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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중앙아 수교 30주년 기념 기획칼럼2] 한국의 對중앙아 정상외교 30년: 평가 및 과제

  • 작성자 고재남
  • 등록일 2022.07.08

한국의 중앙아 정상외교 30: 평가 및 과제

 

고 재 남(유라시아정책연구원 원장)

 

금년은 한국이 중앙아시아 5개국과 수교한지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946월 김영삼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으로 시작된 한국의 대중앙아 정상외교는 한국외교에서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에 대한 인식제고와 에너지·자원 외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활성화되었다. 한국의 대중앙아 정상외교는 양측간 우호협력은 물론 실질 경제협력의 증진에 큰 기여를 하였다.

코로나-19 대유행,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의 재집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카자흐스탄에서 유혈시위의 발생 등은 중앙아 국내외 정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대중앙아 정상외교에 기회와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필자는 먼저 한국의 대중앙아 정상외교를 추동한 요인으로서 중앙아의 전략적 가치를 살펴본 후 역대 정부의 대중앙아 정상외교의 평가 및 향후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외교에서 중앙아의 전략적 가치>

 

한국의 대중앙아 정상외교에 큰 영향을 미친 중앙아의 전략적 가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앙아시아는 한국의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꼭 필요한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공급지를 다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지역이다.

둘째, 중앙아시아는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새로운 수출시장 및 투자지역으로 잠재력이 매우 높은 지역이자, 여타 옛 소련지역, 유럽, 중동, 서남아시아 등 여타 지역과의 경협 확대를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많은 지역이다. 중앙아시아는 비록 에너지 수출국과 에너지 비수출국간 경제성장률, 국민소득, 인플레이션 등 국내 경제여건에 차이가 존재하나 1990년대 후반부터 경제성장을 시현해 왔고, 이러한 성장추세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다. 또한 중앙아시아 경제구조와 산업구조가 한국의 그것들과 상호 경쟁적이기 보다는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셋째, 중앙아시아는 강소국가, 중추국가로서 우리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한 역할 확대와 기여증대를 위한 외교적 지평을 확대해 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독립된 주권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된지 얼마 되지 않은 국가들이다. 따라서 이들 국가들은 새로운 국내외 외교환경에 기초하여 세계 각국들과 양자·다자 차원의 우호·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오고 있다.

넷째, 중앙아 국가들은 독립후 다양한 형태의 다자 협력체를 창설하거나 또는 역외 국가들의 다자 지역협력체에 참여해 오고 있다. 따라서 중앙아시아 지역은 우리 정부의 동북아 안보공동체 또는 동아시아공동체의 창설을 실현시켜 나가는데 있어서 다자 지역협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다섯째, 중앙아시아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를 확산시키면서 문화·예술 협력을 증진시켜 나갈 수 있는 지리적 공간이다. 중앙아시아에서의 한류 확산은 문화·예술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 상품선호 등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여섯째, 중앙아시아는 소연방 붕괴후 러시아 미국, 중국, 인도, EU등 세계 주요 국가들의 세력경쟁 지역으로 변화되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중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들 주요국들의 대중앙아 전략을 파악함으로써 이들 국가들의 세계전략은 물론 동북아 정세에 미칠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역대 정부의 대중앙아 정상외교 평가>

 

노태우 정부(1988-1993)1991년 말 소연방이 해체됨에 따라서 신생 독립국이 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1992년 초부터 신속하게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나, 중앙아 방문 정상외교는 펼치지 못하였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는 199011월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해 양국 간 정치·외교·경제 협력의 토대를 쌓았다. 또한 노태우 정부는 1992129일 우즈베키스탄과 외교관계를 수립했으며, 동년 6월 카리모프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개최하였고, 대우 자동차 등 한국기업들의 우즈베키스탄 투자에 기여하였다.

김영삼 정부(1993-1998)는 상기한 바와 같이 19946월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방문을 통해 대중앙아 방문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었다. 1차 북핵사태의 발발과 국내 정치·경제 개혁 우선주의로 중앙아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관심이 저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영삼 정부는 중앙아 국가들과의 경협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 결과 19952월 카리모프 대통령, 동년 5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19976월 키르기스스탄 아카예프 대통령이 각각 방한해 김영삼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하면서 양국 간 제반분야에서 협력확대를 모색하였다.

