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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2021년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의 국경분쟁

  • 작성자 이영형
  • 등록일 2021.08.16

2021년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의 국경분쟁



이영형/(사)중앙아시아개발협력연구소 이사장, 경희대학교 연구교수


배경
중앙아시아에서의 국경분쟁은 마치 작은 지진과 같이 산발적으로 발생되고 있다. 국경분쟁은 국경의 인위적인 성격과 이에 기초된 지역 주민들의 월경생활 방식에 기인한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국경마을 주민들은 풀을 뜯기 위해 상대 진영으로 건너간 소를 찾기 위해 자유로이 왕래해 왔다.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국경의 상당부분이 표시가 없는 상태로 남아 있기 때문에 물·땅·목초지 등을 놓고 분쟁이 발생되어 왔다. 2021년 4월 말 발생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국경분쟁은 중심 분수계(分水界, watershed) 분수계(分水界)란 물이 서로 다른 수계로 흘러가는 유역의 경계를 말하며, 한 근원(根源)의 물이 두 줄기로 갈라져서 흐르는 경계(境界)를 의미한다.에서 발생했다. 물(水) 분배를 위한 중심 분수계는 키르기스스탄의 콕타쉬(Kok-Tash) 마을 상류에 있다. 이곳에서 물의 일부가 키르기스스탄의 토르툴(Tortkul) 인공저수지로 흘러들어가 바트켄(Batken) 지역의 들판과 경작지에 관개한다. 소련 시절에 공화국 간의 행정적 경계는 물 공급 시스템과 기반시설을 설계할 때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았지만, 이들 국가가 독립된 이후 노후화된 물 기반시설과 비효율적인 관개 방법으로 인해 물 할당 문제가 심화되었다.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에서 갈등이 자주 발생하는 2가지 요인으로 잘못된 물 분배와 국경지역이 완전히 획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경충돌 및 해결 과정
키르기스스탄이 2021년 4월 초 Kok-Tash 근처에 있는 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국경지대 취수장에서 일부 작업을 진행했고, 4월 28일 타지키스탄의 누군가가 키르기스인이 공용자원을 사용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CCTV카메라를 설치하려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키르기스스탄 서부의 Kok-Tash 마을 인근 상수도 시설 주변에서 4월 28일부터 3일간 총격전이 발생했다. 타지키스탄과의 국경지역인 키르기스스탄 라일렉(Leilek) 지역의 Kok-Tash 마을에서 양국 간 충돌이 있었다.국경충돌은 보루크(Vorukh) 근처 콕타쉬 마을의 급수지점에 CCTV카메라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국경충돌은 키르기스스탄에 완전히 둘러싸인 타지키스탄의 고립된 마을인 보루크(Vorukh)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장악하면서 국경을 가로질러 확산되었다.키르기스스탄 바트켄 지역의 여러 마을에서 피해가 심했다. 소련해체와 함께 양국이 독립된 이후 발생된 최대의 충돌사건이었다.
타지키스탄 국가안보위원회는 키르기스스탄 군이 먼저 타지키스탄 국경수비대에 발포했으며, 타지키스탄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지역을 키르기스스탄이 강제로 점령하려 한다고 비난했고, 키르기스스탄은 타지키스탄 관리들이 상수도 시설을 감시하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려 시도했고 키르기스스탄 측이 이를 반대하면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했다. 양국 간 국경의 절반이 획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국경충돌은 예상된 것이었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외무부 장관은 외교수단을 통한 분쟁해결을 강조하면서, 4월 29일 현지시각 20시부터 국경에서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휴전상태는 4월 29일 밤을 포함해 분쟁 기간 동안 타지키스탄에 의해 수차례 파기되었다.양측 대표단이 4월 30일 Kyzyl-Bel 검문소에서 만나 군대를 철수하기로 합의했지만, 전투는 계속되었다. 키르기스스탄 남부 바트켄 지역 관리들은 5월 18일 불안정한 지역의 안전을 위해 키르기스스탄 악사이(Ak-Sai) 마을과 타지키스탄 보루크(Vorukh) 지역 사이에 합동 검문소를 설치했다고 밝혔다.그러나 이러한 장치가 국경분쟁을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며, 상황변화에 따라 또 다시 충돌이 발생될 수 있는 수준의 조치에 불과했다.
2021년 4월 말 시작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국경분쟁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국경분쟁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면서 해결되었다. 첫째, 사건은 규모와 역동성이 제한되어 있으며 전국적이 아닌 특정지역/지방에만 한정되었다. 둘째,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관련 국가의 지방 및 중앙당국에서 신속하게 개입해 갈등을 해결했다. 셋째, 정치집단과 풀뿌리 차원에서 상호 비난이 항상 나타나지만, 최고정치엘리트는 항상 선의를 표명하고 영토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지 않았다. 넷째, 강력한 힘을 가진 제3자의 중재를 요구한 적이 없으며, 충돌하는 쪽이 항상 자체적으로 위기를 관리해 왔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의 2021년 4~5월 분쟁은 접경지역에서 발생되는 갈등을 관리하는 역량에 의문이 제기되도록 했고, 기후 변화는 양국 간 물 공유에 대한 더 큰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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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과제
2021년 4월 말의 분쟁은 불안정한 국경과 제한적인 수(水) 자원을 둘러싼 문제가 양국 간 충돌로 확대된 것으로 해석된다. 유사한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독립된 지 30년을 지나고 있지만, 양국을 분할하는 국경의 거의 40%가 불완전한 경계선으로 남아있다. 양국의 접경지대에 있는 농장과 토지조차 분쟁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국경충돌은 예고된 상태였다. 양국 경계선 구획위원횐 회의가 계속되어 왔지만, 현재까지 양국 간 전체국경(970㎞ 이상)의 504㎞만 구획된 상태이다. 북부 타지키스탄의 이스파라(Isfara) 지역과 키르기스스탄 한가운데에 있는 30,000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보루크(Vorukh) 지역이 중요한 갈등지대로 남아있다. 양국의 접경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해결책이 필요해 보인다.국경획정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기초해서 이루어져야 될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물 관리를 위해서, 그리고 모든 시민들이 안전하게 물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이 집단안보조약기구와 상하이협력기구의 회원국이지만, 외부의 개입 없이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력시스템 구축이 필요해 보인다.

1) 분수계(分水界)란 물이 서로 다른 수계로 흘러가는 유역의 경계를 말하며, 한 근원(根源)의 물이 두 줄기로 갈라져서 흐르는 경계(境界)를 의미한다.
2) Reuters Staff, “Kyrgyzstan, Tajikistan agree ceasefire after border clashes,” Reuters, May 2, 2021
.3)Gavin Helf, “Border Clash Between Kyrgyzstan and Tajikistan Risks Spinning Out of Control,” The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May 4, 2021.
4)RFE/RL's Kyrgyz Service, “Cease-Fire Between Kyrgyzstan, Tajikistan Holding After Deadly Border Clashes,”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April 30, 2021.
5)RFE/RL's Kyrgyz Service, “Kyrgyzstan, Tajikistan Agree To Joint Security Controls Along Disputed Border,” 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May 18, 2021.
6)Farkhod Tolipov, “Border Problems in Central Asia: Dividing Incidents, Uniting Solution,” the CACI Analyst, July 16, 2020.
7)Syinat Sultanalieva, “After Kyrgyzstan-Tajikistan Border Conflict, Time For a Human Rights Agenda,” Human Rights Watch, May 21,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