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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앙아시아 협력의 흐름과 전망 엄구호(한양대 국제대학원 석학교수) 역대 정부의 경제외교 중심 대중앙아 외교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이후 역대 정부는 새로운 시장 개척과 천연자원 확보라는 주로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둔 對중앙아시아 외교를 펼쳐왔다. 김영삼 정부는 ‘신외교’의 가치 아래 대우 자동차의 우즈베키스탄 진출을 비롯한 비즈니스 외교와 자원 외교의 시동을 통해, 오늘날 한국이 중앙아시아에서 누리는 ‘경제 한류’와 ‘우호적 관계’의 토대를 마련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우그룹 해체가 가져온 중앙아시아에 대한 충격을 수습하는 한편, 유라시아 대륙 철도 구상과 자원 외교의 지속을 통해 상호 신뢰 관계를 지켜내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한국의 첫 번째 對중앙아시아 전략인 ‘포괄적 중앙아시아 구상’을 통해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을 제도화했고, 특히 에너지 안보에 중점을 두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신아시아 이니셔티브’에 중앙아시아를 포함하여 협력을 이어갔다.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확대된 것은 2013년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였다. 이 구상은 유라시아 대륙의 교통, 에너지 및 무역 네트워크 개발에 초점을 맞추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 위치에 있는 중앙아시아가 러시아와 함께 북방정책의 핵심 협력국으로 부각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이라는 구상을 통해 그동안 논의되어 온 유라시아 국가와의 운송, 물류, 에너지 협력 등을 집대성한 ‘9개 다리(Nine Bridges)’를 발표하고,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립하여 중앙아시아와 협력을 더욱 강화하였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폐지하고 중앙아시아에 대한 구체적 협력 구상을 밝히지 않아 한국의 대중앙아 외교 추동력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2024년 6월 중앙아 3개국 순방을 계기로 ‘K-실크로드 협력 구상’을 발표하며,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 중앙아시아를 핵심 광물 분야의 전략적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한-중앙아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구체적 사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탄핵으로 협력 구상을 실현될 수 없었다. 이재명 정부는 연기된 한-중앙아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하고 그 계기에 구체적 중앙아 협력 방안을 밝히겠으나 경제외교 중심의 기조는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기대에 못 미친 성과와 더 높아진 경쟁의 벽 카자흐스탄의 카라바탄 복합 발전소와 알마티 순환도로 건설, 우즈베키스탄의 수르길 가스전 개발과 나보이 복합화력발전소, 투르크메니스탄의 키얀리 가스화학 플랜트 분야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수행해 왔다. 이러한 플랜트와 인프라 부문 대규모 투자를 포함하여 한국은 중앙아시아에 현재까지 약 67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이 규모는 한국의 글로벌 투자 누적액(약 8천억 달러 이상) 가운데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역대 정부가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것과 비교하면, 실제 투자 규모는 기대에 비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한국의 대중앙아 투자는 고유가 시기였던 2006~2012년 사이에 확대되었으나,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는 정체되었다. 또한 한국의 중앙아시아 직접투자는 카자흐스탄(약 75%)과 우즈베키스탄(약 22%)에 집중되어 있으며, 키르기스스탄(약 2%), 타지키스탄(1% 미만), 투르크메니스탄(1% 미만)에는 상대적으로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림 1] 한국과 중앙아시아 교역 추세 (단위: 백만 달러) 자료: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해외투자통계 (2025년은 10월 말 기준) 코로나19 위기와 러-우 전쟁으로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의 활동이 다소 위축된 가운데, 튀르키예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중동 국가들의 진출이 확대되면서 향후 한국이 직면해야 할 경쟁환경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교역은 전반적으로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투자와 마찬가지로 한국 연간 총 교역 규모에서 그 비중은 약 0.8%에 불과하며, 교역 구조 역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 편중되어 있다. 2024년 기준 교역 비중은 카자흐스탄이 약 65%, 우즈베키스탄이 약 25%로, 두 국가가 약 90%를 차지한다. 한국의 중앙아 경유 대러 우회 수출이 증가하면서 키르기스스탄의 교역 비중이 10%로 상승했지만,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비중은 여전히 1% 미만이다. 또한 주목해야 할 사실은 원유와 우라늄을 수입하는 카자흐스탄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들에게서는 수입의 증대가 거의 없어 절대적 무역 흑자를 계속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원과 공산품을 교환하는 전통적 구조를 벗어나고 상호 호혜적 교역 구조를 만들어가야 하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림 2] 한국의 대중앙아 수출과 대중앙아 수입 (단위: 천달러) 자료: 한국무역협회 K-Stat (2025년은 10월 말 기준) 한국은 카자흐스탄에서 망기스타우 유전 개발 사업과 발하쉬 발전 사업 등이 실패로 귀결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중앙아시아 투자에 대한 리스크 인식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와 함께 중소 규모의 건설과 제조업 분야에서도 불투명한 행정절차와 계약 이행의 불확실성 등으로 애로를 겪는 경우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인식하며,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협력을 꾸준히 모색해 왔다. 중앙아시아 국가의 국민들 역시 한국을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우호감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공급망 위기라는 공통의 도전에 직면한 상황에서, 한국과 중앙아시아는 기존 협력 방식의 한계를 인식하고 협력의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러-우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 지정학의 변화와 한국의 시사점 러-우 전쟁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권이었던 중앙아시아에서 서방 및 역외 국가의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도 중앙아시아를 러시아 영향권으로만 보는 전통적 시각에서 벗어나 러-우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의 지정학 변화에 민감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전반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구소련 공화국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안보 위협에 대한 인식은 크게 증폭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중기적으로 중앙아시아가 러시아에 대한 구조적 의존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겠지만, 러시아의 지역 내 영향력은 일정 부분 약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정치·경제적 안보를 헤징하기 위해 유럽은 물론 인도, 터키, 이란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인접 지역 강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다방향 외교 전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기존의 일대일로를 넘어 러시아의 약화 공백까지 흡수하면서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그러나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토지법 개정 문제,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대중국 부채 증가, 현지인 고용 대신 중국인 대규모 투입 등으로 인해 반중 정서 역시 강화되고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특히 건설과 제조업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분야까지 중국 기업들의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대중국 의존 심화에 대한 경계심이 현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음도 주목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부담 없고 기술력을 신뢰할 수 있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전략이 통할 수 있는 시점이다. EU의 개입도 눈에 띈다. 러-우 전쟁 이후 EU는 에너지 탈러시아화와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화를 목표로 중앙아시아와의 협의체를 정상급으로 격상했다.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정상 회동을 거쳐, 2025년 4월 사마르칸트에서 제1차 EU-중앙아시아 공식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특히 한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러시아를 우회해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트랜스카스피해 국제운송루트(TITR)’ 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합의했다는 점이다. TITR의 활성화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물류 허브 기능을 강화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현지 시장에 진출하고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데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인도 역시 2022년부터 인도-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정례화하고 물류와 광물·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도는 ‘국제 남북운송회랑(INSTC)’ 참여를 통해 인도 뭄바이에서 이란의 반다르아바스 항, 카스피해를 거쳐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연결되는 복합운송회랑 구축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파키스탄을 우회하기 위해 이란의 차바하르 항 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며, 이 항구는 인도가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중앙아시아로 진출하는 전략적 해상 교두보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은 인도라는 거대 시장을 중앙아시아 그리고 나아가 러시아와 연계하는 협력 구조를 모색할 수 있는 여지를 넓히며, 명실상부 신북방과 신남방의 통합적 유라시아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중앙아시아와 강한 문화·언어적 유대를 가진 튀르키예는 2021년 기존의 ‘튀르크어 사용 국가 협의회(Turkic Council)’을 ‘튀르크 국가 기구(OTS)’로 개편하고 중앙아시아와 전면적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중간회랑(Middle Corridor)’의 서쪽 종착지로서 중앙아시아와의 연결성 강화에 힘쓰면 한편, 건설 및 인프라 프로젝트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 면에서 중국 건설기업에 밀리는 한국 건설기업들은 한국의 고급 기술력과 튀르키예 건설기업의 현지 적응력 및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협력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중동 국가들의 중앙아시아 진출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2023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개최된 제1차 ‘걸프협력회의(GCC)-중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2023-2027 공동행동계획이 채택되며 협력이 제도화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카타르, UAE 등 GCC 주요국들은 중앙아시아에 상당한 규모의 개발 원조를 제공하며 소프트파워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중동 국가들은 에너지 및 신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카타르는 우즈베키스탄의 가스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며, UAE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에서 대규모 태양광 및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특히 ‘사우디 개발 기금(SFD)’을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및 사회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차관 및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2023년 11월 ‘2030 세계 박람회’ 개최국 투표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외교적 성과도 거두었다. 