회 장학금 수여식
사진5. 고려인협회에 기증품 전달 중인 코트라 알마티 무역관 강상엽 관장
사진6. 강남세브란스 병원 자원봉사의료진과 카자흐국립대 한국학과 통역도우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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