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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경 시대의 한국-중앙아시아 교육 협력과 한국학의 미래 장호종 카자흐스탄 아블라이칸대학교 교수 1. 한-중앙아 교육 협력의 필요성 전 세계가 다극화 체제로 재편되고 공급망의 안정성이 국가 안보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인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간 중앙아시아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에너지를 바탕으로 경제 협력의 대상으로 주목받아 왔으나, 앞으로는 자원 확보나 물류 인프라 구축과 같은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다차원적인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심화되어야 한다. 현지 주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소프트파워와 공공외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특히 고등교육을 매개로 한 교육 협력과 한국학의 전파는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지속가능하고 견고하게 연결하는 핵심 축이다. 지난 세월 한국이 이룩한 경이적인 경제 성장과 민주화 역량, 최근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영향력은 현지 젊은 세대에게 단순한 동경을 넘어 국가 발전 모델로서 한국을 바라보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 급성장한 한국어 및 한국학 교육은 이제 단순한 언어 습득이나 대중문화 소비의 단계를 지나 각계각층에서 한국과의 네트워크를 주도할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학문적 기반으로 자리잡았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통계센터의 체계적인 데이터 갱신을 위해 2026년 중앙아시아 한국학교수협의회가 실시한 현지 전수조사 결과는 이러한 양적 성장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조사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5개국에서 한국 관련 학위를 제공하거나 강좌를 정규 또는 비정규 과정으로 운영 중인 대학은 총 83개교에 이른다. 이는 중앙아시아에서 한국학이 더 이상 일부 대학의 소수 전공이 아니라, 현지 고등교육의 주요 축으로 당당히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2. 한-중앙아 교육 협력 현황 및 주요 현안 현재 중앙아시아 대학 내 한국학은 양적 성장세의 긍정적인 이면에 극복해야 할 구조적 편중성과 한계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선 국가별 한국학 운영 대학의 현황을 보면 우즈베키스탄이 34개교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이 28개교, 키르기스스탄이 16개교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이들 국가 내에서 지역적 집중 현상이다. 전체 한국학 강좌 및 학과 운영 대학의 60% 이상이 정치, 경제, 교육, 문화의 중심지인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와 아스타나,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 등 수도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 극심한 편중 현상은 고등교육 인프라 자체가 수도 및 대도시에 밀집될 수밖에 없는 현지의 구조적 요인에 기인할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의 진출 현황, 현지 청년 세대의 취업 선호도, 한국 유학 수요가 수도와 대도시에 비대칭적으로 편중된 결과이다. 반면, 중앙아시아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제적, 지정학적 주목도가 낮았던 타지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한국학 운영 대학이 각각 4개교, 1개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수도인 두샨베와 아시가바트의 특정 국립대학에 국한되어 있어 국가 간, 지역 간 교육 격차와 불균형 해소는 장기적으로 한-중앙아 교육 협력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들어 긍정적인 변화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학 교육의 외연이 지방 주요 도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 누쿠스, 부하라, 페르가나, 나망간, 카자흐스탄의 크질오르다, 심켄트, 키르기스스탄의 오시 등이 새로운 학술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의 교육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설립된 기묘국제대, 타슈켄트 부천대, 타슈켄트 인하대, 페르가나 한국국제대 등 사립대학교들이 정규 교육과정 내에 한국학 강좌를 적극적으로 개설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대학은 국립대학의 경직된 체제에서 벗어나 유연한 학사 행정을 바탕으로 한국학의 지리적 경계를 신속하게 확장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코리아코너와 글로벌 e-스쿨, 세종학당재단의 세종학당,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해외한국학지원사업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현지 인프라 구축을 다각도로 지원해 왔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복합 홍보 공간인 코리아코너는 우즈베크 국립세계언어대, 나자르바예프대, 아블라이한대 등 대도시의 대학뿐만 아니라 나망간, 사마르칸트 등 지방 대학에도 균형 있게 설치되어 현지 젊은 세대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아울러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인 글로벌 e-스쿨은 국내 대학의 다양한 분야의 수준 높은 한국학 강의를 현지에 제공함으로써 시공간적 한계와 현지 교수진 부족 문제를 보완해 주었다. 그러나 긍정적인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기존 지원 사업들이 안고 있는 한계 또한 명확하다. 가장 큰 문제는 지원 기관별로 사업이 분산되어 운영되다 보니 상호 연계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부족하고,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적 지원에 치우쳤다는 점이다. 더욱이 기존 KF 통계센터에 축적된 중앙아시아 데이터 중 상당수가 5년 이상 경과하여, 현지의 역동적이고 다변화된 교육 수요와 시장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초국경 시대에 걸맞은 완전히 새로운 유기적 협력 모델을 설계해야 할 시점이다. 3. 초국경 시대의 세부적인 교육 협력 방안 지금까지의 한국학 지원이 개별 대학에 강의를 개설하거나 단순히 물리적 공간인 코리아코너를 구축하는 등 단편적인 인프라 제공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형 교육 생태계로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공공외교의 거점인 코리아코너의 공간적 인프라를 디지털 강의실로 전환하고, 온라인 플랫폼인 글로벌 e-스쿨의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일이 필요하다. 중앙아시아의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이러한 연계 모델을 표준화하고 시스템을 결합한다면, 대도시 대학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학문적 혜택에서 소외되었던 지방 대학의 학생들까지 동등한 수준의 한국학 교육 콘텐츠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는 대도시와 지방을 촘촘하게 잇는 디지털 한국학교육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과정이며, 시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자생적 생태계의 완성을 의미한다. 한편, 수도와 대도시 편중 현상을 근본적으로 완화하고 지방 대학의 학문적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지 대학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복합지원모델이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국가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이공계 고등교육 강화와 보건의료 인프라 선진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인문사회계열 중심에서 벗어나, 우즈베키스탄의 부하라 국립의과대학교나 타지키스탄 기술대학교의 사례처럼 보건의료, 과학기술, IT, 국제금융 등 특성화 대학으로 한국학의 외연을 넓히는 전략이 매우 유망하다. 이러한 대학들을 대상으로 개별 사업을 따로 지원하는 방식에서 탈피하여 코리아코너(공간), 글로벌 e-스쿨(콘텐츠), 세종학당(언어), 해외한국학사업(연구)을 묶은 융합형 복합패키지를 기획하고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유관 기관들의 유기적 협력과 함께 현지 대학의 학문적 수요와 국내 공급원을 적합하게 매칭하는 체계적인 중개시스템을 갖춤으로써 외교적, 학술적 성과를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금까지 교육 협력 모델은 국내 대학 위주의 일방향적인 지식 공여나 일시적인 강사 파견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파견이 종료되면 해당 교육과정이 위축되는 고질적인 자립성 부족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제는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 현지 대학과 국내 대학 교수진이 공동으로 강의를 기획하고 평가하는 공동교수제도 고려할 만하다. 이에 더해 대학 간 학점 상호 인정 협정을 체결하고 복수학위 및 공동 학위제를 안착시켜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현지 대학에 체계적인 대학원 과정을 정착시켜, 외국인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현지인 교수진이 내부적으로 차세대 학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자생적 순환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자국 교원 중심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상호 호혜적 학술 공조가 실현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국학은 단순한 한국어 교육을 넘어,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사, 선진 의료 시스템, 금융 정책 등을 결합한 융합형 한국학으로 발전할 것이며, 한-중앙아 간 실질적인 산업과 경제 협력을 견인하는 주요한 인적 기반이 될 것이다. 4. 교육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위하여 초국경 시대의 한-중앙아 교육 협력은 단기적인 성과 지표나 일방적인 지식과 문화 전파의 틀에 갇혀서는 안 된다. 양국의 학술적 성과와 인적 네트워크를 장기적인 자산으로 안착시키는 공조 관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 최신 데이터와 전수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지역별, 학문별, 대학별로 상이한 실제 수요를 정밀하게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현지 대학의 내부적 자생력 강화를 목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하고, 다채로운 지원책을 연계하여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정책적 전환을 실현할 때, 한-중앙아 교육 협력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교육 협력과 한국학의 외연 확장은 단순히 학문적 성과에 그치지 않고, 한-중앙아 미래 공동 번영을 뒷받침하는 건실한 기반이 될 것이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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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국외대 중앙아시아학과 강사/유라시아차세대리더스협회 대표 1. 왜 중앙아시아를 주목해야 하는가? 한국 외교에서 중앙아시아는 오랫동안 상대적으로 낯선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다. 한반도 안보, 한미동맹, 미·중 경쟁과 같은 주요 현안이 외교적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가운데, 중앙아시아는 개별 국가의 고유한 정치·사회적 역동성보다는 구소련권 또는 러시아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지리적 거리와 높은 물류 비용, 제한적인 시장 규모 등으로 인해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 어려운 협력 대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의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새롭게 부각시키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우라늄, 희소금속, 천연가스 등 핵심 원자재를 보유한 지역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물류의 요충지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한국에 자원과 공급망 다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은 시장 개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의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고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꾸준히 심화해야 할 중장기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이 지속되기 위해 자원·물류 중심의 경제안보가 필요조건이라면, 인적 교류와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신뢰는 이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조건이다. 이 두 요소가 함께 축적될 때 장기적인 상생 협력도 가능해진다. 2. 중앙아시아 청년들의‘한국행’과 상호 이해의 간극 양측 관계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중요한 축은 청년 세대이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사이에는 ‘고려인’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접점이 존재한다. 