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메뉴 바로가기본문으로 바로가기

동남아시아의 아시아 문화 교류는 어떻게 자리 잡았나

인터뷰
동남아시아의 아시아 문화 교류는 어떻게 자리 잡았나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Asian Civilisations Museum) 수석 큐레이터
스테판 머피(Stephen Murphy)
스테판 머피는 싱가포르 아시아문명박물관 수석 큐레이터로, 지난 3월 17일 막을 내린 한국과 싱가포르의 국제교류전 ‘바다의 비밀, 9세기 아랍 난파선’을 진행했습니다. 동남아시아 고고학 전문가인 스테판 머피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상 동서교류의 구심점, 싱가포르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문명’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입니다. ‘문명’이라는 단어를 명칭에 사용하고 있는 아시아문명박물관에서는 어떤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와 함께 아시아문명박물관의 전시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시아문명박물관은 아시아의 다양한 문화유산과 싱가포르 간의 역사적 연관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1997년에 처음 개장한 아시아문명박물관은 이후 국립박물관으로 지정되면서, 싱가포르 선조의 역사와 아시아 간 문화적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시아문명박물관 갤러리는 주제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는 여러 문화예술 교역의 항구인 싱가포르가 독립과 다민족의 유입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1층 갤러리에서는 ‘무역’을 통해 알 수 있는 싱가포르와 다른 문화와의 연관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양식의 예술이 어떻게 싱가포르 안으로 유입되고 섞였는지를 보여줍니다. 2층 갤러리에서는 인도와 중국, 동남아시아의 예술과 문화, 그리고 이슬람 문화와 기독교 문화가 어떻게 동아시아에 전파되었는지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14세기 인도의 기독교 예술과 17세기 중국의 기독교 예술을 통해, 기독교가 아시아에 보급된 과정과 역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교역로 역할을 한 것이 싱가포르라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입니다. 현재 공사 중인 3층 갤러리는 ‘재료 및 디자인’ 갤러리로, 올해 말 다시 문을 열 예정입니다. 이곳에서는 여러 가지 의류와 소품, 장신구 등을 통해 문명 간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했음을 보여줄 것입니다.
 
올해 초 한국에서 한-싱가포르 국제 교류전 ‘바다의 비밀, 9세기 아랍 난파선’을 진행하셨습니다. 이 전시에 대한 소개와 함께, 전시된 유물들의 의의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1998년 수중발굴된 아랍난파선

이번 국제교류전은 1998년 당시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아랍 난파선’의 유물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9세기에 당나라와 서아시아가 교역했음을 시사하는 난파선 유물은 매우 놀라운 발견이었습니다. 이는 20세기 동남아시아 수중 고고학 역사상 가장 큰 성과로 손꼽힐 정도로 의미가 큽니다.
난파선에서는 중국 도자기와 무역품 60,000여 점이 발굴되었습니다. 당시 이 배들은 중국 닝보에서 출발해 일본의 교토를 거쳐 서아시아로 항해하던 중 사고를 당하여 중간에 한국을 거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시된 유물을 통해 아시아의 해상 무역활동과 상호 문화교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아시아 국가 간 문화 교역을 보여주어, 아시아가 세계 속에서 고립되지 않았음을 알린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아시아 국가들은 고대부터 서로 왕래하며 문화와 예술품 등을 교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교류에서 싱가포르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 교류의 역사를 보 여줄 수 있는 유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아랍 난파선’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고대 동아시아와 서아시아 간에는 교역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9세기는 ‘해상실크로드 황금기’로 불릴 정도로 찬란했습니다. 이 해상실크로드에서 싱가포르는 아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다문화적 무역항이었습니다. ‘동서양의 관문’이라고 불리는 말레이반도의 끝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으로 동양과 서양을 잇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동서양의 문물을 교환하는 교류지로서의 싱가포르는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그 무역의 결과물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교를 아우르는 것이었습니다.
장사요(長沙窯) 도자기 포장상태

교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유물에는 중국의 도자기가 있겠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잘 보관된 중국 도자기 같은 유물들은 아시아와 세계의 문화적 연관성을 충분히 보여줍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국제 교류전처럼 바다 속에 가라앉아 있는 난파선 유물들이 정서적으로 특별하게 와닿습니다. 저는 이러한 것들이 더욱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아세안 국가들은 지금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세안 국가들이 미래에 더 좋은 공동체로 나아가는 데 있어 고고학과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고고학과 예술이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 불행히도 과거의 고고학은 국가주의를 견고하게 할 목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저는 앞으로 고고학이나 예술이 아세안 국가들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또 이를 통해 아세안 국가들의 무역과 문화 교류에 상호작용하도록 돕는 기반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청화백자 나뭇잎무늬 접시(중국 당, 9세기)
녹유 새장식 잔(중국 당, 9세기)
 
백자 항아리(중국 당, 9세기)
금제 인물무늬 술잔(중국 당, 9세기)
 
마지막으로 아시아문명박물관에서 계획 중인 전시나 프로젝트를 소개해 주세요.
아시아문명박물관은 6월부터 9월까지 ‘GUO PEI: CHINESE ART & COUTURE’ 전시를 엽니다. 이 전시는 멕시코나 남미 지역의 은이 어떻게 중국으로 넘어왔고, 중국의 화려한 예술과 전통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오늘날 중국과 세계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동시대 패션쇼입니다.
이듬해 5월에는 아시아문명박물관과 연계된 박물관에서 많은 문화재를 전시할 예정이지만, 향후 아시아문명박물관 자체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잡히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아시아문명박물관은 아시아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싱가포르의 문화를 알리는데 힘쓸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