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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문가 칼럼 - 수자원] 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갈등의 해빙과 협력적 거버넌스의 부상

  • 작성자 정주희
  • 등록일 2025.12.08

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갈등의 해빙과 협력적 거버넌스의 부상



유네스코 물 안보 및 지속가능 물 관리 국제연구교육센터

정주희 교육연수팀장


1. 들어가기에 앞서


 Peter B. Golden은 중앙아시아를 근대적 의미의 국가나 민족의 틀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보며, 중앙아시아인들은 역사적으로 단일한 지역 혹은 민족을 이룬 경험이 거의 없고, 오히려 씨족, 부족, 신분, 지역과 종교에 의해 정체성이 규정되어 왔다고 설명한다(Golden, 201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 당국은 1920년대 민족 구획화(National Delimitation)를 추진하며 중앙아시아 전역의 국경을 인위적으로 재편하고, 이른바 ‘창조된 민족(constructed nations)’이라는 개념에 기반해 다섯 개의 연방 구성 공화국(SSR: Soviet Socialist Republics)을 조직함으로써 새로운 정치·행정 단위를 만들어냈다(정세진, 2022)2). 이러한 인위적 국가 형성과 국경 설정의 유산은 소련 붕괴로 이후에도, 중앙아시아 내 수자원 관리와 분배에 대한 국가 간 갈등과 협력의 양상을 규정하는 핵심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앙아시아에 지역주의의 부상과 함께 수자원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물이 더 이상 갈등을 조장하는 요인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는 전략적 재화로 재구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더 이상 물을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원천이 아니라, 공동의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기고문은 그간 중앙아시아 5개국의 수자원을 둘러싸고 형성해 온 갈등의 구조와 그 완화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부상하고 있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의미와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2. 국경에 갇힌 물, 증대되는 갈등


 2.1. 중앙아시아의 수자원 특징과 협력의 부재


 험준한 산지와 광활한 초원, 그리고 사막을 가로질러 흐르는 중앙아시아의 수많은 하천은 오래 세월을 거쳐 해당 지역의 정치·사회·경제적 구조와 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반건조·건조 기후에 속하는 이 지역은 얕은 지하수와 하천, 호수 등 제한된 수자원이 핵심적인 생존 기반으로 작용해 왔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간 사회와 생태계는 수천 년에 걸쳐 수자원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독특한 형태로 발달해 왔다(Karthe et al., 2015)3)


 중앙아시아 하천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다로 유출되지 않고 내륙 호수로 유입되거나 흐르는 과정에서 증발을 거쳐 사막에서 소멸되고 있다(Weinthal, 2006)4). 이러한 수문학적 특성은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가 해양으로 연결되지 않는 내륙국가라는 지리적 조건과도 맞물려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무다리야강(Amu Darya, 과거 명칭 Oxus)과 시르다리야강(Syr Darya, 과거 명칭 Jaxartes)이다. 이 두 하천은 각각 카라쿰(Kara Kum) 사막과 키질쿰(Kyzyl Kum) 사막과 같은 건조 지역을 관통한 후,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아랄해(Aral Sea)로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낮은 강수량과 높은 기온, 높은 증발량으로 인해 상당한 양의 하천수는 내륙 호수에 도달하기 이전에 증발하거나 지표로 침투해 사라지기도 한다. 


