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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전문가 칼럼 - 인적교류] 사람을 잇는 협력으로 한-중앙아 협력의 미래를 업그레이드 하자

  • 작성자 이지은
  • 등록일 2026.08.14

이지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9월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앙아 문화원 설립과 청년연합 제도화, 미래인재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오는 916~17일 한국에서 열리는 제1차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2007년 첫 한-중앙아협력포럼(이하 협력포럼)이 개최된 이후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은 주로 에너지, 자원, 인프라, 공급망 등 전략·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2017년 서울에서의 협력포럼 사무국 개소, 그리고 2020년 협력포럼의 외교장관급 격상을 거치면서 상호 협력파트너로서의 중요성은 더욱 견고해졌다. 그러한 가운데 한국-중앙아시아 간 다자교류는 경제, 문화, 교육, 보건, 관광, IT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었고, 정부, 대기업뿐만 아니라 민간, 지자체 등 층위에서도 협력이 다각화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성과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5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할 예정이어서, 그간 개별 정상외교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던 협력을 다자 틀 안에서 한 번에 점검하고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의가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다자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이번 기고에서는 향후 한국-중앙아시아 간 협력을 지속 가능하게 떠받칠 핵심 분야로 '인적 교류의 기반 강화' 방안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인적교류는 교육, 노동, 문화, 관광, 동포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꾸준히 확대되어 왔다. 중앙아시아 현지에서의 한국어 교육, 유학 수요의 폭발적 증가, 대학 간 협력, 장학사업, K-문화 행사는 중앙아시아 청년층의 한국에 대한 이해와 친밀감을 넓히는 데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다. 한국 내 중앙아시아 이주민의 존재감도 뚜렷해지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우즈베키스탄 국적 체류자는 약 95천 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 국적 가운데 5위권에 이를 만큼 이미 국내 주요 체류 외국인 국적군에 확고히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에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출신까지 더하면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한국에 먼 지역이 아니라 이미 한국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구소련 시절 강제이주로 형성된 고려인 동포사회는 언어와 혈통을 매개로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독보적인 가교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인적교류 설계에서도 핵심 자산으로 적극 활용될 필요가 있다. 다만 그동안의 협력포럼, 싱크탱크 포럼, 교육·문화교류 사업, 그리고 매년 열리는 '중앙아시아 봄맞이 축제'는 양 지역 사이의 신뢰를 넓히는 데 기여했지만, 교류가 한국어 교육·유학·노동 이동 등 특정 분야에 편중되고 단기 행사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장기적 관계 형성과 제도적 축적에는 한계도 뚜렷했다. 중앙아시아 국가와의 외교관계 수립은 이미 30년이 훌쩍 넘었으며, -중앙아협력포럼을 통한 다자 교류 역시 20주년이 임박한 현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나 행사성 교류가 아니라, 상호 이해를 심화하고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축적할 수 있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제도적 플랫폼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글은 상호 이해의 물리적 거점이 되어줄 문화 인프라, 다음 세대의 관계를 이어갈 청년 네트워크, 그리고 미래 산업을 함께 이끌어갈 인재 육성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제도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장 먼저 제안하고 싶은 것은-중앙아 문화원'의 설립이다. 이 문화원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문화·교육·학술·청년 교류가 이 공간을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제도화되기 위한 플랫폼을 지향해야 한다. 이 구상은 2017년 부산 해운대에 개원한 아세안문화원 사례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아세안문화원은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의 후속 성과사업으로 출범해 한국과 아세안을 잇는 대표적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고, 전시, 공연, 영화, 언어·문화강좌, 요리체험, 청소년 교육, 디지털 체험 프로그램 등을 통해 누적 수십만 명이 다녀가는 성과를 거두었다. -중앙아 문화원도 이와 같이 상설·기획전시, 중앙아 언어 및 역사 강좌, 영화제와 음악회, 음식·공예 체험, 연구세미나, 학교 연계 프로그램, 디지털 자료 아카이브를 포괄하는 복합 거점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으며, 정상회의 개최지인 서울에 두어 협력포럼 사무국·유관기관과의 연계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아세안문화원이 외교부의 건립 추진과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운영이라는 역할 분담 아래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중앙아 문화원 역시 외교부와 KF의 협업 구조를 그대로 이식해 초기 설립 부담과 운영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수 있다. 지금까지 분산적으로 이뤄져 온 교류를 연결하고 축적하는 허브가 생길 때 인적교류는 비로소 일회성 이벤트를 넘어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중앙아시아 청년 네트워크'의 제도화를 제안할 수 있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조직을 처음부터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내에서 2020년부터 활동해 온유라시아차세대리더스협회(EFLA)”처럼 한국 대학생과 중앙아시아·유라시아 유학생이 함께 꾸려온 민간 청년 네트워크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격상하자는 취지다. 중요한 것은 청년 교류를 친선 행사나 상징적 만남 수준에 머물게 하지 않는 일이다. -중앙아시아 청년 네트워크는 양 지역 청년 세대의 교류와 이해를 증진하는 동시에, 취업, 교육, 기술 변화, 기후위기, 지역 불균형, 청년의 사회참여와 같은 공통 의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 특히 EFLA가 내부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면서 한국, 중앙아시아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문제 토론의 장으로 발전한청년포럼모델을 연례 핵심사업으로 제도화해 한-중앙아 싱크탱크 포럼과 연계하거나, 향후 정상회의가 정례화될 경우 공식 부대행사로 포함하는 방안은 충분히 현실적인 제안이다. 예컨대 매년 참가국을 순회하며 청년 창업가, 유학생, 청년 연구자가 한자리에 모여 정책 제안을 발표하고 이를 협력포럼 의제에 실제로 반영하는 절차를 마련한다면, 청년 세대가 협력의 대상을 넘어 협력의 설계자로 참여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아울러 국내 대학과 지자체에 흩어져 있는 중앙아시아 유학생 커뮤니티를 이 청년 연합의 지역 지부로 편입시킨다면,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뒤에도 한국과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동문 네트워크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 간 협력이 정상회의를 통해 제도화된다면, 미래 세대의 협력은 이미 뿌리내리고 있는 민간 청년 네트워크를 공식 궤도에 올림으로써 사회적으로 더욱 튼튼해질 수 있다.


