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전문가 칼럼 > 상세화면

[2025 전문가 칼럼 - 시장진출] 기업인이 본 유라시아 시장의 기회와 도전

  • 작성자 박선우
  • 등록일 2025.11.06

기업인이 본 유라시아 시장의 기회와 도전


- 중앙아시아 3국 진출 전략을 중심으로 - 


정우하이테크 박선우 대표


■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

지난 3년간 유라시아청년아카데미 리딩멘토로 활동하며 중앙아시아 3국(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을 매년 방문했다. 매년 엄선하여 선발된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현지에서 창업 가능성을 탐색하며 놀라운 변화를 목격했다. 이 지역은 더 이상 변방의 시장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탈중국화 흐름 속에서 새로운 생산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많은 기업인들이 중앙아시아 하면 여전히 '물류 리스크'와 '언어 장벽'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현실은 달랐다. 30년 전 진출한 에코비스가 구축한 탄탄한 물류망,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 인재의 증가, KOTRA와 KOICA의 적극적인 지원 체계는 과거의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으로 한국 기업과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먼저 진입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도래했음을 실감한 한해였다.



■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장 - 키르기스스탄

인구 670만 명, 1인당 GDP 1,930달러. 숫자만 보면 키르기스스탄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타지키스탄 다음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이며, 인터넷을 포함한 전력 인프라도 취약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느낀 현황은 숫자로 표기된 소득 수준을 상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기업인 입장에서 보면 이곳은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장'이라고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8월 현지를 방문했을 때 도시 전체가 공사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현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도로를 포함한 사회 기반시설이 급속도로 확충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키르기즈어가 한국어와 어순이 동일해 한국어 구사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외동포 2만여 명(고려인 1만 8천여 명 포함)이 한국 기업과 현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진출은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KOICA를 중심으로 한 ODA 사업과 연계하면 안정적인 진출이 가능하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저비용 이커머스 플랫폼, 온라인 교육 등은 낮은 구매력을 감안한 솔루션으로 접근하면 충분한 기회가 있다. 또한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으로 확장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 묘목을 키워야 하는 시장 - 우즈베키스탄

인구 3,500만 명, 2025년 전망 1인당 GDP 3,300달러, 경제성장률 5.6%.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심장부에 위치한 성장 엔진이다. 2016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집권 이후 급격한 경제 개혁으로 투자 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이곳은 '묘목을 키워야 하는 시장'으로, 지금 뿌린 씨앗이 3~5년 안에 큰 나무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디지털 우즈베키스탄 2030' 전략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IT파크를 직접 방문했을 때 영어로 유창하게 발표하는 담당자들을 보며 언어 소통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 특히 KOICA가 지원한 스타트업지원센터(U-ENTER) 건립은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안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거점을 제공한다.


인구의 60%가 30세 이하인 젊은 인구 구조는 디지털 서비스 확산에 최적의 조건이다. 핀테크, 전자상거래, 에듀테크, 헬스케어IT, 스마트팜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회가 열려 있다. 타슈켄트의 KOTRA 사무소를 적극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지금이 본격 진출의 적기다.


우즈베키스탄은 2중내륙국가라는 지리적 제약이 있지만, 에코비스 같은 한국 물류기업이 30년간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초기에는 수출이나 라이선싱으로 시작해 점차 현지 사무소, 합작투자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 수확할 수 있는 시장 - 카자흐스탄

세계 9번째 국토 면적, 인구 2,000만 명, 1인당 GDP 12,000~15,000달러.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대국이며, 지금 당장 '수확할 수 있는 시장'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연결하는 물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알마티 방문 시 목격한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한국의 CU편의점의 성공이었다. 고려인 기업 신라인그룹과 한국 CU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알마티에 40여 개 매장을 오픈했다. 24시간 편의점이라는 개념이 없던 현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K-마트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KOTRA의 결정적인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인솔한 대학생 팀이 CU에서 호떡 시식회를 진행했을 때 현지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직접 목격했다. 이 사례는 CU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소개되었다.


카자흐스탄의 가장 큰 강점은 한국 브랜드에 대한 높은 신뢰도다. 삼성과 현대가 이미 구축한 브랜드 파워를 스타트업들도 활용할 수 있다. 아블라이한 국제관계 및 세계언어 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가 가장 인기 있는 학과라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언어 소통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는 증거다.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는 영국 법률 기반의 독립적인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어 핀테크 혁신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Digital Kazakhstan 2025' 전략과 연계하면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식품 제조 스타트업의 경우, 신라인그룹이 건설 중인 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하면 현지화와 판로개척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신라인은 아이스크림 부문 세계 1위 공장을 운영하며 중앙아시아 35,000여 개 매장에 완벽한 콜드체인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금이 진출의 골든타임

중앙아시아 3국은 각각 다른 성숙도를 가진 시장이다. 키르기스스탄에 씨앗을 뿌리고, 우즈베키스탄에서 묘목을 키우고, 카자흐스탄에서 수확하는 3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 세 시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성공하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확장이 용이하고, 반대로 키르기스스탄에서 축적한 경험이 다른 시장 진출에 자산이 된다.


과거 걸림돌이었던 물류와 언어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에코비스의 물류망, 증가하는 한국어 인재, KOTRA 및 KOICA의 체계적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한류로 높아진 한국 브랜드 신뢰도는 한국 기업에게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또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되고, 민간 차원의 협력 거점(IT파크, 신라인그룹 식품 클러스터)이 마련된 지금이야말로 선제적으로 진출하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며 인내심과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현지화 전략을 실행하는 기업에게, 중앙아시아는 마지막 남은 거대한 미개척 시장이자 성장과 수확의 땅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이 이미 진출했거나 준비 중이다. 먼저 진입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고 감히 제언한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한국 기업에게 중앙아시아는 무한한 가능성의 땅이다. 리스크를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 실행하는 기업에게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다. 


유라시아의 광활한 대지가 우리를 부른다. 지금 도전할 때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전체댓글수총 0개 로그인 후 작성이 가능하며 욕설, 상업적인 내용, 특정사안을 비방하는 내용 등은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여러분의 한마디를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