한국은 제조업과 IT 분야에서의 기술력과 사업 경험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동 국가는 막대한 자본력과 에너지 산업 경험이라는 비교 우위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향후 중앙아시아에서는 중동의 자본력과 한국의 기술력 및 경험을 결합한 협력 모델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시티 및 도시 인프라 건설, 관개 시스템 개발, 농산물 공급망 구축, 병원 건설 및 디지털화 등에서 상당한 협력 시너지가 기대된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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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갈등의 해빙과 협력적 거버넌스의 부상 유네스코 물 안보 및 지속가능 물 관리 국제연구교육센터 정주희 교육연수팀장 1. 들어가기에 앞서 Peter B. Golden은 중앙아시아를 근대적 의미의 국가나 민족의 틀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보며, 중앙아시아인들은 역사적으로 단일한 지역 혹은 민족을 이룬 경험이 거의 없고, 오히려 씨족, 부족, 신분, 지역과 종교에 의해 정체성이 규정되어 왔다고 설명한다(Golden, 201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 당국은 1920년대 민족 구획화(National Delimitation)를 추진하며 중앙아시아 전역의 국경을 인위적으로 재편하고, 이른바 ‘창조된 민족(constructed nations)’이라는 개념에 기반해 다섯 개의 연방 구성 공화국(SSR: Soviet Socialist Republics)을 조직함으로써 새로운 정치·행정 단위를 만들어냈다(정세진, 2022)2). 이러한 인위적 국가 형성과 국경 설정의 유산은 소련 붕괴로 이후에도, 중앙아시아 내 수자원 관리와 분배에 대한 국가 간 갈등과 협력의 양상을 규정하는 핵심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최근 중앙아시아에 지역주의의 부상과 함께 수자원 분야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물이 더 이상 갈등을 조장하는 요인에 머무르지 않고,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는 전략적 재화로 재구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더 이상 물을 피할 수 없는 갈등의 원천이 아니라, 공동의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기고문은 그간 중앙아시아 5개국의 수자원을 둘러싸고 형성해 온 갈등의 구조와 그 완화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부상하고 있는 협력적 거버넌스의 의미와 시사점을 논의하고자 한다. 2. 국경에 갇힌 물, 증대되는 갈등 2.1. 중앙아시아의 수자원 특징과 협력의 부재 험준한 산지와 광활한 초원, 그리고 사막을 가로질러 흐르는 중앙아시아의 수많은 하천은 오래 세월을 거쳐 해당 지역의 정치·사회·경제적 구조와 질서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반건조·건조 기후에 속하는 이 지역은 얕은 지하수와 하천, 호수 등 제한된 수자원이 핵심적인 생존 기반으로 작용해 왔고, 이러한 환경 속에서 인간 사회와 생태계는 수천 년에 걸쳐 수자원과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며 독특한 형태로 발달해 왔다(Karthe et al., 2015)3). 중앙아시아 하천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다로 유출되지 않고 내륙 호수로 유입되거나 흐르는 과정에서 증발을 거쳐 사막에서 소멸되고 있다(Weinthal, 2006)4). 이러한 수문학적 특성은 중앙아시아 5개국 모두가 해양으로 연결되지 않는 내륙국가라는 지리적 조건과도 맞물려 있다. 이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무다리야강(Amu Darya, 과거 명칭 Oxus)과 시르다리야강(Syr Darya, 과거 명칭 Jaxartes)이다. 이 두 하천은 각각 카라쿰(Kara Kum) 사막과 키질쿰(Kyzyl Kum) 사막과 같은 건조 지역을 관통한 후,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아랄해(Aral Sea)로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낮은 강수량과 높은 기온, 높은 증발량으로 인해 상당한 양의 하천수는 내륙 호수에 도달하기 이전에 증발하거나 지표로 침투해 사라지기도 한다. 1991년 소련 해체 이전 중앙아시아 5개국의 수자원은 소비에트 중앙 정부의 통치 체계 내 존재하는 국내 하천으로서 통합적으로 관리되었으며, 5개국의 전체 수자원 총량 또한 비교적 풍부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소련이 붕괴되면서 중앙아시아는 독립국가이자 체제전환국으로 전환되었고, 중앙아시아 5개국인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은 각기 상이한 경제 개혁의 길을 걸으며 탈소비에트화와 탈러시아화, 중앙아시아화를 추진하였다(권현종, 2019)5). 독립 이후 이들은 1994년 ‘중앙아시아연맹(Central Asian Union)’을 출범시키는 등 지역주의(Regionalism) 기반의 경제협력과 공동 이익 창출에 노력했으나, 순수한 중앙아시아 지역 협력체였던 중앙아시아협력기구(CACO)가 2005년에는 해체되는 등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한편, 2009년 4월 아랄해(Aral Sea) 문제에만 초점을 맞춘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 간의 알마티 회담이 있었다. 이 회담은 1993년 중앙아시아 정상들이 설립했고 당시 카자흐스탄이 의장국을 맡고 있는 국제아랄해구조기금(IFAS)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이었다. 당시 회의는 해당 지역에서 보기 드문 5개국 정상 간 회담이었고 아랄해(Aral Sea) 위기의 심각성과 원인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는 성공했으나 상류국의 수력발전 개발과 하류국의 관개 수요를 둘러싼 이해관계의 차이로 공동 행동계획 도출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eurasianet, 2009)6). 학계는 이러한 지역 협력(Regional Cooperation)의 한계가 중앙아시아 지역주의가 전반적으로 실패했다고 여겼으며, 그 원인을 공유된 정체성 부재(Olcott, 1994)7), 정치·경제·구조적 제약(Spechler, 2021)8),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외부 강대국의 영향력(Krapohl & Vasileva-Dienes, 2020)9) 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2.2. 기후위기: 국가 간 갈등의 심화 혹은 협력의 길 더 나아가 중앙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 70년 동안 약1.2°C의 기온이 상승했고 중앙아시아 전반의 적설 깊이가 20% 감소했으며, 이러한 변화는 특히 산악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Fallah et al., 2024)10). 중앙아시아에서 산악지역의 눈과 빙하는 일종의 자연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다. 겨울에 쌓인 눈이 여름에 녹아 주요 하천의 유량을 유지해주고 있는데 적설의 깊이가 20% 감소했다는 것은 저장될 수 있는 물의 양과 여름철에 흐를 수 있는 하천 유량의 감소를 의미한다. 더구나 중앙아시아는 주요 하천의 흐름이 산악국이자 상류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서 물이 흘러 하류인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흐르는 구조이다. 그런데, 상류국들은 수력발전을 위한 겨울철 방류가 필요하나,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은 농업 관개를 위한 여름철 물 수요가 높아 계절적 불일치가 존재하며, 이로 인해 상·하류 국가 간 물 이용의 시간적 비대칭성이 구조화되어 있다(Hong, 2015)11). 그런데, 상류에서 흐를 수 있는 물의 절대적 양 감소는 하류에 위치한 국가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주요 영향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향후 기후변화가 국가 간 물 갈등 가능성을 제고할 것이라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유엔 세계물개발보고서(2025)인 ‘거대한 물 저장고, 산과 빙하(Mountains and glaciers - Water towers)’며 따르면, 중앙아시아의 파미르 고원과 천산산맥(天山山脈, Tian Shan range)은 아무다리야(Amu Darya) 및 시르 다리야(Syr Darya) 강의 주요 수원이며 산악 지역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빙하 기원 수자원 지역(glacier-fed region)’이며, 산과 빙하는 이 지역 물 안보의 핵심적인 기반인 ‘물-에너지-식량 넥서스’를 지탱하는 ‘중앙아시아의 물탑(Water Tower)’이라고 불리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역내 협력 환경에 새로운 긴장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UNESCO, 2025)12). 결국, 중앙아시아는 더 이상 상호 협력 없이는 다가오는 물 위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단계에 도달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로 인해 수자원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2.3. 구조화된 물–에너지 갈등의 양상과 해빙 무드 중앙아시아 5개국 지역 협력의 가장 핵심적인 걸림돌로는 지목된 것은 국경, 수자원, 에너지 문제이다. 소련 체제하에서 인위적으로 설정된 국경은 독립 이후 국가 간 분쟁을 초래했으며, 소비에트 중앙 정부의 통합 정책 아래 공동 관리와 사용이 가능했던 수자원과 에너지는 전환 이후 각국의 수요 증가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공급 제약이 심화되면서 국가 간 갈등으로 발전해 왔다. 독립은 각국이 실제로 사용 가능한 수자원 총량 및 외부 수자원 의존도(표 1) 등을 심각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 결과 ‘물은 경제·사회 발전을 좌우하는 전략적 자원으로 부상하며 독립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경쟁과 갈등이 촉발된 것이다. 13) 또한, 수질 문제도 대두되었는데, 주요 하천의 상류에 위치한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비교적 양질의 수자원을 이용할 수 있었으나, 하류에 위치한 카자흐스탄 키즐오르다, 우즈베키스탄 카라칼팍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대쇼구즈의 하류 지역 주민들은 농업 활동에 사용된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비료와 기타 화학물질로 오염된 물에 의존하게 된 것이다(Weinthal, 2006)14). 중앙아시아의 수자원 관리는 국가 간 농업용수와 수력발전 수요 간의 경쟁이라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오랫동안 갈등이 첨예했다. 과거 소련 시절에는 국가의 통제 아래 에너지가 중앙집중형으로 생산·분배했기 때문에 중앙아시아 5개국이 각각 보유한 에너지 설비가 상호 보완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즉, ‘중앙아시아전력시스템(CAPS: Central Asia Power System)’을 통해 석유·가스·수력과 같은 다양한 에너지 자원이 연계되면서, 각국의 상이한 에너지 자원 구조와 계절적 수요·공급 변동을 조정(World Bank, 2015)15)하는 동시에 하천과 수력에 대한 공동 관리 메커니즘이 작동했던 것이다. 그러나, 2003년에는 투르크메니스탄이 CAPS에서 탈퇴하고, 2009년에는 우스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이 뒤를 따르면서, 상류 국가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과거 소련 시대와 같이 제공받던 보조금 기반 화석연료 공급이 중단됨에 따라 전력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표2와 같이 상류에 위치한 두 국가는 겨울철 만성적인 에너지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으로 수력발전 확대를 목표로 대규모 댐 건설을 추진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하류 국가들의 관개용수 수요와 충돌하였다. 16) 이러한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타지키스탄이 바흐시(Vakhsh)강에 건설을 추진한 로군(Rogun)댐이다. 로군(Rogun)댐은 소비에트 시기부터 그 필요성이 제기되어 온 사업으로, 높이 약 335미터로 세계 최고 높이의 댐이며, 시설용량 3,600MW에 달하는 초대형 수력발전 댐이다. 전력 생산의 9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하는 타지키스탄으로서는, 소비에트 시기에 건설한 누렉(Nurek)댐을 통해 전체 전력의 약 절반 정도를 충당하고 있어 전력원의 다원화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또한, 발전시설은 노후화된 데다 전력 생산이 부족하여 겨울철 발생하는 단전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 생산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해소하고, 나아가 전력 수출을 통한 외화 창출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하류에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세계 6위의 면화 생산국으로 바흐시(Vakhsh)강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관개용수 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로군(Rogun)댐 건설을 반대해왔다(International Crisis Group, 2014)17). 