 

<> 한국과 중앙아 3국 간 정상방문 현황(호칭 생략)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방중

1994. 6. 김영삼

2005. 5. 노무현

2009. 5. 이명박

2011. 8. 이명박

2014. 6. 박근혜

2019. 6. 문재인

2004. 9. 노무현

2009. 5. 이명박

2011. 8. 이명박

2012. 9. 이명박

2014. 6. 박근혜

2019. 4. 문재인

2014. 6. 박근혜

2019. 6. 문재인

방한

- 카리모프 8

(1992. 6; 1995. 2; 1999. 10; 2006.3;

2008. 2; 2010. 2; 2015. 5)

- 미르지요예프 2

(2017. 11; 2021. 12)

 

- 나자르바예프 6

(1990. 11; 1995. 5; 2003. 11; 2010. 4; 2012. 3; 2016. 11)

- 북경올림픽(2008),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2013) 때 한·카 정상회담 

카예프 1(2021. 8)

- 베르디무하메도프 2(2008. 11; 2015. 5)

- 북경올림픽(2008) 때 ·투 정상회담

 

 

 

 

 * 한국의 대통령의 방문이 부재한 가운데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은 19976(아카예프), 200711(아탐바예프), 201311(아탐바예프) 3차례, 그리고 타지키스탄 라흐몬 대통령은 20055(6차 정부혁신 세계포럼), 20154(7차 세계 물포럼) 참석 계기 2차례 각각 방한함.

* 이낙연 총리가 20197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방문

 

김대중 정부(1998-2003)들어 중앙아시아에 대한 정상방문 외교가 전혀 추진되지 않은 것은 199712월 발생한 외환위기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외교 우선주의, 그리고 대북 화해협력정책과 이를 위한 주변 4강 외교 중시주의 등에 기인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리모프 대통령이 199910월 방한해 한·우 양국 간 협력기반 강화에 기여하였다.

노무현 정부(2003-2008)들어 우리 정부의 중앙아에 대한 정상방문 외교가 재시동이 걸렸는데, 이는 2003년부터 본격화된 고유가로 에너지 안보에 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부터이다.노무현 대통령은 에너지·자원 외교를 강화시키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20049월 카자흐스탄, 20055월 우즈베키스탄을 각각 방문해,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노무현 정부는 중앙아 국가 정상들의 초빙외교도 적극 추진, 20063월 카리모프 대통령, 200711월 키르기스스탄 아탐바예프 대통령이 각각 방한하였다. 특히 한·우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켰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중앙아 5개국과 외무차관이 수석대표로 참가하는 ·중앙아 협력 포럼을 추진, 1차 포럼을 20071115일 서울에서 개최하였으며, 현재 장관급으로 격상된 동 포럼은 14차례 개최되었다.

이명박 정부(2008-2013)들어 중앙아에 대한 정상방문 외교가 빈전해졌는데, 이는 이명박 정부가 에너지·자원 외교와 신 아시아 협력외교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결과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5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카자흐스탄 방문시 이명박 대통령은 한·카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시켰으며, 2011, 2013년 추가로 카자흐스탄을 공식 방문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도 20104, 20123(핵안보정상회의 참석) 서울을 각각 방문하였으며, 카리모프 대통령도 20088, 20109, 201293차례나 방한해 양국 간 경협확대를 위한 정상 차원의 노력을 경주하였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대중앙아 정상방문 외교에서 성과 중시주의는 20095월 투르크메니스탄 방문을 2주 앞두고 취소함으로써 양국 간 외교갈등을 초래했다. 또한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하에서 소위 한·카 경협의 3대 메가 프로젝트로 추진된 발하쉬 석탄화력발전소(삼성물산), 아티라우 석유화학단지(LG화학), 잠빌해상광구 탐사(석유공사)가 중단·철수하였는데, 이는 양국 간 경협을 크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박근혜 정부(2013-2017)중앙아 국가들과 협력을 추동하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하나의 대륙, 평화의 대륙, 창조의 대륙)’를 추진했다.실제로 박 대통령은 20139월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를 기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했으며, 20146월에는 역내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3국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또한 박 대통령은 201611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을 초청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하였다.그러나 탄핵에 따른 조기 퇴진과 대카자흐스탄 3대 경협 프로젝트가 실패작으로 끝나면서 양국 간 경협이 위축되었다.