냉전 시기에는 한국 사회가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와 충분히 교류하기 어려웠고, 오랜 단절의 시간도 존재했다. 그러나 수교 이후 고려인 동포 사회는 한국과 중앙아시아를 정서적·문화적으로 연결하는 사회적 가교로 기능해 왔다. 최근에는 여기에 K-콘텐츠, 한국어 교육, 유학에 대한 관심이 결합되면서 중앙아시아 사회 내 한국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청년층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대중문화 소비를 넘어 교육, 진로, 취업, 전문성 개발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류 콘텐츠를 통해 한국을 접한 청년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유학을 준비하며, 한국 기업 및 기관과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 점에서 한류는 문화적 호감에 그치지 않고, 인적 교류와 교육 협력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한국교육원은 수교 이후 현지 한국어 및 한국문화 교육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아 왔다. 현재는 중앙아시아 5개국의 한국교육원, 세종학당, 한국문화원 등을 통해 현지 청년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유학과 취업 연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며 인적 교류의 저변을 넓히는 기반이 되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한국 내 중앙아시아 출신 체류자 가운데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국가로, 노동 이주와 유학생 교류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했다. 최근 한국 대학의 현지 분교 설립, 직업훈련 및 한국어 교육 협력이 활발해지면서 교육과 기술을 매개로 한 장기적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나아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에서도 대학 내 한국학과 개설과 한국어 교육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 제도화된 교육 수요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청년들이 한국을 교육, 취업, 유학의 기회가 있는 공간으로 적극적으로 인식하는 데 비해, 한국 청년과 한국 사회의 중앙아시아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 사회에서 중앙아시아는 아직 낯선 지역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며, 개별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 사회적 다양성을 깊이 있게 접할 기회도 부족했다. 최근에는 국내 미디어와 유튜브 등을 통해 중앙아시아의 자연, 도시, 음식, 일상이 소개되면서 한국 사회에서도 중앙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확대되고 있다. 과거 중앙아시아가 주로 자원외교, 고려인, 이주노동의 맥락에서 소개되었다면, 최근에는 여행지이자 문화적 공간으로도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청년들이 중앙아시아를 보다 일상적이고 친근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관심이 지속적인 이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미디어를 통한 간접적 접촉을 넘어, 양측 청년들이 서로의 사회와 문화를 직접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인적 교류가 함께 확대되어야 한다. 3. 지속가능한 협력의 기반, 청년 인적 교류가 한-중앙아시아 협력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특히 청년 세대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청년 세대가 서로의 사회와 문화를 경험하며 관계를 쌓아갈 때, 양측 관계는 제도적·경제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신뢰에 기반한 장기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부 간 협정이나 경제 프로젝트가 협력의 외형을 넓힌다면, 청년 교류는 그 협력을 장기적으로 지탱할 사회적 토대를 형성한다. 중앙아시아의 인구 구조와 사회적 특성은 청년 교류의 중요성을 더욱 높인다. 중앙아시아는 젊은 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이며, 현재의 청년 세대는 향후 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이끌 핵심 세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앙아시아에서는 30~40대 젊은 인재들이 주요 의사결정 영역에 비교적 빠르게 진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청년 교류는 문화 교류나 네트워킹의 차원을 넘어, 향후 한-중앙아시아 협력을 이끌 차세대 파트너와의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미 한국과 깊은 접점을 형성하고 있는 중앙아시아 청년들은 한-중앙아시아 협력의 중요한 인적 자산이다. 한국에서 유학하거나 취업을 경험한 이들은 한국 사회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친한(親韓) 인적 네트워크’로써 향후 현지 사회와 한국을 연결하는 핵심 인적 기반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양측 청년 간의 상호 이해와 네트워크 형성으로 이어질 때, 청년 교류는 장기적 협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 중앙아시아 청년들이 한국을 경험하며 ‘친한(親韓) 인적 네트워크’로 성장할 수 있다면, 한국 청년들 역시 중앙아시아를 이해하는 차세대 지역 인재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청년들이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언어, 사회 변화를 접하고, 이를 협력의 공간으로 이해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청년 교류의 의미는 양측 청년이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관계를 축적하는 데 있다. 중앙아시아 청년들에게는 한국에 대한 이해와 신뢰를 쌓는 과정이 되고, 한국 청년들에게는 중앙아시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지역 전문성을 키우는 기회가 된다. 이러한 양방향의 경험이 축적될 때, 청년 네트워크는 한-중앙아시아 협력의 지속성을 뒷받침하는 장기적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 4. 양방향 한-중앙아 청년 네트워크를 향하여 그동안 한-중앙아시아 인적 교류는 정부 간 협의체, 고위급 회담, 전문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으며, 이는 양측 관계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협력의 저변을 사회적으로 넓히기 위해서는 제도권 중심의 교류를 넘어, 양측 청년 세대가 직접 참여하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장기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에는 많은 중앙아시아 청년들이 체류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국가별 청년 협회와 고려인 단체도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적 흐름이 한국 청년들과의 유기적인 교류나 지속적인 소통으로 충분히 이어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앙아시아 청년들은 한국 사회와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지만, 한국 청년들이 이들과 함께 중앙아시아의 가능성을 공유하고 관계를 형성할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국 청년이 함께 참여하는 양방향 구조가 마련될 때, 청년 교류는 보다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유라시아차세대리더스협회’와 같은 청년 주도형 네트워킹 플랫폼의 활동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는 중앙아시아 청년을 일방적인 교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한국 청년과 함께 미래의 협력 의제를 발굴하고 실행하는 공동의 파트너로 위치시킨다는 점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성을 갖는다. 또한 단순한 문화 체험이나 학술 교류에 머무르지 않고, 진로 탐색, 지역 연구, 공공외교 활동 등 보다 실질적이고 전문적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양측 청년이 함께 참여하는 쌍방향 교류를 확대하고, 이를 상호 신뢰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협력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다. 이러한 경험이 축적될 때 양 지역 청년들은 서로를 잇는 차세대 매개자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차세대 한-중앙아시아 네트워크의 본질은 청년들이 수평적으로 만나 공동의 경험을 쌓고, 협력의 의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 이러한 청년 중심의 사회적 토대가 마련될 때, 한-중앙아시아 협력은 보다 깊고 오래 지속되는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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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보건협력: 단발성 프로젝트를 넘어 시스템으로 손혜령 칠곡경북대학교병원 러시아&CIS 담당 1. 현장이 가르쳐준 보건협력의 원칙 지난 10년간 중앙아시아 5개국과 보건 협력을 이어오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사람의 삶과 닿아있는 의료, 보건은 단기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오랜 시간의 축적과 노력, 무엇보다 중앙아시아 사람의 삶에 대한 이해가 쌓여야 시스템이 되고, 그 시스템이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어 간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한 자원이나 기술만 필요한 것이 아닌, 종교적, 지리적, 사회적, 정치적 환경에 대한 특수성과 구소련권 의료체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보건 시스템과 관료주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또한 현장의 의료진, 공무원, 환자의 목소리를 듣고 기존의 시스템을 존중해야 한다. 한국의 시스템을 중앙아시아에 소개하거나 정착시킬 때는 이런 물음을 가지곤 한다. “한국 시스템은 한국에 맞지만, 과연 이곳에도 맞을까?”, “우리의 의견이 반드시 옳은가?” 2. 중앙아시아 재활의학 협력의 시스템화 과정 2.1. 정부 간 협력과 공공 파트너십의 중요성 중앙아시아에서의 보건협력은 한 기관이나 개인의 역량만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특히 관료주의적 성격이 강한 국립기관들은 국가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약해질 경우 사업의 동력이 빠르게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보건협력은 단기간 내 가시적인 수익이나 성과를 만들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정부 간 의지와 공공기관의 지속적인 지원, 의료기관과 교육기관 간 협력이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사업이 구조화되고 현지에 정착될 수 있다. 중앙아시아 내 재활의학 협력사업은 2019년 ‘카자흐스탄 내 한국형 재활의학과 정착화 사업’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해당 사업은 한국국제교류재단(KF), 경북대학교병원, 카자흐스탄 국립의과대학 간 3자 MOU를 기반으로 추진되었으며, 양국 정상순방 계기에 논의된 협력과제 중 하나였다. 이후 양국 보건당국의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사업이 이어질 수 있었고, 특히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장기적 지원은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실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공공성이 강한 보건협력 사업을 수행하며 느낀 점은, 단순 기관 간 협력만으로는 장기적인 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중장기적 제도 변화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사업일수록 정상순방과 같은 정부 간 공식 의제에 포함되어 추진될 경우 사업의 연속성과 정책적 우선순위를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상징성을 넘어 현지 정부와 기관의 관심과 참여를 지속시키는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교육 분야에서는 한국형 재활의학 커리큘럼의 법제화가 추진되었고, 의료 분야에서는 재활치료 프로토콜 구축, 보건 분야에서는 국가보험체계 내 재활의학 도입 등 단순한 의료기술 이전을 넘어 시스템 차원의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2.2. 기존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존중 카자흐스탄의 보건의료체계는 여전히 구소련 시기의 의료시스템 영향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사나토리움(Sanatorium)’ 중심의 재활 개념은 치료 중심이라기보다 예방과 회복, 심리적 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며, 마사지, 머드팩, 소금호흡치료 등 소비에트 시절부터 이어져 온 다양한 치료법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 초기에는 이러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현지 의료진들과 적지 않은 의견 차이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재활의학 교육 커리큘럼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현지 교수진들은 “현재 카자흐스탄의 의료환경과 인력 구조에서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실제로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기존의 전문인력과 장비, 보험체계 등이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한국의 시스템을 단기간 내 동일한 형태로 운영하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것은, 한국의 시스템을 ‘가르치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중앙아시아 의료가 왜 지금의 형태를 갖게 되었는지 이해하는 일이었다는 점이다. 