3. 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갈등의 해빙과 협력적 거버넌스의 부상 3.1. 갈등의 해빙과 실용적 협력의 부상 중앙아시아 국가 간 내부 협력과 발전을 저해했던 국경선과 수자원 분배에 둘러싼 갈등에 대해 점진적이고 실질적인 합의가 형성되면서, 갈등이 완화되고 중앙아시아 내부 결속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Patnaik, 2019)18). 중앙아시아 5개국은 2009년 4월 아랄해(Aral Sea)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인 정상회담을 제외하면, 1991년부터 독립 이후 2018년까지 불과 다섯 차례의 정상회담만 개최하였다(Radio Free Europe/Radio Liberty [RFE/RL], 2018)19). 그러나, 2017년부터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상호 우호적 관계 구축을 지향하며 수자원과 국경 문제로 얽힌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Umarov, 2021)20).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2018년부터 러시아를 배제하고 중앙아시아 5개 국가만이 참여하는 대화 채널이 정기적으로 가동되었으며, 그 출발점은 2018년 3월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Astana)에서 개최된 중앙아시아국가 정상 협의회(Consultative Meeting of the Central Asian Heads of State)이다. 이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수자원 공유와 역내 국가 간 무역 증진에 대해 주로 논의하였으며(RFE/RL, 2018)21), 이는 장기간 경색되어 있던 역내 협력관계가 해빙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계기로 평가된다. 이후 Covid-19로 연기된 2020년을 제외하면 정상회담은 매년 개최됐으며, 중앙아시아의 지역 협력이 1990년대의 거창한 통합주의에서 벗어나, 경제·교통·관광·산업·환경 분야에서 좀 더 실용적이고 점진적인 방식의 다차원적 협력으로 변모했음을 의미한다(주송하, 2024)22). 3.2. 물 관련 갈등의 종결과 새로운 시작: 로군(Rogun)댐 사례 2016년 9월 우즈베키스탄의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사망 이후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Shavkat Mirziyoyev)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외 정책, 특히, 대(對) 타지키스탄 외교 노선이 변경되었다. 2017년 7월 우즈베키스탄의 압둘아지즈 카밀로프(Abdulaziz Kamilov) 외교부 장관은 “우즈베키스탄은 더 이상 로군(Rogun)댐 건설에 반대하지 않으면 타지키스탄은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이어 2018년 3월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타지키스탄 국빈 방문에서 군(Rogun) 댐 건설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의 완공을 위한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지원 가능성까지 시사하였다(Lemon, 2018)23). 현재 로군(Rogun)댐은 터빈 2기가 설치되어 부분 가동 중이나, 현재 댐 높이는 약 135m 수준으로 설계치인 335m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사업 완공을 위해서는 추가로 터빈 6기를 더 설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로군(Rogun) 댐을 둘러싼 논의의 초점이 국가 간 갈등에서 재정적 지속 가능성과 환경 영향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2024년 말 댐 완공 지원을 위해 약 3억 5천달러 규모의 개발 보조금을 승인했으나, 타지키스탄 정부가 공공부채 관리 능력 및 상업적 타당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재원 조달 및 판매 계획을 제시하기 이전까지 자금 집행을 보류하고 있으며, 댐 완공 시 아무다리야(Amu Darya) 하류 유량이 최대 25% 감소해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 하류 지역의 생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환경단체들은 댐 건설로 인한 수문·생태적 교란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Eurasianet, 2025)24). 이러한 맥락에서 로군(Rogun) 댐은 더 이상 양자 간 외교 현안이나 농업용수-에너지 간 갈등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내 수자원 거버넌스, 기후변화 대응, 지역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새로운 도전 사례로 변모하였다. 3.3. 협력적 수자원 거버넌스의 부상: 캄바라타-1댐 2023년 1월 6일 나린(Naryn)강 유역을 공유하는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3국의 에너지 장관들은 키르기스스탄 에너지부 청사에서 키르기스스탄에 1,860MW 규모의 캄바라타-1 수력발전소(Kambarata-1 Hydropower Plant) 건설을 추진하기 위한 ‘로드맵(이행 계획서)’ 서명함으로써(RFE/RL, 2025)25), 중앙아시아 수자원-에너지 협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캄바라타-1 수력발전소가 완공될 경우, 연간 약 56억 킬로와트시(kWh)의 전력이 생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댐 높이는 256m, 저수용량은 약 54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여년 전만 해도 하류국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대규모 댐 건설로 인한 하류 지역 농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 하천 유량의 계절적 변동성, 국가간 협력 경험과 제도 부족에 기반한 신뢰 결여로 상류 수력발전 프로젝트에 강하게 반대해 왔던 상황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러시아와 함께 캄바라타-1 수력발전소와 나린강 유역의 소규모 수력발전소 건설을 포함한 협정을 체결한 바 있으나, 사업 추진과정에서 실질적 진전이 없어 2016년 키르기스스탄 정부는 해당 사업을 담당하던 러시아 국영기업 인터 RAO와 루스하이드로(RusHydro)와의 계약을 모두 파기하기도 하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당시 러시아(모스크바)의 주요 관심이 프로젝트 자체가 아니라, 크렘린과의 관계가 냉각되고 댐 건설을 반대하던 우즈베키스탄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유지·강화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한다. 한편, 우즈베키스탄은 공유 하천 상류에 건설되는 초대형 댐이 자국의 광범위한 농업 부문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이유로 강경한 반대 입장을 유지해왔다(Rickleton, 2023)26). 지금은 키르기스스탄의 캄바라타(Kambarata)-1 댐 건설과 관련하여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도 반대 입장을 철회하였을 뿐만 아니라, 3개국 공동 출자를 통한 합작 주식회사(joint-stock company)를 설립과 키르기스스탄 34%, 카자흐스탄 33%, 우즈베키스탄 33%의 지분 구조에도 합의하였다. 또한, 각국은 사전에 합의된 물량에 따라 캄바라타(Kambarata)-1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매할 것을 상호 보장하기로 했다(Sakenova, 2024)27). 이로써 해당 프로젝트는 공유 하천을 매개로 한 수자원-에너지 협력의 제도화를 달성하셨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물 부족이 중앙아시아의 갈등 요인이 아니라 국가 간 협력을 촉진하고 서로를 결속시켜 주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따라서, 지역 협력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에 국제 금융기관들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국제적 추진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 에너지부 장관 조라벡 미르자마흐무도프(Jorabek Mirzamahmudov)는 해당 발전소의 예상 건설비가 약 42억 달러에 달하지만, 이미 약 56억 달러 규모의 재원 조달 약정이 확보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The Times of Central Asia, 2025)28). 3.4. 후잔트 선언(Khujand Declaration)과 수자원–에너지 협력의 구조적 정착 2025년 2월에는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이 국경 확정에 대한 역사적 합의에 서명함으로써 지역 안정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으나, 일각에서는 이 지역이 ‘테러리즘’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으나 기우에 불과했다(Lee, 2025)29). 또한, 올해 3월 31일에는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영원한 우호에 관한 후잔트 선언(Khujand Declaration on Eternal Friendship)’이라는 3자 협정을 타지키스탄의 후잔트에서 체결하여, 삼국의 접경 지역 지점에 대한 확정을 이루고 약 35년간 지속된 국경 분쟁을 종결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 더구나 이 협정은 외부의 중재 없이 중앙아시아 3개국 스스로가 갈등을 해결한 드문 사례(Stobdan, 2025)30)로 평가된다. 국경이 불분명한 지역은 관개용수 접근, 하천 이용, 수로 관리에 대한 분쟁에도 휩싸이게 된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간의 무력 충돌은 2021년 4월 28일, 키르기스스탄 남부 페르가나 계곡(Fergana Valley) 내 바트켄(Batken) 지역내 보루흐(Vorukh) 월경지 인근에서 발생했다. 타지키스탄이 키르기스스탄과의 국경에 위치한 공동 수자원(관개) 시설에 영상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자 격분한 키르기스스탄 주민들이 카메라를 파괴하면서 폭력 사태가 일어났고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간에는 수자원 및 국경 문제로 인한 최초의 장기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Eschment, 2021)31). 키르기스스탄 측은 36명이 사망하고 154명이 부상을 입었고, 타지키스탄은 19명이 사망하고 87명이 부상을 당했다. 그 후, 2022년 9월 다시 격렬한 교전이 발생해, 2021년과 2022년 국경 충돌로 타지키스탄 시민 81명과 키르기스스탄 시민 63명이 사망했고 해당 국경 인근 주민 약 14만 명이 일시적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혈 분쟁 이후, 양국은 국경 획정 문제해결을 위한 협력을 이어나갔고 2025년 2월 21일 국경 확정에 대한 세부 사항 확정을 위한 회동 이후 2025년 3월 말에 첫 3자 정상회담을 개최했으며, 국경 확정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건설 및 이용과 수자원 관리 및 에너지 시설 접근 보장에 관한 내용도 함께 협정에서 서명하였다. 최소한 중앙아시아 3개국은 지난날 무력 사태와 같은 비극적 충돌을 사전에 예방하고 공동 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제도적 초석을 마련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2025년 11월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주요 수력발전소 댐의 수위 저하로 심각한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다. 키르기스스탄 전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토크토굴(Toktogul) 수력발전댐은 작년 유사 시기에 비해 수량이 약 20억㎥(20%) 감소하여, 정부는 11월13일 레스토랑 영업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공공시설은 오후 6시에 모두 소등할 것을 명령하는 등 강력한 절전 조치를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타지키스탄의 누레크(Nurek) 수력발전댐 수위가 전년 동기 대비 2.47m나 하락하면서, 정부 당국은 절전을 이행하지 않는 공무원에 대해서는 해고를 경고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유창엽, 2025)32). 상황이 악화되자,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가을과 겨울철에 키르기스스탄에 전력을 공급해주는 대신, 농번기에는 키르기스스탄으로부터 관개용수를 제공받는 내용에 대해 상호 협정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키르기스스탄은 외부에서 공급받은 전력으로 자국 수력발전소 가동을 일부 축소하고, 그만큼의 수자원을 댐에 비축해 두었다가 이듬해 농번기에 하류 지역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으로 관개용수로 방류하기로 했다. 또한, 3국은 전력·물 교환과 병행해 공동 절전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으며, 우즈베키스탄은 키르기스스탄에 대해 발전 관련 기술 협력도 제공하고 3개국 모두 절수 캠페인도 함께 실행하기로 하였다(eurasianet, 2025)33). 위 사례는 물 관련 갈등을 방치하거나 일방적으로 관리하기보다는, 당사국들이 직접 협의의 장에 나와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협상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상호 신뢰나 자생적 협력 가치가 충분히 형성되기 이전에는, 극심한 물 부족은 또 하나의 갈등으로 발전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중앙아시아인들이 스스로 이룬 지역 협력의 성공 경험이 축적되고 노하우가 쌓인다면 중앙아시아 물 관리 체계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4. 