셋째,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중앙아시아 미래인재 프로그램'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사실 최근 몇 년 사이 우송대의 카자흐스탄 캠퍼스 설립, 서울과학기술대의 카자흐스탄 AI 학교 설립, 충남대의 우즈베키스탄 캠퍼스 추진 등 개별 대학 단위의 이공계 인재양성 진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는 고무적인 흐름이지만, 각 대학이 개별적으로 현지 정부와 접촉하며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국가 차원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도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의 창설이 아니라, 이러한 개별 대학의 진출 사례들을 정부 차원의 우산 프로그램으로 묶어 조정하는 일이다. 중앙아시아 각국의 수학·과학 우수학생과 청년 인재를 선발해 한국의 대학, 과학기술원, 연구기관과 연계한 계절학교, 연구실 체험, 멘토링, 장학 프로그램을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 운영한다면, 개별 대학의 경쟁적 진출로 인한 자원 분산과 브랜드 희석을 막을 수 있다. 카자흐스탄이 자국 인재의 해외유학을 지원하는볼라샥(bolashak)' 장학 프로그램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운영해 온 것처럼, 한국도 코이카나 한국국제교류재단을 조정 창구로 삼아 개별 대학·연구기관의 진출 사업과 정부 장학사업을 하나의 축으로 엮어내는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교육 분야도 수학, AI 기초, 데이터 분석, 기후기술, 농업기술, 바이오 등 중앙아시아의 발전 수요와 연결된 영역으로 구성한다면, 인적교류는 과학기술협력과 산업협력의 기반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중앙아시아를 단지 자원과 시장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업이 될 것이다.


-중앙아 관계의 미래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서 시작된다. 이번 정상회의가 선언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상호 이해를 심화할 한-중앙아 문화원, 이미 뿌리내린 민간 청년 네트워크를 공식화할 청년 연합, 그리고 흩어진 대학별 진출을 하나로 묶어낼 미래인재 프로그램 같은 구체적 제도 구축으로 이어질 때,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은 비로소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토대를 갖추게 될 것이다. 자원과 인프라를 매개로 시작된 협력이 사람을 매개로 완성될 때,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비로소 서로에게 대체 불가능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걸음을 다름 아닌 이번 9월 서울에서 열리는 제1차 정상회의가 내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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