소비에트 시절부터 이어져 온 사나토리움 중심의 재활 개념은 단순히 낡은 시스템이 아니라, 해당 국가의 의료철학과 생활문화가 축적된 결과물이기도 했다. 이후 기존 사나토리움 체계의 장점을 일부 반영하고, 카자흐스탄 의료진과 환자 환경에 맞춘 교육 커리큘럼과 재활의료체계를 함께 설계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국가보험체계 내 다빈도 질환 중심의 재활치료 모델을 구축하며 보다 현실적인 형태의 현지화가 가능해졌다. 3. 중앙아시아 의료현장의 수요 변화 3.1. 중앙아시아 보건정책의 공통 방향 2026년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1차 보건의료(PHC) 강화, 의료 접근성 확대, 예방 중심 의료체계 구축, 디지털헬스 확대를 중심으로 보건의료체계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단순 의료장비 도입보다 병원 운영 시스템, 의료인력 교육, 간호서비스, 디지털 기반 진료체계 등 시스템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카자흐스탄은 2026년 약 2조 7,300억 텡게(8조 6,547억 원) 규모의 보건예산을 편성하였으며, 협진 시스템 개선과 간호사의 역할 확대를 중심으로 의료서비스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약 6조 8천억 숨(8,432억 원) 규모의 보건예산을 기반으로 QR 기반 전자의뢰 시스템 도입 등 의료 디지털화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1,318억 마나트(약 56조 3,195억 원) 규모의 국가예산 가운데 상당 부분을 사회·보건 분야에 배정하고 있으며, 비감염성질환 관리와 다학제 진료체계 구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약 50억 소모니(8,056억 원) 규모의 보건예산과 함께 EU·GIZ 지원 아래 가정의학 및 지속적 의료교육 중심의 BaSIC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키르기스스탄 역시 약 107억 솜(1,831억) 규모의 의무의료보험기금(FOMS)을 기반으로 PHC 중심 의료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WHO, EU, GIZ 등 국제기구와 협력하여 예방의학 확대, 만성질환 관리, 원격의료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의료기관이 보유한 병원 운영, 교육, 디지털헬스 경험과도 높은 연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3.2. 자국 중심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제약·바이오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양국은 의약품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생산 확대와 의약품 안보 강화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글로벌 제약기업과 협력하여 대규모 생산시설 및 바이오의약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총 1,730억 텡게 규모의 투자로 신규 제약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Nobel İlaç, Sinopharm, Sinovac 등 글로벌 기업들과 협력하여 항암제, 백신, 당뇨병 치료제 등 356종 의약품의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원료의약품(API) 및 바이오의약품 생산 기반 구축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역시 안디잔과 시르다리야 지역을 중심으로 총 4 억 달러 규모의 제약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혁신 제약 클러스터인 Tashkent Pharma Park를 기반으로 ‘BioPharma City’ 조성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기술이전, 임상시험, EU GMP 및 WHO 인증 획득 비용 지원 등 강력한 인센티브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의료기관과 제약산업이 병원 운영, 의료인력 교육, 디지털헬스, 제약·바이오 분야를 연계한 통합적 협력 모델을 기반으로 중앙아시아 시장에 보다 체계적으로 진출할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4. 이제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 시간 중앙아시아 보건협력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사업을 수행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는가에 달려있다. 그동안 의료봉사, 장비지원, 의료연수, 나눔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기관의 적극적 활동 덕분에, 현재의 K-medical 이 국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 이제는 이런 활동을 넘어 현지 의료체계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한국 의료산업의 현지화를 위한 기반을 만들 시기이다. 중앙아시아는 단기간의 프로젝트보다 병원운영, 의료서비스 접근성 강화, 의료인력 양성, 디지털헬스, 제약·바이오 산업까지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협력 모델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짧은 기간 안에 의료보험, 의료인력 양성, 의료서비스의 디지털화 등을 동시에 이룬 경험을 가지고 있어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중요한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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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앙아시아 협력의 시간: 문화유산은 신뢰의 인프라다 김덕순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정책개발실장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관계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에너지, 인프라, 교역 등 경제적 요인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국가 간 신뢰와 협력을 오래 지탱하는 힘은 숫자나 계약이 아니라 공동의 기억과 연결에서 비롯된다.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문화유산 협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화유산은 단순한 교류의 소재가 아니라, 신뢰를 축적하는 장기적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은 계약을 통해 성립되지만,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상호 이해와 존중의 축적 위에서만 지속된다. 문화유산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며, 관계의 깊이를 가늠하는 척도다.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실크로드라는 거대한 문명 네트워크를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연결되어 왔다. 이제 그 연결을 상징이 아니라 정책으로, 행사가 아니라 구조로 전환할 때다. 아프로시압 벽화 속 신라 사신, 연결은 이미 시작됐다 중앙아시아는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다.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투르키스탄과 오쉬 같은 도시들은 동서 문명이 교차한 공간이자 종교와 예술, 기술과 상업이 어우러진 인류사의 무대였다. 이 지역의 문화유산은 특정 민족이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불교와 이슬람, 유목과 정주 문화가 중첩되며 형성된 다층적 기억의 집합체다. 실크로드는 단순한 교역로가 아니라 사람과 사상, 공예 기술과 미적 감각이 오간 문화의 통로이자 용광로였다. 이러한 연결성은 상징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다.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 인근 7세기 아프로시압 벽화에는 각국 사절단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신라 또는 고구려 사신으로 해석되는 인물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삼국시대 한반도가 이미 실크로드 문명권과 접촉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만남은 최근의 일이 아니라, 고대 문명 교류 속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그러나 중앙아시아는 오랫동안 스스로의 역사와 문화를 주체적으로 서술하기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 제정 러시아와 소련 체제 아래에서 이 지역은 제국의 주변부로 편입되었고, 역사 서사와 문화정책 또한 중앙의 틀 속에서 재편되었다. 1991년 독립 이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은 각자의 언어와 전통, 문화유산을 재발견하며 국가 정체성을 새롭게 구성해 왔다. 문화유산은 이들 국가에 있어 정체성 확립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중앙아시아는 국제무대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현황을 보면, 이 지역은 다국가 공동등재 비율이 약 53%에 이를 정도로 높은 수준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나우르즈와 같은 명절, 전통 유목문화와 관련된 관습, 전통공예와 의례 등 다양한 유산이 국경을 넘어 공동으로 등재되면서 ‘공유유산’이라는 개념이 제도적으로 구현되어 왔음을 의미한다. 중앙아시아는 문화유산을 국가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자산으로 다루는 경험을 축적해 온 지역이다. 이 사실은 한국과 중앙아시아 협력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공유문화유산은 선언이 아니라 실천의 문제이며, 중앙아시아는 그 실천을 국제무대에서 이미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양측의 협력 역시 일방적 지원이나 단발성 교류를 넘어 공동 연구·보존·활용의 구조 속에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실크로드 유산의 본질이 국경을 넘는 연속성에 있는 만큼, 협력 또한 국경을 넘어야 한다. 한–중앙아시아 문화유산 협력의 현실과 과제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화유산 협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한국 정부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키르기즈공화국에서 전통공예를 기반으로 한 문화관광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통 보존을 넘어 지역 장인의 역량을 강화하고, 전통공예를 관광·시장·교육과 연계해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려는 시도다. 또한 실크로드의 대표 도시인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는 사마르칸트 고고학연구소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지역 문화유산의 관광자원화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문화유산을 보존의 대상에 머물게 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활용의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접근이다. 한국에 설립된 유네스코 C2센터인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 역시 중앙아시아와의 공유유산 협력 분야를 꾸준히 발굴해 왔다. 나우르즈와 같은 다국가 명절, 전통활쏘기, 세계유목민축제 등은 공동 교류와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전통활쏘기 등의 문화유산은 유목문화권과 동아시아 문화권을 잇는 상징적 요소로, 양 지역 간 무형유산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는 분야다. 아울러 중앙아시아 내 고려인 디아스포라를 포함한 이주 공동체 연구는 양측의 역사적 연결성을 현대적으로 재조명하는 중요한 협력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실크로드 리빙 헤리티지 네트워크’와 같은 협력 플랫폼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실크로드를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 살아 있는 문화적 실천으로 바라보고, 이를 지역 간 협력의 기제로 구축하려는 시도다. 그럼에도 과제는 남아 있다. 많은 협력이 프로젝트 단위에 머물러 장기적 축적 구조가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화유산 협력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공동 조사–기록–보존–활용의 체계를 상시화하고, 디지털 아카이빙과 데이터 공유를 통해 지식 기반을 확장해야 한다. 인력 양성과 현장 역량 강화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중앙아시아가 무형유산 공동등재를 통해 보여준 협력 경험은 이러한 구조적 협력을 설계하는 데 유리한 토대가 된다. 2026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제도화의 전환점이 되어야 2026년 9월 예정된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는 이러한 논의를 제도화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다. 문화유산 협력이 선언적 문구에 머물지 않기 위해서는 중장기 전략과 로드맵 수립, 보존을 넘어 현대적 활용과 연계된 협력사업의 발굴과 이행, 효과적인 협력 거버넌스 구축, 전문기관 및 전문가 간 연구 네트워크 강화, 인적 교류 확대 등 구체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ODA 사업, 공동연구, 디지털 플랫폼 구축, 디아스포라 연구, 협력 네트워크 운영을 하나의 전략 틀 안에 묶는다면 협력은 단편적 사업을 넘어 종합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아울러 국내 기반의 강화도 필요하다. 한–중앙아시아 협력이 일회성 사업이나 외교 일정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중앙아시아와 문화유산 분야를 포괄하는 전문적 협력을 지원할 상설적 기반이 요구된다. 