갈등을 넘은 협력과 한국의 역할 중앙아시아 지역은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의 완충지이자 문명의 교차로로 기능해 왔다. 기원전에는 동서 교역과 기술 이전의 통로였으며, 19세기에는 영국의 인도 보호 전략과 러시아의 남하정책이 교차하는 지정학적 공간이었다. 20세기에는 소련 체제하에서 방대한 자원 공급망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김정훈, 2025)34). 21세기에 들어 중앙아시아의 전략적 가치는 국제정치와 경제 질서의 재편 속에서 다시 한번 부상하고 있으며 외교적 위상 또한 높아졌다. 중국의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정책의 요충지이자, 러시아가 주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Eurasian Economic Union)의 주요 축이며, 미국 역시 러시아·중국 견제를 위해 중앙아시아와 실질적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정동연, 2025)35).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역내 안보 공백과 외부 의존의 한계를 직시하게 되었고, 국가별 차이는 존재해도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국의 경제 및 안보 이익을 중심으로 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박정후, 2025)36)이러한 변화 속에 중앙아시아는 지역주의의 필요성을 재인식하고 역내 협력 공간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과거 소련 해체 이후 체제 전환기에는 국경 문제와 수자원 분쟁 등을 해결하기 어려웠고 과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갈등 완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수자원과 국경과 같은 난제들에 대한 새로운 합의가 열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성과를 넘어, 중앙아시아 스스로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령, 후잔트 선언(Khujand Declaration) 국경선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냈다 하더라도, 상·하류 물에 대한 상충된 물 수요는 구조적 갈등 요인으로 남아있다(SpecialEurasia OSINT Team, 2025). 상류국은 겨울철 안정적 전기 공급을 위한 수력발전이 필요하지만, 하류국은 여름철 농업용수 확보가 절대적이다. 어느 쪽도 양보하기 어려운 구조적 딜레마이다. 더구나, 35년간 지속되어 온 갈등이 선언문 하나로 단번에 해소될 수도 없다. 신뢰 구축, 협력의 제도화, 공동 운영 등과 같은 메커니즘이 구축되고 안정화되는 데 절대적인 시간과 정교한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도 중앙아시아의 물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가뭄의 강도와 빈도는 증가하고, 홍수는 더욱 불규칙해졌으며(Nzabarinda et al., 2024)37), 장기적으로는 빙하 감소는 유량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물·식량·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위협하는 심각한 도전이며, 모처럼 부활한 지역 협력체계에 대한 새로운 시련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욱 의미를 가진다. 한국은 중앙아시아 5개국과 1992년 외교 관계를 모두 수립한 이후 정치·경제·교육·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 왔다. 2007년 한-중앙아 협력포럼 출범 이후 협력은 더욱 제도화되었고, 최근에는 한국의 물 산업 사절단이 중앙아시아 현지에서 수요를 발굴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국제교류재단 한-중앙아협력포럼사무국과 UNESCO i-WSSM은 2017년부터 매년 중앙아시아 5개국 물 관련 고위 공직자들을 한국에 초청하여 한국의 경험과 기술을 공유하는 등 실질적인 역량강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통합물관리, 하천정비, 노후 물 인프라 개선과 안전관리, 물 인프라 에너지 효율화, 조기 경보 시스템을 포함한 가뭄과 홍수 대응, 물 관련 신재생에너지 개발, 신재생에너지 발전, 유수율 제고, 통합적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법과 제도 등에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지난 반세기 동안 빈곤국에서 세계적 물관리 선진국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경험이 있으며 기술-제도-전문가 네트워크도 충분하여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필요로 하는 협력 분야에 폭넓게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에서 지역주의가 서서히 강화되고 있는 지금은 한국에게도 전략적 기회의 창이 열려있는 시점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앙아시아와 갈등 당사자도 아니며, 기존 강대국처럼 그 어느 국가에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한 적도 없다. 이러한 중립성은 한국이 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한, 단순 기술 제공을 넘어 상·하류 간 수자원 배분·교환 메커니즘의 설계와 운영, 기후위기 공동 대응 프로그램 구축·운영, 데이터 기반 과학적 물관리 구축·운영, 그리고 물 거버넌스 강화 등에 포괄적인 협력을 제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한국의 역할은 더욱 확장될 수 있다. 끝으로, 이스라엘의 수문학자 우리 샤미르(Uri Shamir)는 “진정한 평화에 대한 의지가 존재하는 한, 물은 장애물이나 위협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분열을 초래하려는 이들에게 물은 그것을 정당화하는 훌륭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중앙아시아는 독립 이후 35년간의 시행착오 속에서 서서히 갈등의 고리를 풀고 협력을 통한 발전을 위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중앙아시아가 물 분쟁의 상징이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하고 협력과 번영을 이루는 지역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하며, 그 여정에 한국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파트너로 함께하길 희망한다. 1) Golden,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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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앙아 희소금속 기술협력: 지속가능한 자원 파트너십의 구축 이선영 (주)유라스텍 대표이사 1. 중앙아시아의 자원 잠재력과 협력 여건 21세기 들어 전략광물과 희소금속의 확보는 단순한 산업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 외교 전략, 기술 경쟁력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와 같은 첨단산업과 청정에너지 전환에 따른 핵심광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희토류 금속 시장은 2023년 약 70억 5천만 달러, 2024년 76억 2천만 달러 규모를 기록했으며, 2028년에는 93억 8천만 달러로 연평균 5.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핵심광물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중앙아시아는 풍부한 자원 매장량과 지정학적 가치로 전략적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이 지역의 자원은 대부분 부가가치가 낮은 광물 원자재 상태로 주변 강대국에 수출되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중앙아시아 각국은 산업 다각화, 자원 산업 고도화, 기술 혁신 및 지역 가치사슬 구축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으며, 광물 제품의 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원 보유 측면에서 카자흐스탄은 세계 최대 수준의 우라늄 생산국(2022년 기준 세계 우라늄 생산량의 약 43%를 차지, 약 2만 4천 톤 생산)이자 희토류 잠재력이 높은 국가이며, 우즈베키스탄은 구리와 리튬 등 고부가가치 금속 자원이 풍부하다. 키르기스스탄은 세계의 주요 금 생산국이며 타지키스탄과 함께 수력·광물 복합 자원을 보유하며, 투르크메니스탄은 에너지 중심 산업구조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외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채굴, 정제, 환경관리, 재활용 등 가치사슬 전반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그러나 탐사 기술, 정제 역량, 환경 관리 인프라 등이 미흡하여 여전히 원자재 중심 산업 구조를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같은 기술 강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보완적 시너지를 창출할 기회가 된다. 2. 한국의 기술역량과 협력 기반 한국은 자원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소재, 정제, 재활용 등 기술집약형 가치사슬을 구축하며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특히 탄소중립 전략과 순환경제 전환정책을 통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기술 및 제도적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자원 기반 산업 구조에서 탈피하려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매우 유용한 협력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 한국은 전략광물 재활용률 제고, 폐배터리·폐전자기기 금속 회수, 친환경 채굴 기술 연구 등 미래 산업 전환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축적했으며, 정부·연구기관·민간기업 간 연계를 통해 공동 연구소 설립과 기술 협력 프로젝트 추진이 가능한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였다. 한–중앙아 협력포럼, KOICA 개발협력 사업, KIGAM·KITECH 등 연구기관의 기술협력 프로그램, KOTRA의 산업 연계 지원, 학술·인적 교류 네트워크 등은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협력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실제 협력 사례로, 2018년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한국 정부는 Almalyk Mining and Metallurgical Combine(AGMK)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이 ‘우즈베키스탄-한국 희소금속 및 합금 과학기술센터’를 타슈켄트주 치르치크 지역에 설립하기로 공식 합의했으며, 2019년 센터가 개소했다. 이 센터는 나노기술, 고합금, 광물처리 분야의 5개 전문 실험실을 갖추고 있으며, 한국 측이 세계적 수준의 분석장비와 기술 이전을 지원했다. 한국 국회는 2023~2027년까지 AGMK를 대상으로 약 150억 원 규모의 ODA를 지원하고, 현지 인력 50명이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에서 연수받는 프로그램을 포함하였다. 이를 통해 양국은 단순한 자원 채굴을 넘어 정제, 신소재 개발, 인력 양성 등 포괄적 기술 동반체계를 구축하며 협력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2024년 희소금속 연구센터 설립이 논의되었다. 사트바예프대학교 산하 광물금속연구소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은 ‘고온·고활성 희소금속 소재 연구센터’설립을 검토한 바 있으며, 이 프로젝트가 성사된다면 초기 5년간 1천만 달러 이상의 한국의 지원 자금 투입이 계획되어 있다. 연구인력 파견, 기술 이전, 현지 실험시설 구축 등이 핵심 내용으로,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 센터가 자국 내 채굴, 정제, 신소재화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 구축의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한국 기업과 연구기관의 참여 확대를 공식 요청했다. 이러한 연구센터 기반 협력은 탐사, 가공, 정제, 신소재 개발까지 연계하며 장기적 협력 구조를 마련하게 된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현지 채굴·정제 기술 격차와 ESG 관련 환경·사회적 리스크, 방사성 잔류물과 폐수·폐기물 관리 문제 등 과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첨단 기술력과 중앙아시아 자원, 제도적 기반이 결합될 때 희소금속 분야의 지속가능한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3. 글로벌 공급망 전환 속의 새로운 자원협력 구상 - 지속가능한 자원기술 파트너십의 방향 한국은 2022년 기준 희토류 금속 수입액 약 1,020만 달러 중 85%를 중국에서 공급받았다. 중국의 수출통제 시 핵심광물 확보에 어려움이 발생하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전략광물과 희소금속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희소금속 수급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전략으로 ‘희소금속 산업 발전대책 2.0’발표하였는데, 목표는 단순한 자원 수입에 그치지 않고, 전략광물의 확보ㆍ비축ㆍ순환이라는 3단계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국내 산업이 안정적으로 필요한 희소금속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중앙아시아와의 지속가능한 자원기술 파트너십 구축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기술 기반 공동 혁신으로 발전해야 한다. 