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앙아시아 도시교통 부문 협력 추진 전략
김원호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통·물류 분야 협력 증가 추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내륙국으로 철도와 도로가 물자이동을 전담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구소련 시절의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고 높은 물류비는 경제발전의 저해 요인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교통부문 에서 다양한 협력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도로 인프라, 물류, 철도, 항공 분야에서 중요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도로 건설,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주요 도로 건설 사업을 맡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 강화를 위해 물류 네트워크 확장과 물류 효율화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륙국을 위한 dry port 물류 터미널 개발 및 물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유라시아 철도망을 통해 유럽과 육로로 직접 교역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철도 연계 및 국제 운송 협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관통하는 대륙철도 구간에 한국의 철도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 부문에서의 협력도 최근 몇 년간 급속히 확대되었으며, 공항 인프라 개발, 항공 노선 확대, 항공 물류 및 교육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IIAC)는 우즈베키스탄의 우르겐치 공항을 현대화하고 운영하는 2억 2,3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가 하면,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알마티-서울 간 항공편을 주당 10회에서 42회로 확대하여 물류 협력을 강화하였다.
2.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도시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은 부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 자동차 이용 증가로 인해 교통 혼잡과 환경오염 등 도시교통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구소련시대의 공산주의 도시계획에 따라 격자형 도로망을 갖고 있다. 격자형 도로망은 중심성이 약하고 회전교통이 많아 도심 전체에 교통정체를 유발하고 버스의 통행속도를 저하시켜 승용차 이용이 증가하여 정체를 악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최근 키르기스스탄과 협력하여 수행한 KOICA 공공협력 사업에서 분석한 비슈케크의 승용차와 대중교통(버스)의 통행시간 분포를 보면 승용차를 이용하면 도시 대부분을 30분 이내에 통행 가능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 범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승용차 이용률 증가는 교통정체와 대기환경을 악화시킨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시철도 구축이지만 대전이나 대구에서 보듯이 저밀도로 개발된 3백만 이하의 도시에서는 도시철도 운영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운영 적자는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 운영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타슈켄트와 알마티는 제한적인 도시철도를 갖고 있으나 노후화되었고 환승체계가 부족하여 이용률이 저조함).
이러한 현실로 인해 중앙아시아 대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도로 인프라가 도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동차 중심교통체계로 인한 도로 교통 혼잡을 겪고 있다. 또한 노후화된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은 공급량 부족과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이용률이 저조하고 오히려 민간에서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마르슈루트카(소형 승합차)나 택시가 대중교통을 대체하고 있어 안전, 가격 투명성, 교통질서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노후화된(평균 연식 15년 이상) 승용차의 증가는 심각한 대기오염과 소음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특히 알마티와 비슈케크와 같이 천산산맥에 인접한 도시에서는 대기정체로 인한 스모그현상이 빈번히 발생된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교통체계가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기에 보행자 및 자전거 인프라 구축은 요원한 상황이며 이로 인한 보행자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을 통해 풀어나가야 하지만 교통 관련 부처 간 협력 부족과 민간 부문과의 연계 미흡으로 인해 교통계획이 단기적이고 비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간의 도시교통분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분야가 지능형교통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술자문, 대중교통 개선 계획 수립 지원, 공무원 역량 강화 및 인력 교육 협력에 그치고 있어 도시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교통 현대화 및 통합 교통시스템 구축, 친환경 교통수단(전기버스, 자전거 등) 도입, 도시교통 마스터 플랜 수립, 스마트 교통관리 시스템 및 데이터 기반 정책 등 한국의 도시교통정책에 기반한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3. 중앙아시아 도시교통 분야 협력 과제
한국의 대도시들은 중앙아시아 대도시들과 동일한 도시교통 문제를 겪었으며 많은 시행착오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점진적으로 도시교통을 개선하여 개발도상국이 가장 따라가고 싶은 종합도시교통체계를 갖게 되었다. 중앙아시아 대도시의 도시교통 문제점들과 한국 도시교통관리체계의 강점을 기반으로 도시교통분야 협력방안을 도출하면 크게 4가지 분야로 압축된다.
- 교통 정비 마스터 플랜 수립
도로 및 교통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 기반을 마련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여 도시 외곽 및 간선도로망 확충, 주차 관리 및 주정차 단속 강화 계획, 대중교통 노선 재정비 및 인프라 확충 계획, 버스전용차로 도입 시행 계획, 첨단교통체계 인프라 도입 및 운영 계획, 친환경/무동력 교통수단 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 계획 수립 등을 상세 수립한다.
- 통행 실태조사 및 교통 DB 구축
도시의 교통 수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중장기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통행 실태를 조사하고 교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이 자료를 통해 장래 교통량 예측하여 교통인프라 확충 우선순위 선정 및 장기 도시교통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 도로 정비
비효율적인 도로망과 도로운영으로 인한 도로용량과 속도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 도심과 외곽 간의 도로 확장 및 신설과 병목구간 개선을 통해 차량 통행의 효율성을 높인다. 상습정체를 겪고 있는 교차로 및 가로부의 회전차로 및 안전시설 확충을 통해 차량 소통 및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 스마트 교통 운영 기능 개선
스마트 교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교통 운영을 지능화함으로써, 교통 체계의 안전성·효율성·편의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 지능형 교통관리 시스템 구축, 실시간 교통 제어 및 운영 최적화, 스마트 교차로 및 신호 연동 체계 도입, 통합 교통 운영 시스템 고도화 등 한국의 첨단교통 운영관리기술을 활용한 협력이 가능하다.
한국의 교통은 불과 몇 십년만에 신작로 체계에서 세계적인 지하철 시스템까지 발전하였다. 이 기간 동안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도시교통 분야의 협력을 추진한다면 공감할 수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