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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전문가칼럼] 한국-키르기즈스탄 공화국의 협력과 발전상

  • 작성자 박소라
  • 등록일 2018.01.10

한국-키르기즈스탄 공화국의 협력과 발전상

키르기즈-터키 마나스 대학교 박사과정 박소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민주적인 국가라고 평가받고 있는 키르기스스탄은 2005년과 2010년 두 번의 민주주의 운동을 통해 정권을 교체 한 역동적인 나라이다. 이른바 튤립혁명 또는 레몬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민주화 운동의 물결은 부정투표, 개표조작, 매표 등으로 인한 국민들의 원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정치의 부정부패, 경제개혁실패, 정부 요직에 친인척 등용 그리고 언론 탄압 등이 불씨가 되어 국민들은 2명의 대통령을 키르기즈스탄에서 내쫓았다. 튤립혁명이 일어난 지 약 17년이 지난 지금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하고 있는 아스카르 아카예프 (Askar Akayev)를 보면 아직도 계란을 던질 만큼 키르기즈 국민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러한 정치 혁명은 오늘날 키르기스스탄이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민주정치가 잘 실현된 국가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되었으며 국민들 또한 민주적인 국가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지난 4월 26일 ‘2017 세계 언론 자유 지수’를 발표하였다. 키르기즈스탄은 89위에 이름을 올리며 중앙아시아 5개국 중 가장 언론자유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57위의 카자흐스탄과 169위의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훨씬 높은 점수이다. 언론의 자유도는 한 나라의 민주적 지표로 연결되기도 한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국민의 힘으로 정권이 교체되는 모습은 키르기즈스탄이 이웃 국가들과는 다른 길로 걸어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지난 10월 15일 키르기즈스탄에서 진행된 대통령 선거이다. 선거는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전 대통령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Almazbek Atambayev) 에서 소론바이 젠베코프 (Sooronbay Jeenbekov)로 정권이 교체되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선출된 소론바이 젠베코프는 11월 25일 취임식을 기점으로 국정 업무에 돌입했다.

2015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보여준 질서 잡힌 선거절차로 국제선거참관단(IEO)의 호평이 이어졌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한국과의 협력이었다. 2015년 한국정부의 무상원조사업으로 지원한 “키르기즈스탄 선거역량 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지원된 전자투개표기기의 도입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졌다. 며칠씩 걸렸던 수개표의 불신과 조작의혹을 떨칠 수 있었으며, 신속한 선거 결과와 믿을 수 있는 유권자 전자신원대조로 키르기즈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이는 민주혁명을 통해 정권을 교체시키면서 불안한 정국을 경험했던 국민들에게 신뢰감 있고 공정한 투표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렇게 한국국제협력단(KOIKA)의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은 키르기즈스탄에 또 다른 변화를 가지고 왔으며, 더 성숙화된 민주주의의 학습을 도모했다는 현지 언론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더불어 키르기즈스탄 정부가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전자신분증을 구입해 선거에 활용하였다. 키르기즈 국민들의 생체정보가 담긴 이 전자신분증은 모든 기록이 전산화로 이루어져 있어 빠른 공무처리와 신분확인을 가능하게 했다. 키르기즈 정부는 2017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전자신분증을 전자투개표기기와 연계해 활용하고자 국민들의 생체인식 등록과 전자신분증 교체를 독려했다. 또한 정부는 사전 신청자에게 제공하는 배송서비스, 이전에는 없었던 중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한 투표구 확인과 후보자 정보 제공서비스 등 온라인의 적극적인 활용도 또한 투표율 높이기의 일환으로 발전된 선거상을 선보이기 위해 만전을 기했다. 2016년 2월 키르기즈스탄 국가등록청 청장 타이르벡 싸르파셰브의 (Tayyrbek Sarpashev) 한국 방문 시 한국조폐공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하여 양국의 협력을 약속했다. 이후 같은 해 5월에 한국조폐공사와 한국국제협력단 (KOICA)이 ICT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분야 해외진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후 키르기즈스탄은 한국조폐공사가 전자신분증을 수주한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중복투표 또는 대리투표를 방지하고 선거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도입된 총 300만장의 전자신분증 중 190만장과 카드신청 및 발급시스템을 포함해 총 76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무상으로 지원하였다. 키르기즈스탄 정부는 남은 110만장에 해당하는 비용을 부담했다.