채굴, 정제, 재활용, 환경관리 등 단계에서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을 중앙아시아 현지에 맞게 이전하고, 전문 인력을 공동 양성하여 자립적 기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우리와 협력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자원 중심 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고도화된 산업 체제로 전환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즉, 중앙아시아 협력국의 수출제품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연구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또한 협력 초기 단계부터 ESG 기준을 내재화한 순환경제 기반 자원 활용체계를 구축하고, 채굴에서 가공, 사용,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완성해야 한다. 단기 프로젝트 중심이 아닌 공동 연구센터 설립, 시범사업 추진, 교환 연수 프로그램 운영, 산학연 협력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협력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채굴 단계에 머물지 않고 정제, 합금·소재 개발, 부품·장비 제조,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고부가가치 가치사슬을 공동으로 구축함으로써, 중앙아시아는 산업·기술 역량을 강화하고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여 상호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결국 한–중앙아 기술협력은 자원 확보에서 기술 공유와 공동 혁신을 거쳐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지향해야 한다.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자원과 한국의 기술 역량이 결합될 경우, 양측은 단순한 자원 거래를 넘어 미래 산업을 공동 구축하는 지속가능한 자원기술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뢰 구축은 장기적 파트너십의 핵심이며, 이를 통해 한–중앙아 관계는 새로운 산업 및 전략 협력 모델로 도약할 수 있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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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이 본 유라시아 시장의 기회와 도전 - 중앙아시아 3국 진출 전략을 중심으로 - 정우하이테크 박선우 대표 ■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 지난 3년간 유라시아청년아카데미 리딩멘토로 활동하며 중앙아시아 3국(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을 매년 방문했다. 매년 엄선하여 선발된 한국 대학생들과 함께 현지에서 창업 가능성을 탐색하며 놀라운 변화를 목격했다. 이 지역은 더 이상 변방의 시장이 아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과 탈중국화 흐름 속에서 새로운 생산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많은 기업인들이 중앙아시아 하면 여전히 '물류 리스크'와 '언어 장벽'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현실은 달랐다. 30년 전 진출한 에코비스가 구축한 탄탄한 물류망, 한국어를 구사하는 현지 인재의 증가, KOTRA와 KOICA의 적극적인 지원 체계는 과거의 리스크를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다. 특히 한류 열풍으로 한국 기업과 한국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먼저 진입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도래했음을 실감한 한해였다. ■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장 - 키르기스스탄 인구 670만 명, 1인당 GDP 1,930달러. 숫자만 보면 키르기스스탄은 매력적인 시장이 아닐 수 있다. 중앙아시아에서 타지키스탄 다음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이며, 인터넷을 포함한 전력 인프라도 취약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느낀 현황은 숫자로 표기된 소득 수준을 상회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기업인 입장에서 보면 이곳은 '씨앗을 뿌려야 하는 시장'이라고 판단하기에 충분했다. 8월 현지를 방문했을 때 도시 전체가 공사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현 대통령의 강력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도로를 포함한 사회 기반시설이 급속도로 확충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키르기즈어가 한국어와 어순이 동일해 한국어 구사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외동포 2만여 명(고려인 1만 8천여 명 포함)이 한국 기업과 현지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 진출은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특히 KOICA를 중심으로 한 ODA 사업과 연계하면 안정적인 진출이 가능하다. 모바일 금융 서비스, 저비용 이커머스 플랫폼, 온라인 교육 등은 낮은 구매력을 감안한 솔루션으로 접근하면 충분한 기회가 있다. 또한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으로 확장하기 위한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가치가 높다. ■ 묘목을 키워야 하는 시장 - 우즈베키스탄 인구 3,500만 명, 2025년 전망 1인당 GDP 3,300달러, 경제성장률 5.6%.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심장부에 위치한 성장 엔진이다. 2016년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집권 이후 급격한 경제 개혁으로 투자 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되었다. 이곳은 '묘목을 키워야 하는 시장'으로, 지금 뿌린 씨앗이 3~5년 안에 큰 나무로 자랄 가능성이 높다. 우즈베키스탄 정부의 '디지털 우즈베키스탄 2030' 전략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IT파크를 직접 방문했을 때 영어로 유창하게 발표하는 담당자들을 보며 언어 소통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확인했다. 특히 KOICA가 지원한 스타트업지원센터(U-ENTER) 건립은 한국 기업이 현지에서 안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거점을 제공한다. 인구의 60%가 30세 이하인 젊은 인구 구조는 디지털 서비스 확산에 최적의 조건이다. 핀테크, 전자상거래, 에듀테크, 헬스케어IT, 스마트팜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가진 거의 모든 영역에서 기회가 열려 있다. 타슈켄트의 KOTRA 사무소를 적극 활용하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지금이 본격 진출의 적기다. 우즈베키스탄은 2중내륙국가라는 지리적 제약이 있지만, 에코비스 같은 한국 물류기업이 30년간 구축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 초기에는 수출이나 라이선싱으로 시작해 점차 현지 사무소, 합작투자로 확대하는 단계적 접근이 효과적이다. ■ 수확할 수 있는 시장 - 카자흐스탄 세계 9번째 국토 면적, 인구 2,000만 명, 1인당 GDP 12,000~15,000달러.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대국이며, 지금 당장 '수확할 수 있는 시장'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중국의 일대일로와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연결하는 물류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알마티 방문 시 목격한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한국의 CU편의점의 성공이었다. 고려인 기업 신라인그룹과 한국 CU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알마티에 40여 개 매장을 오픈했다. 24시간 편의점이라는 개념이 없던 현지인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K-마트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KOTRA의 결정적인 도움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인솔한 대학생 팀이 CU에서 호떡 시식회를 진행했을 때 현지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직접 목격했다. 이 사례는 CU 공식 인스타그램에도 소개되었다. 카자흐스탄의 가장 큰 강점은 한국 브랜드에 대한 높은 신뢰도다. 삼성과 현대가 이미 구축한 브랜드 파워를 스타트업들도 활용할 수 있다. 아블라이한 국제관계 및 세계언어 대학교에서 한국어학과가 가장 인기 있는 학과라는 점은 장기적 관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언어 소통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고 있다는 증거다. 아스타나 국제금융센터(AIFC)는 영국 법률 기반의 독립적인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어 핀테크 혁신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Digital Kazakhstan 2025' 전략과 연계하면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식품 제조 스타트업의 경우, 신라인그룹이 건설 중인 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하면 현지화와 판로개척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신라인은 아이스크림 부문 세계 1위 공장을 운영하며 중앙아시아 35,000여 개 매장에 완벽한 콜드체인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금이 진출의 골든타임 중앙아시아 3국은 각각 다른 성숙도를 가진 시장이다. 키르기스스탄에 씨앗을 뿌리고, 우즈베키스탄에서 묘목을 키우고, 카자흐스탄에서 수확하는 3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이 세 시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카자흐스탄에서 성공하면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으로 확장이 용이하고, 반대로 키르기스스탄에서 축적한 경험이 다른 시장 진출에 자산이 된다. 과거 걸림돌이었던 물류와 언어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되었다. 에코비스의 물류망, 증가하는 한국어 인재, KOTRA 및 KOICA의 체계적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한류로 높아진 한국 브랜드 신뢰도는 한국 기업에게 결정적인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또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되고, 민간 차원의 협력 거점(IT파크, 신라인그룹 식품 클러스터)이 마련된 지금이야말로 선제적으로 진출하여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최적의 시기이며 인내심과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현지화 전략을 실행하는 기업에게, 중앙아시아는 마지막 남은 거대한 미개척 시장이자 성장과 수확의 땅이 될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한국 기업과 스타트업이 이미 진출했거나 준비 중이다. 먼저 진입하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의 창이 열려 있다고 감히 제언한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혁신적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한국 기업에게 중앙아시아는 무한한 가능성의 땅이다. 리스크를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해소할 방안을 찾아 실행하는 기업에게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다. 유라시아의 광활한 대지가 우리를 부른다. 지금 도전할 때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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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앙아 ICT 협력, 교실에서 시작하는 미래 국민대학교 윤종영 교수 들어가며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 간의 ICT 협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도입에 집중해 왔지만, 이제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진정한 디지털 협력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나는 최근 개최된 한-중앙아 ICT 분야 정책토론회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그 답을 중앙아시아의 교실에서 찾고자 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초중고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ICT 교육에서 협력의 다음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협력의 성과와 한계 한-중앙아 ICT 협력은 지난 십여 년간 꾸준한 성과를 거두어왔다. 카자흐스탄의 전자정부 정책자문과 공무원 연수를 통한 역량강화 협력, 우즈베키스탄의 KOICA와 EDCF를 통한 통신 인프라 고도화 지원 및 ICT 인재양성, 그리고 키르기스스탄의 정보접근센터 운영과 디지털 역량강화 협력 등이 몇 가지 사례다. 이러한 프로젝트들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ICT 역량 향상과 디지털 전환 기반 마련에 상당 부분 기여하여 왔다. 하지만 동시에 구조적인 한계도 드러났다. 첫째, 도입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발전시킬 현지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둘째, 대부분의 협력이 정부 차원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집중되어 일반 국민의 디지털 역량 향상에는 한계가 있었다. 