 1991년 소련 해체 이전 중앙아시아 5개국의 수자원은 소비에트 중앙 정부의 통치 체계 내 존재하는 국내 하천으로서 통합적으로 관리되었으며, 5개국의 전체 수자원 총량 또한 비교적 풍부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면서 중앙아시아는 독립국가이자 체제전환국으로 전환되었고, 중앙아시아 5개국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은 각기 상이한 경제 개혁의 길을 걸으며 탈소비에트화와 탈러시아화, 중앙아시아화를 추진하였다(권현종, 2019)5). 독립 이후 이들은 1994년 ‘중앙아시아연맹(Central Asian Union)’을 출범시키는 등 지역주의(Regionalism) 기반의 경제협력과 공동 이익 창출에 노력했으나, 순수한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체였던 중앙아시아협력기구(CACO)가 2005년에는 해체되는 등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한편, 2009년 4월 아랄해(Aral Sea)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 간의 알마티 회담이 있었다. 이 회담은 1993년 중앙아시아 정상들이 설립했고 당시 카자흐스탄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국제아랄해구조기금(IFAS)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이었다. 당시 회의는 해당 지역에서 보기 드문 5개국 정상 간 회담이었고 아랄해(Aral Sea) 위기의 심각성과 원인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는 성공했으나 상류국의 수력발전 개발과 하류국의 관개 수요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차이로 공동 행동계획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eurasianet, 2009)6). 학계는 이러한 지역 협력(Regional Cooperation)의 한계가 중앙아시아 지역주의가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여겼으며, 그 원인을 공유된 정체성 부재(Olcott, 1994)7), 정치·경제·구조적 제약(Spechler, 2021)8),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외부 강대국의 영향력(Krapohl & Vasileva-Dienes, 2020)9)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2.2. 기후위기: 국가 간 갈등의 심화 혹은 협력의 길


 더 나아가 중앙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 70년 동안 약1.2°C의 기온이 상승했고 중앙아시아 전반의 적설 깊이가 20% 감소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특히 산악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Fallah et al., 2024)10). 중앙아시아에서 산악지역의 눈과 빙하는 일종의 자연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에 쌓인 눈이 여름에 녹아 주요 하천의 유량을 유지해주고 있는데 적설의 깊이가 20% 감소했다는 것은 저장될 수 있는 물의 양과 여름철에 흐를 수 있는 하천 유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더구나 중앙아시아는 주요 하천의 흐름이 산악국이자 상류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 물이 흘러 하류인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흐르는 구조이다. 그런데, 상류국들은 수력발전을 위한 겨울철 방류가 필요하나,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은 농업 관개를 위한 여름철 물 수요가 높아 계절적 불일치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상·하류 국가 간 물 이용의 시간적 비대칭성이 구조화되어 있다(Hong, 2015)11). 그런데, 상류에서 흐를 수 있는 물의 절대적 양 감소는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주요 영향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향후 기후변화가 국가 간 물 갈등 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유엔 세계물개발보고서(2025)인 ‘거대한 물 저장고, 산과 빙하(Mountains and glaciers - Water towers)’며 따르면, 중앙아시아의 파미르 고원과 천산산맥(天山山脈, Tian Shan range)은 아무다리야(Amu Darya) 및 시르 다리야(Syr Darya) 강의 주요 수원이며 산악 지역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빙하 기원 수자원 지역(glacier-fed region)’이며, 산과 빙하는 이 지역 물 안보의 핵심적인 기반인 ‘물-에너지-식량 넥서스’를 지탱하는 ‘중앙아시아의 물탑(Water Tower)’이라고 불리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역내 협력 환경에 새로운 긴장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UNESCO, 2025)12). 결국,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상호 협력 없이는 다가오는 물 위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수자원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2.3. 구조화된 물–에너지 갈등의 양상과 해빙 무드


 중앙아시아 5개국 지역 협력의 가장 핵심적인 걸림돌로는 지목된 것은 국경, 수자원, 에너지 문제이다. 소련 체제하에서 인위적으로 설정된 국경은 독립 이후 국가 간 분쟁을 초래했으며, 소비에트 중앙 정부의 통합 정책 아래 공동 관리와 사용이 가능했던 수자원과 에너지는 전환 이후 각국의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공급 제약이 심화되면서 국가 간 갈등으로 발전해 왔다. 독립은 각국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 수자원 총량 및 외부 수자원 의존도(표 1) 등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물은 경제·사회 발전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원으로 부상하며 독립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쟁과 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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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질 문제도 대두되었는데, 주요 하천의 상류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비교적 양질의 수자원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하류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키즐오르다, 우즈베키스탄 카라칼팍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대쇼구즈의 하류 지역 주민들은 농업 활동에 사용된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비료와 기타 화학물질로 오염된 물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Weinthal, 2006)14)


