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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국-우즈베키스탄, 지난 30년 협력과 미래방향 제언

  • 작성자 전대완
  • 등록일 2021.08.30

한국-우즈베키스탄, 지난 30년 협력과 미래방향 제언




전대완 전 주우즈베키스탄 대사



한국과 우즈베키스탄는 1992.1.29.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1993.12월 주우즈베키스탄 한국대사관을 개설했으며, 우즈베키스탄도 1997.1월 주한 우즈베키스탄대사관을 개설하며, 양국은 외교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양국은 정상들의 특별한 관심과 의지로 평균 격년 단위로 상호 정상방문을 정례화해왔고, 많은 협력을 이뤄온 게 사실이다. 중앙아시아 5개국 가운데, 정상방문을 대등하게 교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교류 협력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타 국가들의 결과는 우즈베키스탄보다 한참 못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명실상부하게 한국과는 중앙아시아에서 최대의 협력파트너로 부상했으며 “특별전략적동반자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그간 건설 및 에너지 협력분야에서는, 그 이름도 너무나 친숙한 수르길, 탈리마잔, 칸딤, 최근의 무바렉 프로젝트까지 활발한 결과를 낳고 있다. 인적교류도 괄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사업 및 노동과 취업으로 증가해오다가, 근년들며 교육 부문에서도 교류가 엄청 확대되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양국은 여기서 만족할 수가 없겠다. 2020년 현재 연간 교역규모는 21억 4천만 불, 쌍방 투자 누계는 10억 불 규모에 그치며, 전반적인 경제교류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좀 더 부연하면, 자원-에너지 협력에서 석유공사나 가스공사가 일찍이 상류부문(Upstream Sector)에 진출했음에도 결과가 아주 미흡할 뿐이다. 물론 한국이나 우즈베키스탄이 서방 메이저에 비해 기술이나 자본에 있어서 엄청난 비교열위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반면 하류부문(Downstream Sector) 진출에는 한국의 EPC 경쟁력의 상대적 우월로 선점효과를 기대할 정도의 비교우위를 자랑스럽게 경험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우 경제협력의 장에서 효시이자 시그니처 프로젝트(Signature Project)인 수르길 가스전 개발 및 화학플란트 프로젝트는 30만 평, 축구장 140개 규모의 중앙아시아 최대 화학단지를 축성하고 있다. 탈리마잔 복합화력발전소 건설도 1차에서 2차 건설로 확대되었고, 최근에는 무바렉 발전소의 현대화 프로젝트로까지 연결되었다.

한-우 양자협력에서 자동차 생산과 항공물류 사업을 빼놓을 수가 없겠다. 1994년 대우자동차가 합작 진출했고, 대통령 통치 프로젝트로 육성되며 2008년 GM-대우로, 2018년 GM-우즈로 변천하며, 연간 2-여 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기술이전의 저조, 수요 확대 창출에 부진하여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 물류 분야에서도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글로벌 항공네트워크 구축에 실패함으로써 프로젝트가 후퇴하고 말았다. 아쉬움이 크게 남는 대목이다. 양국 협력에서 우선순위도 변하고 있고, 양국은 서로 반성할 부분도 없지 않다. 그간 우즈베키스탄은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하자!”, “객이 들면 돈이 든다.”라는 입장으로 열심을 다해 왔고, 한국은 ‘개발경험의 전수’라는 환상과 실험정신으로,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인 바 적지 않았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으며 자원 위주의 개발전략을 수정하고 기술이전을 선호하며 저개발의 늪에서 탈출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추구하고 있다. 한국도 건설-인프라라는 구형적인 협력 결과를 추구하면서도 K-방역, E-헬스 등, 보건의료, 그리고 정보처리 등, 디지털 전환경제에서 협력의 가능성을 확대 지향하고 있다. 우리는 신북방정책 추진의 연장선에서 기존의 자원-에너지 관련 하류부문에서의 협력을 집중하는 한편, 더하여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도 적극 참여하며, 개발협력 확대로 아랄해 사막화 해결에도 기여하는 환경 개발협력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첨단영농사업,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에도 적극 협력함으로써, 기술이전, 수출과 고용 확대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다. 여기저기 풍력, 태양광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를 품은 스마트 팜,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시티로 확장되어야 하겠다.

그러나 협력의 틀을 확대 발전시킬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 한-우 양자관계가 남다르게 “특별전략적동반자”의 관계로까지 성숙되었다고 하나, 충분하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으며, 뭔가 부족하고 더해야 할 것 같지 않은가?현재 우리가 익히 아는 유럽연합(EU),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등, 정치경제적 국가연합은 있으나 주로 정치적 경제적 국가연합이라 하겠다. 그러나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향후 30년의 관계 발전 도상에서 현재의 ‘특별전략적동반자’ 관계를 뛰어넘어, 협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회연합(가칭)” 관계의 구축을 검토하면 어떨까 한다. 갑자기 “사회연합” 관계라 하니 조금은 생소하겠다. 쉽게 얘기하자면, 경제분야에서 나라 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이 일반화된 것과 같이, 사회분야에서도 이러한 자유협정을 체결하여 양국 간에 자유로운 사회교류를 기반으로 상호 보완적으로 공동 번영을 추구하자는 것이다. 물론 각 국민은 제 나라에서는 당연히 주권적 권리를 유지한다. 그러나 한국인이 우즈베키스탄에 가면, 그리고 우즈베크인이 한국에 오면, 외국인이 아니라 내국인같이 사회적 권리를 포괄적으로, 대등하게 누리게 하자는 것이다. 경제활동, 사회활동이 대등하게 보장되고, 교육도 의료도 큰 차별 없이 보장되며, 거주이전의 자유나 여타 의식주 활동 등도 자유롭게 보장하는 것이다. 특히 각각의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행한 인허가 증서도 동등하게 법적 효력을 인정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하는 것인 만큼, 앞으로 양국 공동 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를 거듭하며 야기될 여러 문제점의 해결을 보다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얼마나 세계가 변화해갈지, 그 가운데서 개개 국가의 성장력과 경쟁력은 또 얼마나 변할지 가늠이 안 되는 오늘이다. 모름지기 한-우 양국관계가 외교적 수사(修辭) 정도에서 그치는 ‘특별전략적동반자’ 관계에서 획기적으로 탈피하려면,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사회연합’ 관계를 구축해나가며 미래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양국에서 각각 나타나는 인구절벽이나 고령화, 신 경제성장 동력의 필요성, 교육-의료-관광 부문 교류 빈곤 등등의 여러 문제들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