현재 관련 연구기관, 문화기관, 대학, ODA 수행기관, 민간단체 등이 개별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적 네트워크는 충분히 구축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한–중앙아협력포럼사무국의 기능과 조직을 확대·강화하여, 정책 대화를 넘어 문화유산을 포함한 사회·문화 분야의 실질적 협력을 연계하는 허브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외교적 선언을 넘어 문화유산 협력을 제도화한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할 국내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과 직결되어 있다. 문화유산은 외교의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관계의 기반이다. 아프로시압 벽화 속 신라 사신이 보여주듯 우리는 이미 천여 년 전 같은 문명 네트워크 안에 있었다. 중앙아시아가 독립 이후 공유유산 협력을 제도화해 온 경험, 한국이 축적해 온 문화유산 보존·활용 역량,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결합한다면 실크로드는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미래의 협력 지도가 될 수 있다. 실크로드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연결의 경험’이다. 이제 그 경험을 오늘의 정책으로, 내일의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 문화유산을 공동의 자산으로 다루는 순간 협력은 지원과 수혜의 구도를 넘어 상호 기여와 공동 책임의 구조로 전환된다. 문화유산을 통해 관계를 설계할 때,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과거를 공유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사회문화적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를 함께 만드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끝.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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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앙아시아 협력의 흐름과 전망 엄구호(한양대 국제대학원 석학교수) 역대 정부의 경제외교 중심 대중앙아 외교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이후 역대 정부는 새로운 시장 개척과 천연자원 확보라는 주로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둔 對중앙아시아 외교를 펼쳐왔다. 김영삼 정부는 ‘신외교’의 가치 아래 대우 자동차의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비롯한 비즈니스 외교와 자원 외교의 시동을 통해, 오늘날 한국이 중앙아시아에서 누리는 ‘경제 한류’와 ‘우호적 관계’의 토대를 마련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우그룹 해체가 가져온 중앙아시아에 대한 충격을 수습하는 한편, 유라시아 대륙 철도 구상과 자원 외교의 지속을 통해 상호 신뢰 관계를 지켜내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한국의 첫 번째 對중앙아시아 전략인 ‘포괄적 중앙아시아 구상’을 통해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을 제도화했고, 특히 에너지 안보에 중점을 두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신아시아 이니셔티브’에 중앙아시아를 포함하여 협력을 이어갔다.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확대된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였다. 이 구상은 유라시아 대륙의 교통, 에너지 및 무역 네트워크 개발에 초점을 맞추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위치에 있는 중앙아시아가 러시아와 함께 북방정책의 핵심 협력국으로 부각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이라는 구상을 통해 그동안 논의되어 온 유라시아 국가와의 운송, 물류, 에너지 협력 등을 집대성한 ‘9개 다리(Nine Bridges)’를 발표하고,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립하여 중앙아시아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폐지하고 중앙아시아에 대한 구체적 협력 구상을 밝히지 않아 한국의 대중앙아 외교 추동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2024년 6월 중앙아 3개국 순방을 계기로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을 발표하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 중앙아시아를 핵심 광물 분야의 전략적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한-중앙아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구체적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탄핵으로 협력 구상을 실현될 수 없었다. 이재명 정부는 연기된 한-중앙아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그 계기에 구체적 중앙아 협력 방안을 밝히겠으나 경제외교 중심의 기조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기대에 못 미친 성과와 더 높아진 경쟁의 벽 카자흐스탄의 카라바탄 복합 발전소와 알마티 순환도로 건설, 우즈베키스탄의 수르길 가스전 개발과 나보이 복합화력발전소, 투르크메니스탄의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 분야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플랜트와 인프라 부문 대규모 투자를 포함하여 한국은 중앙아시아에 현재까지 약 67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이 규모는 한국의 글로벌 투자 누적액(약 8천억 달러 이상) 가운데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역대 정부가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것과 비교하면, 실제 투자 규모는 기대에 비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앙아 투자는 고유가 시기였던 2006~2012년 사이에 확대되었으나,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는 정체되었다. 또한 한국의 중앙아시아 직접투자는 카자흐스탄(약 75%)과 우즈베키스탄(약 22%)에 집중되어 있으며, 키르기스스탄(약 2%), 타지키스탄(1% 미만), 투르크메니스탄(1% 미만)에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림 1] 한국과 중앙아시아 교역 추세 (단위: 백만 달러) 자료: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해외투자통계 (2025년은 10월 말 기준) 코로나19 위기와 러-우 전쟁으로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의 활동이 다소 위축된 가운데,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 국가들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향후 한국이 직면해야 할 경쟁환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교역은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투자와 마찬가지로 한국 연간 총 교역 규모에서 그 비중은 약 0.8%에 불과하며, 교역 구조 역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편중되어 있다. 2024년 기준 교역 비중은 카자흐스탄이 약 65%, 우즈베키스탄이 약 25%로, 두 국가가 약 90%를 차지한다. 한국의 중앙아 경유 대러 우회 수출이 증가하면서 키르기스스탄의 교역 비중이 10%로 상승했지만,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비중은 여전히 1% 미만이다. 또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원유와 우라늄을 수입하는 카자흐스탄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에게서는 수입의 증대가 거의 없어 절대적 무역 흑자를 계속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과 공산품을 교환하는 전통적 구조를 벗어나고 상호 호혜적 교역 구조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림 2] 한국의 대중앙아 수출과 대중앙아 수입 (단위: 천달러) 자료: 한국무역협회 K-Stat (2025년은 10월 말 기준) 한국은 카자흐스탄에서 망기스타우 유전 개발 사업과 발하쉬 발전 사업 등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중앙아시아 투자에 대한 리스크 인식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와 함께 중소 규모의 건설과 제조업 분야에서도 불투명한 행정절차와 계약 이행의 불확실성 등으로 애로를 겪는 경우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인식하며,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중앙아시아 국가의 국민들 역시 한국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우호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공급망 위기라는 공통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기존 협력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협력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러-우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 지정학의 변화와 한국의 시사점 러-우 전쟁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권이었던 중앙아시아에서 서방 및 역외 국가의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도 중앙아시아를 러시아 영향권으로만 보는 전통적 시각에서 벗어나 러-우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의 지정학 변화에 민감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구소련 공화국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은 크게 증폭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중기적으로 중앙아시아가 러시아에 대한 구조적 의존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러시아의 지역 내 영향력은 일정 부분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정치·경제적 안보를 헤징하기 위해 유럽은 물론 인도, 터키, 이란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 지역 강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다방향 외교 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기존의 일대일로를 넘어 러시아의 약화 공백까지 흡수하면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그러나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토지법 개정 문제,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대중국 부채 증가, 현지인 고용 대신 중국인 대규모 투입 등으로 인해 반중 정서 역시 강화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특히 건설과 제조업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분야까지 중국 기업들의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대중국 의존 심화에 대한 경계심이 현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부담 없고 기술력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전략이 통할 수 있는 시점이다. EU의 개입도 눈에 띈다. 러-우 전쟁 이후 EU는 에너지 탈러시아화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목표로 중앙아시아와의 협의체를 정상급으로 격상했다.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정상 회동을 거쳐, 2025년 4월 사마르칸트에서 제1차 EU-중앙아시아 공식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특히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러시아를 우회해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트랜스카스피해 국제운송루트(TITR)’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TITR의 활성화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물류 허브 기능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진출하고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인도 역시 2022년부터 인도-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물류와 광물·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국제 남북운송회랑(INSTC)’ 참여를 통해 인도 뭄바이에서 이란의 반다르아바스 항, 카스피해를 거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연결되는 복합운송회랑 구축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파키스탄을 우회하기 위해 이란의 차바하르 항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이 항구는 인도가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는 전략적 해상 교두보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은 인도라는 거대 시장을 중앙아시아 그리고 나아가 러시아와 연계하는 협력 구조를 모색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며, 명실상부 신북방과 신남방의 통합적 유라시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중앙아시아와 강한 문화·언어적 유대를 가진 튀르키예는 2021년 기존의 ‘튀르크어 사용 국가 협의회(Turkic Council)’을 ‘튀르크 국가 기구(OTS)’로 개편하고 중앙아시아와 전면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중간회랑(Middle Corridor)’의 서쪽 종착지로서 중앙아시아와의 연결성 강화에 힘쓰면 한편, 건설 및 인프라 프로젝트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 건설기업에 밀리는 한국 건설기업들은 한국의 고급 기술력과 튀르키예 건설기업의 현지 적응력 및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협력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중동 국가들의 중앙아시아 진출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3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최된 제1차 ‘걸프협력회의(GCC)-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2023-2027 공동행동계획이 채택되며 협력이 제도화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 GCC 주요국들은 중앙아시아에 상당한 규모의 개발 원조를 제공하며 소프트파워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중동 국가들은 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카타르는 우즈베키스탄의 가스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UAE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에서 대규모 태양광 및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사우디 개발 기금(SFD)’을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및 사회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차관 및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2023년 11월 ‘2030 세계 박람회’ 개최국 투표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외교적 성과도 거두었다. 