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도시들의 당면 문제와 협력 과제
이백진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들어가며
한국과 중앙아시아(이하, 한-중앙아) 국가들과의 교류가 증가하고 상호협력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2023년)가 발표한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2년에 한-중앙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의 교역규모는 약 92.11억 달러였다. 2023년에는 10월까지 약 80.09억 달러 정도였으니, 곧 100억 달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이후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국가별 일부 차이는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특히, 2020년)을 제외하면, 2005년부터 연간 GDP 성장률이 3∼9퍼센트로 꾸준히 유지되고 있으며, 2028년까지는 2∼6퍼센트의 성장이 예측된다(IMF, 2023, World Economic Outlook).
반면,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 과정에서 겪는 도시 문제들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도 발생하고 있는데, ‘특정 지역에 편중된 급격한 도시화의 진행’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은 빠른 경제 성장을 위해 특정 지역에 집중된 지역개발을 추진하게 되는데, 도시기반시설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면 다양한 도시 문제들이 함께 발생한다.
중앙아시아 도시들의 당면 문제와 협력 필요성
최근 세계은행이 중앙아시아 48개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경제성장 과정에서 중앙아시아 도시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알 수 있다(WB, 2023년 9월). 먼저,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도시화와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48개 도시 지역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적으로 36.2퍼센트 성장했다. 특히, 대규모 도시 지역들을 중심으로 도시화와 확장이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데, 인구가 대규모 도시 지역들로 편중되고 이촌향도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중앙아시아 도시들의 급속한 성장은 지속 가능한 발전 측면에서 비효율적인 도시공간의 확장 형태를 띠는 것으로 평가된다. 대상 도시의 약 58퍼센트는 급속한 도시 개발이, 약 39퍼센트는 공간적으로 파편화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즉, 도시기반시설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세계은행 보고서에서는 특히, 도시기반시설 부족, 근린생활시설(즉 의료, 교육, 스포츠, 문화 등)까지의 낮은 접근성, 공적 공간(공원, 광장 등)의 부족 문제 등을 지적하였다. 또한, 중앙아시아 도시들은 매우 심각한 기후·환경적 도전에 직면해 있는데, 많은 도시가 자연재해, 도시열섬 현상, 대기오염, 1인당 높은 온실가스 배출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하였다. Gulnoza(2023)는 중앙아시아 도시들이 공통으로 가지는 과제로서 △도시와 도시 간 이동성 개선, △구소련 시절 건설된 도시기반시설의 대규모 개보수, △사막화 및 녹지 훼손에 따른 대기오염 등 환경과 공중보건 문제의 완화를 지적했다.
한국도 경제성장 과정에서 유사한 도시화 문제를 겪어왔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국토와 지역개발 정책을 추진해 왔다(국토연구원, 2018). 1970년대는 경제성장을 위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산업단지(예, 울산)와 교통인프라(예,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집중하였다. 1980년대는 경제 성장 위주의 정책으로 초래된 공간적인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균형 개발을 촉진하는 정책들이 시행되었다. 대도시 서울과 부산의 급속한 성장을 억제하고, 특정 지역 개발 방식에서 지역생활권 조성과 성장거점도시 개발 방식으로 변화된 것이다. 이때, 수도권정비기본계획, 도(道)건설종합개발계획, 지역경제권(중부, 동남, 서남 등) 개발 계획 등이 만들어졌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국가의 균형발전 정책은 꾸준히 유지되었고, 규제 위주였던 수도권 정책의 완화와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민간투자의 참여도 확대되었다. 2010년대는 국토와 지역개발 정책의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선진국형의 경제 저성장 기조, 인구 감소와 고령화, 지방지역의 쇠퇴 문제가 새롭게 대두된 것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들도 추진되고 있는데, 최근 IT와 도시를 융합한 스마트 시티(Smart City), 스마트 모빌리티(Smart Mobility) 등이 대표적이다.
중앙아시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겪게 되는 도시 문제들은 우리가 경험했던 문제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러니 똑같은 과정의 문제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도시 문제들을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아시아 5개국은 자국의 경제발전 및 지역개발 전략에 지역균형개발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카자흐스탄 2050 전략; 키르기스스탄 지속가능발전전략 2018-2040; 타지키스탄 국가발전전략 2016-2030; 투르크메니스탄 사회경제발전 전략 2011-2030; 우즈베키스탄 발전전략 2022-2026). 그러나 실제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우리가 추진한 국토 및 지역개발 정책들의 장단점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충분히 공유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나오며
지금까지 중앙아시아 국가와 도시에 대한 국내 연구는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다. 먼저, 중앙아시아 도시들을 대상으로 한 현황과 문제점들을 분석하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중앙아시아의 핵심적인 협력 과제들을 공간(국토 전반, 도시, 지방), 시간(단기, 중기, 장기) 단위로 구분하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세부 분야별(도시기반시설, 교통·물류, 산업입지, 스마트시티 등) 협력 사업들도 한-중앙아 협력의 장기비전을 가지고 도출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중앙아시아 국가의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도시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을 마련하고 이를 위한 단계적인 협력 사업들을 발굴해야 한다. 한-중앙아 협력은 그동안의 경제협력 중심에서 다양한 분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기조에서 한-중앙아협력포럼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앞으로 중앙아시아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국토와 지역 분야에도 다양한 지식 공유와 협력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
[참고문헌]
국토연구원. 2018. 국토연구원 40년사. 세종: 국토연구원. 한국무역협회. 2023. 수출입통계(K-stat).https://stat.kita.net/stat/kts/ctr/CtrTotalImpExpList.screen (2023년 12월 9일 접속)
Gulnoza Kuldosheva. 2023. 한국의 도시 재개발 전략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주는 교훈. EMERiCs 전문가 오피니언. 세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IMF, 2023, World Economic Outlook. https://www.imf.org/external/datamapper/datasets/WEO (2023년 12월 10일 접속)
WB. 2023. Central Asia Resilient and Low-Carbon Cities. https://thedocs.worldbank.org/en/doc/09a6e5c1e53c4d9be5739c02266cb4ba-0080012023/original/Fact-Sheet-CARL-Cities-2023-en.pdf (2023년 12월 9일 접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