 중앙아시아의 수자원 관리는 국가 간 농업용수와 수력발전 수요 간의 경쟁이라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갈등이 첨예했다. 과거 소련 시절에는 국가의 통제 아래 에너지가 중앙집중형으로 생산·분배했기 때문에 중앙아시아 5개국이 각각 보유한 에너지 설비가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즉, ‘중앙아시아전력시스템(CAPS: Central Asia Power System)’을 통해 석유·가스·수력과 같은 다양한 에너지 자원이 연계되면서, 각국의 상이한 에너지 자원 구조와 계절적 수요·공급 변동을 조정(World Bank, 2015)15)하는 동시에 하천과 수력에 대한 공동 관리 메커니즘이 작동했던 것이다. 그러나, 2003년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이 CAPS에서 탈퇴하고, 2009년에는 우스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뒤를 따르면서, 상류 국가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과거 소련 시대와 같이 제공받던 보조금 기반 화석연료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표2와 같이 상류에 위치한 두 국가는 겨울철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력발전 확대를 목표로 대규모 댐 건설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하류 국가들의 관개용수 수요와 충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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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타지키스탄이 바흐시(Vakhsh)강에 건설을 추진한 로군(Rogun)댐이다. 로군(Rogun)댐은 소비에트 시기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사업으로, 높이 약 335미터로 세계 최고 높이의 댐이며, 시설용량 3,600MW에 달하는 초대형 수력발전 댐이다. 전력 생산의 9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타지키스탄으로서는, 소비에트 시기에 건설한 누렉(Nurek)댐을 통해 전체 전력의 약 절반 정도를 충당하고 있어 전력원의 다원화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또한, 발전시설은 노후화된 데다 전력 생산이 부족하여 겨울철 발생하는 단전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 생산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고, 나아가 전력 수출을 통한 외화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하류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세계 6위의 면화 생산국으로 바흐시(Vakhsh)강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관개용수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로군(Rogun)댐 건설을 반대해왔다(International Crisis Group, 2014)17).  



3. 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갈등의 해빙과 협력적 거버넌스의 부상


3.1. 갈등의 해빙과 실용적 협력의 부상


 중앙아시아 국가 간 내부 협력과 발전을 저해했던 국경선과 수자원 분배에 둘러싼 갈등에 대해 점진적이고 실질적인 합의가 형성되면서, 갈등이 완화되고 중앙아시아 내부 결속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Patnaik, 2019)18). 중앙아시아 5개국은 2009년 4월 아랄해(Aral Sea)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1991년부터 독립 이후 2018년까지 불과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만 개최하였다(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RFE/RL], 2018)19). 그러나, 2017년부터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상호 우호적 관계 구축을 지향하며 수자원과 국경 문제로 얽힌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Umarov, 2021)20).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2018년부터 러시아를 배제하고 중앙아시아 5개 국가만이 참여하는 대화 채널이 정기적으로 가동되었으며, 그 출발점은 2018년 3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Astana)에서 개최된 중앙아시아국가 정상 협의회(Consultative Meeting of the Central Asian Heads of State)이다. 이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수자원 공유와 역내 국가 간 무역 증진에 대해 주로 논의하였으며(RFE/RL, 2018)21), 이는 장기간 경색되어 있던 역내 협력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계기로 평가된다. 이후 Covid-19로 연기된 2020년을 제외하면 정상회담은 매년 개최됐으며, 중앙아시아의 지역 협력이 1990년대의 거창한 통합주의에서 벗어나, 경제·교통·관광·산업·환경 분야에서 좀 더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의 다차원적 협력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주송하, 2024)22).  