셋째,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다 보니 지속가능한 기술 자립 기반이 취약했다. 결국 고급 기술을 도입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발전시킬 인재가 부족하면, 외부 의존도만 높아지고 진정한 기술 이전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교육이 답이다: 왜 초중고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정책토론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논의는 "인프라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더 오래 간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ICT 협력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즉시 가시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하드웨어 중심 접근에서 벗어나, 장기적 관점에서 인재 양성에 투자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협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초중고 교육 단계부터 ICT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단순한 도구 사용법이 아닌 컴퓨팅 사고력과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을 길러줄 수 있다. 둘째, 어린 시절의 교육 경험은 진로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ICT 분야의 잠재적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육성할 수 있다. 셋째,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계층 간, 지역 간 디지털 격차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한국의 경험을 돌아보면, 1990년대부터 시작된 정보화 교육의 확산, 그리고 2000년대에 활성화된 ICT 활용 교육이 디지털 인재 양성의 중요한 기반을 마련하였고 오늘날 K-ICT 발전에 기여한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중앙아시아 각국의 교육 환경과 문화적 특성에 맞게 적용한다면, 10년 후 중앙아시아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단계별 교육 협력 로드맵 구체적인 협력 방안으로 3단계 로드맵을 제안한다. - 1단계: 기반 조성 (1-3년) 각국별로 30-50개 시범학교를 선정해 디지털 리터러시와 코딩 기초를 정규 교육과정에 통합한다. 핵심은 현지 교사 역량 강화다. 연간 500명 내외의 교사를 대상으로 60시간 이상의 집중 연수를 제공하되,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혼합형 방식으로 운영한다. 교육 자료는 각국의 언어와 문화적 맥락을 반영해 공동 개발하고, 오픈소스 방식으로 공유해 지속적인 개선이 가능하도록 한다. - 2단계: 확산과 심화 (4-6년) 시범학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국 단위로 확산한다. 특히 농촌과 오지 학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동형 ICT 교육 랩을 운영하고, 학교 간 원격 공동수업을 상설화한다. 여학생의 ICT 분야 참여를 높이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 IT 기업과 연계한 멘토링 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직업계 고등학교와 연계해 실무형 ICT 교육 과정을 개발해 취업으로 직결될 수 있는 기술 교육을 제공한다. - 3단계: 자립과 혁신 (7-10년) 교육받은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시점에 한-중앙아 공동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등학교-대학 연계 트랙을 통해 국제 해커톤과 캡스톤 프로젝트를 정례화하고, 현지 문제 해결을 위한 ICT 솔루션 개발에 집중한다. 장학 프로그램은 단순 유학이 아닌 '귀환형'으로 설계해, 교육받은 인재들이 모국으로 돌아가 후배들을 가르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핵심 협력 프로그램 이러한 로드맵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프로그램으로 다음을 제안한다. - 한-중앙아 디지털 교실 프로젝트는 5-9학년을 대상으로 연령별 맞춤 교육 모듈을 제공한다. 디지털 시민성부터 시작해 블록 코딩, 파이썬 기초, AI 리터러시까지 단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한다. 수업은 현지 교사가 주도하되, 한국 교사가 코치로 참여하는 협력 교수법을 통해 자연스러운 기술 이전이 이뤄지도록 한다. - 교사 아카데미는 정보·수학·과학 교사뿐 아니라 모든 교과 교사를 대상으로 한다. ICT는 더 이상 특정 과목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학습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현장 기반의 전문성 개발 모델을 도입해 수업 관찰, 피드백, 동료 학습을 통한 지속적인 역량 향상을 지원한다. - 이동형 ICT 랩은 학교 밀도가 낮은 지역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순회형 교육 차량과 지역별 허브 학교를 연계해, 모든 학생이 고품질의 ICT 교육을 받을 기회를 갖도록 한다. 실행 전략과 지속가능성 성공적인 실행을 위해서는 거버넌스와 재원 조달 방안이 중요하다. 한-중앙아 교육협력위원회를 구성해 양국의 교육부, 디지털 관련 부처, 지방정부, 그리고 현장 교육자들이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한다. 재원은 양국 정부 예산에 더해 다자개발은행, 국제기구, 민간 기업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결합한 블렌디드 파이낸싱 방식으로 조달한다. 성과 평가는 단기 지표(교사 연수 이수율, 참여 학교 수)와 중장기 지표(학생들의 STEM 분야 진학률, 지역 간 교육 격차 변화)를 균형 있게 설정한다. 무엇보다 현지 교원양성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사업 종료 후에도 교육과정과 연수 체계가 각국의 교육 시스템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래를 향한 투자 교육을 통한 ICT 협력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 효과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하다. 이미 다수의 유사 사업이 존재하나, 본 제안은 이를 통합·혁신·내재화하여 교육 생태계 전반의 질적 도약과 지속가능한 현지화를 목표로 한다. 오늘 초등학교에서 코딩을 배운 학생이 10년 후에는 자국의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이들이 한국의 교육 시스템과 문화를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유대감은 향후 경제협력과 문화교류의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러한 교육 협력은 일방적 지원이 아닌 상호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은 한국의 ICT 교육에도 새로운 영감을 줄 수 있으며, 진정한 동반성장의 모델을 만들어갈 수 있다. 맺으며 진정한 ICT 협력의 시작은 교실에 있다. 오늘 심은 교육의 씨앗이 내일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 인재로 성장할 것이고, 이들이 바로 한-중앙아 협력의 미래를 책임질 주역이 될 것이다. 거대한 인프라 프로젝트보다 작은 교실에서 시작하는 교육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 지속가능한 협력의 토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초중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ICT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인 협력의 첫 단계라는 믿음으로, 교육 중심의 새로운 협력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기를 제안한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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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앙아 지방협력: K-개발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중앙아시아, 상생형 파트너십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 무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하태역 국제관계지원실장 ■ 인구 역설과 협력의 필요성 한국 농촌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국 농가의 42%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소멸위험 지역도 전국 시군구의 40%를 넘어섰다. 2024년 기준 한국의 총인구는 5,122만 명에서 연간 1만여 명씩 감소하고 있고, 도시화율 92.1%에도 불구하고 지방 소멸은 가속화되고 있다. 반면 중앙아시아는 완전히 다른 현실에 직면해 있다. 총인구 8,070만 명, 평균 연령 27.6세의 젊은 대륙이다. 우즈베키스탄만 해도 인구 3,700만 명 중 300만 명이 해외에서 일하며 매년 200억 달러를 본국으로 송금한다. 지난 30년간 중앙아시아 도시인구는 16% 급증했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아 주로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인구 역설'은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다. 한국 지방의 절실한 인력 수요와 중앙아시아의 풍부한 인적 자원이 맞닿는 지점에서, 기존의 일방적 원조를 넘어서는 혁신적 상생 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아시아는 한국이 추진해야 하는 K-개발협력 모델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대표 무대다. 내년 개최 예정인 사상 최초의 한-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는 이러한 비전을 제도화할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 왜 중앙아시아인가: K-개발협력 대표 무대의 근거 첫째, 발전 단계의 반면교사이다. 한국은 1960년대 농업국에서 출발하여 압축 성장을 통해 산업화를 달성했다. 이는 현재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동시에 겪고 있는 중앙아시아의 현실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카자흐스탄의 도시화율 57.3%, 우즈베키스탄 50.5%는 한국의 1970년대와 유사한 수준이다. 한국의 압축 성장 경험이야말로 중앙아시아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실용적 참조 모델인 것이다. 둘째, 상호 보완성이다. 한국은 기술과 경험을, 중앙아시아는 젊은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제공한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기술과 우즈베키스탄의 면화 산업, 부산의 항만 노하우와 카자흐스탄의 카스피해 물류 허브가 결합될 때 진정한 시너지가 창출된다. 이는 아프리카에 대한 일방적 원조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적 협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상호 의존적 성장 모델'이다. 셋째, 지정학적 맥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앙아시아는 '신 그레이트 게임'(新 Great Game) 각축장이 되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 주재로 중국-중앙아 정상회의를 열며 일대일로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2023년 첫 C5+1 정상회의를 개최했고, 유럽마저 'EU-중앙아시아'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어느 한 강대국에 종속되기를 거부하고 실용적 다변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모두 2023년 중국이 러시아를 제치고 최대 교역국이 되었지만, 러시아와의 안보 협력은 유지하고 있다. 바로 이 틈새에서 패권적 의제를 강요하지 않는 한국형 K-개발협력의 차별적 경쟁력이 부각되는 것이다. ■ 왜 한국 지방정부인가: 현장 실행 주체의 필요성 물론, 중앙아시아의 제도적 현실은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모두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지방정부의 자율성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지방협력은 독자적 외교 영역이 아니라 중앙정부 외교를 보완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한국 지방정부의 행위자적 역할이다. 산업단지 조성, 농업 현대화, 스마트시티 구축 같은 구체적 사업은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선언만으로는 추진하기 어렵다. 부산의 항만 운영 경험, 대구의 섬유기계 기술, 세종시와 성남시의 스마트시티 노하우는 중앙정부가 대신할 수 없는 현장의 전문성과 실행력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정부가 직접 이익을 얻는 구조라는 점이다. 기존의 중앙정부 주도 ODA는 지방에게는 부담만 있을 뿐 직접적 이익이 없었다. 그러나 한-중앙아 지방협력은 부산 기업의 카스피해 진출, 대구 섬유산업의 해외 거점 확보, 농촌 지역의 인력난 해결 등 지방 자체의 현실적 이익과 직결된다. 이것이 한국형 K-개발협력이 다른 강대국 모델과 구별되는 가장 큰 강점이다. ■ 제도적 기반: 중앙정부간 포럼에서 지방협력 포럼까지, 그리고 정상회의로 2007년 출범한 한-중앙아 협력포럼은 17년간 꾸준한 성과를 축적해왔다. 2017년 서울 상설 사무국 설치, 외교장관급 격상에 이어, 내년에는 수교 34년만에 처음으로 한-중앙아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이 정상회의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다방면의 협력의 정점을 이루는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2023년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 등 5개국 대사들과 공동으로 한-중앙아 지방협력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하였고, 외교부, 한국국제교류재단 등 관계기관의 적극적 협조로 2024년 서울에서 제1회 지방협력 포럼이 공식적으로 출범하게 되었다. 