사진1: 키르기즈스탄 중선관위 홈페이지 화면 (https://shailoo.gov.kg/kg/)

이렇듯 한국조폐공사의 전자신분증과 전자투표기기의 수출은 키르기즈스탄의 정보화 및 민주화 발전에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으며, 나아가 경제와 사회발전에 큰 기여를 하였다. 키르기즈스탄의 민주적인 정권교체의 이면에는 한국의 기술이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키르기즈스탄 대통령 선거에서의 한국과 키르기즈스탄의 협력은 정보기술 분야에서 이뤄낸 결과물들 중 가장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문화와 인적자원의 교류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이번 협력을 기반으로 조금 더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기대해 볼 만하다. 이미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앙아시아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정작 키르기즈스탄으로의 한국 기업 진출은 다소 늦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키르기즈스탄 길거리에 한국인들 눈에 익숙한 한국 기업들의 간판이 간간이 보이고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대형 백화점에 공식매장의 형태로 속속 들어오면서 키르기즈스탄 진출길에 대한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키르기즈 국민들에게 한국은 일을 위해 또는 공부하러 가고 싶은 꿈의 나라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 대한 지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인터넷을 통한 한국 드라마, 화장품 그리고 연예인들에 대한 흥미도를 충족하고는 있지만 정작 더욱 깊이 알고자 하는 키르기즈인들의 한국문화갈증은 채우기 힘든 실정이다. 주키르기즈한국대사관과 한국교민들의 다양한 문화행사로 전보다는 풍족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 키르기즈인들이 한국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자 통로이다. 한국에서 일하고 돌아와 키르기즈에서 제2의 삶을 시작하는 키르기즈인들의 역할이 그야말로 크게 필요한 때이다. 우리는 한국경험이 있는 키르기즈인들을 다리 삼아 민간외교역할을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관심 있는 소수만이 아닌 다수를 위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사진2: 2016년 제2회 국제유목민대회 각 국 선수단 입장식 당시 한국선수단

2018년, 키르기즈스탄에서 제3회 국제유목민대회가 열린다. 격년으로 개최되는 국제유목민대회에 한국 선수들이 참가하며 좋은 성적을 내었고,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2014년 제1회 국제유목민대회 당시 참가한 선수단의 2배가 넘는 62개국 선수단이 제2회 국제유목민대회에 참가하며 명실공히 키르기즈스탄의 국가브랜드로 자리매김하였다. 이런 국제대회에 한국 대표선수단이 참가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한국문화를 알리고 관심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막연한 한국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만져볼 수 있는 한국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물론 문화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경제적인 이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부족한 지하자원의 결핍을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자 유치와 무역진입장벽 낮추기로 일관해 온 키르기즈스탄은 단연 한국에게 매력적인 나라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키르기즈스탄, 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로루시아, 아르메니아가 가입되어 있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은 2억명에 가까운 경제인구를 아우를 수 있기에 이제 막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있는 키르기즈스탄으로의 진출은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기존의 선진국 중심 외교 프레임을 벗어나 신흥 국가들과의 보다 적극적인 관계 형성을 통한 새로운 외교 프레임을 구축해 나가야 할 때이다.

독립 후 키르기즈스탄은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에 비해 늦은 대사관 개설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다양한 방면에서 꾸준한 교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전에는 문화와 인적교류가 주류를 이루었다면 현재는 기술과 정보 교류 협력까지 점점 다양한 분야로 넓혀가고 있다. 이제는 공공기관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교류관계 형성과 함께 민간외교역할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의 활용이 전방위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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