3.2. 물 관련 갈등의 종결과 새로운 시작: 로군(Rogun)댐 사례


 2016년 9월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사망 이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외 정책, 특히, 대(對) 타지키스탄 외교 노선이 변경되었다. 2017년 7월 우즈베키스탄의 압둘아지즈 카밀로프(Abdulaziz Kamilov) 외교부 장관은 “우즈베키스탄은 더 이상 로군(Rogun)댐 건설에 반대하지 않으면 타지키스탄은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어 2018년 3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타지키스탄 국빈 방문에서 군(Rogun) 댐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의 완공을 위한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지원 가능성까지 시사하였다(Lemon, 2018)23). 현재 로군(Rogun)댐은 터빈 2기가 설치되어 부분 가동 중이나, 현재 댐 높이는 약 135m 수준으로 설계치인 335m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 완공을 위해서는 추가로 터빈 6기를 더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로군(Rogun) 댐을 둘러싼 논의의 초점이 국가 간 갈등에서 재정적 지속 가능성과 환경 영향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24년 말 댐 완공 지원을 위해 약 3억 5천달러 규모의 개발 보조금을 승인했으나, 타지키스탄 정부가 공공부채 관리 능력 및 상업적 타당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재원 조달 및 판매 계획을 제시하기 이전까지 자금 집행을 보류하고 있으며, 댐 완공 시 아무다리야(Amu Darya) 하류 유량이 최대 25% 감소해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하류 지역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환경단체들은 댐 건설로 인한 수문·생태적 교란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Eurasianet, 2025)24). 이러한 맥락에서 로군(Rogun) 댐은 더 이상 양자 간 외교 현안이나 농업용수-에너지 간 갈등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내 수자원 거버넌스, 기후변화 대응, 지역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새로운 도전 사례로 변모하였다.

 

3.3. 협력적 수자원 거버넌스의 부상: 캄바라타-1댐 


 2023년 1월 6일 나린(Naryn)강 유역을 공유하는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3국의 에너지 장관들은 키르기스스탄 에너지부 청사에서 키르기스스탄에 1,860MW 규모의 캄바라타-1 수력발전소(Kambarata-1 Hydropower Plant)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이행 계획서)’ 서명함으로써(RFE/RL, 2025)25), 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협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캄바라타-1 수력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연간 약 56억 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댐 높이는 256m, 저수용량은 약 54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여년 전만 해도 하류국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대규모 댐 건설로 인한 하류 지역 농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 하천 유량의 계절적 변동성, 국가간 협력 경험과 제도 부족에 기반한 신뢰 결여로 상류 수력발전 프로젝트에 강하게 반대해 왔던 상황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러시아와 함께 캄바라타-1 수력발전소와 나린강 유역의 소규모 수력발전소 건설을 포함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실질적 진전이 없어 2016년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해당 사업을 담당하던 러시아 국영기업 인터 RAO와 루스하이드로(RusHydro)와의 계약을 모두 파기하기도 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 러시아(모스크바)의 주요 관심이 프로젝트 자체가 아니라, 크렘린과의 관계가 냉각되고 댐 건설을 반대하던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유지·강화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한다. 한편, 우즈베키스탄은 공유 하천 상류에 건설되는 초대형 댐이 자국의 광범위한 농업 부문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강경한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Rickleton, 2023)26)


 지금은 키르기스스탄의 캄바라타(Kambarata)-1 댐 건설과 관련하여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도 반대 입장을 철회하였을 뿐만 아니라, 3개국 공동 출자를 통한 합작 주식회사(joint-stock company)를 설립과 키르기스스탄 34%, 카자흐스탄 33%, 우즈베키스탄 33%의 지분 구조에도 합의하였다. 또한, 각국은 사전에 합의된 물량에 따라 캄바라타(Kambarata)-1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것을 상호 보장하기로 했다(Sakenova, 2024)27). 이로써 해당 프로젝트는 공유 하천을 매개로 한 수자원-에너지 협력의 제도화를 달성하셨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물 부족이 중앙아시아의 갈등 요인이 아니라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고 서로를 결속시켜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따라서, 지역 협력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에 국제 금융기관들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적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에너지부 장관 조라벡 미르자마흐무도프(Jorabek Mirzamahmudov)는 해당 발전소의 예상 건설비가 약 42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미 약 56억 달러 규모의 재원 조달 약정이 확보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The Times of Central Asia, 2025)28)


