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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앙아시아 물류 관련 현안과 향후 추진 전망

  • 작성자 박지원
  • 등록일 2023.12.01

중앙아시아 물류 관련 현안과 향후 추진 전망

 

박지원(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중앙아시아 연계 물류 루트의 중요성

 

중앙아시아 지역은 유라시아의 중앙부에 위치하여 과거부터 대륙을 관통하는 물류와 교통의 중심 지역으로 여겨졌다. 1991년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소비에트에서 독립한 직후부터 서방 국가들은 이 지역을 연결하는 운송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트라세카(Traceca) 프로그램은 1993년 유럽과 코카서스, 중앙아시아 간의 교통물류 체계를 원활히 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유럽연합의 재정적 지원 하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과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등 총 8개국이 참여하였다. 또한, 1997년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주도로 시작된 카렉(CAREC) 프로그램은 중앙아시아 5개국을 포함한 인접 지역 11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여 중앙아시아 지역의 교통, 무역, 에너지 분야의 발전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촉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발전되었다. 중앙아시아 지역과 동쪽으로 연계된 중국은 지난 20135월 시진핑(Xi Jinping) 중국 국가주석의 카자흐스탄 방문시 발표된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구상을 통해 이 지역이 에너지 자원 획득을 위한 협력대상일 뿐만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의 동-서를 연결하는 물류중계허브(transit hub)'로서의 역할도 중요함을 인식하도록 해주었다. 2010년대 이후 가속화된 중국의 경제성장은 에너지 자원과 상품운송루트의 해상접근성뿐만 아니라, 중앙아시아를 통한 육상접근성의 강화를 필요로 했고 이와 같은 관점에서 중국에게 중앙아시아 지역은 다른 어느 국가보다도 전략적으로 중요했다.


이후 2020년의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러 경제제재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유라시아 대륙의 물류 연계망 구축이 매우 중요함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기존에 러시아를 관통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및 중국횡단철도(TCR)의 기능이 장기간 마비되었고,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러시아의 물류 운송 기능이 차질을 빚으면서 대안으로서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루트의 개발이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추진 현황

 

현재 유라시아 대륙에서 중앙아시아를 연계하여 운영되고 있거나 개발논의 중인 루트는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진다.

첫 번째 루트는 중국과 카자흐스탄 동부를 연결하여 카스피해를 통해 아제르바이잔까지 연결되는 트랜스카스피안(Trans-Caspian)루트로,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만을 관통하는 옵션이다. 유라시아 지역의 무역운송루트의 조성에 있어, 카자흐스탄을 제외한 논의는 쉽지 않다.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으며 영토 또한 광대하여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중간 고리로의 영역이 매우 넓기 때문이다.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이자 큰 수혜를 받는 국가가 카자흐스탄이라는 데에도 대체로 이견이 없다. 카자흐스탄도 이러한 지리적인 위치를 십분 활용하여 트랜짓 국가로서의 이익을 누리고자 하고 있다. 이 루트는 이미 운영되고 있으나 카자흐스탄 국내의 노후화된 인프라 개선과 카자흐스탄 항만의 현대화가 중요한 과제이다. 카자흐스탄 정부의 의도는 일대일로 상에서 카자흐스탄 동편의 호르고스(Khorgos)와 서편의 악타우(Aktau)를 중심으로 하는 물류체계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며 악타우에 조성되어있는 경제특구도 중국의 물류허브역할과 더불어 중국 제조업기업들의 투자를 통해 제조업 기능이 원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향후 대외적으로 기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평가되는 곳은 카스피해 연안의 쿠릭(Kuryk)항이다. ‘누를리졸 2015-2019’프로젝트에 따라 건설된 쿠릭항은 페리터미널, 벌크 카고 전용터미널, 선박 수리 및 가공시설 등을 갖춘 복합운송 콤플렉스로 변모되고 있다. 악타우와 쿠릭 항구에서 선적된 물량은 카스피해를 통해 아제르바이잔 바쿠(Baku)항으로 이송되고 여기에서 BTK 철도를 통해 터키까지 연결된다.