한국은 제조업과 IT 분야에서의 기술력과 사업 경험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동 국가는 막대한 자본력과 에너지 산업 경험이라는 비교 우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앙아시아에서는 중동의 자본력과 한국의 기술력 및 경험을 결합한 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시티 및 도시 인프라 건설, 관개 시스템 개발, 농산물 공급망 구축, 병원 건설 및 디지털화 등에서 상당한 협력 시너지가 기대된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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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갈등의 해빙과 협력적 거버넌스의 부상 유네스코 물 안보 및 지속가능 물 관리 국제연구교육센터 정주희 교육연수팀장 1. 들어가기에 앞서 Peter B. Golden은 중앙아시아를 근대적 의미의 국가나 민족의 틀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보며, 중앙아시아인들은 역사적으로 단일한 지역 혹은 민족을 이룬 경험이 거의 없고, 오히려 씨족, 부족, 신분, 지역과 종교에 의해 정체성이 규정되어 왔다고 설명한다(Golden, 201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 당국은 1920년대 민족 구획화(National Delimitation)를 추진하며 중앙아시아 전역의 국경을 인위적으로 재편하고, 이른바 ‘창조된 민족(constructed nations)’이라는 개념에 기반해 다섯 개의 연방 구성 공화국(SSR: Soviet Socialist Republics)을 조직함으로써 새로운 정치·행정 단위를 만들어냈다(정세진, 2022)2). 이러한 인위적 국가 형성과 국경 설정의 유산은 소련 붕괴로 이후에도, 중앙아시아 내 수자원 관리와 분배에 대한 국가 간 갈등과 협력의 양상을 규정하는 핵심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앙아시아에 지역주의의 부상과 함께 수자원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물이 더 이상 갈등을 조장하는 요인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는 전략적 재화로 재구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더 이상 물을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원천이 아니라, 공동의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기고문은 그간 중앙아시아 5개국의 수자원을 둘러싸고 형성해 온 갈등의 구조와 그 완화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부상하고 있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의미와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2. 국경에 갇힌 물, 증대되는 갈등 2.1. 중앙아시아의 수자원 특징과 협력의 부재 험준한 산지와 광활한 초원, 그리고 사막을 가로질러 흐르는 중앙아시아의 수많은 하천은 오래 세월을 거쳐 해당 지역의 정치·사회·경제적 구조와 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반건조·건조 기후에 속하는 이 지역은 얕은 지하수와 하천, 호수 등 제한된 수자원이 핵심적인 생존 기반으로 작용해 왔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간 사회와 생태계는 수천 년에 걸쳐 수자원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독특한 형태로 발달해 왔다(Karthe et al., 2015)3). 중앙아시아 하천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다로 유출되지 않고 내륙 호수로 유입되거나 흐르는 과정에서 증발을 거쳐 사막에서 소멸되고 있다(Weinthal, 2006)4). 이러한 수문학적 특성은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가 해양으로 연결되지 않는 내륙국가라는 지리적 조건과도 맞물려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무다리야강(Amu Darya, 과거 명칭 Oxus)과 시르다리야강(Syr Darya, 과거 명칭 Jaxartes)이다. 이 두 하천은 각각 카라쿰(Kara Kum) 사막과 키질쿰(Kyzyl Kum) 사막과 같은 건조 지역을 관통한 후,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아랄해(Aral Sea)로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낮은 강수량과 높은 기온, 높은 증발량으로 인해 상당한 양의 하천수는 내륙 호수에 도달하기 이전에 증발하거나 지표로 침투해 사라지기도 한다. 1991년 소련 해체 이전 중앙아시아 5개국의 수자원은 소비에트 중앙 정부의 통치 체계 내 존재하는 국내 하천으로서 통합적으로 관리되었으며, 5개국의 전체 수자원 총량 또한 비교적 풍부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면서 중앙아시아는 독립국가이자 체제전환국으로 전환되었고, 중앙아시아 5개국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은 각기 상이한 경제 개혁의 길을 걸으며 탈소비에트화와 탈러시아화, 중앙아시아화를 추진하였다(권현종, 2019)5). 독립 이후 이들은 1994년 ‘중앙아시아연맹(Central Asian Union)’을 출범시키는 등 지역주의(Regionalism) 기반의 경제협력과 공동 이익 창출에 노력했으나, 순수한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체였던 중앙아시아협력기구(CACO)가 2005년에는 해체되는 등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한편, 2009년 4월 아랄해(Aral Sea)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 간의 알마티 회담이 있었다. 이 회담은 1993년 중앙아시아 정상들이 설립했고 당시 카자흐스탄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국제아랄해구조기금(IFAS)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이었다. 당시 회의는 해당 지역에서 보기 드문 5개국 정상 간 회담이었고 아랄해(Aral Sea) 위기의 심각성과 원인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는 성공했으나 상류국의 수력발전 개발과 하류국의 관개 수요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차이로 공동 행동계획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eurasianet, 2009)6). 학계는 이러한 지역 협력(Regional Cooperation)의 한계가 중앙아시아 지역주의가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여겼으며, 그 원인을 공유된 정체성 부재(Olcott, 1994)7), 정치·경제·구조적 제약(Spechler, 2021)8),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외부 강대국의 영향력(Krapohl & Vasileva-Dienes, 2020)9)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2.2. 기후위기: 국가 간 갈등의 심화 혹은 협력의 길 더 나아가 중앙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 70년 동안 약1.2°C의 기온이 상승했고 중앙아시아 전반의 적설 깊이가 20% 감소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특히 산악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Fallah et al., 2024)10). 중앙아시아에서 산악지역의 눈과 빙하는 일종의 자연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에 쌓인 눈이 여름에 녹아 주요 하천의 유량을 유지해주고 있는데 적설의 깊이가 20% 감소했다는 것은 저장될 수 있는 물의 양과 여름철에 흐를 수 있는 하천 유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더구나 중앙아시아는 주요 하천의 흐름이 산악국이자 상류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 물이 흘러 하류인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흐르는 구조이다. 그런데, 상류국들은 수력발전을 위한 겨울철 방류가 필요하나,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은 농업 관개를 위한 여름철 물 수요가 높아 계절적 불일치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상·하류 국가 간 물 이용의 시간적 비대칭성이 구조화되어 있다(Hong, 2015)11). 그런데, 상류에서 흐를 수 있는 물의 절대적 양 감소는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주요 영향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향후 기후변화가 국가 간 물 갈등 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유엔 세계물개발보고서(2025)인 ‘거대한 물 저장고, 산과 빙하(Mountains and glaciers - Water towers)’며 따르면, 중앙아시아의 파미르 고원과 천산산맥(天山山脈, Tian Shan range)은 아무다리야(Amu Darya) 및 시르 다리야(Syr Darya) 강의 주요 수원이며 산악 지역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빙하 기원 수자원 지역(glacier-fed region)’이며, 산과 빙하는 이 지역 물 안보의 핵심적인 기반인 ‘물-에너지-식량 넥서스’를 지탱하는 ‘중앙아시아의 물탑(Water Tower)’이라고 불리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역내 협력 환경에 새로운 긴장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UNESCO, 2025)12). 결국,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상호 협력 없이는 다가오는 물 위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수자원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2.3. 구조화된 물–에너지 갈등의 양상과 해빙 무드 중앙아시아 5개국 지역 협력의 가장 핵심적인 걸림돌로는 지목된 것은 국경, 수자원, 에너지 문제이다. 소련 체제하에서 인위적으로 설정된 국경은 독립 이후 국가 간 분쟁을 초래했으며, 소비에트 중앙 정부의 통합 정책 아래 공동 관리와 사용이 가능했던 수자원과 에너지는 전환 이후 각국의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공급 제약이 심화되면서 국가 간 갈등으로 발전해 왔다. 독립은 각국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 수자원 총량 및 외부 수자원 의존도(표 1) 등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물은 경제·사회 발전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원으로 부상하며 독립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쟁과 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13) 또한, 수질 문제도 대두되었는데, 주요 하천의 상류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비교적 양질의 수자원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하류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키즐오르다, 우즈베키스탄 카라칼팍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대쇼구즈의 하류 지역 주민들은 농업 활동에 사용된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비료와 기타 화학물질로 오염된 물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Weinthal, 2006)14). 중앙아시아의 수자원 관리는 국가 간 농업용수와 수력발전 수요 간의 경쟁이라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갈등이 첨예했다. 과거 소련 시절에는 국가의 통제 아래 에너지가 중앙집중형으로 생산·분배했기 때문에 중앙아시아 5개국이 각각 보유한 에너지 설비가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즉, ‘중앙아시아전력시스템(CAPS: Central Asia Power System)’을 통해 석유·가스·수력과 같은 다양한 에너지 자원이 연계되면서, 각국의 상이한 에너지 자원 구조와 계절적 수요·공급 변동을 조정(World Bank, 2015)15)하는 동시에 하천과 수력에 대한 공동 관리 메커니즘이 작동했던 것이다. 그러나, 2003년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이 CAPS에서 탈퇴하고, 2009년에는 우스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뒤를 따르면서, 상류 국가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과거 소련 시대와 같이 제공받던 보조금 기반 화석연료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표2와 같이 상류에 위치한 두 국가는 겨울철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력발전 확대를 목표로 대규모 댐 건설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하류 국가들의 관개용수 수요와 충돌하였다. 