3.4. 후잔트 선언(Khujand Declaration)과 수자원–에너지 협력의 구조적 정착


 2025년 2월에는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 국경 확정에 대한 역사적 합의에 서명함으로써 지역 안정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으나, 일각에서는 이 지역이 ‘테러리즘’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Lee, 2025)29). 또한, 올해 3월 31일에는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영원한 우호에 관한 후잔트 선언(Khujand Declaration on Eternal Friendship)’이라는 3자 협정을 타지키스탄의 후잔트에서 체결하여, 삼국의 접경 지역 지점에 대한 확정을 이루고 약 35년간 지속된 국경 분쟁을 종결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더구나 이 협정은 외부의 중재 없이 중앙아시아 3개국 스스로가 갈등을 해결한 드문 사례(Stobdan, 2025)30)로 평가된다. 국경이 불분명한 지역은 관개용수 접근, 하천 이용, 수로 관리에 대한 분쟁에도 휩싸이게 된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간의 무력 충돌은 2021년 4월 28일, 키르기스스탄 남부 페르가나 계곡(Fergana Valley) 내 바트켄(Batken) 지역내 보루흐(Vorukh) 월경지 인근에서 발생했다. 타지키스탄이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에 위치한 공동 수자원(관개) 시설에 영상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자 격분한 키르기스스탄 주민들이 카메라를 파괴하면서 폭력 사태가 일어났고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간에는 수자원 및 국경 문제로 인한 최초의 장기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Eschment, 2021)31). 키르기스스탄 측은 36명이 사망하고 154명이 부상을 입었고, 타지키스탄은 19명이 사망하고 87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 후, 2022년 9월 다시 격렬한 교전이 발생해, 2021년과 2022년 국경 충돌로 타지키스탄 시민 81명과 키르기스스탄 시민 63명이 사망했고 해당 국경 인근 주민 약 14만 명이 일시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혈 분쟁 이후, 양국은 국경 획정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을 이어나갔고 2025년 2월 21일 국경 확정에 대한 세부 사항 확정을 위한 회동 이후 2025년 3월 말에 첫 3자 정상회담을 개최했으며, 국경 확정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건설 및 이용과 수자원 관리 및 에너지 시설 접근 보장에 관한 내용도 함께 협정에서 서명하였다. 최소한 중앙아시아 3개국은 지난날 무력 사태와 같은 비극적 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공동 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제도적 초석을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2025년 11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주요 수력발전소 댐의 수위 저하로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키르기스스탄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토크토굴(Toktogul) 수력발전댐은 작년 유사 시기에 비해 수량이 약 20억㎥(20%) 감소하여, 정부는 11월13일 레스토랑 영업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공공시설은 오후 6시에 모두 소등할 것을 명령하는 등 강력한 절전 조치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타지키스탄의 누레크(Nurek) 수력발전댐 수위가 전년 동기 대비 2.47m나 하락하면서, 정부 당국은 절전을 이행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해고를 경고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유창엽, 2025)32). 상황이 악화되자,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가을과 겨울철에 키르기스스탄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대신, 농번기에는 키르기스스탄으로부터 관개용수를 제공받는 내용에 대해 상호 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키르기스스탄은 외부에서 공급받은 전력으로 자국 수력발전소 가동을 일부 축소하고, 그만큼의 수자원을 댐에 비축해 두었다가 이듬해 농번기에 하류 지역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관개용수로 방류하기로 했다. 또한, 3국은 전력·물 교환과 병행해 공동 절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으며, 우즈베키스탄은 키르기스스탄에 대해 발전 관련 기술 협력도 제공하고 3개국 모두 절수 캠페인도 함께 실행하기로 하였다(eurasianet, 2025)33). 위 사례는 물 관련 갈등을 방치하거나 일방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당사국들이 직접 협의의 장에 나와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협상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상호 신뢰나 자생적 협력 가치가 충분히 형성되기 이전에는, 극심한 물 부족은 또 하나의 갈등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인들이 스스로 이룬 지역 협력의 성공 경험이 축적되고 노하우가 쌓인다면 중앙아시아 물 관리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4. 갈등을 넘은 협력과 한국의 역할


