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앙아시아 기후·녹색 분야 현안 및 협력 방안
이승연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장
중앙아시아와 기후위기
중앙아시아는 지리적,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지역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강우패턴 변화와 빙하의 빠른 감소, 이로 인한 수자원과 홍수 문제, 토지 황폐화·사막화, 도시화로 인한 대기오염과 온실가스 배출 급증 등은 환경문제를 넘어 이 지역의 경제와 안보, 사회 전반에 걸친 큰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농업에 필수적인 관개수 부족 문제로 인해 물 사용에 대한 상류국과 하류국 간에 갈등이 계속되고 있으며, 토지 황폐화에 따라 면적이 줄고 있는 경작 가능한 농지를 둘러싼 분쟁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또한 겨울철 난방을 위한 화석연료 사용과 도시교통량 증가로 인해 주요 도시의 대기질이 급격히 악화되었는데, 지난 2025년 1월 27일 타슈켄트는 PM2.5 농도 184 µg/m³로 세계보건기구 권고기준의 36.8배를 초과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염도가 높은 도시로 기록되었다(KUN.UZ). 이와 같이 기후와 환경의 문제는 주민들의 생존 및 안전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와 국제사회의 관심이 시급한 실정이다.
중앙아시아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및 역내 협력 강화
이와 같은 상황에서 중앙아시아 각국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파리협정 하에서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s)·탄소중립 계획, 국가적응계획(National Adaptation Plan) 등 관련 계획 및 정책을 입안하고 있으며,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에 기후대응 관련 요소를 강화하는 등 정책적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 샤브캇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기후위기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2025년을 ‘환경보호와 녹색경제의 해’로 선언하였고, 2025년 2월 시행한 대통령령을 통해 녹색전환을 위한 정부정책과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은 기후 분야에 있어 강력한 리더십으로 역내 협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4월 5-6일에는 중앙아시아-EU 정상회의와 연계한 사마르칸트 국제기후포럼(Samarkand International Climate Forum)을 우즈베키스탄 주도로 개최하였는데, 본 포럼에는 중앙아시아 5개국의 대통령과 주요부처 장차관,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이사회 의장 및 관련 국제기구의 고위급 관계자가 참석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역내 및 역간 공조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중앙아시아가 직면한 글로벌 기후 도전 – 공동 번영을 위한 단합’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본 포럼에서 중앙아시아 각국 정상들은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온실가스 감축, 역내 수자원 관리를 위한 공동 노력, 기후금융의 확대 필요성 등을 주장하였다. EU측에서는 기후변화가 중앙아시아 지역의 경제 및 안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인식하에 EU-중앙아시아 간 기후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본 포럼에 참석한 글로벌녹색성장기구(Global Green Growth Institute; GGGI)의 김상협 사무총장은 고위급 대화 세션에서 5개국의 단합을 통한 중앙아시아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며 한국의 녹색성장 경험을 공유하였으며, 수소에너지, 탄소금융, AI 기술과 기후행동의 접목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한 GGGI의 지원을 표명하였다. 본 기후포럼의 성공적인 개최와 참가국의 큰 관심도를 고려할 때, 본 포럼이 역내 기후 협력을 위한 플랫폼으로 정례화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를 녹색성장의 기회로 - 기후·녹색 분야 한국-중앙아시아 협력 방향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기후·녹색분야 협력은 아직 초기단계이지만 민-관 협력을 통해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특히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을 환경 보호의 차원을 넘어 경제성 장의 기회로 활용할 때 협력 분야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마르칸트국제기후포럼에서 공표된 ‘중앙아시아 녹색개발컨셉(Central Asia Green Development Concept)’에서는 녹색에너지와 에너지효율화, 수자원과 토지의 합리적 관리, 지속가능한 도시 및 산업시스템, 녹색농업기술 도입, 지속 가능한 관광, 공공보건 지원 및 기후이민 방지 등을 ‘녹색개발’을 위한 우선과제로 표명하며 역내 협력 및 국제사회의 지원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이 기후·녹색 분야에 대한 중앙아시아 정부들의 의지와 노력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 분야에 대한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중앙아시아 5개국 중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3개국이 우리나라 ODA의 중점협력국으로 선정되어 있어, 정부의 ODA를 통해 기후 및 녹색과 연계된 에너지, 산업, 교통, 도시, 기후적응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2023년 11월에 발효된 한-우즈베키스탄 기후변화 협력을 위한 기본협정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양국 간 협력기반을 마련하여 다양한 분야의 감축사업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양국의 국가감축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정부 간의 협력사업 및 정책지원을 기반으로 민간 분야의 교류 활성화를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관련 분야의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녹색 분야 중점 협력 분야 및 민관협력
