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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중앙아시아와 일대일로: 커지는 우려감

  • 작성자 김영진
  • 등록일 2021.06.28

중앙아시아와 일대일로: 커지는 우려감



김영진(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교수)



중앙아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의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일찍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차관과 투자 및 경제 지원을 받아왔다. 도로, 철도, 교량 및 터널의 건설과 기초 인프라의 개발은 신생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였다. 에너지, 산업 및 농업과 같은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와 합작사업 및 프로젝트는 이들 국가의 경제발전에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일대일로 및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증가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의 지전략적, 경제적, 정치적 이익과 긴밀한 관계

중국의 일대일로는 여러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제안하고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적인 개발프로젝트로 볼 수 있다. 중국은 이 전략을 통해 여러 국가 및 국민 간의 연결, 운송, 통신, 무역 및 협력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세계 여러 지역 간에 상품, 자본 및 서비스의 원활한 흐름을 활성화시키고 시장 통합을 더욱 촉진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명시적인 목적 외에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다른 목적도 추구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의 지전략적, 경제적, 정치적 이익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중국은 이 전략을 통해 이웃의 소국이나 최빈 개도국에 대해 일정한 지배력을 행사하려 한다. 반면 이웃의 소국이나 개도국들은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을 운송 인프라를 개발하여 글로벌 시장에 통합할 수 있는 기회로 바라보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대규모 차관과 대 중국 무역적자에 대해서도 의식하고 있다.
둘째, 일대일로는 중국이 지난 수년간 경제성장의 호황을 누린 일부 산업에서 축적한 과잉생산능력을 축소하거나 일대일로 연선의 다른 국가들에 수출하려는 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연선의 다른 국가들에게 일대일로 구상은 자국의 제조업 제품에 대한 새로운 시장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현재 중국의 철강산업은 미국 철강산업보다 2배 정도 많은 미가동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 철, 시멘트, 알루미늄, 유리, 석탄, 선박 및 태양열 패널과 같은 다른 분야도 비슷한 조건에 시달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대일로 구상의 목표 중 하나는 신장(新疆)으로 대표되는 중국의 서부지역을 개발하고 안정화시켜 더 큰 유라시아 경제에 통합하는 것이다. 중국 서부의 저개발 지역과 부유한 해안지역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는데, 서부의 신장 지방은 실크로드 경제벨트의 핵심 지역으로 중국은 이 지역을 금융 허브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중국의 일대일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

중앙아시아는 여러 가지 이유로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 첫째, 중앙아시아 5개국 가운데 3개국이 중국과 국경을 공유하고 있다. 더욱이, 국경을 사이에 두고 양쪽 민족 간의 종족적∙언어적, 종교적문화적 유대가 존재한다. 둘째, 중앙아시아는 중국이 서쪽으로 나가기 위한 관문으로 여겨진다. 중국에서 유럽, 서아시아 또는 남아시아로 가는 모든 육로는 중앙아시아 지역을 통과하기 때문이다. 셋째, 중앙아시아 5개국 중 3개국에서 석유, 가스 등 탄화수소 매장량이 풍부한데, 이는 중국 경제에 생명선이 될 수 있다. 넷째, 경제발전이 지체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조건은 오히려 중국에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이 지역 국가들이 중국에 원자재와 에너지를 공급하고 중국에서 제조업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한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 사이에 끼여 있는데, 어느 국가에 의해서도 지배되기를 원치 않는다. 중국과의 긴밀한 접근은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피하기 위한 의식적인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러시아가 정치적군사적 우위를 유지해 나가고 중국은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해 간다는 데 대해 암묵적인 이해가 성립한 것으로도 보인다.

중앙아시아에 일대일로는 기회이자 위협

일대일로의 틀 내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각기 다른 수준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중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반면, 투르크메니스탄의 관심과 참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다. 사실상 이 지역은 일찍이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액의 차관과 투자 및 경제 지원을 받아왔다. 에너지, 산업 및 농업과 같은 분야에 대한 중국의 투자와 합작사업 및 프로젝트는 이들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아시아에서는 일대일로 구상 및 중국의 영향력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에서 받아들인 막대한 액수의 차관은 심각한 문제이며, 이로 인해 이들 국가들은 부채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빈곤국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중국의 경제 원조와 일대일로를 적극 환영한다. 중국은 이 두 국가에 적극 진출하고 있는데 이 두 나라에서 대 중국 부채는 전체 부채 중 거의 절반에 달한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결국 대 중국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금광, 발전소 등을 넘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중앙아시아의 각 정부와 국민은 중국 노동력의 유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현지 노동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는 그러한 법이 부재하기 때문에 중국인 노동자가 더욱 쉽게 눈에 띈다. 이로 인해 자국 출신의 노동자들이 일자리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되고, 이는 현지 주민들의 불만과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