16) 이러한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타지키스탄이 바흐시(Vakhsh)강에 건설을 추진한 로군(Rogun)댐이다. 로군(Rogun)댐은 소비에트 시기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사업으로, 높이 약 335미터로 세계 최고 높이의 댐이며, 시설용량 3,600MW에 달하는 초대형 수력발전 댐이다. 전력 생산의 9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타지키스탄으로서는, 소비에트 시기에 건설한 누렉(Nurek)댐을 통해 전체 전력의 약 절반 정도를 충당하고 있어 전력원의 다원화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또한, 발전시설은 노후화된 데다 전력 생산이 부족하여 겨울철 발생하는 단전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 생산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고, 나아가 전력 수출을 통한 외화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하류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세계 6위의 면화 생산국으로 바흐시(Vakhsh)강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관개용수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로군(Rogun)댐 건설을 반대해왔다(International Crisis Group, 2014)17). 3. 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갈등의 해빙과 협력적 거버넌스의 부상 3.1. 갈등의 해빙과 실용적 협력의 부상 중앙아시아 국가 간 내부 협력과 발전을 저해했던 국경선과 수자원 분배에 둘러싼 갈등에 대해 점진적이고 실질적인 합의가 형성되면서, 갈등이 완화되고 중앙아시아 내부 결속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Patnaik, 2019)18). 중앙아시아 5개국은 2009년 4월 아랄해(Aral Sea)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1991년부터 독립 이후 2018년까지 불과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만 개최하였다(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RFE/RL], 2018)19). 그러나, 2017년부터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상호 우호적 관계 구축을 지향하며 수자원과 국경 문제로 얽힌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Umarov, 2021)20).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2018년부터 러시아를 배제하고 중앙아시아 5개 국가만이 참여하는 대화 채널이 정기적으로 가동되었으며, 그 출발점은 2018년 3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Astana)에서 개최된 중앙아시아국가 정상 협의회(Consultative Meeting of the Central Asian Heads of State)이다. 이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수자원 공유와 역내 국가 간 무역 증진에 대해 주로 논의하였으며(RFE/RL, 2018)21), 이는 장기간 경색되어 있던 역내 협력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계기로 평가된다. 이후 Covid-19로 연기된 2020년을 제외하면 정상회담은 매년 개최됐으며, 중앙아시아의 지역 협력이 1990년대의 거창한 통합주의에서 벗어나, 경제·교통·관광·산업·환경 분야에서 좀 더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의 다차원적 협력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주송하, 2024)22). 3.2. 물 관련 갈등의 종결과 새로운 시작: 로군(Rogun)댐 사례 2016년 9월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사망 이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외 정책, 특히, 대(對) 타지키스탄 외교 노선이 변경되었다. 2017년 7월 우즈베키스탄의 압둘아지즈 카밀로프(Abdulaziz Kamilov) 외교부 장관은 “우즈베키스탄은 더 이상 로군(Rogun)댐 건설에 반대하지 않으면 타지키스탄은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어 2018년 3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타지키스탄 국빈 방문에서 군(Rogun) 댐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의 완공을 위한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지원 가능성까지 시사하였다(Lemon, 2018)23). 현재 로군(Rogun)댐은 터빈 2기가 설치되어 부분 가동 중이나, 현재 댐 높이는 약 135m 수준으로 설계치인 335m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 완공을 위해서는 추가로 터빈 6기를 더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로군(Rogun) 댐을 둘러싼 논의의 초점이 국가 간 갈등에서 재정적 지속 가능성과 환경 영향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24년 말 댐 완공 지원을 위해 약 3억 5천달러 규모의 개발 보조금을 승인했으나, 타지키스탄 정부가 공공부채 관리 능력 및 상업적 타당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재원 조달 및 판매 계획을 제시하기 이전까지 자금 집행을 보류하고 있으며, 댐 완공 시 아무다리야(Amu Darya) 하류 유량이 최대 25% 감소해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하류 지역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환경단체들은 댐 건설로 인한 수문·생태적 교란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Eurasianet, 2025)24). 이러한 맥락에서 로군(Rogun) 댐은 더 이상 양자 간 외교 현안이나 농업용수-에너지 간 갈등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내 수자원 거버넌스, 기후변화 대응, 지역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새로운 도전 사례로 변모하였다. 3.3. 협력적 수자원 거버넌스의 부상: 캄바라타-1댐 2023년 1월 6일 나린(Naryn)강 유역을 공유하는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3국의 에너지 장관들은 키르기스스탄 에너지부 청사에서 키르기스스탄에 1,860MW 규모의 캄바라타-1 수력발전소(Kambarata-1 Hydropower Plant)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이행 계획서)’ 서명함으로써(RFE/RL, 2025)25), 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협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캄바라타-1 수력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연간 약 56억 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댐 높이는 256m, 저수용량은 약 54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여년 전만 해도 하류국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대규모 댐 건설로 인한 하류 지역 농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 하천 유량의 계절적 변동성, 국가간 협력 경험과 제도 부족에 기반한 신뢰 결여로 상류 수력발전 프로젝트에 강하게 반대해 왔던 상황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러시아와 함께 캄바라타-1 수력발전소와 나린강 유역의 소규모 수력발전소 건설을 포함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실질적 진전이 없어 2016년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해당 사업을 담당하던 러시아 국영기업 인터 RAO와 루스하이드로(RusHydro)와의 계약을 모두 파기하기도 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 러시아(모스크바)의 주요 관심이 프로젝트 자체가 아니라, 크렘린과의 관계가 냉각되고 댐 건설을 반대하던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유지·강화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한다. 한편, 우즈베키스탄은 공유 하천 상류에 건설되는 초대형 댐이 자국의 광범위한 농업 부문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강경한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Rickleton, 2023)26). 지금은 키르기스스탄의 캄바라타(Kambarata)-1 댐 건설과 관련하여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도 반대 입장을 철회하였을 뿐만 아니라, 3개국 공동 출자를 통한 합작 주식회사(joint-stock company)를 설립과 키르기스스탄 34%, 카자흐스탄 33%, 우즈베키스탄 33%의 지분 구조에도 합의하였다. 또한, 각국은 사전에 합의된 물량에 따라 캄바라타(Kambarata)-1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것을 상호 보장하기로 했다(Sakenova, 2024)27). 이로써 해당 프로젝트는 공유 하천을 매개로 한 수자원-에너지 협력의 제도화를 달성하셨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물 부족이 중앙아시아의 갈등 요인이 아니라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고 서로를 결속시켜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따라서, 지역 협력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에 국제 금융기관들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적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에너지부 장관 조라벡 미르자마흐무도프(Jorabek Mirzamahmudov)는 해당 발전소의 예상 건설비가 약 42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미 약 56억 달러 규모의 재원 조달 약정이 확보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The Times of Central Asia, 2025)28). 3.4. 후잔트 선언(Khujand Declaration)과 수자원–에너지 협력의 구조적 정착 2025년 2월에는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 국경 확정에 대한 역사적 합의에 서명함으로써 지역 안정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으나, 일각에서는 이 지역이 ‘테러리즘’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Lee, 2025)29). 또한, 올해 3월 31일에는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영원한 우호에 관한 후잔트 선언(Khujand Declaration on Eternal Friendship)’이라는 3자 협정을 타지키스탄의 후잔트에서 체결하여, 삼국의 접경 지역 지점에 대한 확정을 이루고 약 35년간 지속된 국경 분쟁을 종결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더구나 이 협정은 외부의 중재 없이 중앙아시아 3개국 스스로가 갈등을 해결한 드문 사례(Stobdan, 2025)30)로 평가된다. 국경이 불분명한 지역은 관개용수 접근, 하천 이용, 수로 관리에 대한 분쟁에도 휩싸이게 된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간의 무력 충돌은 2021년 4월 28일, 키르기스스탄 남부 페르가나 계곡(Fergana Valley) 내 바트켄(Batken) 지역내 보루흐(Vorukh) 월경지 인근에서 발생했다. 타지키스탄이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에 위치한 공동 수자원(관개) 시설에 영상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자 격분한 키르기스스탄 주민들이 카메라를 파괴하면서 폭력 사태가 일어났고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간에는 수자원 및 국경 문제로 인한 최초의 장기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Eschment, 2021)31). 키르기스스탄 측은 36명이 사망하고 154명이 부상을 입었고, 타지키스탄은 19명이 사망하고 87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 후, 2022년 9월 다시 격렬한 교전이 발생해, 2021년과 2022년 국경 충돌로 타지키스탄 시민 81명과 키르기스스탄 시민 63명이 사망했고 해당 국경 인근 주민 약 14만 명이 일시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혈 분쟁 이후, 양국은 국경 획정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을 이어나갔고 2025년 2월 21일 국경 확정에 대한 세부 사항 확정을 위한 회동 이후 2025년 3월 말에 첫 3자 정상회담을 개최했으며, 국경 확정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건설 및 이용과 수자원 관리 및 에너지 시설 접근 보장에 관한 내용도 함께 협정에서 서명하였다. 최소한 중앙아시아 3개국은 지난날 무력 사태와 같은 비극적 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공동 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제도적 초석을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2025년 11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주요 수력발전소 댐의 수위 저하로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키르기스스탄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토크토굴(Toktogul) 수력발전댐은 작년 유사 시기에 비해 수량이 약 20억㎥(20%) 감소하여, 정부는 11월13일 레스토랑 영업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공공시설은 오후 6시에 모두 소등할 것을 명령하는 등 강력한 절전 조치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타지키스탄의 누레크(Nurek) 수력발전댐 수위가 전년 동기 대비 2.47m나 하락하면서, 정부 당국은 절전을 이행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해고를 경고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유창엽, 2025)32). 