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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카자흐스탄 독립 30년 평가와 전망

  • 작성자 송금영
  • 등록일 2021.03.29

카자흐스탄 독립 30년 평가와 전망

송 금 영

전 주카자흐스탄 공사

2021년은 199112월 카자흐스탄이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지 3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지난 30년간 카자흐스탄은 소수민족 간의 화합과 통합정책, 석유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기반으로 한 건실한 경제성장, 그리고 안정적인 대외여건 조성을 통해 중앙아의 강국으로 부상하였다.

첫째 카자흐스탄은 정치적으로 구소련의 유산을 청산하고 독립 국가로서의 확고한 기반을 구축하였다.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은 독립 국가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고 균형적인 국토발전을 위해 1997년 수도를 알마티에서 아스타나(현재 누르술탄)로 이전하였다. 지난 20년간 카자흐스탄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으로 누르술탄은 중앙아에서 인구 100만 명의 현대적인 도시로 발전하였으며 금융허브로 부상하였다. 구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한 중앙아 5개국 중 수도를 이전한 나라는 카자흐스탄이 유일하다. 또한 카자흐스탄은 평화로운 정권 이양의 좋은 선례를 남겼다. 지난 30년간 통치해 온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20193월 사임하자 토카예프 상원의장이 대선에 출마하였으며 약 71%로 득표하여 201962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둘째 카자흐스탄은 경제적으로 중진국이 되었으며 중앙아 경제성장을 견인하였다. 1990년대 초 독립 당시 카자흐스탄은 구소련의 해체로 인해 경제적으로 거의 파산상태였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정부는 시장 중심의 경제개혁 및 적극적인 해외투자 유치, 대규모의 석유 및 가스 개발 성공으로 2000년대 초창기에 연간 10%의 고도 경제성장을 시현하였으며 2019년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9,731달러에 달하는 등 중진국이 되었다. 중앙아의 최대 자원 부국인 카자흐스탄은 2050년 세계 30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경제발전에 매진하고 있으며2015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출범을 주도하는 등 역내 무역자유화에 적극적이다.

셋째 사회 문화적으로 국민통합에 성공하였다. 180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한 카자흐스탄은 100여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다종교 국가이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카자흐인, 러시아인, 고려인 등 다양한 민족 간의 우애를 강조하였으며, 이슬람, 정교 등 여러 종교들의 공존에 노력하였다. 또한 민족 정체성 확립을 위해 2025년까지 카자흐어 표기를 키릴문자에서 라틴문자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등 카자흐의 역사, 문화 복원을 통해 국민의식을 개혁하고 사회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넷째 대외적으로 실용적인 다변화 외교(multi-vector diplomacy)를 통해 국익을 증진하고 평화 애호국으로 위상을 제고하였다. 카자흐스탄은 냉전시대 구소련이 사용한 세미팔라틴스크 핵실험장을 1991년 폐쇄하고 구소련이 배치한 핵무기를 1992년 폐기하는 등 핵 없는 세상의 구현을 위해 노력하였다.

카자흐스탄은 탈냉전시대에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핵보유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았고 미국 등 서구 진영으로부터 대규모 해외투자를 유치하여 경제발전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은 균형적인 다변화 외교를 통해 인접한 러시아 및 중국과의 전략적인 협력 강화는 물론 미국, 인도,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과 우호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다섯째 중앙아 지역 안전과 통합, 다자협력 강화에 노력하였다. 1990년대 초 독립한 카자흐스탄은 세계 9위의 영토대국이 되었으며, 급선무는 수천 km의 국경선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 우즈베키스탄 등과 국경협정을 조기에 체결하는 것이었다. 마침내 1990년대 하반기 이들 국가들과 국경획정협정을 체결하여 우호관계 구축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카자흐스탄은 분쟁 예방과 테러, 폭력적 극단주의 등 새로운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다자협력에도 적극 참여해 오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992년 아시아의 신뢰구축과 분쟁방지를 위한 아시아교류신뢰구축회의(CICA)를 창설하였고 2003CIS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창설에 기여하였다. 그리고 중앙아 국경안정과 테러방지를 위한 상하이협력기구(SCO) 창설 회원국으로 2001년 참가하였으며 2009년 중앙아 비핵지대(CANWFZ) 창설을 주도하였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중앙아의 공동 번영과 안보협력을 위해 20181차 중앙아 정상회의를 개최하였다.

한편 카자흐스탄은 지난 30년간 여러 위기를 경험하였다. 카자흐스탄은 에너지 자원부문이 국내총생산의 20% 및 수출의 75%를 차지하는 등 과도한 자원의존형 경제구조로 인해 국제경기의 변동에 취약하였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가 크게 위축되었고 경제성장률이 연간 10%에서 20091.2%로 하락하였다. 2014년 미국의 셰일(shale) 혁명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폭락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제재 조치로 러시아의 경제가 크게 악화되자 카자흐스탄 경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확산으로 카자흐스탄 경제성장률이 20194.5%에서 2020년 마이너스 2.5%로 급락이 예상되는 등 최근 최악의 경제침체를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 카자흐스탄은 지난 30년간 구축한 국내 안정과 사회통합을 기반으로 2050년 세계 30대 선진국 진입을 위해 정보통신 및 과학기술 기반의 4차 산업 진흥, 디지털 경제 구축, 민생 안정, 다변화 외교정책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코로나 위기로 침체된 경제 회복과 실업자 구제를 위한 일자리 창출, 그리고 코로나-19 등 전염병 방지를 위한 보건 인프라의 현대화가 절실한 과제이다.

카자흐스탄은 신세대의 등장으로 민주화와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 증대 등 사회 변동이 보다 가속화 될 것이다. 1990년대 초 독립 당시 태어난 30대 신세대가 사회의 중심층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소련식 교육을 받은 구세대와 다른 개인주의적 가치관을 갖고 있다. 신세대는 보다 많은 정치 참여의 기회 보장, 공정한 부의 분배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가 국정운영의 주요한 현안이 될 것이다.

대외 환경도 30년 전과 비교할 때 급변하고 있으며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2014년 러시아는 크림반도 병합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복귀하였고 중국의 부상으로 미-중간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등 신냉전이 도래하였다. 카자흐스탄은 고도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석유 및 가스의 수출시장 확보가 중요한 만큼 안정적인 대외여건 조성에 주력해 나갈 것이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최대 교역 대상국이며 7,500km의 국경선을 접하고 있는 등 안보적으로 중요한 국가임을 감안하여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를 주축으로 중국, 미국, 인도,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들과의 우호 관계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0년간 한국과 카자흐스탄 관계도 괄목하게 발전하였다. 1992년 수교 당시 양국 간 교역액이 1천만 달러에서 201942억 달러로 420배 성장하는 등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로 인해 양국 간의 경제협력 잠재력이 다대하다. 한국의 우수한 정보통신기술(ICT)과 카자흐스탄의 2050 국가발전전략이 잘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양국 간 공동 번영에 기여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