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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중앙아 수교 30주년 기념 기획칼럼10] 한-중앙아 문화교류 협력 30년: 평가 및 향후 과제

  • 작성자 신보람
  • 등록일 2022.11.15

-중앙아시아 수교 30주년 문화교류협력 평가와 전망

 

 

신보람

전북대학교 국제인문사회학부

 

문화교류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며, 궁극적으로는 공감을 형성하는 데에 기여한다. ,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소통의 창구인 것이다. 소련이 존재했던 70년간 서로 단절됐던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1992년 수교가 이루어진 이래 지난 30년간 서로를 알아가는 관계 형성의 과정을 거쳐왔으며, 여기에는 문화교류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5개국과 문화교류 관련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문화·예술 분야 주요 협력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문화장관회의를 2회 개최한 바 있다. 본 글에서는 한-중앙아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실크로드,’ ‘고려인,’ 그리고 한류라는 3가지 키워드를 통해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문화교류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이를 통해 앞으로 문화교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

 

실크로드는 한-중앙아 수교 이전부터 한국인들에게 중앙아시아를 떠올리게 하는 연관어로 인식되었다. 1980년대 초반, 일본 NHK 특집 실크로드 다큐멘터리가 한국에 방영되면서, 소련에 속해있던 중앙아시아가 일반 대중에게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시장 개방과 해외여행 자율화가 이뤄졌으며, 소련과의 수교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경 너머의 드넓은 세계를 향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던 시기였다. 같은 시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고구려 사신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하는 6~7세기 소그드 왕국의 벽화가 발견되며, 한반도와 유라시아 지역 간 교류의 흔적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실크로드의 역사는 머나먼 이국의 땅에 대한 낭만적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1992년 한-중앙아 수교 이후 중앙아시아 출입이 가능해지자, KBS, MBC, SBS 등의 방송국이 앞다투어 중앙아시아의 초원 유목문화와 실크로드 유적을 소개하는 탐방 다큐멘터리를 제작·방영했으며, 이를 통해 소련 붕괴 이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유라시아 진출에 대한 국민의 기대 또한 높아졌다.

2005년 국립중앙박물관은 중앙아시아 전시관을 구축했으며, 2010년에는 실크로드와 둔황: 혜초와 함께하는 서역기행이라는 실크로드 특별전을 기획했다. 2008년에는 외교부가 중앙아 5개국 문화를 소개하는 실크로드 문화축전행사를 서울, 제주도 등 여러 도시에서 개최했다. 2015년에는 경상북도 지자체가 유엔세계관광기구의 후원으로 실크로드 대축전이라는 대규모 문화축제를 신라의 수도 경주에서 개최했다. 2017년 한국국제교류재단 산하 한-중앙아시아협력포럼사무국이 개소된 이후, 중앙아시아 최대 명절인 나브루즈를 기념하는 봄맞이 축제가 매년 열리고 있다. 이러한 문화행사들은 실크로드 중심지였던 중앙아시아 문화를 국민들에게 소개할 뿐 아니라, 실크로드를 따라 유라시아를 여행했던 선조들의 발자취를 추적함으로써 중앙아시아와 한반도의 역사·문화적 연결성을 재조명하는 데에 이바지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유적 보존에 협력하고 있다. 2013년부터 한국 정부는 문화 ODA 사업의 일환으로 사마르칸트 아프로시압 벽화의 디지털 복원을 지원했으며, 2022년 키르기스스탄의 문화자원 디지털화 사업에 착수했다.

 

중앙아시아의 우리 동포, 고려인

 

현재 중앙아시아에서는 약 30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인해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고려인들은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가교 역할을 수행해왔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에 민간교류가 전무했던 상황에서도 고려인 덕분에 중앙아시아 현지인들이 한국인과 한국문화에 대해 친숙함을 갖게 된 것이다.

수교 이후, 중앙아시아가 한국인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고려인들 덕분이었다. 1994MBC가 창사특집으로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카레이스키>라는 드라마를 제작했으며, 1997년 고려인 강제 이주 60주년을 기념하여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화가 신순남 화백의 특별전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되었다. 그리고 2021년 문재인 대통령이 중앙아시아를 순방하며 카자흐스탄에 묻힌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봉환하며 오늘날 대한민국과 고려인 동포가 공유한 한민족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려인은 그들이 부모 세대로부터 물려받은 한국의 문화와 언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으며,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 독립 국가들이 자국민 우선주의 정책을 펼치자 소수 민족인 고려인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소련 붕괴 이후, 1990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카자흐스탄 고려인협회가, 1991년에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고려인문화협회가, 그리고 1999년에는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에서 고려인협회가 설립되었다. 한국은 고려인협회와 공동체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다. 고려인 동포들의 한국어 학습을 지원하기 위한 한국학교 설립 및 운영지원과, 한국문화 전수를 위한 예술가 국내연수 및 교류 프로그램, 고려인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금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국내 이주를 희망하는 고려인들에 대한 지원 사업 또한 운영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약 32,000(2018)의 중앙아시아 출신 고려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중앙아 청년들을 매료시킨 한류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한국을 문화콘텐츠 강국의 발열에 올린 한류의 바람이 중앙아시아에도 예외 없이 불었다. 특히 조선 시대의 음식과 의학을 소재로 한 <대장금>은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서 7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중앙아시아 대중들에게 명작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다. K-드라마의 인기는 K-영화와 K-pop 등 타 대중문화의 영역까지 확대되었으며, 수많은 중앙아시아 한류 팬들이 생겨났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한국 음식, 화장품, 패션 또한 현지인들의 높은 관심을 받으며 한류의 인기는 한국 제품에 대한 인지도 상승이라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한류에 대한 관심은 한국의 언어와 문화, 역사에 대해 배우고자 하는 열정으로 연결되었다.

오늘날 한류는 한국의 대중앙아 문화외교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매년 중앙아시아 주재 대사관이 개최하는 한국문화 축제의 K-pop 경연대회는 지원자와 관객이 붐비는 인기 행사이다. 카자흐스탄 소개 한국문화원에서는 K-pop 댄스 강좌가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한류는 어느새 중앙아시아 대중문화에 녹아들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을 중심으로 K-pop에 영감을 받은 Q-pop(카자흐-)Kyr-pop(키르-) 아이돌 그룹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K-pop 스타일의 음악, 안무, 패션, 메이크업 스타일을 모방하는 Q-popKyr-pop 아이돌 그룹들의 특징은 중앙아시아 대중문화에 큰 영향을 미쳐온 러시아어가 아닌 모국어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다. K-pop이 단순히 한국 아이돌이 부르는 노래가 아닌 하나의 문화 장르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한국-중앙아시아 문화교류 과제

 

본 글에서는 지난 30년간 한-중앙아 문화교류를 견인해온 3가지 키워드인 실크로드,’ ‘고려인,’ 그리고 한류를 통해 문화교류의 성과와 현황을 살펴보았다. 앞으로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보다 내실 있는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서로에 대한 앎을 추구하는 수준의 문화외교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다. 기존의 실크로드와 고려인 문화예술 교류 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학술교류와 공동연구 사업을 확장하여 중앙아시아와 한국의 공유된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류를 넘어서 문화와 예술 콘텐츠 공동 제작을 통한 상호 공감대 형성이 시도되어야 할 것이다. 2019년 타슈켄트에 대규모 공연장, 전시 공간, 회의장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인 한국 문화예술의 집이 개관했다. 한국 문화예술의 집이 이러한 작업을 선도하여 고려인 예술 보존 및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한-중앙아 문화교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미 한국 문화시설이 구축되어 있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외에도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의 문화예술 교류가 보다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