둘째는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CKU)철도이다. 중국은 카자흐스탄을 통해 유럽을 연결하는 루트를 가장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지원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지나친 의존은 분산시키려고 한다. 그 중의 대표적인 노선이 상기 노선이다. 이 노선은 중국의 란저우(Lanzhou)에서 출발하여 키르기스스탄의 오쉬(Osh)지나 우즈베키스탄의 안디잔(Andijan)과 타슈켄트(Tashkent)까지 연결한다. 이 노선의 장점은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뿐만 아니라 이후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이란까지 연결되어 있으므로 중앙아시아 각 지역과의 연계성이 매우 뛰어나며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적인 운송루트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운송회랑은 공식적으로 201710월에 개통되었고, 20182월부터 실제로 운영되기 시작했는데, 중국에서 중동과 남부유럽까지 연결되는 최단루트로 평가된다. 문제는 공식적인 개통에 따라 중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구간은 완공되었지만, 양쪽을 연결하는 키르기스스탄 국내 구간이 아직 미완공 상태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키르기스스탄 내의 구간(400km)은 상품이 트럭으로 환적되어 운송되고 있는데, 키르기스스탄으로서는 철도노선의 건설을 완공할만한 재정적인 여유가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은 키르기스스탄에 대해 철도건설을 위한 차관을 제공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으나 키르기스스탄은 현재도 높은 중국차관 의존비중을 더 높이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키르기스스탄 내의 철도건설이 지연되고 있으나, 상황이 개선되어 완공된 이후에는 노선의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이며 카자흐스탄을 배제하는 노선으로 중국의 또 다른 옵션으로 활용될 것으로 판단된다.


세 번째 루트는중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이란노선이다. 이 노선은 중국의 이우(Yiwu)'에서 출발하여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거쳐,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이란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이 노선은 중국에서 이란까지 가는 전체 구간 중에서 카자흐스탄을 동-서로 가로지르지 않고, 알마티를 포함한 일부 남부지역을 통과한다. 또한, 앞의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노선과 마찬가지로 많은 중앙아시아를 경유하여 이란까지 연결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노선은 공식적으로 20162월에 개통되었는데, 중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물동을 경유하는 물류허브가 되기를 희망하는 이란으로서는 이 노선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 노선이 갖는 장점은 기본적으로 중국이 이란의 최대교역 파트너로서 이란과 중국의 교역량이 중앙아시아보다 많다는 점이다. 활발한 교역을 바탕으로 노선이 활성화되면 이란을 통해 유럽을 향하는 물동량도 자연스럽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위의 세 번째 노선 중,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을 경유하지 않는 중국-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아프가니스탄-이란루트도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 노선은 201412월 타지키스탄의 수도인 두샨베(Dushanbe)에서 5개국이 합의한 결과에 따라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데, 중국에서 이란까지 총연장 약 2,100km의 길이로, 노선의 약 50%가 아프가니스탄을 통과하는 것이 특징이다. 철도건설에 소요되는 자금은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이 자금을 공여하고 있다. 다만, 아프가니스탄의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하여 사업의 정상적인 진척이 어렵다는 것이 우려 요인이다.

 


향후 전망

 

유라시아 지역에서 중앙아시아를 연계하는 물류운송루트의 개발은 향후 이 지역의 경제환경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사안이다. 지금 중앙아시아 각 국가들이 자국을 중심으로 하는 노선의 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은 이 노선이 관통하는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에 비해 매우 큰 경제적인 수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같은 프로젝트는 장기간의 시간과 대량의 자금이 소요되는 국제적인 사업이다. 과거의 다양한 프로젝트의 사례를 볼 때, 이러한 계획은 실현되기까지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현재 상황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노선은 중국과 카자흐스탄을 직접 연결하는 트랜스카스피안(Trans-Caspian)루트이다. 카자흐스탄은 이 루트의 현대화와 연계된 항만개발을 계획대로 추진 중이다. 정부의 의지와 재정적인 뒷받침이 지속되고 있고 물동량도 확대되는 추세이며 카스피해 건너편의 아제르바이잔-조지어-터키를 연결하는 BTK 철도는 이미 안정적으로 운행되고 있다. 다른 중앙아시아 연계 루트의 경우 재원조달 문제, 각 국가들의 이해관계, 정치적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카자흐스탄을 통하는 루트보다 추진과 완공에는 더 오랜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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