기후와 녹색 분야에서 협력 및 진출이 유망한 분야는 다음과 같다. 첫 째로 탄소배출권 거래와 연계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들 수 있다. 2025년은 업데이트된 NDC3.0 제출이 계획되어 있어 많은 국가들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향조정된 국외 감축분(총 감축량의 약 13%, 3,750만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파리협정 제6조하에서 국가 간 배출권 거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 발 빠른 국내 기업들이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처리 등 분야에서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현지 정부의 관련 제도 및 규정이 미비하여 탄소배출권의 국내이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실정이다. 2023년 한-우즈베키스탄 양자 기후변화 협력 기본협정이 발효된 후 실질적인 후속조치가 미비했는데, 늦은 감이 있지만 2026년 KOICA의 지원으로 우즈베키스탄의 파리협정 이행 및 제6조사업 기반 사업발굴을 위한 지원사업이 수행될 예정이다. 본 지원사업을 통해 양자협력을 위한 관련 제도 및 거버넌스가 구축되고 민-관 협력을 통해 유망 분야의 감축사업이 발굴되어 궁극적으로 양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번째로 에너지 분야 협력을 들 수 있다. 전력 생산의 90% 이상을 수력발전에 기대고 있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제외하고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전력생산은 천연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에 우즈베키스탄은 신재생에너지 목표를 2030년까지 54%, 카자흐스탄은 2030년 15%, 2050년 50%로 설정하였다. 중앙아시아 지역은 태양광·풍력발전 등을 포함하여 청정수소 분야의 잠재력도 크다. 궁극적으로 그린수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풍부한 천연가스 자원을 탄소 포집·저장기술과 결합한 블루수소의 잠재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와 더불어 에너지효율기술에 대한 수요도 매우 높으며, 겨울철 연료부족 및 대기오염 문제 방지를 위해 전기자동차 도입도 시급한 상황으로, 현재 중국이 전기자동차 시장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녹색교통 분야도 유망 분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로는 수자원 관리 분야를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제한된 수자원의 합리적 배분과 효율적 관리는 역내 협력 및 공조가 절실한 분야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물관리 정책과 경험 및 녹색기술은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환경부의 ODA사업으로 키르기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추진 중인 기후변화 대응 스마트 물관리 및 재난방지 사업은 양국에 기후회복력 및 녹색성장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고 양국 접경 지역에 재난관리를 위한 조기경보시스템 및 홍수관리인프라를 설치하는 사업으로, 양국의 협조를 기반으로 한국의 스마트 녹색기술의 이전이 기대되는 사업이다.
마지막으로는 기후금융 분야를 들 수 있다. 온실가스감축 목표 달성 및 국가적응계획 실행을 위해서는 대규모 재원이 필요하다. Climate Policy Initiative (2024)에 따르면 글로벌 기후금융은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증가하여 2022년 기준 1.46조 달러에 이르렀으나, 투자금의 지역편중이 심하여 중앙아시아 및 동유럽 지역으로의 투자금은 2021-2022년 평균 350억달러로 전체의 3% 미만에 불과하였다. 투자수요 대비 투자금액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전통적인 ODA자금과 양자·다자금융기관의 차관을 민간투자와 결합하는 혼합금융방식과 녹색채권 등 다양한 금융기법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2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KOICA의 아랄해 녹색재건투자사업의 일환으로, 작년 하반기 GGGI는 우즈베키스탄 현지은행(SQB, Agrobank)에 기술지원을 통해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총 10억달러 규모의 지속가능채권과 녹색채권 발행에 성공하였다. 본 채권발행으로 모집된 자금은 아랄해 지역 및 우즈베키스탄 전역의 녹색사업에 투자될 예정으로, ODA사업을 통해 대규모의 글로벌민간투자를 유치하여 우즈베키스탄의 녹색전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한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 GCF) 등 글로벌 기후금융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주요 원인으로 투자 가능한 사업(bankable project)과 사업수행 역량 부족을 들 수 있어 사업개발 역량을 갖춘 공공 및 민간기관의 파트너십이 절실한 실정이다. GCF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공적금융기구들은 일부 기후적응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감축사업에서 협조금융(co-financing)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고 있어, 공공성은 물론 수익성을 높이는 사업구조 개발능력이 중요할 것이다.
결론
현재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는 현 세대가 해결해야 당면 과제이자 차세대를 위한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인식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정부들은 기후 및 녹색 분야에 대한 역내 협력을 강화하고, EU, 중국 등 역외 국가들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와의 수교 역사가 30년 이상이 된 우리나라는 그간 구축된 신뢰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앞선 개발경험과 기술력을 앞세워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협력사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적인 민-관 협력이 필수적이며, 필요 시 지역 및 국제기구와의 공조를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