상황이 악화되자,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가을과 겨울철에 키르기스스탄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대신, 농번기에는 키르기스스탄으로부터 관개용수를 제공받는 내용에 대해 상호 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키르기스스탄은 외부에서 공급받은 전력으로 자국 수력발전소 가동을 일부 축소하고, 그만큼의 수자원을 댐에 비축해 두었다가 이듬해 농번기에 하류 지역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관개용수로 방류하기로 했다. 또한, 3국은 전력·물 교환과 병행해 공동 절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으며, 우즈베키스탄은 키르기스스탄에 대해 발전 관련 기술 협력도 제공하고 3개국 모두 절수 캠페인도 함께 실행하기로 하였다(eurasianet, 2025)33). 위 사례는 물 관련 갈등을 방치하거나 일방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당사국들이 직접 협의의 장에 나와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협상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상호 신뢰나 자생적 협력 가치가 충분히 형성되기 이전에는, 극심한 물 부족은 또 하나의 갈등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인들이 스스로 이룬 지역 협력의 성공 경험이 축적되고 노하우가 쌓인다면 중앙아시아 물 관리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4. 갈등을 넘은 협력과 한국의 역할 중앙아시아 지역은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의 완충지이자 문명의 교차로로 기능해 왔다. 기원전에는 동서 교역과 기술 이전의 통로였으며, 19세기에는 영국의 인도 보호 전략과 러시아의 남하정책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공간이었다. 20세기에는 소련 체제하에서 방대한 자원 공급망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김정훈, 2025)34). 21세기에 들어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국제정치와 경제 질서의 재편 속에서 다시 한번 부상하고 있으며 외교적 위상 또한 높아졌다. 중국의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정책의 요충지이자,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Eurasian Economic Union)의 주요 축이며, 미국 역시 러시아·중국 견제를 위해 중앙아시아와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정동연, 2025)3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안보 공백과 외부 의존의 한계를 직시하게 되었고, 국가별 차이는 존재해도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국의 경제 및 안보 이익을 중심으로 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박정후, 2025)36)이러한 변화 속에 중앙아시아는 지역주의의 필요성을 재인식하고 역내 협력 공간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과거 소련 해체 이후 체제 전환기에는 국경 문제와 수자원 분쟁 등을 해결하기 어려웠고 과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갈등 완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수자원과 국경과 같은 난제들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성과를 넘어, 중앙아시아 스스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후잔트 선언(Khujand Declaration) 국경선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냈다 하더라도, 상·하류 물에 대한 상충된 물 수요는 구조적 갈등 요인으로 남아있다(SpecialEurasia OSINT Team, 2025). 상류국은 겨울철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한 수력발전이 필요하지만, 하류국은 여름철 농업용수 확보가 절대적이다. 어느 쪽도 양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이다. 더구나, 35년간 지속되어 온 갈등이 선언문 하나로 단번에 해소될 수도 없다. 신뢰 구축, 협력의 제도화, 공동 운영 등과 같은 메커니즘이 구축되고 안정화되는 데 절대적인 시간과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도 중앙아시아의 물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뭄의 강도와 빈도는 증가하고, 홍수는 더욱 불규칙해졌으며(Nzabarinda et al., 2024)37), 장기적으로는 빙하 감소는 유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물·식량·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이며, 모처럼 부활한 지역 협력체계에 대한 새로운 시련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5개국과 1992년 외교 관계를 모두 수립한 이후 정치·경제·교육·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 2007년 한-중앙아 협력포럼 출범 이후 협력은 더욱 제도화되었고, 최근에는 한국의 물 산업 사절단이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수요를 발굴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국제교류재단 한-중앙아협력포럼사무국과 UNESCO i-WSSM은 2017년부터 매년 중앙아시아 5개국 물 관련 고위 공직자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한국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는 등 실질적인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통합물관리, 하천정비, 노후 물 인프라 개선과 안전관리, 물 인프라 에너지 효율화, 조기 경보 시스템을 포함한 가뭄과 홍수 대응, 물 관련 신재생에너지 개발, 신재생에너지 발전, 유수율 제고, 통합적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법과 제도 등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지난 반세기 동안 빈곤국에서 세계적 물관리 선진국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경험이 있으며 기술-제도-전문가 네트워크도 충분하여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협력 분야에 폭넓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에서 지역주의가 서서히 강화되고 있는 지금은 한국에게도 전략적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시점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앙아시아와 갈등 당사자도 아니며, 기존 강대국처럼 그 어느 국가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 이러한 중립성은 한국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한, 단순 기술 제공을 넘어 상·하류 간 수자원 배분·교환 메커니즘의 설계와 운영, 기후위기 공동 대응 프로그램 구축·운영, 데이터 기반 과학적 물관리 구축·운영, 그리고 물 거버넌스 강화 등에 포괄적인 협력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한국의 역할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끝으로, 이스라엘의 수문학자 우리 샤미르(Uri Shamir)는 “진정한 평화에 대한 의지가 존재하는 한, 물은 장애물이나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분열을 초래하려는 이들에게 물은 그것을 정당화하는 훌륭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앙아시아는 독립 이후 35년간의 시행착오 속에서 서서히 갈등의 고리를 풀고 협력을 통한 발전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중앙아시아가 물 분쟁의 상징이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고 협력과 번영을 이루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며, 그 여정에 한국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파트너로 함께하길 희망한다. 1) Golden,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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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앙아 희소금속 기술협력: 지속가능한 자원 파트너십의 구축 이선영 (주)유라스텍 대표이사 1. 중앙아시아의 자원 잠재력과 협력 여건 21세기 들어 전략광물과 희소금속의 확보는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외교 전략, 기술 경쟁력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첨단산업과 청정에너지 전환에 따른 핵심광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희토류 금속 시장은 2023년 약 70억 5천만 달러, 2024년 76억 2천만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8년에는 93억 8천만 달러로 연평균 5.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앙아시아는 풍부한 자원 매장량과 지정학적 가치로 전략적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이 지역의 자원은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광물 원자재 상태로 주변 강대국에 수출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중앙아시아 각국은 산업 다각화, 자원 산업 고도화, 기술 혁신 및 지역 가치사슬 구축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으며, 광물 제품의 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원 보유 측면에서 카자흐스탄은 세계 최대 수준의 우라늄 생산국(2022년 기준 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약 43%를 차지, 약 2만 4천 톤 생산)이자 희토류 잠재력이 높은 국가이며, 우즈베키스탄은 구리와 리튬 등 고부가가치 금속 자원이 풍부하다. 키르기스스탄은 세계의 주요 금 생산국이며 타지키스탄과 함께 수력·광물 복합 자원을 보유하며, 투르크메니스탄은 에너지 중심 산업구조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외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채굴, 정제, 환경관리, 재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탐사 기술, 정제 역량, 환경 관리 인프라 등이 미흡하여 여전히 원자재 중심 산업 구조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같은 기술 강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창출할 기회가 된다. 2. 한국의 기술역량과 협력 기반 한국은 자원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소재, 정제, 재활용 등 기술집약형 가치사슬을 구축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특히 탄소중립 전략과 순환경제 전환정책을 통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기술 및 제도적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자원 기반 산업 구조에서 탈피하려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매우 유용한 협력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은 전략광물 재활용률 제고, 폐배터리·폐전자기기 금속 회수, 친환경 채굴 기술 연구 등 미래 산업 전환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축적했으며, 정부·연구기관·민간기업 간 연계를 통해 공동 연구소 설립과 기술 협력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한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였다. 한–중앙아 협력포럼, KOICA 개발협력 사업, KIGAM·KITECH 등 연구기관의 기술협력 프로그램, KOTRA의 산업 연계 지원, 학술·인적 교류 네트워크 등은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실제 협력 사례로, 2018년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한국 정부는 Almalyk Mining and Metallurgical Combine(AGMK)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이 ‘우즈베키스탄-한국 희소금속 및 합금 과학기술센터’를 타슈켄트주 치르치크 지역에 설립하기로 공식 합의했으며, 2019년 센터가 개소했다. 이 센터는 나노기술, 고합금, 광물처리 분야의 5개 전문 실험실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 측이 세계적 수준의 분석장비와 기술 이전을 지원했다. 한국 국회는 2023~2027년까지 AGMK를 대상으로 약 150억 원 규모의 ODA를 지원하고, 현지 인력 50명이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연수받는 프로그램을 포함하였다. 이를 통해 양국은 단순한 자원 채굴을 넘어 정제, 신소재 개발, 인력 양성 등 포괄적 기술 동반체계를 구축하며 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2024년 희소금속 연구센터 설립이 논의되었다. 사트바예프대학교 산하 광물금속연구소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은 ‘고온·고활성 희소금속 소재 연구센터’설립을 검토한 바 있으며, 이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초기 5년간 1천만 달러 이상의 한국의 지원 자금 투입이 계획되어 있다. 연구인력 파견, 기술 이전, 현지 실험시설 구축 등이 핵심 내용으로,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센터가 자국 내 채굴, 정제, 신소재화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구축의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의 참여 확대를 공식 요청했다. 