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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전문가 칼럼 - 교육] 초국경 시대의 한국-중앙아시아 교육 협력과 한국학의 미래

  • 작성자 장호종
  • 등록일 2026.06.24

초국경 시대의 한국-중앙아시아 교육 협력과 한국학의 미래


장호종

카자흐스탄 아블라이칸대학교 교수

 

1. -중앙아 교육 협력의 필요성

 

전 세계가 다극화 체제로 재편되고 공급망의 안정성이 국가 안보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인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간 중앙아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에너지를 바탕으로 경제 협력의 대상으로 주목받아 왔으나, 앞으로는 자원 확보나 물류 인프라 구축과 같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다차원적인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심화되어야 한다. 현지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소프트파워와 공공외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고등교육을 매개로 한 교육 협력과 한국학의 전파는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지속가능하고 견고하게 연결하는 핵심 축이다. 지난 세월 한국이 이룩한 경이적인 경제 성장과 민주화 역량, 최근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영향력은 현지 젊은 세대에게 단순한 동경을 넘어 국가 발전 모델로서 한국을 바라보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급성장한 한국어 및 한국학 교육은 이제 단순한 언어 습득이나 대중문화 소비의 단계를 지나 각계각층에서 한국과의 네트워크를 주도할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학문적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통계센터의 체계적인 데이터 갱신을 위해 2026년 중앙아시아 한국학교수협의회가 실시한 현지 전수조사 결과는 이러한 양적 성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5개국에서 한국 관련 학위를 제공하거나 강좌를 정규 또는 비정규 과정으로 운영 중인 대학은 총 83개교에 이른다. 이는 중앙아시아에서 한국학이 더 이상 일부 대학의 소수 전공이 아니라, 현지 고등교육의 주요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2. -중앙아 교육 협력 현황 및 주요 현안

 

현재 중앙아시아 대학 내 한국학은 양적 성장세의 긍정적인 이면에 극복해야 할 구조적 편중성과 한계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선 국가별 한국학 운영 대학의 현황을 보면 우즈베키스탄이 34개교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이 28개교, 키르기스스탄이 16개교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 국가 내에서 지역적 집중 현상이다. 전체 한국학 강좌 및 학과 운영 대학의 60% 이상이 정치, 경제, 교육, 문화의 중심지인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아스타나,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 등 수도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극심한 편중 현상은 고등교육 인프라 자체가 수도 및 대도시에 밀집될 수밖에 없는 현지의 구조적 요인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진출 현황, 현지 청년 세대의 취업 선호도, 한국 유학 수요가 수도와 대도시에 비대칭적으로 편중된 결과이다. 반면, 중앙아시아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제적, 지정학적 주목도가 낮았던 타지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한국학 운영 대학이 각각 4개교, 1개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수도인 두샨베와 아시가바트의 특정 국립대학에 국한되어 있어 국가 간, 지역 간 교육 격차와 불균형 해소는 장기적으로 한-중앙아 교육 협력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긍정적인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학 교육의 외연이 지방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누쿠스, 부하라, 페르가나, 나망간, 카자흐스탄의 크질오르다, 심켄트, 키르기스스탄의 오시 등이 새로운 학술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의 교육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설립된 기묘국제대, 타슈켄트 부천대, 타슈켄트 인하대, 페르가나 한국국제대 등 사립대학교들이 정규 교육과정 내에 한국학 강좌를 적극적으로 개설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대학은 국립대학의 경직된 체제에서 벗어나 유연한 학사 행정을 바탕으로 한국학의 지리적 경계를 신속하게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코리아코너와 글로벌 e-스쿨, 세종학당재단의 세종학당,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해외한국학지원사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현지 인프라 구축을 다각도로 지원해 왔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복합 홍보 공간인 코리아코너는 우즈베크 국립세계언어대, 나자르바예프대, 아블라이한대 등 대도시의 대학뿐만 아니라 나망간, 사마르칸트 등 지방 대학에도 균형 있게 설치되어 현지 젊은 세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인 글로벌 e-스쿨은 국내 대학의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한국학 강의를 현지에 제공함으로써 시공간적 한계와 현지 교수진 부족 문제를 보완해 주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기존 지원 사업들이 안고 있는 한계 또한 명확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원 기관별로 사업이 분산되어 운영되다 보니 상호 연계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부족하고,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적 지원에 치우쳤다는 점이다. 더욱이 기존 KF 통계센터에 축적된 중앙아시아 데이터 중 상당수가 5년 이상 경과하여, 현지의 역동적이고 다변화된 교육 수요와 시장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초국경 시대에 걸맞은 완전히 새로운 유기적 협력 모델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3. 초국경 시대의 세부적인 교육 협력 방안

