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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코로나 시대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보건의료 협력

  • 작성자 정선미
  • 등록일 2021.07.19

코로나 시대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보건의료 협력

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 정선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든 국민에게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국영의료보장제도인 소련의 세마스코(Semashko)모델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보건의료의 기초가 되는 의료 인력과 병상수를 상당한 수준으로 지니고 있다. 그러나 소련 붕괴 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의료 부문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우수한 의료인력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의료수준이 급격하게 악화되었다. 이에 2000년대 후반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의료관광 구매력이 있는 부유층들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한국, 독일, 스위스, 터키 등으로 의료관광에 나서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한국의 보건의료 협력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한국의 의료기관들은 환자유치와 보건의료산업 진출을 위해서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 구매력이 가장 높으며, 한국에 대한 의료관광 선호도가 높은 카자흐스탄과 역내 최대 인구수를 지닌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보건의료 협력을 추진해왔다. 한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자국의 보건의료인력 역량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우수한 의료기술과 의료시스템을 지닌 한국과의 보건의료 협력 강화를 모색해왔다.


그러나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보건의료 협력은 양국 간 제도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 등으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 의료기관들은 중앙아시아 국가들 중 국민소득이 가장 높은 카자흐스탄으로 원격진료 형태의 현지 진출을 모색하였으나 환자 진료를 위해서는 현지 의료 면허를 취득해야 하는 제약 조건으로 인해서 활발히 추진되지 못했다. 또한 공공 병원에서 무상의료를 받는 것에 익숙한 현지 국민들의 저조한 민간의료기관 이용률과 한국에서 파견된 의료진의 높은 임금 및 현지 체재비 등으로 인해서 현지에 진출한 의료기관들은 높은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보건의료 협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정부차원에서 다시금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한국 보건복지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 중앙아시아 3개국(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순방을 통해서 카자흐스탄 보건부, 투르크메니스탄 보건의료산업부와 보건의료협력 이행계획(Implementation Plan)’을 체결하고 의약품, 의료기기, e헬스(eHealth), 의료서비스 등에 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는 한국-우즈베키스탄 보건의료 협력센터 설립운영에 관한 양해각서체결하고 우즈베키스탄 e헬스 시스템 발전을 위한 행동계획을 채택하면서 우즈베키스탄과의 보건의료 협력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보건의료협력 이행계획을 위한 보건의료 전문가 워킹그룹 1차 회의 안건>

구분

주요 논의

세부 안건

의약품

의약품 진출투자 규제 및 요건 완화

의약품 인허가등록 간소화

한국 의약업체 진출 지원 사항 등

의료기기

의료기기 진출투자 규제 및 요건 완화

의료기기 인허가등록 간소화

의료기기 조달 현황 및 시장규모 등

eHealth

ICT기반 보건의료시스템 수출 및 현지 진출

eHealth 마스터 플랜 공동수립

전자정보 통신 현황 및 eHealth 수요 조사 등

의료서비스

한국 의료기관 현지 진출 및 의료인력 교류

한국 의료기관 진출 프로토콜 및 지원

한국 의사면허 인증 등

출처: 보건산업진흥원, 투르크메니스탄 출장 결과보고서, 201912, p.19.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보건의료 협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e헬스를 중심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영토가 넓고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어 도시와 농촌지역 간 의료복지 격차가 크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그간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비대면 진료로 보고 원격진료를 위한 정책과 제도를 개정하고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비대면과 원격이 새로운 생활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카자흐스탄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원격진료 시범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등 중앙아시아에서 원격진료의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고 있다.



1)&카자흐스탄은 2020. 6. 30.부터 알마티, 누르술탄, 쉼켄트 지역에서 무상으로 원격 진료 상담을 제공하는 시범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를 지닌 한국은 원격의료에 대한 수요가 높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원격의료 사업을 중심으로 보건의료 협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과의 원격의료사업을 디지털 기술발전에 따른 디지털 통상’ 1호 성과로 추진 중에 있다. 특히 한국 의사면허를 인정하고 있어 원격진료가 실질적으로 가능한 우즈베키스탄과는 20211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포함된 -우즈벡 디지털산업혁명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으며, 202011월 양산부산대병원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내 위치한 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에 원격진료소를 개소하고 첫 원격진료를 시행하는 등 적극적으로 원격진료를 추진 중에 있다.


원격의료협력은 보건의료 부문임과 동시에 디지털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협력분야이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원격의료 협력을 추진함으로써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4차산업혁명과 ICT 육성정책을 지원하고, 한국의 ICT기반 보건의료시스템 수출과 한국 의료기관의 현지진출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또한 원격진료는 현지 국민들에게 한국의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중앙아시아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홍보 전략이 될 것이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보건의료 협력은 양국이 지닌 협력 잠재력에 비해서 성과가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과 함께 카자흐스탄의 의무적 의료보험 제도 도입과 우즈베키스탄의 ICT를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 혁신 추진 등으로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보건의료 협력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코로나-19를 기회로 삼아 ICT 기반 의료시스템을 보유한 기업의 중앙아시아 진출을 지원하고, 정부차원에서 논의되었던 보건의료 협력의 후속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함으로써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보건의료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우즈베키스탄 국립아동병원의 원격진료소는 ‘2020ICT기반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수도인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 지역, 안디잔 지역을 연결하고, 더 나아가 타슈켄트와 양산부산대병원을 연결하는 아동보건 원격협진 시스템의 구축을 기념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