이러한 연구센터 기반 협력은 탐사, 가공, 정제, 신소재 개발까지 연계하며 장기적 협력 구조를 마련하게 된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현지 채굴·정제 기술 격차와 ESG 관련 환경·사회적 리스크, 방사성 잔류물과 폐수·폐기물 관리 문제 등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첨단 기술력과 중앙아시아 자원, 제도적 기반이 결합될 때 희소금속 분야의 지속가능한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3. 글로벌 공급망 전환 속의 새로운 자원협력 구상 - 지속가능한 자원기술 파트너십의 방향 한국은 2022년 기준 희토류 금속 수입액 약 1,020만 달러 중 85%를 중국에서 공급받았다. 중국의 수출통제 시 핵심광물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전략광물과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희소금속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전략으로 ‘희소금속 산업 발전대책 2.0’발표하였는데, 목표는 단순한 자원 수입에 그치지 않고, 전략광물의 확보ㆍ비축ㆍ순환이라는 3단계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국내 산업이 안정적으로 필요한 희소금속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중앙아시아와의 지속가능한 자원기술 파트너십 구축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기술 기반 공동 혁신으로 발전해야 한다. 채굴, 정제, 재활용, 환경관리 등 단계에서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을 중앙아시아 현지에 맞게 이전하고, 전문 인력을 공동 양성하여 자립적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우리와 협력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자원 중심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고도화된 산업 체제로 전환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즉, 중앙아시아 협력국의 수출제품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연구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협력 초기 단계부터 ESG 기준을 내재화한 순환경제 기반 자원 활용체계를 구축하고, 채굴에서 가공, 사용,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완성해야 한다. 단기 프로젝트 중심이 아닌 공동 연구센터 설립, 시범사업 추진, 교환 연수 프로그램 운영, 산학연 협력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협력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채굴 단계에 머물지 않고 정제, 합금·소재 개발, 부품·장비 제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고부가가치 가치사슬을 공동으로 구축함으로써, 중앙아시아는 산업·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여 상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결국 한–중앙아 기술협력은 자원 확보에서 기술 공유와 공동 혁신을 거쳐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기술 역량이 결합될 경우, 양측은 단순한 자원 거래를 넘어 미래 산업을 공동 구축하는 지속가능한 자원기술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뢰 구축은 장기적 파트너십의 핵심이며, 이를 통해 한–중앙아 관계는 새로운 산업 및 전략 협력 모델로 도약할 수 있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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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이 본 유라시아 시장의 기회와 도전 - 중앙아시아 3국 진출 전략을 중심으로 - 정우하이테크 박선우 대표 ■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 지난 3년간 유라시아청년아카데미 리딩멘토로 활동하며 중앙아시아 3국(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을 매년 방문했다. 매년 엄선하여 선발된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현지에서 창업 가능성을 탐색하며 놀라운 변화를 목격했다. 이 지역은 더 이상 변방의 시장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탈중국화 흐름 속에서 새로운 생산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많은 기업인들이 중앙아시아 하면 여전히 '물류 리스크'와 '언어 장벽'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현실은 달랐다. 30년 전 진출한 에코비스가 구축한 탄탄한 물류망,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 인재의 증가, KOTRA와 KOICA의 적극적인 지원 체계는 과거의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으로 한국 기업과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먼저 진입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도래했음을 실감한 한해였다. ■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장 - 키르기스스탄 인구 670만 명, 1인당 GDP 1,930달러. 숫자만 보면 키르기스스탄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타지키스탄 다음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이며, 인터넷을 포함한 전력 인프라도 취약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느낀 현황은 숫자로 표기된 소득 수준을 상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기업인 입장에서 보면 이곳은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장'이라고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8월 현지를 방문했을 때 도시 전체가 공사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현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도로를 포함한 사회 기반시설이 급속도로 확충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키르기즈어가 한국어와 어순이 동일해 한국어 구사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외동포 2만여 명(고려인 1만 8천여 명 포함)이 한국 기업과 현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진출은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KOICA를 중심으로 한 ODA 사업과 연계하면 안정적인 진출이 가능하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저비용 이커머스 플랫폼, 온라인 교육 등은 낮은 구매력을 감안한 솔루션으로 접근하면 충분한 기회가 있다. 또한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으로 확장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 묘목을 키워야 하는 시장 - 우즈베키스탄 인구 3,500만 명, 2025년 전망 1인당 GDP 3,300달러, 경제성장률 5.6%.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심장부에 위치한 성장 엔진이다. 2016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집권 이후 급격한 경제 개혁으로 투자 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이곳은 '묘목을 키워야 하는 시장'으로, 지금 뿌린 씨앗이 3~5년 안에 큰 나무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디지털 우즈베키스탄 2030' 전략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IT파크를 직접 방문했을 때 영어로 유창하게 발표하는 담당자들을 보며 언어 소통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 특히 KOICA가 지원한 스타트업지원센터(U-ENTER) 건립은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안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거점을 제공한다. 인구의 60%가 30세 이하인 젊은 인구 구조는 디지털 서비스 확산에 최적의 조건이다. 핀테크, 전자상거래, 에듀테크, 헬스케어IT, 스마트팜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회가 열려 있다. 타슈켄트의 KOTRA 사무소를 적극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지금이 본격 진출의 적기다. 우즈베키스탄은 2중내륙국가라는 지리적 제약이 있지만, 에코비스 같은 한국 물류기업이 30년간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초기에는 수출이나 라이선싱으로 시작해 점차 현지 사무소, 합작투자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 수확할 수 있는 시장 - 카자흐스탄 세계 9번째 국토 면적, 인구 2,000만 명, 1인당 GDP 12,000~15,000달러.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대국이며, 지금 당장 '수확할 수 있는 시장'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연결하는 물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알마티 방문 시 목격한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한국의 CU편의점의 성공이었다. 고려인 기업 신라인그룹과 한국 CU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알마티에 40여 개 매장을 오픈했다. 24시간 편의점이라는 개념이 없던 현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K-마트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KOTRA의 결정적인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인솔한 대학생 팀이 CU에서 호떡 시식회를 진행했을 때 현지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직접 목격했다. 이 사례는 CU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소개되었다. 카자흐스탄의 가장 큰 강점은 한국 브랜드에 대한 높은 신뢰도다. 삼성과 현대가 이미 구축한 브랜드 파워를 스타트업들도 활용할 수 있다. 아블라이한 국제관계 및 세계언어 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가 가장 인기 있는 학과라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언어 소통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는 증거다.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는 영국 법률 기반의 독립적인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어 핀테크 혁신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Digital Kazakhstan 2025' 전략과 연계하면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식품 제조 스타트업의 경우, 신라인그룹이 건설 중인 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하면 현지화와 판로개척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신라인은 아이스크림 부문 세계 1위 공장을 운영하며 중앙아시아 35,000여 개 매장에 완벽한 콜드체인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금이 진출의 골든타임 중앙아시아 3국은 각각 다른 성숙도를 가진 시장이다. 키르기스스탄에 씨앗을 뿌리고, 우즈베키스탄에서 묘목을 키우고, 카자흐스탄에서 수확하는 3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 세 시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성공하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확장이 용이하고, 반대로 키르기스스탄에서 축적한 경험이 다른 시장 진출에 자산이 된다. 과거 걸림돌이었던 물류와 언어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에코비스의 물류망, 증가하는 한국어 인재, KOTRA 및 KOICA의 체계적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한류로 높아진 한국 브랜드 신뢰도는 한국 기업에게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또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되고, 민간 차원의 협력 거점(IT파크, 신라인그룹 식품 클러스터)이 마련된 지금이야말로 선제적으로 진출하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며 인내심과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현지화 전략을 실행하는 기업에게, 중앙아시아는 마지막 남은 거대한 미개척 시장이자 성장과 수확의 땅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이 이미 진출했거나 준비 중이다. 먼저 진입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고 감히 제언한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한국 기업에게 중앙아시아는 무한한 가능성의 땅이다. 리스크를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 실행하는 기업에게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다. 유라시아의 광활한 대지가 우리를 부른다. 지금 도전할 때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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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앙아협력포럼은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즈,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사이의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의 주도로 2007년 출범한 연례 고위급(장관급) 다자협의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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