다음 달 9월에는 카자흐스탄 투르키스탄에서 제2회 지방협력 포럼이 개최될 예정으로 이제 한국과 중앙아시아 간 협력의 장이 지방으로 확대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제도적 제약을 고려할 때, 정상회의 합의 → 장관급 조정 → 지방 실행의 3단계 연계 구조를 명확히 제도화해야 한다. 정상회의에서 대원칙을 합의하고, 각국 관련 장관(차관)급에서 구체적 사업을 조정하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실제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체계다. 이를 통해 지방협력이 중앙아시아의 중앙집권적 체제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 ■ 핵심 사업 모델: 상생의 구체적 설계 1) 계절 근로자 순환 프로그램: 인력 교류의 혁신 한국 농촌의 심각한 인력난과 중앙아시아 청년층의 일자리 수요를 연결하는 순환 시스템이다. 핵심은 단순 노동력 공급에서 그치지 않고 기술 습득과 재정착 효과를 통해 중앙아시아 농업 현대화에도 기여하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즈베키스탄·키르기스스탄의 농업 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스마트팜, 과수원, 축산업 분야에서 수개월간 계절 근로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한국에서 습득한 현대 농업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본국으로 가져가 농업 현대화의 씨앗이 되도록 한다.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 농업 중심 지역이 직접 파트너십을 맺어 연간 일정 수의 규모로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협력 모델이다. 2) K-개발협력 상생 모델: 지방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중앙아시아는 K-개발협력 모델이 가장 성공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 대표 무대다. 기존의 일방적 중앙정부 위주의 원조사업을 넘어 한국 지방이 개발협력의 주체가 되어 자체 경제 활성화와 국제협력을 동시에 달성하는 혁신 모델이다. 부산시-카자흐스탄 악타우항 프로젝트: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항의 물류 운영 노하우를 악타우항 컨테이너 터미널 현대화에 전수하는 동시에, 부산 기업들의 카스피해 물류 허브 진출 기회를 창출한다.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물류 거점으로서, 부산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대구시-우즈베키스탄 섬유산업 클러스터: 대구의 섬유기계 기술을 우즈베키스탄 섬유산업 단지 조성에 제공하여, 침체된 대구 섬유산업의 해외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다. 우즈베키스탄은 세계 6위 면화 생산국으로서 대구 기업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파트너다. 이러한 실질적인 사례들은 한국 지방경제의 활력과 중앙아시아 산업 현대화를 동시에 이루는 쌍방향 상생 모델이며,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중앙아시아만의 독특한 협력 구조다. 3) 스마트시티 기술 생태계: 미래지향적 연계 세종시, 성남시 등 한국의 스마트시티 선도 지역과 아스타나, 타슈켄트 등 중앙아시아 주요 도시 간 자매결연을 통해 교통 관리, 에너지 효율, 폐기물 처리 등 도시 운영 전반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한다. 이는 일방적 기술 제공이 아니라 상호 학습과 공동 혁신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 ■ 정책 제언: 정상회의를 계기로 제도화 정상회의 아젠다 반영: '한-중앙아 지방협력 증진에 관한 공동선언'(가칭)을 채택하여 계절 근로자 프로그램과 K-개발협력 모델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한다. 단순한 의례적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사업과 예산이 뒷받침되는 실행 로드맵을 포함해야 한다. 범정부 TF 구성: 외교부(정책 조정), 행정안전부 및 시도지사협의회(지방협력), 고용노동부(근로자 프로그램), 기획재정부(재정 지원)가 참여하는 '한-중앙아 지방협력 추진단'을 구성하여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한다. 민관 거버넌스 확립: 지방자치단체, 농협중앙회,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참여하는 '한-중앙아 지방협력 협의회'를 상설 기구로 설치하여 현장 중심의 실행력을 확보한다. 정부 주도가 아닌 민관 협력 모델로 지속가능성을 높인다. 한.중앙아 협력포럼의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는 KF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된다. ■ 중앙아시아에서 완성되는 K-개발협력의 새로운 지평 종합하면, 한-중앙아 지방협력은 단순한 지역 간 교류를 넘어 한국형 K-개발협력의 대표 모델을 완성하는 전략적 과제다. 계절 근로자 순환 프로그램으로 농촌 인력난을 완화하고, K-개발협력 상생 모델로 지방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스마트시티 협력으로 미래지향적 연계를 확장한다. 무엇보다 중앙아시아는 K-개발협력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이고, 한국 지방정부는 이를 실행할 핵심 주체다. 발전 단계 반면교사, 상호 보완적 자원 구조, 지정학적 중립성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곳은 중앙아시아가 유일하다. 이는 강대국의 패권 경쟁과는 완전히 차별화된 한국만의 접근법이다. 러시아의 안보 논리도, 중국의 대규모 투자 공세도, 미국의 가치 외교도 아닌, '현장의 실용적 상생'이야말로 한국이 중앙아시아에서 제시할 수 있는 고유한 가치다. 따라서, 내년 처음으로 개최되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 간 정상회의는 한국 지방의 미래와 K-개발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지방이 국제협력의 주체로 나서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혁신적 모델을 통해, 한국은 '신 그레이트 게임'의 각축장에서 경쟁이 아닌 상생의 길을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이 함께 개척해 나갈 것이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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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의 '중앙아시아 전통의학 협력사업'을 돌아보며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채한 교수 1. 국제보건 국제협력 사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한의사로서 국립대학(부산대학교) 한의학과에서 기초학 교수로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고 있으며, 오픈 마인드를 가진 전통의학 분야 국제교류 전문가이다. 의욕 넘치는 젊은 시기에 미국에서의 긴 박사 후 연구과정 생활로 외국인과의 생활도 익숙하고, 한의학과와 한방병원의 신설에 따른 국제교류를 개발하고 운영한 경험도 있으며, 교육 ODA에 대한 지식도 조금은 있었고, 이슬람 의학사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이것으로 충분했을까? 이 글의 독자들이 생각하시는 것처럼, 물론 아니었다. 무엇보다 국제협력은 당연히 외교의 영역이므로, 과거 능숙했던 보건복지부나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의 문법은 뒤로하고, 외교부의 문법을 새롭게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울러 직접 실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우게 되는 현장 경험은 너무나도 중요했다. 이 글에서는 국제협력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된 차세대 젊은이들을 위해, 중앙아시아 사업을 진행하는 실무과정에서의 경험을 조금 일찍 시작한 선배로서 함께 나누어 보고자 한다. 2. 그래, 모든 건 사람이 전부다 첫째, 팀워크가 필수적이며,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진짜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으로 협력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언어가 다른 이해당사자와의 소통, 한의학 교육과 진료, 국내외에서의 여러 행정적 처리 등 다양한 분야가 동시에 필요했는데, 현실적으로 내가 모두 동시에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단순히 경험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넘어서, 신경 써야 할 일들의 양에 비해 시간도 체력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게다가 중앙아시아에서의 프로젝트는 현지의 문화를 알려주고, 소통(언어)을 해결할 통역이 절대적이다. 지금껏 학문적인 영역이었기에 영어만 사용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갑자기 언어를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의사가 정확히 전달되지 않으면 서로 오해할 수밖에 없으니, 일의 맥락과 접점이 잘 유지되어야 한다. 특히 중앙아시아 5개국은 역사와 문화, 제도와 법률이 모두 생소했다. 현지를 내 맘대로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 적응해야만 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국제교류와 한의학 교육의 전문가로서, 한의학 임상과 침구의학의 전문가, 사업운영과 전통약재 전문가와 하나의 팀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행운을 가졌다. 아울러 투르크멘이라는 이질적 문화에서 자란 현지 최고의 한국어 전문가도 함께할 수 있었다.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묶은 것은 무엇일까? 다시금 생각해보면, 함께하는 동료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배려, 그리고 지향점이 명확했다는 점이 아니었을까 한다. 둘째, 국제협력 전문가의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 필요하다. 국내외 전통의학 분야에 대한 교육, 연구, 국제협력에 대한 지식이나 현장 경험은 그 누구보다도 많다고 자신한다. 무엇보다 국내외에서의 경험만 30여 년이다 보니, 어떠한 문제나 어려움에도 항상 해결법을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국제협력 분야에 있어서는 한마디로 신참내기다. 개인적인 조언과 간접적인 경험을 나누어 줄 훌륭한 어드바이저가 반드시 필요하며, 이들이 실패했던 그리고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냈던 바로 그 경험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프로젝트의 한계와 가능성을 명확히 알아야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자리를 빌려 KF 한-중앙아협력포럼사무국과 울산국제개발협력센터, 부산광역시글로벌도시재단, 그리고 양국 대사관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국제협력의 현장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들이 막혀 있는 상황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동병상련이랄까, 같은 일을 겪고 있다는 공감과 격려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셋째, 남는 건 프로젝트가 아니라 사람이다. 지금 이 일이 어떻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이 프로젝트의 이해기관도 어느 순간 개편될 수 있고, 내 앞의 담당 공무원도 1~3년이면 무조건 바뀌며, 이해관계자도 어느 시점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전문가 네트워크는 만들기도 유지하기도 어렵지만, 업데이트하고, 유지하기는 더 어렵다. 그러면 내게 남겨지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한마디로, 프로젝트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좋은 사람들(국내외 동료, 행정가, 이해관계자)인 것 같다. '좋은 사람과 하는 일은 힘들어 보여도 언젠가는 성공하지만, 반대로 여건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가끔 수원국에 무엇을 해줄 때, 건물이나 공장이라도 남아 있으면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시는 ODA 제안을 접하게 된다. 과거 중앙아시아를 방문했을 때 크게 잘 갖추어 놓은 천연물 추출 공장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운영기술 전문가가 없어서 오염된 제품은 내수에도 수출에도 사용할 수 없고, 비즈니스 전문가가 없으면 판매처도 투자자도 찾을 수 없었다. 뭐 하나를 하려고 해도 결국은 사람이다. 이역만리 수원국에 남겨야 할 것도 좋은 현지 사람이다. 하다못해 세계대전의 패전국들도 결국은 기술자들의 손과 경험이 살아남아 지금의 산업 선진국이 되지 않았을까? 3. 체계적 접근과 인샬라(Inshallah) 첫째, 무엇을 하더라도 체계적으로 진행하려면 탄탄한 준비가 필요하다. 지난 3년간의 중앙아시아 전통의학 협력사업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한 기초자료가 없었다는 것과 체계적으로 진행해본 한의계의 경험도 없었다는 점이다. 항상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면 과도할 만큼 미리 준비해서 가장 좋은 방향을 찾으려고 애써왔으나,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뭐 하나 해보려 해도 사전에 준비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어쩌겠나, 지하 터파기부터 옥상층까지 동시에 진행할 수밖에. 