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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앙 아시아, 디지털 경제의 변곡점 앞에 서다

  • 작성자 이백희
  • 등록일 2021.11.21

중앙 아시아, 디지털 경제의 변곡점 앞에 서다.[i]

 

대부분의 중앙 아시아를 비롯한 CIS 국가들은 ICT 발전이 자국 경제발전에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ICT 분야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ICT 투자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플랫폼 경제 및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로의 변혁이 이루어지고 있는 변곡점에 놓여 있다. 변곡점이란 정책 및 경영환경이 전보다 다른 상황으로 바뀌는 너무 이르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분기점을 말한다. 즉 기업이든 국가이든 이 변곡점에 얼마나 적절하게 대응하느냐는 정책의 효율성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지난 30년 동안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다른 CIS 국가와 마찬가지로 사회주의 경제에서 자본주의로 체제 전환기였다. 즉 경제관점에서는 “무료경제”에서 “유료경제”로 전환이 이루어 지는 과도기인 셈이다. 그리고 그 전환의 초기에는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이른바 J 커브 부정적인 효과가 불가피 했다. 그리고 경제의 주체가 사전에 준비된 시스템 없이 정부에서 개인으로 넘어가면서 상당부분을 지하경제가 공식경제를 대체하게 되었다. 이러한 지하경제는 경제통계 취합 불가능 등 최소한 경제운용 계획조차도 어렵게 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J 커브 환경에서 ICT는 “무료경제”에서 “유료경제”로의 전환을 원활하게 하고 지하경제의 비중으로 줄이는 역할은 물론 국가경제 운용의 기초가 되는 국가통계를 가능케 할 수 있다.

중앙아시아 ICT 주요지표를 보면, 아래표와 같이 투르크메니스탄을 제외한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4개국은 모든 ICT 지표에서 세계평균에 근접함으로써 중앙아시아는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위한 ICT 인프라가 준비되고 있다.

-      중앙 아시아 ICT 주요지표 현황 (2020) -  

국가

모바일

다운로드

속도(Mbps)

1GB당 모바일 데이터가격(USD)

인터넷보급율(%)

모바일보급율(%)

유선 브로드 밴드

보급율

(100인당)

우즈베키스탄

13.92

0.60

55.2

69.2

12.7

카자흐스탄

24.95

0.59

81.9

129.4

13.44

키르키스스탄

24.95

0.15

50.4

155.6

5.64

타지키스탄

15.70

2.6

34.9

105.2

0.07

투르크메니스탄

-

21.41

33.2

80.4

0.09

세계 평균

54.53

4.07

60

56.89

13.26

한국

192.58

4.72

97

118.3

43.55

출처: review.uz/, cabar.asia/en/?p=48695, www.statista.com

이러한 기 구축된 ICT 인프라를 바탕으로 “무료경제”에서 “유료경제”로의 체제전환시 발생하는 “미해결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 ICT에 기반한 아래 표와 같은 디지털 응용분야 도입을 통한  국가경제의 변혁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에서는 지면관계상 ICT 응용분야인 유틸리티와 E-커머스 분야에 한정하여 논하기로 한다.  

미해결 과제

적용분야

ICT기술

리스크

정부예산낭비

전력, 가스, 상하수도, 교통카드

ICT IoT

정부의지 및 고용이슈

거래 투명화

E-커머스

Open market 플랫폼

에코 시스템 부족

공공의료 낙후

병원, 보건소

스마트 헬스 솔루션

이해관계자 저항

낮은 생산성

농업, 축산업

스마트 팜

IT/전력 등 낙후된 인프라

 