문재인 정부(2017-2022)신북방정책은 대중앙아 정상외교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20194월 중앙아 3(, , )을 방문했으며, 동년 7월에는 이낙연 총리가 수교 후 총리급 이상의 방문이 부재한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을 각각 방문해 중앙아 5개국에 대한 정상 방문외교의 족적을 남겼다.

 

<향후 정상외교 과제>

 

중앙아시아가 전략적으로 부상하면서 강대국들의 정상외교 또는 고위급 방문외교가 빈번해지고 있다. 예를 들어, CIS, CSTO, EAEU, SCO 등 다양한 다자대화 및 양자대화 플렛폼을 통해 정상외교를 가장 성공적,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러시아에 이어 중국, 인도, 일본 등이 대중앙아 정상외교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이 2013, 모디 인도 총리와 아베 일본 총리가 2015년 각각 처음 중앙아 5개국을 방문해 대중앙아 정상외교를 펼쳤다. 금년 1월 말에는 시진핑 주석과 모디 총리가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중앙아 5개국 정상과 화상회담을 가졌다. 미국도 외교장관급 ‘C5+1 외교 플랫폼2015년부터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대중앙아 협력 외교의 강화 노력과 더불어 최근 국제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보호무역주의와 국제공급망 블록화 추세,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침체 우려 증대 및 중앙아 경제여건의 악화 등을 고려하면서 향후 30년을 준비하는 우리 정부의 정상외교가 다음과 같이 추진되어야 한다.

중앙아 국가들은 아직도 정치통수’(politics in command)의 사회이며, 그 결과 최고 지도자 및 정치 엘리트들의 국내외 정책에 대한 영향력이 절대적인 사회이다. 이는 정상 간, 고위급 정부인사 간 교류확대가 양국 관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말해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중앙아 국가들과 정상방문 및 고위급 인사교류를 활성화하는 외교전략을 계속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의 경우, 대통령의 5개국 방문이 불가능할시 문재인 정부에서와 같이 대통령 비방문 국가는 총리가 방문하는 정상외교 틀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한편 한국의 대중앙아 정상외교 전략은 국가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 즉 중앙아 국가들은 국내외 여건, 즉 민족구성비, 에너지·광물 자원 등 천연자원의 다소 여부, 최고 지도자의 정치성향, 접경국, 대외관계 등에 따라서 상이한 정치·경제·외교안보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으며, 그 결과 국내외 여건이 매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중앙아 정상외교 추진에서 정경분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앙아 국가들은 독립후 시장경제 및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체제전환을 추진해 왔으나, 국가별로 정치체제의 속성이 다르고 대체로 권위주의적 정치체제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중앙아 국가들의 국내 정치문제에 대한 명시적인 견해 피력을 삼가면서 경제, 문화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협력확대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또한 중앙아는 지역정세의 복잡성과 불안정성, 그리고 최근 들어 새롭게 부각된 에너지·자원에 대한 국제적 관심증대 및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역내 국가 간 또는 역내외 국가 간 다자협력체가 확립되어 다자협력을 활성화시켜 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동북아에서 다자 협력체 창설을 실현시키기 위한 벤치마킹을 위해서라도 중앙아에 산재한 다자협력체에 대한 연구와 낮은 수준(; 옵저버, 대화 파트너)이라도 참여가 필요하다.

이 외에도 실질 경협 확대를 위한 지원체계 구축, 고려인 동포사회 발전 지원, ·중앙아 협력 포럼의 역할 제고 등을 위한 정상외교가 지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