 중앙아시아 지역은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의 완충지이자 문명의 교차로로 기능해 왔다. 기원전에는 동서 교역과 기술 이전의 통로였으며, 19세기에는 영국의 인도 보호 전략과 러시아의 남하정책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공간이었다. 20세기에는 소련 체제하에서 방대한 자원 공급망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김정훈, 2025)34). 21세기에 들어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국제정치와 경제 질서의 재편 속에서 다시 한번 부상하고 있으며 외교적 위상 또한 높아졌다. 중국의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정책의 요충지이자,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Eurasian Economic Union)의 주요 축이며, 미국 역시 러시아·중국 견제를 위해 중앙아시아와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정동연, 2025)3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안보 공백과 외부 의존의 한계를 직시하게 되었고, 국가별 차이는 존재해도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국의 경제 및 안보 이익을 중심으로 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박정후, 2025)36)이러한 변화 속에 중앙아시아는 지역주의의 필요성을 재인식하고 역내 협력 공간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과거 소련 해체 이후 체제 전환기에는 국경 문제와 수자원 분쟁 등을 해결하기 어려웠고 과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갈등 완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수자원과 국경과 같은 난제들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성과를 넘어, 중앙아시아 스스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후잔트 선언(Khujand Declaration) 국경선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냈다 하더라도, 상·하류 물에 대한 상충된 물 수요는 구조적 갈등 요인으로 남아있다(SpecialEurasia OSINT Team, 2025). 상류국은 겨울철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한 수력발전이 필요하지만, 하류국은 여름철 농업용수 확보가 절대적이다. 어느 쪽도 양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이다. 더구나, 35년간 지속되어 온 갈등이 선언문 하나로 단번에 해소될 수도 없다. 신뢰 구축, 협력의 제도화, 공동 운영 등과 같은 메커니즘이 구축되고 안정화되는 데 절대적인 시간과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도 중앙아시아의 물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뭄의 강도와 빈도는 증가하고, 홍수는 더욱 불규칙해졌으며(Nzabarinda et al., 2024)37), 장기적으로는 빙하 감소는 유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물·식량·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이며, 모처럼 부활한 지역 협력체계에 대한 새로운 시련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5개국과 1992년 외교 관계를 모두 수립한 이후 정치·경제·교육·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 2007년 한-중앙아 협력포럼 출범 이후 협력은 더욱 제도화되었고, 최근에는 한국의 물 산업 사절단이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수요를 발굴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국제교류재단 한-중앙아협력포럼사무국과 UNESCO i-WSSM은 2017년부터 매년 중앙아시아 5개국 물 관련 고위 공직자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한국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는 등 실질적인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통합물관리, 하천정비, 노후 물 인프라 개선과 안전관리, 물 인프라 에너지 효율화, 조기 경보 시스템을 포함한 가뭄과 홍수 대응, 물 관련 신재생에너지 개발, 신재생에너지 발전, 유수율 제고, 통합적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법과 제도 등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지난 반세기 동안 빈곤국에서 세계적 물관리 선진국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경험이 있으며 기술-제도-전문가 네트워크도 충분하여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협력 분야에 폭넓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에서 지역주의가 서서히 강화되고 있는 지금은 한국에게도 전략적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시점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앙아시아와 갈등 당사자도 아니며, 기존 강대국처럼 그 어느 국가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 이러한 중립성은 한국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한, 단순 기술 제공을 넘어 상·하류 간 수자원 배분·교환 메커니즘의 설계와 운영, 기후위기 공동 대응 프로그램 구축·운영, 데이터 기반 과학적 물관리 구축·운영, 그리고 물 거버넌스 강화 등에 포괄적인 협력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한국의 역할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끝으로, 이스라엘의 수문학자 우리 샤미르(Uri Shamir)는 “진정한 평화에 대한 의지가 존재하는 한, 물은 장애물이나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분열을 초래하려는 이들에게 물은 그것을 정당화하는 훌륭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앙아시아는 독립 이후 35년간의 시행착오 속에서 서서히 갈등의 고리를 풀고 협력을 통한 발전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중앙아시아가 물 분쟁의 상징이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고 협력과 번영을 이루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며, 그 여정에 한국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파트너로 함께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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