그래서 중앙아시아 전통의학 국제협력 사업에 있어, "한국형 국제보건의료 ODA 정책에서 한의약 역할방안 연구(대한한의사협회 지원, 2022)"라는 연구과제와 "국제보건에서 한의약 공적개발원조의 현재와 지속가능한 발전전략(대한한의학회지, 2024)"라는 논문을 통해서 한의학 ODA의 비전과 세부 전략을 세웠고,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의 과거, 현재와 미래(대한한의학회지, 2025)"라는 논문으로 중앙아시아 전통의학의 역사와 제도가 검토되었으며, "한방산업 발전 경험을 활용한 중앙아시아 전통의약산업 육성방안 연구(KF 지원, 2024)"라는 정책과제로 한의학 ODA의 현지 허브기관이 될 '허준의학원'의 비전과 과제, 지속가능한 생태계 발전 전략까지 수립하였다. 사업 실무를 끌고 가면서 동시에 체계적 토대도 함께 만드는 과정은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둘째, 중앙아시아의 인샬라와 대한민국의 진인사대천명. 인샬라는 ‘신의 뜻대로 하옵소서'라는 의미의 무슬림 표현으로,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서의 결과는 신의 손에 맡기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 어르신들의 막연한 푸념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일을 모두 다하고, 이제는 하늘의 운명을 기다린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여기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수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국내에서 생기는 상황도, 내가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공들여 준비한 현지 방문이 급작스러운 고위급 방문으로 보안상 입국이 거부되는 상황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우리는 열심히 신뢰와 열의를 보여왔지만, 상대방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어쩔 수 없다. 이제 일이 풀리나 싶을 때 도와주던 사무관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더라도 내가 어찌할 방법은 없다. 게다가, 이제 일이 되려는 찰나에 국내 사업비가 뚝 끊기더라도 역시나 어쩔 수 없는 거다. 다른 방법이 없겠지, 나도 최선을 다했노라고,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셋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을 마음. 대한민국은 수많은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지난 70여 년간의 눈부신 전통의학 생태계 발전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이며, 수원국의 경제적 발전과 보건의료의 증진을 즉각적으로 이루어줄 적정기술도 이미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신북방정책이나 K-이니셔티브에서 살펴보아도 전통의학 협력사업은 외교, 문화, 보건, 산업이 융합된 한국형 보건외교 모델로, 국제보건의 미래 리더십을 견인할 최적의 자산이다. 2025년 7월 14일, 아시가바트(투르크메니스탄)와 인천(대한민국)을 잇는 직항편이 드디어 취항하면서 양국 간 외교, 문화, 사회, 경제 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이하였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투르크메니스탄 내각이 승인한 ‘한-투 전통의학 협력 5개년 계획’은 양국 전문가의 전통의학 워킹그룹 구성, 장단기 파견과 현장연수 및 원격교육, 교육과정과 임상 가이드라인의 교류, 전통약재에 대한 공동연구 및 발표, 협력기관의 설립과 이를 위한 한국어 교육까지 장단기 목표를 포괄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한국형 전통의학 협력모델인 ‘허준의학원’은 한국 침구의학의 단순 이식에서 시작해서 임상진료와 의학교육, 약재산업의 상호 보완적인 세 축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는 수원국의 지속가능한 전통의학 생태계와 이를 상징하는 중앙아시아 최고의 전통의학 전문기관을 지향한다. 지난 3년간 전형적인 ODA 문법을 따라왔기에, 이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쇼케이스로 한의학의 세계화와 한류 확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5년 후 오늘을 되돌아보며, 꺾이지 않고 끝까지 버텼던 날들이 옳았다고 자부하기를 기대해본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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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앙아시아 도시교통 부문 협력 추진 전략 김원호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통·물류 분야 협력 증가 추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모두 내륙국으로 철도와 도로가 물자이동을 전담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구소련 시절의 인프라에 의존하고 있어 효율성이 매우 떨어지고 높은 물류비는 경제발전의 저해 요인이 되어가고 있다. 이에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교통부문 에서 다양한 협력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도로 인프라, 물류, 철도, 항공 분야에서 중요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앙아시아의 여러 국가에서 도로 건설,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주요 도로 건설 사업을 맡고 있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 강화를 위해 물류 네트워크 확장과 물류 효율화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내륙국을 위한 dry port 물류 터미널 개발 및 물류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유라시아 철도망을 통해 유럽과 육로로 직접 교역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철도 연계 및 국제 운송 협력에 적극 참여하고 있으며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관통하는 대륙철도 구간에 한국의 철도 기술을 적용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공 부문에서의 협력도 최근 몇 년간 급속히 확대되었으며, 공항 인프라 개발, 항공 노선 확대, 항공 물류 및 교육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IIAC)는 우즈베키스탄의 우르겐치 공항을 현대화하고 운영하는 2억 2,3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가 하면, 한국과 카자흐스탄은 알마티-서울 간 항공편을 주당 10회에서 42회로 확대하여 물류 협력을 강화하였다. 2.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도시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은 부족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급속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 자동차 이용 증가로 인해 교통 혼잡과 환경오염 등 도시교통으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구소련시대의 공산주의 도시계획에 따라 격자형 도로망을 갖고 있다. 격자형 도로망은 중심성이 약하고 회전교통이 많아 도심 전체에 교통정체를 유발하고 버스의 통행속도를 저하시켜 승용차 이용이 증가하여 정체를 악화시키는 악순환 구조를 갖게 된다. 최근 키르기스스탄과 협력하여 수행한 KOICA 공공협력 사업에서 분석한 비슈케크의 승용차와 대중교통(버스)의 통행시간 분포를 보면 승용차를 이용하면 도시 대부분을 30분 이내에 통행 가능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그 범위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승용차 이용률 증가는 교통정체와 대기환경을 악화시킨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시철도 구축이지만 대전이나 대구에서 보듯이 저밀도로 개발된 3백만 이하의 도시에서는 도시철도 운영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운영 적자는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 운영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타슈켄트와 알마티는 제한적인 도시철도를 갖고 있으나 노후화되었고 환승체계가 부족하여 이용률이 저조함). 이러한 현실로 인해 중앙아시아 대도시들은 공통적으로 도로 인프라가 도시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동차 중심교통체계로 인한 도로 교통 혼잡을 겪고 있다. 또한 노후화된 버스 중심의 대중교통은 공급량 부족과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이용률이 저조하고 오히려 민간에서 비공식적으로 운영하는 마르슈루트카(소형 승합차)나 택시가 대중교통을 대체하고 있어 안전, 가격 투명성, 교통질서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노후화된(평균 연식 15년 이상) 승용차의 증가는 심각한 대기오염과 소음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며 특히 알마티와 비슈케크와 같이 천산산맥에 인접한 도시에서는 대기정체로 인한 스모그현상이 빈번히 발생된다. 다양한 교통수단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교통체계가 아직 갖추어지지 않았기에 보행자 및 자전거 인프라 구축은 요원한 상황이며 이로 인한 보행자 사고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사회적인 주목을 받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을 통해 풀어나가야 하지만 교통 관련 부처 간 협력 부족과 민간 부문과의 연계 미흡으로 인해 교통계획이 단기적이고 비통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간의 도시교통분야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분야가 지능형교통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술자문, 대중교통 개선 계획 수립 지원, 공무원 역량 강화 및 인력 교육 협력에 그치고 있어 도시교통 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교통 현대화 및 통합 교통시스템 구축, 친환경 교통수단(전기버스, 자전거 등) 도입, 도시교통 마스터 플랜 수립, 스마트 교통관리 시스템 및 데이터 기반 정책 등 한국의 도시교통정책에 기반한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3. 중앙아시아 도시교통 분야 협력 과제 한국의 대도시들은 중앙아시아 대도시들과 동일한 도시교통 문제를 겪었으며 많은 시행착오와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점진적으로 도시교통을 개선하여 개발도상국이 가장 따라가고 싶은 종합도시교통체계를 갖게 되었다. 중앙아시아 대도시의 도시교통 문제점들과 한국 도시교통관리체계의 강점을 기반으로 도시교통분야 협력방안을 도출하면 크게 4가지 분야로 압축된다. - 교통 정비 마스터 플랜 수립 도로 및 교통 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을 통해 지속 가능한 도시 기반을 마련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여 도시 외곽 및 간선도로망 확충, 주차 관리 및 주정차 단속 강화 계획, 대중교통 노선 재정비 및 인프라 확충 계획, 버스전용차로 도입 시행 계획, 첨단교통체계 인프라 도입 및 운영 계획, 친환경/무동력 교통수단 인프라 구축 및 활성화 계획 수립 등을 상세 수립한다. - 통행 실태조사 및 교통 DB 구축 도시의 교통 수요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중장기 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통행 실태를 조사하고 교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이 자료를 통해 장래 교통량 예측하여 교통인프라 확충 우선순위 선정 및 장기 도시교통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 도로 정비 비효율적인 도로망과 도로운영으로 인한 도로용량과 속도 저하를 완화하기 위해 도심과 외곽 간의 도로 확장 및 신설과 병목구간 개선을 통해 차량 통행의 효율성을 높인다. 상습정체를 겪고 있는 교차로 및 가로부의 회전차로 및 안전시설 확충을 통해 차량 소통 및 안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 스마트 교통 운영 기능 개선 스마트 교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교통 운영을 지능화함으로써, 교통 체계의 안전성·효율성·편의성을 동시에 향상시킨다. 이를 위해 지능형 교통관리 시스템 구축, 실시간 교통 제어 및 운영 최적화, 스마트 교차로 및 신호 연동 체계 도입, 통합 교통 운영 시스템 고도화 등 한국의 첨단교통 운영관리기술을 활용한 협력이 가능하다. 한국의 교통은 불과 몇 십년만에 신작로 체계에서 세계적인 지하철 시스템까지 발전하였다. 이 기간 동안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도시교통 분야의 협력을 추진한다면 공감할 수 있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본 칼럼은 중앙아시아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기고로 작성되었습니다. ※ 필자의 개인 의견을 포함하고 있으며, KF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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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앙아협력포럼은 한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키르기즈,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사이의 포괄적 협력관계를 구축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의 주도로 2007년 출범한 연례 고위급(장관급) 다자협의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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