 

지금까지의 한국학 지원이 개별 대학에 강의를 개설하거나 단순히 물리적 공간인 코리아코너를 구축하는 등 단편적인 인프라 제공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형 교육 생태계로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외교의 거점인 코리아코너의 공간적 인프라를 디지털 강의실로 전환하고, 온라인 플랫폼인 글로벌 e-스쿨의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일이 필요하다.

중앙아시아의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이러한 연계 모델을 표준화하고 시스템을 결합한다면, 대도시 대학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학문적 혜택에서 소외되었던 지방 대학의 학생들까지 동등한 수준의 한국학 교육 콘텐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는 대도시와 지방을 촘촘하게 잇는 디지털 한국학교육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이며,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자생적 생태계의 완성을 의미한다.

한편, 수도와 대도시 편중 현상을 근본적으로 완화하고 지방 대학의 학문적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대학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복합지원모델이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국가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이공계 고등교육 강화와 보건의료 인프라 선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인문사회계열 중심에서 벗어나,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 국립의과대학교나 타지키스탄 기술대학교의 사례처럼 보건의료, 과학기술, IT, 국제금융 등 특성화 대학으로 한국학의 외연을 넓히는 전략이 매우 유망하다.

이러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개별 사업을 따로 지원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코리아코너(공간), 글로벌 e-스쿨(콘텐츠), 세종학당(언어), 해외한국학사업(연구)을 묶은 융합형 복합패키지를 기획하고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유관 기관들의 유기적 협력과 함께 현지 대학의 학문적 수요와 국내 공급원을 적합하게 매칭하는 체계적인 중개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외교적, 학술적 성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금까지 교육 협력 모델은 국내 대학 위주의 일방향적인 지식 공여나 일시적인 강사 파견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파견이 종료되면 해당 교육과정이 위축되는 고질적인 자립성 부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 현지 대학과 국내 대학 교수진이 공동으로 강의를 기획하고 평가하는 공동교수제도 고려할 만하다. 이에 더해 대학 간 학점 상호 인정 협정을 체결하고 복수학위 및 공동 학위제를 안착시켜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현지 대학에 체계적인 대학원 과정을 정착시켜, 외국인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현지인 교수진이 내부적으로 차세대 학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자생적 순환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자국 교원 중심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상호 호혜적 학술 공조가 실현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국학은 단순한 한국어 교육을 넘어,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사, 선진 의료 시스템, 금융 정책 등을 결합한 융합형 한국학으로 발전할 것이며, -중앙아 간 실질적인 산업과 경제 협력을 견인하는 주요한 인적 기반이 될 것이다.

 

4. 교육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하여


 초국경 시대의 한-중앙아 교육 협력은 단기적인 성과 지표나 일방적인 지식과 문화 전파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 양국의 학술적 성과와 인적 네트워크를 장기적인 자산으로 안착시키는 공조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최신 데이터와 전수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지역별, 학문별, 대학별로 상이한 실제 수요를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 대학의 내부적 자생력 강화를 목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고, 다채로운 지원책을 연계하여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정책적 전환을 실현할 때, -중앙아 교육 협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 협력과 한국학의 외연 확장은 단순히 학문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중앙아 미래 공동 번영을 뒷받침하는 건실한 기반이 될 것이다.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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