첫번째로 전력 가스 등 유틸리티 분야이다. 전력분야의 가장 큰 고민은 도전(盜電)이다. 즉 불법접속으로 전기 등 공공서비스를 훔치는 행위로 인해 예산 및 에너지 낭비뿐만 아니라 최소의 유틸리티 분야 통계작업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전기, 가스등 공공 서비스의 유료화 전환에 따른 미해결과제는 IoT를 활용한 디지털 전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KT는 우즈베키스탄에서 AEM(Advanced Electricity Metering)프로젝트를 ADB(Asian Development Bank)자금으로 2016-2021년까지 사마르칸트, 부하라 그리고 지작 3개도시에 IoT 스마트 미터기를 설치 및 운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그 결과 부하라 지역 표본조사에 따르면 AEM도입 이후 매출증가가 56%, 체납금액이 -19% 감소하는 등 획기적 결과를 가져왔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에 힘입어 AEM 사업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현재 740만 가구에 설치 완료되어 전기 배전분야의 IoT가 완성되었다. 우즈베키스탄 전력청에 따르면 수도 타슈켄트의 경우 AEM 설치이후 전기 체납자가 약 190,000명에서 약 29,000명으로 85% 감소하였다. 이 AEM사업은 “무료경제”에서 “유료경제”의 변환을 디지털 전환을 통해 에너지 절감 및 국가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효과를 거둔 좋은 사례로 뽑히고 있다. 따라서 향후에는 전기 뿐만 아니라 가스, 상하수도 등 기타 유틸리티 분야에 확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번째는 E-commerce 분야이다. 전술한바와 같이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의 경우 인터넷 보급율이 세계평균에 근접하거나 상회하고 있어 전자상거래가 가능한 수준이다. 중앙아시아의 경우 2020년 기준 우즈베키스탄이 전체 거래액의 0.1%, 카자흐스탄이 3.8% 수준으로 글로벌 수준이 약 20%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미약수준이다. 물론 그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E-commerce 분야를 육성해야 하는 정부의 전략적 니즈는 바로 거래의 투명화에 따른 세수확보와 오프라인 비용절감에 따른 물가 인플레이션 압력 약화이다.

그러나 E-commerce 사업이 본격화되기 위한 생태계(Eco-system)관점에서 주변 인프라가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 예를 들면 아직은 지하경제 즉 정당한 관세를 지불하지 않고 수입된 물품이 많기 때문에 E-commerce를 통해 공식판매를 할 수 없는 관계로 역설적으로 온라인 가격이 오프라인 가격보다 더 비싼 경우가 많다. 그리고 풀필먼트(Fulfillment)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한 배달, 창고 그리고 지불시스템 등 기본 인프라부재 또한 E-commerce 발전을 위해 극복해야할 장애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기본 인프라 즉 배달, 창고, 지불 시스템 자체가 수익성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E-commerce 생태계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러한 ICT 도입이 무조건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며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아시아 국가에 ICT가 국가발전 도구로 유용한 활용을 막는 여러 장애물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번째 고려요소는 ICT 도입의 최대 장애물이 바로 지하 경제(underground economy)이라는 것이다. 세금탈루관련 기록되지 않은 경제(unrecorded economy)는 기록될 수밖에 없는 ICT도입을 막는 요소이다. 즉 기존에 지하경제에 종사하는 이해관계자들은 ICT 발전 자체가 그들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두번째 고려요소는 디지털 경제의 양면성으로 이른바 “생산성의 역설”이다.  ICT 발전은 곧 자동화를 의미하므로 더 이상 노동력이 과거보다 필요하지 않으므로 실업자를 양산한다. ICT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으나, ICT 도입은 곧 실업자 양산이라는 등식이 ICT 도입을 꺼리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리고 디지털 혁신 기반 경제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경제주체의 기술 수용성이 갖추어 지기 위해서는 인적자본 확충 등 기술혁신을 보완할 디지털 에코 시스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생산성 개선이 이루어지기까지 시차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경제이든 기업경영이든 새로운 전략선택은 늘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노출한다. 즉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작업은 리스크를 수반한다. 이러한 리스크가 없다면 가치를 창조할 기회도 적어지고 경제발전도 기업번영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리스크 선택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전략 또한 필요하다.

이렇게 이제 막 디지털 경제로 전환을 위한 기본 ICT 인프라라는 도구를 확보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어떻게 ICT를 활용하여 그들 경제 체제전환 과정을 관찰하는 것도 학문적 관점에서도 기업경영관점에서도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기업이 그 디지털 경제체제로의 전환 파트너가 되어 중앙아시아 국가간의 협력을 더욱 더 견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i] 본 글은 2021.9.28 유라시아21 정책세미나에서 발표된 중앙아시아 ICT발전전략 및 협력방안을 한-중앙아협력포럼사무국 요청에 따라 재구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